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화. 대감옥의 열쇠 (4)
"어머, 너도 왔어? 근데 여기서부터는 입장료가 필요한데?"
그건 뜻밖에도 간수였다.
하지만 그 여자 간수의 모습에 권혁수는 정말 놀랐다.
아니, 이 여자가 왜?!
권혁수가 놀라는 것도 당연할지 몰랐다.
그곳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진채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데도 권혁수는 실로 당황했다.
왜?
'이 여자는 분명 죽었을텐데.'
그녀가 죽은 건 아주 공식적인 일이었다.
중국은 당황하며 쉬쉬하려고 했지만, 어디 그 충격적인 사건이 사라지랴.
그랬다.
바로 총수 사건 이후, 주헌이 중국에 괴이한 선물을 보낸 것이었다.
'뭐지? 폭탄인가?'
아니, 폭탄이면 차라리 정신은 사수할 수 있었을 것을.
'이, 이게 뭐야!'
그건 바로 진채원의 머리였던 것이다.
그 일에 중국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정말로 이게 그 진채원이 맞습니까?'
무엇보다 목에는 강제로 유물을 도려낸 흔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총수가 기생하고 있던 핵의 위치였다.
덕분에 중국의 권력자들은 거품을 물었다.
'설마 고독 유물을 서주헌에게 빼앗긴 겁니까!'
고독 유물로 사람들을 희생시켜 막대한 이득을 챙기던 중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아니, 그게 어떤 유물인데!'
누구도 진채원이 죽은 것에 대해 슬퍼하진 않았다.
슬퍼하기는커녕 눈에 불을 켜고 고독 유물을 찾아댔다.
'잘 확인해봐라. 이 머리통은 호구왕이 만든 가짜일 수도 있다!'
'놈은 이런 분야에 있어 천재적인 놈이다!'
하지만 설령 이게 유재하의 짓일지언정, 그들은 이미 진채원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왜?
바로 거미의 유물이 주헌에게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거미를 빼앗는 방법은 숙주를 죽이는 것뿐입니다.'
'진채원이 살아있을 수가 없죠.'
덕분에 세상도 난리였다.
[맨해튼 테러의 주동자 진채원, 시체로 발견]
[중국의 절대적 아성이 무너지나.]
[판도라와 쌍벽을 이루던 중국, 이대로 휘청거리나.]
그뿐이 아니었다.
[유물을 둘러싼 거대세력, 서주헌에게로 향하나?]
[그레이브 컴퍼니 주가 상승]
[서주헌, 중국의 유물을 계승하다?]
[거미가 넘어가면서 중국의 유물도 전부 넘어가게 되나.]
중국은 주헌에게 이를 갈았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주헌의 최종 목적은 독식자들이 구성하려는 같잖은 리그를 초박살 내는 것.
그리고 세상의 모든 유물을 제 발 밑에 두고 정신교육을 시키는 것이었다.
지금의 중국 역시 그 과정에 있던 놈일 뿐.
애초에 제대로 유물을 쓰는 놈들이면 건들지도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으니.
어쨌거나 그런 상황인 만큼 권혁수도 부하들을 시켜 조사를 했었다.
진채원이 정말로 주헌에게 당한 것인지.
'하지만 이 여자가 살아있는 낌새는 전혀 못 느꼈는데.'
그래서일까.
권혁수는 진채원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너, 어떻게 살아있지?"
그 말에 진채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살아있기는.
***
며칠 전.
총수를 항아리에 가둔 직후였을 것이다.
진채원은 뜻밖에도 살아 있었다.
원래라면 거미가 숙주를 떠나더라도 주인을 잡아먹고 탈출하지만 지금은 글쎄.
상황이 상황이기 때문이었을까.
'운이 좋았네.'
하지만 그녀는 기뻐하지 않았다.
"이제 중국한테 참수당할 일만 남았군."
도망칠 유물도 없고, 설령 유물을 얻었다고 해도 쫓기는 건 성질만 날 뿐이었다.
그래서 주헌에게 말했다.
"날 죽여줘."
하지만 주헌은 단칼에 거절했다.
"싫어. 내가 왜 굳이 망나니 노릇을 자처해야 하는데?"
어차피 내버려둬도 중국 놈들이 알아서 참수해줄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은 제 유물 놈들 때문이었지만.
왜?
무덤에서 적을 만나 조금이라도 칼을 휘둘렀던 날엔 아주 지랄 발광을 했기 때문이다.
[야야, 서주헌 대박! 오늘 서주헌이 그 새끼 목 자른 거 봤냐?]
[아 진짜 반할 뻔! 서주헌이 인간 주제에 칼은 엄청 잘 써, 근육은 아주 깔끔하게 잘리고 피 뚝뚝 떨어지는 게 대박 이쁘던데!]
[아씨, 인간. 자냐? 자냐고! 이렇게 우리를 흥분시키고 지금 잠이 오냐!]
[꺄오오! 역시 서주헌! 더 죽여! 더 죽이라고!]
[하악, 다음엔 살도 발라내라고 하자! 그리고...]
아오 이 중2병 똥덩어리 새끼들.
조잘거리는 것도 짜증나는데 대화의 내용은 더 혐오였다.
괜히 주헌이 밤마다 잠을 못자는 게 아니리라.
그래서 주헌이 쿨하게 돌아섰었다.
"난 간다. 정 죽고 싶으면 그냥 목 긋고 혼자 죽어."
진채원은 다급해졌다.
"잠깐! 네 손에 죽고 싶어! 그렇게라도 네 기억에 남고 싶어! 어떤 모습이든지 좋아!"
그러자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어떤 모습이든 좋다고?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주헌은 날렵하게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진채원의 목을 찔렀다!
"?!"
피가 튀기고 다들 까무러쳤지만, 진채원은 죽지 않았다.
귀신같은 칼솜씨로 표피를 좀 잘라낸 것이다.
주헌은 웃었다.
"이걸로 넌 나한테 거미를 빼앗긴 거다. 그리고."
주헌은 피가 묻은 칼을 유재하에게 던졌다.
"리얼한 목을 만들어. 그리고 그 피 묻은 칼이랑 같이 중국에 보내."
"그럼 저 여자는...!"
"설마 저대로 보내주시는..."
보내주기는 무슨.
주헌은 웃으며 그녀를 타르타로스로 끌고갔던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간수로 일해. 그럼 때가 되면 소원대로 죽여주지."
"...!"
황당해하는 그녀에게 주헌이 웃었다.
"왜,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누가 들어도 부려먹을 의도였지만 주헌은 뻔뻔했다.
"싫으면 말고. 애초에 난 죽인 사람들을 잘 기억 못해서. 오히려 간수로 일하면 기억에 잘 남을 것 같았는데."
특별하잖아?
그 말에 진채원이 눈을 반짝였다.
"그거! 나 할래!"
기억에 남는 걸로도 모자라 무려 주헌에게 특별하다니!
중국에 쫓기는 것보단 낫다는 판단이었겠지만, 99%는 주헌 때문이리라.
그렇게 진채원은 졸지에 교수에서 간수로 전직하게 된 것이었다.
그 광경에 주헌은 몹시 흡족해했다.
'마침 잘 됐지.'
자신이 만든 타르타로스는 악신 유물들이 폭동을 부리는 곳.
하물며 S급, SS급의 유물범죄자들도 처박을 예정이었다.
누가 그놈들을 지지고 볶고 상대할 간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사황급이면 아주 적당하지.'
적절한 인력배치란 이런 것이었다.
그리고 월급?
그건 더 상관없었다.
"월 1회 밥을 사지. 인센티브는 실적당 데이트 1초."
당연히 미쳤냐는 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진채원은 뜻밖에도 무척 만족해했다.
그거라도 어디냐 싶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현재.
"지금 인센티브 28분 누적했거든?"
그녀는 모처럼 굴러들어온 먹이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권혁수 정도면 인센티브가 상당하지 않을까?
"당신 정도면 인센티브 10시간은 충분히 굴러들어올 것 같은데!"
아니 뭐라는 거야!
그뿐이 아니었다.
[야야, 이놈아. 여기에 들어왔으면 입장권을 내놓으란 말이다.]
감옥 소장 자리에서 으름장을 피우고 있는 건 지렁이였다.
[입장권 없으면 한 천억 원만 주고 지나가던가?]
하지만 생김새가 좀 이상했다.
'황, 황금지렁이?'
지렁이 유물 역시 진화해 있었던 것이다.
곧 그녀가 흉흉한 지배력을 띄며 다가오자 권혁수는 욕을 내뱉었다.
'저 여자가 지키고 있다면 여기서 유물을 빼돌리는 건 무리다.'
어디 그뿐인가.
'마치 거대한 함정 같은 곳이 아닌가.'
인센티브, 인센티브 하더니...
"너 설마 이곳에 적들을 유인해서...!"
"전부 주헌이를 노리는 놈들이야. 그리고 다음은 너!"
아오. 이 미친 여자가!
도둑질을 하러 왔던 권혁수는 다급하게 도망쳤다.
***
그리고 그 무렵.
"오히려 열쇠를 각성시킬 방법을 가져와줘서 고맙다, 자식아!"
대감옥 안에서는 엄청난 오라가 폭발했다.
동시에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커헉!]
[으아아악!]
비명의 주인은 유물들이었다.
그들은 멍멍이 유물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본모습으로 돌아온 이집트 신들이 자신의 군세를 불러 놈들을 찢어발겼던 것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멍멍이 유물들은 단순히 적들의 군세를 막기 위한 방어벽!
진짜 중요한 건...!
'유물 파괴!'
항우의 검은 불러낸 주헌은 단검에 스킬을 실었다.
그리고 인간답지 않은 속도로 유물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하나같이 맹수의 머리를 한 병사이거나, 각종 전쟁에서 이름 좀 날렸을 유물들!
머리가 7개가 달린 이무기가 주헌을 향해 달려들고, 사자가 주헌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헌은 항우의 검으로 놈들의 머리통을 날렸다.
[아아악!]
칼이 지나간 곳엔 유물파괴 반응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유물들은 물건잔해로 흩어지고.
[크으윽!]
그 잔해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주헌이 날았다.
[저쪽이다!]
사방에서 일격이 날아왔지만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동시에 주헌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곳은 적들의 뒤!
푸욱!
주헌은 짐승의 머리통에 칼을 쑤셔 박았다.
누구든지 주헌의 시야에 잡히면 즉사하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그는 그냥 유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크아악!]
그가 노리는 장소들은 모두 유물핵과 관련된 장소!
완전한 유물 죽이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헌이 지나가는 곳마다 벌목을 당하듯, 꼿꼿이 서 있던 유물들이 쓰러져나갔다.
그쯤 되자 프로메테우스는 주헌의 계략을 눈치챈 듯 했다.
"저놈이 감히 유물로 열쇠를 각성하려고 해!"
그랬다.
주헌은 이 무덤에서 제물의 조건을 만족시키려는 것이었다.
'열쇠로 각성시키려면 죄를 짓거나 피의 제물을 바치라고 했었지.'
독수리와 말 놈들은 적당히 인간을 제물로 바치라고 했지만 글쎄.
"피의 제물은 너희들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정없이 유물들이 죽어나갔다.
터지고, 깨지고, 박살나고.
평소라면 자비를 베풀어(?) 유물핵은 내버려뒀겠지만 지금은 자비고 뭐고 없었다.
'굳이 인간을 바칠 것도 없지.'
누구든지 싫어하는 놈을 바치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유물들의 모가지를 따버리면 그만!
굳이 피곤하게 까마귀를 쓸 것도 없었다.
"자, 이 검에 1,000마리의 피를 묻혀주마!"
쿵!
대감옥에서 대학살이 일어났다.
애초에 주헌은 세상에서 유물을 제일 좋아하는 사내였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유물을 가장 싫어하는 사내였다.
[와! 그래! 죽여라! 죽여!]
[저 찬탈자들을 전부 죽여!]
주헌의 기세에 죄수들은 신났고, 프로메테우스의 군세는 주춤거렸다.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저러다가 진짜 주신들의 감옥을 열어버리면!]
[이 근방에 프로메테우스의 천적이 있지 않았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저걸로 정말 열쇠가 각성할 리가 없잖아!]
물론 그런 와중에도 프로메테우스가 하는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저놈은 역시 안 된다!'
저놈은 이 세상에서 제일 마제스티가 되면 안 될 폭군이었다.
결국 그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간수들은 뭐하고 있느냐! 어서 감옥에 처넣지 않고!]
하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주헌의 부하들이 넋 놓고 있을 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크윽!]
[아아아악!]
주헌의 동료들은 주헌의 계획을 눈치챈 듯, 아주 몰아주기를 하고 있었다.
유재하는 고기방패로서 미끼를 자처했고, 다른 단원들이 유물들을 포박해 주헌에게로 던졌다.
그러면 주헌이 유물들을 잘게 다지고!
동아줄은 이빨이 없어 유물들을 썰어낼 수 없으니, 그저 열심히 때렸다.
아니면 유물을 던져 간수들을 기절시키든가.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피의 제물이 1,000개가 되었습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주헌은 웃었다.
[첫 번째로 오만의 유물이 황제의 키로 각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