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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27화 (327/409)

327화. 마제스티의 출현 (2)

물이 똑똑 떨어졌다.

그곳은 대감옥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

그 안에서 까마귀는 이를 갈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까마귀의 무덤에는 수많은 간수들이 들이닥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헛짓을 하려고 해도 소용없다!]

[죽기 싫으면 얌전히 닥치고 있어라.]

까마귀는 눈살을 찌푸리며 검은 날개를 파르르 떨었다.

간수들의 창은 날개를 찌르고 있었다.

그랬다.

주헌과 까마귀의 연결이 일순 중단된 건 이들 탓이었다.

틀림없이 프로메테우스의 명령이리라.

대감옥 안에서 까마귀가 주헌을 돕지 못하게끔.

간수들은 까마귀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왕의 무덤이 열렸을 땐 잘도 분신체를 빼돌렸더구나?]

[그렇게 은근슬쩍 서주헌과 계약하고 말이야.]

간수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용의 형태를 한 간수도 있었고, 안개와 같은 무생물을 한 간수, 인간의 모습을 한 놈들도 있었다.

물론 과거 주헌의 부하들을 잡아먹거나 주헌의 다리를 앗아간 상급 간수들이 대다수였다.

아무래도 구역이 구역인 만큼, 기본이 상급 간수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리라.

곧 그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까마귀를 보았다.

'이 독한 놈.'

까마귀는 그야말로 이중 삼중으로 포박되어 있는 상태였다.

포식하는 입에는 입마개가.

그리고 다리에는 칼로 도려낸 것처럼 툼글리프 문양으로 봉인술식이 거칠게 새겨져 있었고, 거기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다리의 수갑으로도 모자라 몸통과 날개 등 온몸을 꽁꽁 묶고 있는 쇠사슬.

모두 오라를 봉인하는 강력한 유물들이었다.

사실 그래서 더 놀라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 분신을 날려 보내다니.'

자신들이라면 절대 못할 일이었다.

아니 이렇게 무식한 봉인을 당하는 순간, 자신들은 이미 죽었겠지.

아니나 다를까 간수들이 말했다.

[장군. 정말 이놈을 살려둬야 합니까?]

[그래. 숨통은 붙여놓아야 해. 이놈은 마제스티의 비보니까.]

[이놈이 아직 살아 있어서 판도라 시스템 유물이 계속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거고.]

그 말에 까마귀는 붉은 눈을 번득였다.

그 눈빛이 매우 포악했다.

하지만 간수가 이죽거렸다.

[조금만 참고 있거라. 곧 눈앞에 서주헌의 목을 대령해주지.]

그 말에 까마귀는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까마귀는 발광했다.

주헌을 죽이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것일까.

쿵!

곧 엄중한 봉인을 뚫고 흉흉한 오라가 새어나오자 간수들은 당황했다.

[잠깐! 다시 죄어! 빨리!]

[이, 이놈이 미쳤나!]

[무슨 자살행동을!]

간수들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이 멍청한 것! 어차피 네 힘으로는 탈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까마귀는 이를 갈았다.

'프로메테우스부터 일단 처리해야 한다.'

놈은 주헌을 쫓아가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었다.

하지만 놈을 누를 수 있는 건 아마 그 근방에서는 하나 뿐.

힘의 원 주인 뿐이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

프로메테우스 역시 자신의 약점을 알기에 놈에게 향했을 것이었다.

그걸 알기에 까마귀는 눈을 번득이며 포효했다.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왔군.]

어느 무덤 구역에 있던 유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경계부터 했다.

그건 당연했다.

이곳은 간수들 외에는 결코 아무도 오지 않는 감옥.

거기에 간수가 아닌 놈이 나타났다?

[누구냐, 거기에 있는 건!]

하지만 상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계하는 걸까.

그 탓인지 죄수들은 좀 빡친 것 같았다.

[어차피 우린 여기서 나가지도 못 한다!]

[그만한 힘을 가지고 기웃거리는 것도 짜증난다. 당장 얼굴을 드러내지 못할까!]

[보나마나 찬탈자 놈들이겠지만!]

그 사나운 언성에 상대가 황급히 모습을 드러냈다.

찬탈자 아니야, 아니야!

빼꼼 얼굴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동아줄!

동아줄은 똑같은 취급하지 말라며 나름 화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감옥 안의 유물들은 황당해했다.

[뭐냐? 저건?]

[밧줄 아니냐...?]

[왜 저런 게 여기에 있어?]

그랬다.

동아줄은 주헌 일행과 함께 이동중이었다.

독수리의 안내에 따라!

그런데 중간에 간수들을 만나 일부러 흩어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주헌이 모두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누구든 먼저 거기로 가 있어! 프로메테우스 놈이 먼저 가기 전에!'

그래서 열심히 오긴 왔는데.

왜 아무도 없는 거지? 없는 거지?

너무 빨리 온 동아줄은 아무도 없자 안절부절 못했다.

그리고.

여기가 아닌가? 아닌가?

심지어 동아줄은 자신이 길을 잃은 건가,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신급 유물들은 황당해했다.

아니, 죄수도 간수도 아닌 것 같고 힘은 있는 거 같은데 뭔가 어설픈 밧줄로 보이고.

[뭐, 뭐죠 저놈? 신급 오라를 띄고 있는데요?]

[...저딴 게?]

[신급의 품격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데요.]

결국 동아줄이 죄수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이런 사람 못 봤어? 못 봤어?' 주헌의 알몸그림을 보여주자 신급 유물들은 버럭 화를 냈다.

[여기는 그런 장소가 아니다 이놈아!]

[인간이 있었으면 벌써 다 먹어치웠지!]

그 말에 동아줄은 새하얗게 질렸다.

먹었어?! 먹었어?!

동아줄은 재빨리 죄수들의 아가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목구멍에 들어가려고 하자 죄수들은 살의를 풍겼다.

[이 날파리 놈아! 그만 두지 못할까!]

누군가가 동아줄을 위협하려는 순간이었다.

철썩!

엄청난 힘이 죄수의 팔을 쳐냈다.

'!'

그 뿐인가.

화상을 입은 듯, 죄수의 손에 붉은 밧줄 자국이 남아버렸다.

신급 유물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이놈이?!]

심지어 이름 있는 신급 유물을 쳐내다니!

분명했다.

[비보의 힘이다.]

하지만.

[이깟 놈이 어떻게 비보의 힘을!]

동시에 그들은 눈을 번득였다.

[그래, 언노운을 썼구나.]

[그 이치에 맞지 않는 유물을 써서 꼼수를 쓴 게야!]

[그렇지 않으면 이런 힘은 불가능 하지!]

그들은 뭔가를 깨달은 듯 흉흉한 살의를 풍기기 시작했다.

[이 자식, 프로메테우스가 보낸 첩자로구나.]

[확실히. 놈이 아니면 언노운을 못 쓴다.]

[오냐.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오라던?!]

그 말에 동아줄은 씩씩 화를 냈다.

그런 거 아니...!

하지만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채 흉흉한 오라가 동아줄을 덮쳤다.

쿵!

감옥에 갇혀 제 힘이 반감되었어도 그들은 유명한 신들.

동아줄이 혼자 상대하기엔 너무 압도적이었다.

[죽어라! 이 놈!]

곧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인 유물이 눈을 번득일 때였다.

"죽을래? 누가 내 거 건들래."

험악한 목소리와 함께 쿵! 유물이 박살나고 말았다.

[!]

철장 안으로 쑥 들어온 손이 사정없이 유물을 파괴한 것이다!

유물들은 기겁했다.

[누구냐!]

[도대체 누가!]

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동아줄이 날았다.

동아줄은 상대의 얼굴에 폭풍 몸을 비볐다.

그러자 상대는 작은 신음을 흘렸다.

"야, 그만해. 그만 읍."

그랬다.

나타난 건 바로 주헌이었다.

곧 동아줄이 폭풍 얼굴을 비비며 걱정한 듯하자 주헌이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래그래, 까마귀가 없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그만 읍."

뒤이어 단원들도 탄식하면서 나타났다.

한편 주헌의 등장에 안에 있던 유물들은 충격에 빠진 듯했다.

[저 인간은 누구냐.]

[누군데 이곳의 유물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저놈... 설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깊은 감옥 안을 슬쩍 살피며 걸었다.

"음 3등급, 4등급, 2등급, 1등급..."

마치 고기에 도장을 찍는 듯한 눈빛.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찾았다. 특등급."

멈춰선 주헌은 누군가를 보며 히죽 웃었다.

***

주헌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물들은 분노했다.

주헌이 가리킨 것은 바로 자신들의 주신이었기 때문이다.

[특등급?!]

[이놈이 감히 어디서 주신께 고기 취급을!]

하지만 지목을 당한 유물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 까마귀의 냄새가 나는 구나.]

그는 바로 주헌이 찾는 주신이었다.

그리고 그가 같잖다는 듯이 일어나자 단원들은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엄청난 오라다.'

확실했다.

저건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유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 위험해!'

하지만 조금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 주헌은 귀를 후볐다.

"난 이런저런 탐색전 하는 거 귀찮다. 용건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곧 그의 날카로운 눈이 번득였다.

"꿇어라. 거기서 꺼내줄 테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감옥 안에서 분노와 함께 비웃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간 놈이 가증스럽구나!]

[지금 이분이 누구라고 생각 하시는 거냐!]

동시에 거대한 팔이 주헌을 습격했다.

하지만 곧 그 팔은 사납게 튕겨져 나갔다.

[?!]

곧이어 주헌의 지배력이 감옥에 작렬했다.

"말했다. 난 이리저리 간보고 그런 거 싫어한다고."

그건 단순히 허세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건 경고였다.

"난 니들에게 선물을 가지고 온 주인이다. 버릇없게 이빨 드러내지 마."

유물들은 신음을 흘렸다.

[이 힘은...!]

원래도 강하긴 했지만, 특히 주헌의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힘!

[저건 설마 황제의 열쇠!]

[설마 이놈...?!]

동시에 주신이 하하 웃었다.

[건방지구나, 인간. 정말 그걸 다룰 수 있는 것이냐.]

"거기서 꺼내주지. 뭐 나오면 내 노예가 되어야 할 테지만."

그러자 여기저기서 만발이 나왔다.

[저딴 놈의 말을 들어줄 것도 없습니다.]

[까마귀의 계약자입니다! 반역자의 계약자가 아닙니까!]

아니나 다를까 주신이 말했다.

[네 제안이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우리야 안 나가면 그만이다.]

[그래! 인간 놈의 노예라니 이 무슨!]

[그냥 이놈은 무시하죠!]

그 말에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에? 이상하네. 꼭 나오고 싶어질 텐데."

[뭐?]

쾅!

주헌은 자신의 반지에 힘을 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쾅쾅쾅!

그들이 있던 구역의 문이 닫히고 말았다.

"!"

그것도 완전한 밀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리고 주헌이 뒤돌아서면서 입구의 기둥 하나를 날려버렸다.

그러자 모두들 놀랐다.

왜?

"...!"

입구 근처에 뜻밖의 인물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그랬다.

그는 주헌과는 간발의 차이로 늦게 이 구역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차마 제 발로 구역 깊숙이 들어갈 순 없어 입구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저놈, 마제스티의 열쇠로 구역의 문을 잠갔어!'

동시에 놈을 본 유물들은 난리가 났다.

[저 찬탈자아아아아!]

[죽여라!]

쿵쿵!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프로메테우스의 목을 날려버릴 기세였다.

프로메테우스는 심히 당황했다.

'서주헌 저놈이!'

프로메테우스는 다급하게 구역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동시에 감옥 안은 더욱 난리가 났다.

[인간! 당장 이 문을 열어라!]

[당장! 저놈을 족쳐야겠다!]

[당장 문을 열어어어!]

동시에 주헌이 이래도 안 나올거냐며 얄밉게 열쇠를 흔들어보였다.

"자 그럼 이제 골라. 계속 거기 있을지, 아니면 나와서 내 노예가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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