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화. 대감옥의 열쇠 (3)
[수장님! 서주헌이 사라졌습니다!]
[대감옥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유물들의 군세를 끌고 온 프로메테우스는 아찔해졌다.
주헌이 밭에 있던 대감옥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수장님. 역시 감옥의 입구입니다.]
그들은 땅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는 해골을 보았다.
그건 일종의 워프게이트.
주헌은 이 입구를 이용해 대감옥 안으로 들어간 것이리라.
하지만 그걸 본 프로메테우스는 초조해졌다.
왜?
'이 감옥에는 우리들 외엔 들어갈 수가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려면 그 7개의 키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에 다른 유물들은 침을 삼켰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메테우스가 성화를 냈다.
"설마 지금 서주헌이 마제스티의 재보를 다룰 수 있다는 의미냐?!"
[아닙니다! 그딴 놈이 마제스티는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그랬다.
7개의 키.
7대 무덤 유물로 이루어져 있는 그 열쇠는 바로 마제스티의 보물 중 하나였다.
황제의 요람, 황제의 옥좌, 황제의 서고 등 마제스티의 재보라고 불리는 유물 중 하나.
황제의 열쇠.
세상의 모든 무덤을 열고 닫을 수 있다고 하는 키였다.
물론 지금이야 열쇠의 모습을 하고 있진 않지만...
"그건 오직 마제스티만 다룰 수 있는 키다! 근데 어떻게 서주헌이 저 안에 들어가!"
그러자 유물들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키! 키를 사용한 게 아닐 것입니다!]
[맞습니다! 입구의 봉인이 느슨해져서 들어간 것뿐이겠죠!]
그러자 프로메테우스의 눈초리가 더욱 험악해졌다.
"이 거지 같은 것들이! 감옥의 봉인이 느슨하면 그게 더 문제 아니냐!"
프로메테우스가 아예 유물들을 죽이려고 하자 누군가가 말했다.
[좀 진정해라, 사황급이면 마제스티의 재보를 다룰 수도 있을 테니.]
"!"
그의 옆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젊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 정체는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신급 유물.
"호루스!"
바로 이집트의 태양신이었다.
호루스는 같잖다는 듯이 대감옥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하다하다 고작 인간 놈 하나때문에 벌벌 떨고 있다니.
[잘 들어라. 마제스티의 재보는 어차피 주인도 없이 버려진 상황이야. 적당한 놈이 만지니 운 좋게 반응한 것뿐이겠지.]
프로메테우스는 기가 막혔다.
"이봐, 운 좋다고 될 말이 아니야! 만약 안에서 그 키로 감옥들을 뻥뻥 열고 다니면?! 죄수들을 풀어내면!"
[허,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러려면 열쇠로서 완전히 각성시켜야 해. 마제스티도 아닌 게 각성을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 너무 걱정 마.]
그 말에 프로메테우스는 탄식했다.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기껏 없애버린 마제스티가 다시 부활하려고 하는데.'
그는 옛날의 일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모든 유물은 아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모든 유물은 인류에게 피해를 입혀서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둘째, 첫째 조건을 위배하지 않는 이상, 인간의 모든 명령에 따른다.'
'셋째, 상기 조건을 따르지 않을 시 모든 유물은 사라질 것이다.'
주신들은 그딴 말을 지껄였다.
더 웃긴 건 그 다음에 오는 말이었다.
'우리는 탐탁지 않아도 마제스티를 따라야 해.'
웃겨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탐탁지 않으면 왜 인간을 왕으로 삼나?
'잘 들어라, 까마귀. 우리는 인간을 왕으로 섬길 수 없어.'
애초에 인간이 자신들의 왕이 된다는 발상부터가 웃긴 것이었다.
왜?
자신들은 인간들보다도 더 뛰어났으니까.
그리고 현재.
'힘겹게 마제스티를 없앴는데 또 부활하게 둘 것 같으냐.'
인간들은 이용해먹거나 지배해야 할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서주헌이 설치게 놔둘 수 없지. 당장 그 열쇠를 빼앗아오겠다, 감히 어디서 그걸."
[어쩌시려고요?]
"군세를 빌려와라. 직접 안에 들어간다."
유물들은 정말로 기겁했다.
[무모하십시다! 안에 들어가시는 건 자살행위라고요!]
[저희가 대신 가겠습니다!]
[맞습니다. 행여나 주신들을 가둔 그 구역까지 들어가시게 되면...!]
"닥쳐라, 그전에 서주헌한테서 열쇠를 빼앗고 없앨 것이다."
결국 프로메테우스가 대감옥 안으로 사라지자 부하들이 탄식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서주헌을 신경쓰시는지...!]
[그래봐야 수많은 인간 중 하나일 텐데!]
[마제스티의 열쇠가 그깟 놈한테 반응할 리도 없을 것을!]
***
하지만 정작 그 무렵.
'얘 엄청 쓸모 있겠는데?'
무덤 안에 들어온 주헌은 굉장히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주헌이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7대 무덤의 유물들.
황제의 열쇠였다.
열쇠로서 각성한 건 아니지만 확실했다.
'일순 반응하긴 했다.'
그래서 자신이 이 감옥 안에 들어올 수 있었고.
분명 7개가 함께 모이게 되면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리라.
동시에 주헌은 아까 독수리와 말이 한 말을 떠올렸었다.
'분명 황제의 열쇠라고 했지.'
마제스티의 재보 중 하나라고.
실제로 놈들은 이렇게 지껄였었다.
[그 키는 어떤 무덤도 열고 닫을 수 있는 키잖아! 감옥도 열 수 있을 거라고!]
한마디로 꿀템이라는 의미였다.
각성만 시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 각성 과정이 살짝 문제였다.
왜?
[각성시키려면 각 열쇠와 걸맞는 죄를 짓거나, 피의 제물을 바치면 돼.]
그랬다.
이를테면 나태의 열쇠를 쓰고 싶으면 나태의 죄를 짓든가, 아니면 남을 희생시키면 된다는 의미였다.
뭐 놈들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냥 도시에 불 질러! 콱 1,000명만 죽이라고!]
[아무 놈이나 바치면 된다. 네놈이 제일 싫어하는 놈을 바쳐도 되지.]
'흠, 진짜 재물을 찾아봐야하나.'
그렇게 주헌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단장님. 길은 이쪽인 것 같아요."
단원들은 다들 굳어 있었다.
그건 당연했다.
'까마귀의 무덤에 또 오다니.'
정확히는 이곳 더 깊숙한 곳에 있을 테지만, 어쨌든 같은 감옥인 것은 맞았다.
'잘못하면 그때처럼 죽을지도 몰라.'
'근처에 간수들도 있는 것 같고.'
그들은 침을 삼켰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도 낌새를 눈치챈 건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얘들아."
"네."
다들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무섭지 않으면 거짓이었다.
한 번 죽은 적 있는 무덤이니까.
하지만 자신들은 이번에도 주헌의 옆에서 죽을 것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걱정 안 하셔도 저희 안 도망가요."
"니들 전부 유물 내놔봐."
"네...?"
단원들은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뭐하고 있어? 니들이 가진 재산 죄다 내놔보라고."
"...네?!"
단원들은 기겁했다.
아니 이 인간이 미쳤나!
결국 그들은 간수들이 낌새를 눈치챌까, 소리까지 죽이며 말했다.
"단장님! 설마 이럴 때 까마귀의 리스크가 온 거예요?"
"와 그거 때문에 우리 유물도 맨날 노리더니."
"이 엿 같은 까마귀."
그 말에 까마귀는 매우 억울한지 오라가 꿈틀거렸다.
아니 그야 평소엔 제 리스크가 맞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닌데!'
그렇게 졸지에 모두가 까마귀를 노려볼 때였다.
"칫. 고작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보다."
주헌이 마몬의 유물을 보며 탄식했다.
"뭐, 됐어. 방금 건 농담이야."
"!?"
그랬다.
주헌은 스스로 탐욕의 죄를 지어 열쇠 각성을 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게 해결 되면 순조롭게 죄수들을 빼낼 수 있을 테니.'
결국 빡친 까마귀가 포식의 오라를 뿜어댔고, 미니 곡괭이 마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날 열쇠로 각성시키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비보를 나로 바꿔라. 그리고 내 첩이 된다면 각성할 수 있을...]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몬은 두들겨 맞아야 했다.
어디서 헛소리를 해! 해!
[인간. 그딴 걸로 열쇠가 되진 않는다.]
철썩 철썩!
심지어 드물게 잡아먹힐 뻔한 마몬은 정말 억울했다!
웬 잡것들한테 파트너나 빼앗기고!
[이씨, 됐고! 어쨌든 또 죽기 싫으면 까마귀를 찾아갈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까마귀는 제일 최하층에 있을 테니!]
하지만 이때였다.
뭔가 말하려던 주헌이 다급하게 손짓했다.
"!"
이에 단원들이 번개같이 몸을 숨겼다.
곧 날아다니는 벌레 하나가 지나갔다.
간수 중 감시병이었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날파리지만, 그 정체는 흉악한 괴물.
이 감옥에서 간수들의 존재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걸 잘 알기에 단원들은 침을 삼켰다.
"단장. 우리는 언제든지 단장을 따라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데요. 그래도 역시 이번에도 이 무덤에서 죽으려나?"
단원들의 얼굴에 그늘이 지자 주헌이 웃었다.
"걱정 마라. 그때하고는 전혀 달라."
"!"
"너희들의 실력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지금은 키가 있으니 자유롭게 나갈 수도 있어."
그런데 이때였다.
"가소롭군. 그 키를 정녕 네놈이 사용할 수 있다고?"
"!"
***
목소리가 들린 건 건너편이었다.
마치 대감옥 안은 미로로 된 지하도시라고 해야 할까.
위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기둥이 뻗어 있었고, 아래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협곡이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 협곡에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
그가 나타나자마자 감옥은 난리가 났다.
[크어어어어어!]
[죽여버리겠다, 네놈들을!]
곳곳에 갇혀있는 죄수들의 울음 소리였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같잖다는 듯 벼락을 날렸다.
"다들 닥쳐라!"
그 번개에 같은 층에 있는 유물들은 벌벌 떨었다.
[주신의 번개야, 빌어먹을!]
[저 찬탈자!]
프로메테우스는 이지러진 표정으로 주헌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 열쇠부터 내놔라. 그건 감히 너 따위 놈이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글쎄? 그렇다고 네놈이 쓸 수 있는 물건은 더더욱 아닌 거 같은데?"
그러자 무덤이 난폭하게 뒤흔들렸다.
[뭣들 하느냐, 여기 도둑이 나타났다!]
멀리 있던 간수들이 눈을 번득였다.
그와 함께 바닥의 지형이 바뀌면서 사방이 막히기 시작했다.
감옥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주헌에게 다가왔다.
"어차피 네놈은 그 열쇠를 각성시킬 수도 없다. 저 죄수들을 꺼내서 뭘 해볼 생각인가본데. 네놈들도 똑같이 가둬주마!"
엄청난 번개가 몰아쳤다.
동시에 단원들이 유물을 꺼냈고, 주헌은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가두긴 누굴 가둬.
"오히려 열쇠를 각성시킬 방법을 가져와줘서 고맙다, 자식아!"
곧 엄청난 오라가 폭발했다.
마제스티의 존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려는 순간이었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주헌이는 지금쯤 감옥에 들어간 모양이고."
카리브해의 섬.
권혁수는 몰래 주헌의 섬에 들어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곳에 수많은 악신 유물이 잠들어 있는 걸 알았다.
"거참, 인공 타르타로스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전생의 기억을 일부 찾은 권혁수는 즐거워했다.
'대감옥에는 까마귀와 마제스티의 재보가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그는 대감옥에는 아직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거긴 과거 천하의 주헌도 죽은 장소였으니까.
'뭐 이번엔 다르겠지만.'
그리고 권혁수는 알았다.
주헌이 마제스티의 유력한 후보라는 걸.
왜?
바로 주헌이 툼글리프를 읽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유물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게다가 기억력도 비상하지.'
모두 역태 마제스티의 특징이라고 했던가.
뭐 그래서 과거 독식자들도 주헌을 죽였던 것이지만.
하지만 권혁수는 생각이 좀 달랐다.
'마제스티가 내 아들이 되면, 난 섭정이나 상왕도 될 수 있는 거지.'
오히려 그쪽이 이득이 아닐까?
'하지만 그 전에 주헌이 놈이 이곳에 놓고 간 유물부터다.'
주헌의 지옥(?)에는 총수가 잡아먹었던 유물로 득실득실 할 것이었다.
보는 눈들은 죄다 주헌을 따라갔을 테고.
그걸 몇 개 슬쩍 한다고 해서 티가 날 리도 없으니...
'귀한 것들이 뭔지 난 알지. 전부 다 가져가서 잘 써주마.'
그렇게 그가 슬쩍 건물로 발을 들이밀 때였다.
"으어어어...!"
사방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 권혁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놈들은!'
모두 주헌의 유물을 노리고 온 살인강도들 같았다.
유명한 독식자도 있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어머, 너도 왔어? 근데 여기서부터는 입장료가 필요한데?"
그건 뜻밖에도 간수였다.
하지만 그 여자 간수의 모습에 권혁수는 정말 놀랐다.
아니, 이 여자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