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화. 대감옥의 열쇠 (2)
곧 땅 속에 파묻혀 있던 물질을 본 농부들은 기겁했다.
그건 대감옥의 입구였다.
오승우 일행은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게 사실이냐 정말로."
"우, 우리 잡혀가는 거 아니냐."
그들은 밭에서 발견된 물질을 보고 몸을 덜덜 떨었다.
아니, 자신들은 주헌의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던 것 뿐이었다.
바로 미국 남부.
100만평 규모의 주헌의 농장에서.
물론 주헌의 농장이야 세계 곳곳에 있었다.
사업규모가 꽤 커져서 남미, 호주 쪽에도 커피농장처럼 본격적인 농가가 들어섰으니까.
거기서 신농의 유물, 그러니까 각종 찻잎 유물들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미인차라든가, 회춘차라든가, 만병통치차라든가, 집중력향상, 탈모치료 등등.
그렇게 생산된 물품들이 그레이브 컴퍼니로 들어가게 되었고 말이다.
그리고 오승우 일행은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불로초, 그걸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불로초 농장에서 해골이라니!
"이거 살인 사건 아닙니까?"
"왜 시체가 매장되어 있어!"
그랬다.
그들이 불로초 농장에서 발견한 건 다름 아닌 사람의 유골이었던 것이다.
그건 충격적인 일이었다.
동물의 유골이면 야생동물이 먹이를 저장해놓고 잊어버렸나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기라도 하지.
사람이라니!
"시, 심지어 이거 살해당한 거잖아!"
"네?!"
"이, 이거 보라고!"
머리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게 그 증거였다.
덕분에 오승우 일행은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거 우리가 범인으로 몰리는 거 아냐?"
"네에?!"
겁 많은 그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겨우 짐꾼 과거(?)를 청산하고 농부로서 새 삶을 살고 있었건만.
어찌나 당황했는지 그들은 삽을 들었다.
"야, 다시 묻어! 우리 이거 못 본 거야! 알았지!"
"그, 그래! 묻자! 영원히 묻어버리는 거야!"
그리고 그들이 나쁜 선택을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대장님. 감옥 입구 하나가 인간들에게 발견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사단장 유물들은 감지 유물의 보고에 눈을 부릅떴다.
대감옥은 일종의 이면세계에 있는 무덤.
아직은 대감옥의 일부가 경계를 넘어 삐죽 튀어나온 것뿐이었다.
비유하자면 사막에 삐죽 피라미드 꼭대기가 드러났다고 해야 하나.
7대 무덤 유물들이 슬쩍 힘을 풀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일까.
'내 이놈들을 갈갈이 갈아 뿌려버리리라.'
그렇게 이를 뿌득 갈면서도 그들은 차분하게 프로메테우스를 돕고 있었다.
사실 주헌이 그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이면세계에 처넣으면 되니까.
그런데 바빠 죽겠는데 뭐라고?
[전부 암막을 쳤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그랬는데... 한 곳이... 어떤 농부 놈들이 발견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사단장들은 똥줄이 타들어갔다.
[거긴 또 어떻게 찾아낸거야!]
[설마 서주헌도 거길 눈치챘느냐?!]
[아뇨, 아직입니다.]
그 말에 신급 유물들은 다급해졌다.
프로메테우스가 이 사실을 알면 노할 것이 분명했다.
안 그래도 예민하신 상황이거늘.
[수장님한테는 절대 들키면 안 돼! 서주헌한테도!]
[네!]
[수장님이 눈치채시기 전에 다시 암막을 쳐라. 그리고 그 농부들을 전부 죽여! 우리도 거기로 가겠다.]
[예, 걱정마시죠. 상황이 어느 때인데요. 벌써 선발대를 보내놓았습니다.]
[그 농부들도 살해당하겠죠.]
[참, 세상엔 모르는 게 약인 법도 있는데 말이지.]
유물들이 비릿하게 웃었다.
***
하지만 살해당하기는 개뿔.
"오, 이거 참 신기하네."
정작 선발대들은 주헌에게 작살이 나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주헌의 영양만점 점심식사가 되어버렸다.
"뭐, 맛은 없지만 악신 유물들 보단 낫네."
그랬다.
불로초 농장에는 이미 주헌이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원래는 해골을 은폐(?)하려던 농부 일행이었지만, 일행 중 맏이.
그러니까 오승우에게 두들겨 맞았던 것이다.
'아오 이 바보들아! 이거 어딜봐도 평범한 사람 유골이 아니잖아! 오라가 느껴진다고!'
'어? 그러고보니...!'
'형님한테 알려야 하는 물건이라고! 빨리 흙 안 걷어내!?'
대충 그렇게.
그리고 연락을 받은 주헌은 몇 분만에 미국 남부로 달려왔다.
물론 뉴욕에서 여기까지는 최소 2000km 이상. 비행기로도 몇 시간은 걸릴 거리지만 상관없었다.
궁니르가 있으니까.
권혁수가 궁니르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목표물은 오승우(?) 일행.
그렇게 미사일에 올라타서 날아왔다고 해야 하나.
보통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디 주헌이 보통 인간이랴.
권혁수 노친네가 할 수 있는 걸 자신이 못할 리도 없었다.
뭐, 정작 궁니르는 울려고 했지만.
으앙 난 탈것이 아니라고!
암살무기로서의 긍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너 제정신이야?!"
주헌의 뒤에서 거품을 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부랴부랴 주헌을 쫓아온 주헌 일행이었다.
전화를 받던 주헌은 뭘 들은 건지 단숨에 궁니르를 던졌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궁니르를 탈 생각을 하다니!"
"그럼 어떡해. 늦었으면 이놈들이 유물들한테 먼저 죽었을걸."
아니 선발대에게 죽기 전에 궁니르에게 찔려 죽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놈이 있으니 이제 차는 안 사도 되겠어."
그 말에 궁니르는 울었고, 율리안이 뒷목을 잡았다.
"그냥 사! 유물 차! 무기는 무기로 써야 기능이 퇴화하지를 않지!"
"싫어. 유물차 중엔 만족할만한 게 없다니까."
주헌이 입을 삐죽일 때였다.
"농부들이 발견한 게 이거예요?"
단원들은 발에 파묻혀 있는 해골을 보며 신기해했다.
"어지간히도 깊게 박혀있네."
해골은 마치 자신을 찾아달라는 듯, 목만 빼꼼 내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유물은 아닌 것 같고, 입구 같은 건가요?"
"그래. 아마도 대감옥의 입구 같아."
실제로 주헌은 선발대 놈들을 처리하던 중에 증언도 들었다.
[젠장, 정말 그 대감옥의 입구잖아!]
[서둘러! 저걸 서주헌이 눈치채기 전에 빨리 없애야 한다!]
놈들이 분명 그렇게 외쳐댔다.
'하지만 대감옥의 입구라고 해도...'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거지?
희한한 입구였다.
보통의 무덤 입구는 건축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원부터 시작해서 굴, 맨홀, 실제 무덤, 화장실까지.
그렇게 지상이나 지하에 생긴 무덤과 연결이 되었다.
하지만 해골 어디를 어떻게 들어가야 무덤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아, 혹시 해골은 표지판 같은 거 아니에요? 실제로는 해골 밑에 무덤이 뚫려 있는 거죠."
그 말에 주헌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여기 어디에도 무덤은 안 생겼어."
"그렇다면..."
그들의 시선은 해골을 향했다.
"어쩌면 이 해골은 일종의 워프게이트 같은 거 아닐까요?"
하지만 해골을 만져도, 지배력을 실어도 아무런 반응도 없다.
동시에 생각에 잠겨 있던 율리안이 아차 싶었다.
"그래 키! 그 7대 무덤의 키를 이용하면 이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유재하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열렸으면 이 욕심쟁이 단장님이 아직도 여기에 있을 리가 없죠."
그 말대로였다.
"진짜 타르타로스에 처박아야 하나."
주헌이 힐끔 7대 무덤의 유물을 보자, 유물들은 거품을 물었다.
[그렇게 해도 우리는 모른다!]
[여는 방법까지는 몰라!]
그럴 때였다.
[그, 그러니까 내가 알려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
낯선 목소리에 주헌은 고개를 돌렸다.
소리는 설아의 엉덩이에서 났다.
***
[헥헥, 이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 놈 같으니.]
"?"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아에게 다가갔다.
"다, 단장... 꺄악!"
주헌이 설아의 엉덩이를 콱 움켜지자 다들 화들짝 놀랐다.
심지어 콱콱 주물럭거리자 다들 얼굴을 붉혔다.
"자, 잠깐!"
"야! 서주헌! 무슨 짓이야! 갑자기!"
하지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아이고오오, 짜부러진다 이놈아!]
설아의 엉덩이 주머니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이건!"
낑낑거리며 기어나오는 건 아주 작은 새였다.
크기는 손가락 크기, 생김새는 독수리로 보였다.
그리고 아까 전, 주헌이 날아오기 전에 주헌에게 자신들을 꺼내달라고 해왔던 그 수상한 유물이었던 것이다.
설아는 황급히 제 엉덩이를 만지며 기겁했다.
"이, 이게 언제 여기 숨어 있었지?"
하지만 숨어 있는 녀석은 하나 더 있었다.
[허참, 누가 그놈의 부하가 아니랄까봐 그딴 곳에 숨어 있느냐.]
푸르릉거리며 콧김을 불고 있는 녀석이 하나 더.
크기가 작은 붉은색 말이었다.
놈은 독수리를 나무랐다.
[천박하게 여자 엉덩이나 쫓아다니는 놈의 부하답구나!]
"뭐래, 네놈도 똑같아."
[커헉!]
주헌은 클로에의 가슴골에서 말을 끄집어냈다.
"세상에!"
"뭐, 뭐야. 얘네들은?"
"글쎄, 확실한 건 이놈들도 분신체로군."
그러자 주헌에게 잡혀서 낑낑거리는 그들이 외쳤다.
[그, 그래. 우리는 감옥에 갇혀 있는 주인을 모시는 종들이다! 부디 우리 주인들을 꺼내달라 부탁하러 왔다!]
"오."
[그 키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그럼 무덤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다.]
[이딴 무덤 입구 말고, 다른 입구를 알려주겠다. 부디 우리 주인들의 무덤으로!]
그 열성적인 모습에 멍멍이들이 비웃었다.
[이거이거 가관이로구나. 콧대 높은 너희들이 인간에게 사정을 할 줄이야.]
[심지어 까마귀를 천시하던 네놈들이 아니냐. 그런데 그 까마귀를 가진 우리 주인에게 사정하는 꼴이라니!]
결국 독수리와 붉은 말은 울음을 삼켰다.
[그냥 구해달라는 게 아니다. 분명한 대가는 주겠다!]
그 말에 멍멍이들이 험악하게 이빨을 드러냈다.
[이것들이 그래도...!]
그럴 때였다.
"뭐 있어봐. 기껏 대가를 준다잖아."
[하지만 주인! 이놈들은!]
"됐어."
주헌이 흥미를 가지자 그들이 좋아했다.
[그럼 지금 당장 우리 주인을...!]
[꺼져! 우리 주인부터야!]
그러자 주헌이 눈살을 찌푸렸다.
"쯧, 계약에는 선급금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일을 다해줬는데 모른 척 하면 어떡해?"
그러자 독수리와 붉은 말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받아라!]
처음에 독수리가 꺼낸 건 다름 아닌 몇 명의 여자들과 남자들이었다.
아이돌그룹을 만들면 인기 폭발일 것 같은 꽃돌이 꽃순이 유물들뿐이라 단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자! 절세가인들이다! 우리 주인을 구해주면 이보다 더 많이 주겠다! 취향대로 골라라!]
[여자는 무슨! 재물을 주마!]
말이 꺼낸 것은 입이 떡 벌어지는 금은보화들이었다.
[에잇, 그딴 희소가치도 없는 걸!]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이 온갖 것들을 꺼냈다.
그들은 씩씩거렸다.
[아오! 인간! 난 천하를 쥐게 해주마!]
[아 촌스러워! 요즘 인간들은 그딴 거에 흥미 없거든!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거든!]
[닥쳐라! 남자는 자고로 싸움에서 이겨야지!]
[너나 닥쳐라! 이 고리타분한 놈! 너 같은 인간신이 타는 말 따위가 키에 대해서 알기는 아느냐?]
[안다 이놈아! 키를 사용하려면 일단...!]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떠벌떠벌거리며 싸울 때였다.
"그만하면 됐어. 너희들의 사정은 알겠으니까."
[그, 그럼 지금 당장 우리 주인에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싫은데?"
[뭐 뭐?! 하지만!]
"내가 내키면 그때 구해주마."
[?!]
[이, 인간 놈이 보자보자 하니까 재물을 먹고 튈 셈이냐! 당장 따라와라! 그걸 받은 이상 네놈은 이미 계약을 한 거다!]
"뭐래. 도장 찍었어?"
[뭐?!]
"구두계약은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도록."
둘은 입을 떡 벌렸다.
그러자 율리안이 속삭였다.
"야. 그래도 뭔가 쟤들도 필사적인 거 같은데..."
그러나 주헌은 시큰둥했다.
"시끄러워. 척 봐도 저놈들은 제우스와 관우의 유물을 구해달라는 거야. 관우는 그렇다 쳐도 ㅈ우스는 흥미없어."
"?!"
"게다가 지금 저놈들을 무턱대고 따라갔다가 까마귀 때처럼 다 뒤지면?"
애초에 까마귀를 무시했다는 말도 거슬렸고.
"저놈들도 분신체급이라 흥미 없고."
"그럼 키 사용법은?!"
"지들끼리 떠벌거리면서 다 불었잖아."
율리안이 탄식하자 붉은말과 독수리가 씩씩거렸다.
[네 이놈...! 역시 인간에게 맡기는 게 아니었... 어? 어디 갔지?]
"그렇게 한가하면 거기 뒤에 오는 놈들이나 상대하고 있어라."
[뭐?]
"그러면 좀 생각해보지."
아니나 다를까, 주헌의 농장에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났다.
[주의. 위협적인 유물들의 군세가 나타납니다.]
[주의. 위협적인 유물들의 군세가 나타납니다.]
공간을 일그러트리고 달려온 것은 다름 아닌 프로메테우스와 그 사단장들.
[젠장! 프로메테우스잖아! 튀어!]
[우리가 나왔다는 게 알려지면 곤란하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프로메테우스는 미친 듯이 화를 내며 군세를 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수장님! 서주헌이 사라졌습니다!]
[대감옥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