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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30화 (330/409)

330화. 최종보스? (1)

[이 버러지 같은 서주... 끄아악!]

한편 프로메테우스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그냥 고문을 하면 말이라도 안 하지.

[이놈을 어서 갈아라.]

[어서 갈아서 간 회복제로 내다 팔자.]

[주인님의 명령이시다.]

아니, 그러니까 내 능력은 그게 아니래도!

프로메테우스는 몸이 뒤틀리는 감각에 비명을 질렀다.

[아그아아악!]

맷돌에 갈갈갈 갈리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었던 건가.

그는 정말로 맷돌에 갈갈갈 다져지고 있었다.

주헌이 고문에 유용할 거라며 던지고 간 맷돌 유물에!

쿵쿵쿵쿵!

[야! 똑바로 안 해? 손가락 삐져나왔잖아!]

[아 미안해! 난 거기인 줄.]

[야 돌았냐? 그거치곤 너무 작잖아.]

[아오 이 개새끼들아아아!]

맷돌에 사정없이 빻이고 있는 프로메테우스, 아니 떡갈나무 장작은 쌍욕을 날렸다.

'이 빌어먹을 서주헌! 유물들을 막 다룰 때부터 알아봤다!'

사실 떡잎부터 다르다고, 주헌은 처음부터 남들은 애지중지하는 유물을 뻥뻥 부셔댔었다.

그리고 그 성미가 어디가랴.

결국엔 주신급 조차도 그 따위로 망가트리고(?) 발전소 따위로 삼다니.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이게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왜?

'확실해. 그놈은 모든 문명을 지배하려고 할 거야.'

서주헌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답이 대충 나왔다.

그리고 모든 문명권을 접수한다는 건 마제스티와 가까워진다는 것.

'그것만큼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단순히 주헌이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프로메테우스는 주헌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주헌이 이 구역에서 나가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사정없이 갈아라. 절대 편하게 죽이지 마. 이 녀석들은 똥덩어리다.'

'뭐?'

'프로메테우스는 원래 고통과 저항의 상징으로 유명한 놈이야. 일제강점기 때도 시로 쓰였을 정도지. 제우스한테 저항한 인간의 편이었고.'

'그럼.'

'하지만 그동안 너무 편했나 보지? 본인의 주제도 잊고 수뇌부 자리에서 인간을 죽이려고 한 걸 보면.'

아무래도 주헌은 프로메테우스를 꽤 좋아했던 모양이었다.

곧 주헌의 눈이 번득였다.

'이참에 본인들을 태어나게 한 게 누구인지 잘 깨달아보도록.'

주헌은 웃고 있었다.

동시에 눈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희는 인간에게서 태어난 도구다.'

어디서 같잖게 인간의 머리 위에 앉으려고.

그러니 프로메테우스는 떨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놈이 마제스티가 되는 순간, 유물의 인권, 아니 유물권은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러니 그 마왕(?)으로 각성하려는 폭군을 저지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프로메테우스는 고문을 받으면서도 겨우겨우 분신체를 내보냈다.

전갈을 보낸 것이다.

하물며 도움이 되라며 그 분신체를 자신의 마지막 힘까지 담아 보냈지만 상관없었다.

'이걸로 서주헌을 막을 수 있다.'

무모하게 서주헌에게 대항하라니 어쩌니 할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

'지금으로선 이게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래를 기대하며 웃었다.

***

하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하면 뭘 하나.

정작 프로메테우스의 전갈은 사정없이 씹히고 있었다.

왜?

"진짜 프로메테우스가 이딴 전갈을 보낸 겁니까?"

판도라 이사회, 드루이드의 시계탑.

프로메테우스의 분신에게 전갈을 받은 인간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서주헌은 계속해서 감옥속 재보를 도굴하며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놈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빠져나온 대감옥을 아예 심상세계로 보내라. 서주헌을 대감옥채로 심상세계에 가두면 된다.]

[인간은 결정적으로 심상세계에서 넘어올 수 없다.]

[그 심상세계를 열 수 있도록 내 마지막 힘을 함께 보내겠다. 여는 방법은 내 부하들이 알 것이다.]

결국 판도라 이사회에 모인 수뇌부들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 심상세계라는 건 그러니까... 모든 유물이 태어나는 바다 같은 거죠?"

"네. 그리스문물인 프로메테우스는 카오스라고 하더군요."

그들의 말에 프로메테우스의 독수리는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프로메테우스님. 탁월하시다!'

이정도로 서주헌을 골로 보낼 방법은 없을 것이었다.

심상세계는 유물들이 태어나는 바다.

인간으로 치면 별이 태어나는 우주 같은 곳이었다.

뭐, 우주가 먼지와 가스로 가득 차 있다면, 심상세계는 인간의 기억과 심상들로 가득 차 있는 곳.

그 요람에서 유물들은 생명을 얻어 인간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뭐. 그곳에 들어가면 다시 분해될 뿐이지만.'

대감옥도 거기에 보내면 아예 감옥 채로 모든 유물들이 분해되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그러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

위험했으니까.

그리고 안에 있는 유물들을 살려두는 게 이득이었으니까.

하지만 서주헌이 마제스티가 되는 것과 견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탁월한 방법이다. 인간은 심상세계를 건너오지 못해.'

마치 우주에서 블랙홀에 휘말려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되는 것과 똑같았다.

먼지가 되어 그 뇌만 바다에 둥둥 떠다니겠지.

서주헌을 아예 세상에서 없앨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수뇌부들은 그 좋은 계획을 개무시했다.

왜?

"대감옥을 거기로 보내는 건 손해죠. 귀한 유물들이 다 분해된다는 건데."

[?!]

"서주헌이 그 안에서 재보를 얻어 강해진다. 그 말은 반대로 말하면 그만한 유물이 가득하다는 거잖아?"

[자... 잠!]

"차라리 그 유물들을 우리가 차지하는 게 낫지."

아니, 그게 아니야!

아니라고!

독수리는 거품을 물었다.

'지금 그딴 소리를 할 때가 아니야아아!'

하지만 독수리가 땀을 뻘뻘 흘리거나 말거나 수뇌부들은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프로메테우스가 마지막 힘을 담아서 보냈다고 하니. 이제 그를 구할 이유도 없고."

"맞아요. 이걸로 심상세계 따위를 여는데 써먹긴 아까워요. 더 유용하게 쓰죠."

아니야아아!

그거 아니라고오오!

독수리는 미치고 환장할 것 같았다.

이 인간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서주헌은 주신까지 길들였다고!'

정확히는 길들인 게 아니지만, 아무튼 꼼짝 못하게 했다.

그렇게 놈은 하나씩 모든 문명을 접수할 것이었다.

그 안에는 그럴 만한 유물들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뭐가 어쩌고 저째!

"아! 차라리 대감옥의 봉인을 아예 다 풀어버리는 건 어때요? 다 개방하고, 우리 발굴단들을 풀어서 재보를 찾도록 하죠."

"그거 좋네요! 서주헌만 그런 보물단지에 들어가게 할 순 없잖아요."

"원탁의 기사들에게 건의해봅시다."

아이고 미치고 환장하겠네!

오히려 문을 꽉꽉 닫아 당장 모두 소각시켜도 모자랄 판에, 모든 입구의 위치를 개방하자고?!

미쳤나!

'이것들아! 그거 아니라고오!'

그렇게 하면 서주헌이 더 드나들기 쉬워질 뿐이라고!

'지금이 딱 골든타임이라니까!'

이 기회를 놓치면 서주헌을 없앨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니까!

하지만 독수리의 말은 인간들에게 전혀 닿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그럼 언제부터 진행할까요? 아, 그럼 기왕 들어온 프로메테우스의 힘도 쪼개서 발굴에 이용해볼까요?"

"하하. 좋네요. 어차피 원탁의 기사 중 하나인 멀린도 은근히 발굴하길 원했는데."

"네.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애초에 판도라 부하직원들은 수뇌부들의 이야기에 태클을 걸 생각도 안 했다.

독수리가 필사적으로 막아달라고 글귀를 날려도!

[인간들아, 막아줘! 제발! 그거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줘! 수장님의 힘을 허투루 쓰지 말라고 해줘!]

그러나 직원들은 하나같이 시큰둥했다.

'바보냐, 상대는 이사들이라고.'

'건의해봐야 짤려.'

그들은 현명하게 이사실을 빠져나갔다.

***

그리고 그 무렵.

수뇌부의 뻘짓으로 주헌 일행이 편하게(?) 대감옥을 탐색하던 때였다.

"슬슬 독해지는군."

주헌 일행은 구역을 이동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대감옥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확실히 체감이 달라졌다.

'난이도가 확 올라가고 있다.'

계속 숨고 있긴 하지만 간수들의 레벨도 올라갔고, 위험한 함정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천하의 그들도 경계할 만큼.

그리고 그때였다.

'!'

설아가 급하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들은 반사적으로 절벽 밑으로 뛰어내렸다.

쿠구궁!

밑으로 떨어지던 단원들은 각자 날붙이로 바위를 찍거나, 부유 유물을 쓰는 등 절벽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쯤 되자 유재하가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일단 신호를 받고 뛰어내린 건 좋은데...

"엥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자 설아가 빠악 유재하의 뒤통수를 쳤다.

"쉿. 잘 모르면 그냥 있어."

"?!"

잠시 후.

그들은 절벽 위를 스멀스멀 지나가는 스모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스모그의 모습에 일행은 정말 싫어했다.

그건 당연했다.

"역시 저거 그때 그 안개지?"

"그 안개?"

율리안은 대감옥에 대해 모르는 유재하에게 말해주었다.

"일명 실종의 안개야. 저 안개에 휘말리면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지. 일리야도 그때 그렇게 사라졌어."

"정말?"

그러자 일리야가 답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분자단위로 분쇄됐던 거야. 결국 그리 죽었지."

그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유재하가 새하얗게 질렸다.

"미친, 갈갈이 분쇄라니...!"

"근데 넌 분쇄육 되어도 괜찮잖아."

"오. 좋네. 너 팔 한쪽 넣어봐라."

"살아있었으면 다른 공간으로 날아가는 안개였을지도."

"야! 니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리야가 말했다.

"괜찮겠어요? 슬슬 위험해지는 거 같은데."

그러자 주헌이 고개를 돌렸다.

"공명아 설아야. 까마귀의 기운은?"

"멀진 않은데, 아직 좀 멀어요."

"흠, 그럼 슬슬 재정비하러 한 번 밖에 나갈까."

어차피 급하게 주변만 탐색하러 들어온 만큼 식량도 슬슬 떨어져가고.

클로에랑 단도 안 데리고 왔고.

그런데 그때였다.

쿠구구궁!

"단장님, 길이!"

무덤이 마구잡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감옥이 이동을 시작합니다.]

[급한 변화로 나가는 길이 막혔습니다.]

아무래도 대감옥 밖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뭔가 함정이 발동한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불안함에 황급히 올라가려고 하자 절벽은 끝없이 높아졌다.

쿠구구궁!

"젠장!"

벽을 뚫으려고 하자 금방 재생되었다.

"이거 안 돼요!"

그리고 안에 있는 것은 공포스러운 실종의 안개뿐.

곧 주헌이 그 안개와 유재하를 빤히 번갈아보자, 장본인이 바로 움찔했다.

"저, 저기요. 아무리 그래도 저 저기에 못 들어가거든요? 저거 탈출구 아니라니까?"

"알아. 누가 저기에 쳐 넣는데."

"그런 것치곤 방금 진짜 넣어보려고 했던 눈이었는데."

"좋아, 그럼 들어가보도록."

"예?!"

"일리야 말대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워프게이트일지 모르지. 가라 호구왕. 네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아니 잠깐, 저 분쇄육, 아니! 아씨 으아앙!"

아직까지 남은 죄책감 탓일까, 결국 유재하가 울면서 들어가려고 하자 주헌이 뒤통수를 퍽 내리쳤다.

"자식아, 농담이고."

주헌은 마제스티의 키를 꺼냈다.

그건 무엇이든지 열 수 있는 문.

'이걸로 함정까지 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곧 그가 키를 발동하려고 할 때였다.

어디에선가 반짝이는 빛.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왕의 재보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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