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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28화 (328/409)

328화. 마제스티의 출현 (3)

"자 그럼 이제 골라. 계속 거기 있을지, 아니면 나와서 내 노예가 될 지."

그 말에 프로메테우스는 눈알을 부라렸다.

아니, 지금 저게 미쳤나!

프로메테우스가 입구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구역 자체를 막아버리면 되니까.'

주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지만, 입구에 있던 이유도 그 탓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직 저 열쇠를 완벽히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어.'

아까 전에 감옥의 문을 열긴 했지만, 그건 고작해야 로비 층이었다.

각 구역마다 형태도 레벨도 달라졌다.

게다가 여긴 무려 주신을 가둔 감옥.

막 얻은 마제스티 열쇠로 슝슝 열 수 있는 감옥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무슨!

'구역의 문을 잠가버렸어?'

프로메테우스는 허를 찔린 듯 눈살을 찌푸렸다.

여차하면 자신이 쓰려고 했던 술수에 자신이 걸리다니!

다급해진 프로메테우스는 서둘러 간수들을 불렀다.

"어서 이 구역의 문을 열어라! 어서!"

쿵쿵, 거칠게 문을 두드렸지만 간수들은 답하지 않았다.

덕분에 가슴이 쪼그라들 지경이었다.

"당장 구역의 문을 열라고 하지 않았느냐!"

어찌나 급했는지,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가 좀 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간수들은 여전히 묵묵부답.

들려온 건 감옥 안에서 날뛰는 신급 유물들의 목소리뿐이었다.

[오랜만이다아아! 이 새끼야아아!]

[저 빌어먹을 양아치 놈!]

[저놈이 우리 눈앞에 있구나!]

해당 구역에 있던 유물들은 쾅쾅 철창을 부수기 직전이었다.

뭐, 그런다고 해봐야 열릴 감옥도 아니지만...

[이거 참 가증스러운 놈이 왔구나.]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오라에 프로메테우스는 목이 바싹 말라왔다.

그랬다.

방금까지 효자손으로 엉덩이나 벅벅 긁고 있을 것 같은 놈이 태세를 바꾼 것이다!

'제우스.'

바로 자신이 힘을 빼앗은 장본인이!

프로메테우스는 척추를 훑고 가는 살벌한 오라에 내심 손을 떨었다.

물론 새삼 제우스를 무서워할 것도 없었다.

단지 예상치 못한 일에 심히 당황했을 뿐.

아니, 자신이 빙의한 인간의 나약한 몸이 오라에 떠는 것뿐이라고 그는 되새겼다.

하지만.

"자 어쩔 거야. 계속 거기 있을 거야. 아니면 나와서 내 노예가 될 거야?"

주헌의 목소리에 프로메테우스는 흠칫 몸을 떨었다.

아니나 다를까.

[좋다. 그 같잖은 제의. 받아들이도록 하마.]

"풀어주면 노예가 되겠다는 제의다. 거역하면 네 아들놈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주헌이 가리킨 건 감옥 안.

이 감옥에는 다른 그리스로마의 신급 유물들도 있었다.

당연히 제우스의 아들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놈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내 아들 모두를 걸지.]

놈의 말에 프로메테우스는 정말 다급해졌다.

"뭣들 하느냐! 간수들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어서 이 문을 열어라!"

그러자 비웃음소리가 귀를 때렸다.

"어쩌냐. 안 열리는 것 같네."

주헌은 얄밉게 웃고 있었다.

'뭐 밖에 있던 간수들이야 부하들이 마킹하고 있을 테지만.'

아니나 다를까, 단원들이 급하게 외쳤다.

"서둘러! 더 강한 간수들이 오면 못 버텨!"

"알았어."

주헌이 감옥으로 다가갈 때였다.

"기다려라! 서주헌!"

"?"

그가 고개를 돌리자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그, 그렇게 서두를 것도 없지 않느냐. 잠깐 말 좀 나눠보..."

"응, 필요 없어."

"아아악!"

주헌은 반지를 발동시키려고 했다.

"기, 기다리라고!"

"왜? 아까는 내가 이걸 쓸 수 없을 거라며?"

"그건...!"

프로메테우스는 분한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지금도 반신반의하고 있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열리면 진짜 좆되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잘 들어라. 이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저놈들은 저기 갇힐 이유가 있어서 갇힐 놈들..."

"응, 알아."

주헌은 바로 마제스티의 반지를 발동했다.

동시에 무덤이 거칠게 뒤흔들렸다.

쿠르르릉!

엄청난 지진이었다.

그 지진과 함께 감옥의 문이 쾅쾅 열리기 시작했다.

"잠...!"

곧 프로메테우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나왔다.

기어코 저놈들이!

그는 황급히 감옥의 문을 닫아보려고 했지만 글쎄.

[너 잘 걸렸다 이놈아아아!]

[저놈의 사지를 찢어라!]

감옥 안에서 각종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새부터 소의 형상을 한 유물들은 물론, 대부분이 인간의 형태를 한 유물들이었다.

당황한 프로메테우스가 급하게 주신의 번개를 사용했다.

콰직, 콰지직!

그 위협적인 번개가 유물들에게 작렬하자 다들 주춤거렸다.

프로메테우스가 그를 보며 비웃었다.

"오지 마라. 좋은 말로 할 때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

하지만 번개를 뿜던 그는 곧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작렬하는 번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오는 한 남자.

아랑곳하기는커녕 전기마사지를 받듯 어깨를 주무르는 남자.

[야야, 그거 그렇게 쓰는 거 아니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대 그리스문화권의 최고 주신이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아아악!"

프로메테우스가 내뿜던 번개가 놈에게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콰지지직!

프로메테우스는 비명을 질렀다.

"내 힘, 내 힘이!"

[뭐? 내 힘? 이 새끼가 미쳤나. 이게 왜 네 힘인데?!]

그와 함께 강력한 번개가 감옥 안에 작렬했다.

"아아아악!"

프로메테우스가 쓸 때도 강력했지만, 본래 주인이 사용하자 상상을 초월했다.

더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번개!

그 광경에 율리안은 내심 놀라워했고 주헌은 즐거워했다.

'인드라의 번개와는 미묘하게 다르군.'

전쟁의 신.

인드라의 번개는 마치 전쟁터에 쏟아지는 긴 창살.

마치 길쭉한 폭탄을 투하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반면 제우스의 번개는 둥근 대포알.

그의 손에서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호메로스 서사시에서 그를 '구름을 모으는자'라고 부르듯, 응집되는 번개는 그야말로 강렬한 에너지!

그리고 무서운 에너지가 '번갯불을 던지는 자'의 손에서 내던져졌다!

콰르르릉!

번갯불은 마치 독수리의 형상을 하며 또다시 프로메테우스에게 작렬했다.

"크아아아악!"

프로메테우스는 핏대가 선 눈알로 놈을 쏘아보았다.

"젠장, 이 개같은 주신 놈!"

제우스는 웃었다.

[이게 한 번 간이 파먹힌 걸로는 성이 안 찼던 모양이구나!]

곧 그가 손짓하자 번갯불 형상의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노렸다.

프로메테우스는 피거품을 물었다.

"이 빌어먹을, 주신 같지도 않은 새끼!"

번갯불은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몸을 갈갈이 찢고, 근육을 발라내며 타들어갔다!

그 사이에 다시 몸이 재생되는 듯 했지만, 번개는 계속해서 신체를 파괴했다.

마침내 그가 빙의했던 인간의 육체의 수명이 끊기자 그의 본체가 드러났다.

"저건!"

나타난 물건은 불씨였다.

마치 떡갈나무에 불이 붙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 모습이 드러난 프로메테우스는 황급히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가긴 어딜 도망가!"

주헌이 뻐엉, 나무장작을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 그 장작이 날아간 곳은 바로 감옥 안!

[이놈이!]

안에 들어간 장작은 바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젊고 건장한 청년.

하지만 그건 평소의 로스차일드 모습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젠장!]

그는 바로 감옥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철컹!

주헌이 마제스티의 키로 잠가버렸다.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미친 듯이 철창을 두드렸다.

[당장 이것 열지 못하겠느냐! 이 하찮은 인간 놈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 고문 희망자 받는다. 선착순 100유물 놈."

***

"이걸로 귀찮은 놈도 사라졌군."

주헌은 오랜만에 상쾌한 얼굴이었다.

프로메테우스 놈은 감옥 안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를 질렀다.

유물들이 어지간히도 쌓인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차라리 콱 죽을까 했지만.

[별주부전 : 하루면 모든 곳을 완치시키는 토끼의 간 (A급-보물급/소모성)] - 10/10

"그러니까 이걸 쓰기만 하면 고문 효과 업이라니까?"

[진짜냐? 진짜?]

"그래, 그러니까 이걸로 이 새끼를 복원하고 계속 고문해. 한 번에 죽게 하면 재미없잖아."

[오오오오오오! 사겠다! 사겠어! 얼마냐!]

서주헌 이 개 같은 놈이 어디서 굴러온 지 모르는 유물 복제품을 놈들에게 팔았다.

심지어 가득!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

'저 자식이 진짜.'

그러나 주헌은 뭘 이딴 것 가지고 그러냐는 듯 사악하게 웃었다.

"곧 네놈의 간도 뽑아서 재생약으로 삼아줄 테니 기다려라."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가 간을 쪼아먹어도 또다시 재생하는 걸로 유명한 놈.

"토끼의 간만큼이나 귀한 게 여기 또 있네?"

주헌은 사업이 아주 번창하겠다며 몹시 좋아했다.

물론 프로메테우스는 정말 억울했지만.

왜?

'젠장. 내 능력은 엄연히 창조 능력이다!'

제우스의 명을 받아 세상의 인간과 동물을 빚어냈던 창조자인 만큼, 그런 신격의 능력이 있었다.

언노운도 그런 식으로 만든 것이고.

[이 멍청이들! 내 간을 뽑아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프로메테우스는 구속당한 채 고문을 당했다.

[닥쳐라. 마제스티께서 네놈의 간을 내놓으라 하지 않느냐!]

[내놔라! 이놈아!]

주헌 역시 웃었다.

"분명 있다. 너도 모르는 기능이."

아오, 저 망할 놈이!

덕분에 유재하는 질린다는 듯 그를 보았지만, 아무래야 좋은 듯했다.

"그래도 땡 잡았네요. 주신급도 손에 들어왔으니, 이제 저놈들이랑 계약을..."

그런데 이때였다.

[계약이라니, 무슨 계약?]

유물들이 시치미를 떼기 시작했다.

***

뜻밖의 말에 단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덤 안이라서 유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지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감옥에서 나왔으면 볼일 없지!]

[어디 이 시대에는 예쁜 여자가 얼마나 있나 살펴보러 갈까!]

곧 제우스까지 세상으로 흩어지려고 하자 율리안은 내심 당황했다.

"잠깐! 이쪽의 제시를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러자 제우스가 비웃었다.

[제시? 나한테 그런 여자가 있었나?]

"잠깐만! 이러면 약속이!"

[약속? 한낱 인간 놈과 한 약속이 뭐가 의미가 있겠느냐.]

"뭐?"

[마제스티는 확실히 우리 유물의 주인이다. 하지만 까마귀의 계약자를 마제스티로 섬길 순 없거든.]

[그리고 그놈이 우리의 왕이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느냐.]

[조금은 자유를 즐기고 오마. 꺼내준 건 고맙다! 하하하!]

"젠장!"

당황한 몇몇이 쫓으려고 할 때였다.

주헌이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흐아갸아아아아악!]

[흐와앙아!]

[으아아악!]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유물들이 모두 박살 나기 시작했다.

펑펑펑펑펑!

[뭐냐. 무슨 일...!]

뒤를 돌아보니 올림포스의 유물들이 괴로워하고 있었다.

모두 제우스 신의 아들이었다.

주헌은 같잖다는 듯 웃고 있었다.

"분명 말했을 텐데. 거역하면 네 아들놈들이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주헌의 뒤에는 함무라비 법전이 떠올라있었다.

아무래도 그 사이에 함무라비 계약을 체결한 것이리라.

하지만 제우스는 비웃었다.

비록 감옥에 오랫동안 있어 힘이 약해지긴 했지만 자신들은 최강의 신들이었다.

[그깟 인간의 법전에 쉽게 죽을 내 아들 놈들도 아니다. 뭐 죽여도 상관없고.]

곧 제우스가 도망치려고 하자 주헌이 방긋 웃었다.

"글쎄, 그 아들이 그 아들만 있는 건 아닐 텐데?"

[?]

제우스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곧 주헌의 손가락이 어디론가 향했다.

얼굴을 지나, 가슴, 그리고 다리 사이.

"그 아들까지 잃으면 주신으로서 좀 위험하지 않나?"

[?!]

잠깐, 뭐, 뭐라고?!

주헌이 섬뜩하게 웃었다.

"한 번 해볼까? 네 할비인가 아비인가 때처럼 거길 떼버리면 제2의 미의 여신이 태어날지 어떨지."

[?!!]

곧 주헌이 함무라비 법전을 발동시키려고 하자 제우스는 급해졌다.

[헛소리 마라. 그깟 유물로 주신급을 파괴할 순 없어!]

"응, 나도 그럴 거 같긴 해. 그러니까 한번 시험해보자. 개인적으로 귀여운 여신이 태어나면 좋겠어."

애초에 그리스문화권의 신들을 믿지도 않았던 주헌이었다.

왜?

원래부터 그리스문화권의 신들은 인간과 무척 닮게 그려졌다.

배신도 잘하고 질투도 잘하고.

프로메테우스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나.

'애초에 유물 놈들을 믿을 바에야 내 신사력을 믿지.'

곧 주헌이 가까워지자 드물게 당황한 제우스가 급하게 외쳤다.

[아...니, 잠깐! 소용없대도? 그러니 굳이 시험해보지 않아도!]

"그래, 자식아! 어차피 안 통할 거. 어디 한 번 실험해보자니까!"

아니 그건 아니래도!

곧 주신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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