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화. 대감옥의 열쇠 (1)
판도라 시스템 유물이 미친 듯이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주의. 세계에 이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참히 열리기 시작했다.
주신들을 처박고 꽁꽁 숨긴 바로 그 대감옥이!
프로메테우스의 눈이 떨렸다.
틀림없었다.
보통의 고분현상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하기 짝이 없는 지진.
거의 전조증상이 없었지만 그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감옥이 열렸다.'
감옥의 문이 완전히 열린 건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진작 안에 갇혀있던 놈들이 나와서 자신들을 해코지하려고 들었겠지.
'그 감옥이 모습을 드러낸 거다.'
결코 세상에 나타날 수 없는 그 무덤이!
마치 이면세계 안에 있던 무덤이라고 해야 하나.
현실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감옥의 일부가 세상에 드러났다.
서주헌이 7대 무덤의 유물을 모두 가짐으로써!
"젠장! 이 망할 자식이!"
자신들의 계획을 이렇게까지 방해하다니.
"이렇게되면 그놈들이 또...!"
감옥에 가두어버린 놈들이 나타날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아직 풀려난 건 아니지 않느냐.]
"!"
프로메테우스는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곧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별로 달가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또 왜.'
프로메테우스가 눈을 부릅떴다.
"어머니는 빠져계십시오.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그 짜증 섞인 목소리에 태초의 어머니는 꺄르르 웃었다.
[하지만 이제 너 혼자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이제 그 인간 도둑놈이 감옥의 죄수들을 훔쳐갈 것이다. 그 중엔 네가 싫어하는 놈도 있지.]
"..."
프로메테우스는 이를 갈았다.
감옥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유물 놈들이 있었다.
인간에게도 아주 유명한 인간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싫은 건 한 바람둥이 유물일 수밖에 없다.
[난 널 해하려는 게 아니야. 그 감옥에 있는 놈들은 내 적이기도 해. 그러니 판도라 시스템 유물을 사용하거라.]
그 말에 프로메테우스는 실험관 속의 유물을 보았다.
이놈을 사용하는 건 좋지만, 이건 양날의 검이었다.
'이놈을 굴복시키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인격을 죽이고 단순한 시스템 유물로 전락시키느라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
그래서일까.
"아뇨, 이놈은 안 됩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일단 어머니의 육신을 빌려가겠습니다."
[언노운을 쓰려고?]
"네."
어머니는 시무룩해졌다.
[난 그냥 닥치고 자고 있으라는 이야기구나.]
"대지가 고요해야 씨도 뿌릴 수 있고, 또 거기서 좋은 곡물이 자라는 법입니다."
언노운.
판도라가 비유하는 언노운은,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씨앗'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정체불명의 힘이 담긴 씨앗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 언노운을 어머니, 즉 이 대지의 유물에게 뿌리는 것이다.
그러면 인공적인 유물이 태어났다.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공 유물들이.
물론 괜히 언노운이라고 이름을 붙인 게 아닌 만큼, 어떤 유물이 자랄 지는 모르는 것도 흠이지만.
비유하자면 씨앗이 있긴 한데, 무슨 씨앗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프로메테우스는 그걸 판도라에 쓰거나, 독식자들에게 돌렸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태어난 인공 유물은 진짜 유물에 비하면 굉장히 불안정했다.
게다가 전혀 쓸모없는 기능이 탑재될 때도 있었지만 글쎄.
'때론 신급보다 강한 유물이 나올 때도 있지.'
괜히 마제스티 없이 자신들이 버텨온 게 아니었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유물과 왕급들을 어서 불러라. 서주헌이 그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빨리!"
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
하지만 프로메테우스 못지않게 멘붕에 빠져 있는 인물이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건 바로 마몬.
[어떻게 나만 비보에서 쏙 빠질 수가 있는 거냐아아아!]
카리브해의 섬.
그곳에서 마몬은 피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정말 억울하고 슬펐다.
아니 동아줄이 유물 1,000개를 쓱싹한 것도, 차라리 비보가 된 것은 뭐 그렇다 쳤다.
모든 유물들이 인정하지 못했고 경악할 만한 일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밧줄 녀석이 열심히 해서 비보가 된 거라고 치면 되니까!'
물론 신경도 안 쓰던 녀석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 꽤 아프긴 하지만...
주헌에게 비보 급의 유물이 있으면 결과적으로 좋은 거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인가아안! 나도 비보로 삼으라고오오!]
"싫어."
단칼에 자르는 주헌의 말에 마몬은 울부짖었다.
그랬다.
마몬이 슬픈 건 주헌의 비보가 자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죽하면 주헌이 가진 비보들을 꼬셔서(?) 비보의 자리를 계승하려고 했겠는가.
자격도 나름 충분히 되었다.
신급 유물이었고, 비록 악마의 모습이긴 하지만 흰 까마귀(?)라는 악수의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계승하려고 하기도 전에 주헌한테 발로 까였다.
그러니 억울할 수밖에!
[둘은 되고 셋은 안 되는 건 또 뭐냐! 이 바보 주인아!]
"싫어, 두 마리 만으로도 피곤해."
[으앙, 내 파트너 빼앗겼어어어어어!]
아니 옛날에 최고의 도굴꾼으로 만들어준 게 누군데!
하다못해 까마귀라도 버리라고 했지만 주헌은 듣는 척도 안 했다.
결국 빡쳐서 주헌을 냅다 보쌈해서 납치하려고 했지만 글쎄.
어딜 데려가! 데려가!
[저리 가라, 전 파트너.]
동아줄과 까마귀에게 쌍쌍으로 두들겨 맞았다.
기본적으로 동아줄과 까마귀는 사이가 좋아보였다.
설아는 물끄러미 유물들을 보며 부러워했고 말이다.
'인간은 비보 못 되나. 나도 잘 붙어있을 수 있는데.'
결국 참다못한 마몬이 외쳤다.
[이 바람둥이야! 새 여자들 생겼다고 고무신 거꾸로 신냐! 어?!]
뭐래, 유물 주제에.
하지만 주헌은 코웃음을 치면서도 희한해했다.
왜?
'새 여자들이라고?'
왜 복수형이지?
뭐 동아줄은 그렇다 쳤다.
'하지만 까마귀는 수놈일 텐데.'
까마귀일 땐 어떻게 들어도 목소리가 중년 아저씨였는 걸.
뭐, 아무래야 좋았다.
주헌은 마몬의 찹쌀떡 같은 볼을 밀어냈다.
"좀 짜져 있어. 바쁘니까."
[이 고얀! 옛 은혜도 모르고! 나 진짜 가출할 거야! 가출할 거라고! 새 주인 찾을 거야!]
"그래, 그래. 그러든가. 옛 은혜는 무슨."
자신을 최고의 도굴꾼으로 만들어 준 건, 자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본인의 탐욕 때문일 거면서.
'마몬은 채굴의 악마다.'
즉 유물 주제에 다른 무덤에 들어가 재물을 탐내는 탐욕쟁이였다.
인간이 광산을 캐기 시작한 것도 마몬이 시초라는 말이 있을 정도.
'오죽하면 타천사로 지옥에 떨어졌을 때도 보물이 많다며 좋아했다고 하겠어.'
근데 같은 유물끼리 그러면 도굴꾼 취급 받으며 쌍욕을 먹을 테니까 사이비 인간 고고학자 행세를 한 거면서.
뭐, 귀하의 집에 있는 물건을 연구해보려고 왔소.
대충 그런 식으로 말이다.
"어쨌든 새 주인 찾을 거면 빨리 가라. 난 바쁘니까."
마몬은 거품을 물었다.
[야 이 나쁜 놈아! 나 이래 보여도 7대 죄악 유물이야! 나 없으면 대감옥 문 못 연다고오오!]
그 말에 주헌은 같잖다는 듯 웃었다.
"알 게 뭐야. 문 따위 부수면 그만이지."
[#*$*!]
그 말대로였다.
'감옥을 드러내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이 7개의 유물들로.
나태(네로) - 모든 기능을 정지시키는
색욕(달기/호조사) - 짐승으로 만드는
질투(살리에리) - 동료조차 미워하게 하는
분노(파라오/투탕카멘) - 사리분별을 못하게 하는
오만(나폴레옹/항우/람세스) - 주변을 망하게 하는
탐욕(마몬) - 주변에 남는 게 없는
탐식(고독염매/총수) - 자신을 파멸시키는
물론 대감옥은 이 유물들을 모두 얻었다고 해서 쉽게 드러날 감옥이 아니었다.
유물들이 작정을 하고 숨겨놓은 감옥이니까.
실제로 7대 무덤의 유물들은 대감옥을 여는 것을 거부했다.
왜?
인간들은 몰라도 적어도 자신들에겐 안 좋았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거기엔 인간에게 유리한 놈들도 가득하다.'
괜히 죄인들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주헌은 능청스러웠다.
"원하는 걸 들어주지."
몇 놈은 당근으로 꼬셨고.
[이 등신새끼야! 우리가 죽을 짓을 왜 하냐! 어? 돌았냐? 평생 열려고 해봐라. 우리가 협조를 하나. 우린 나중에 죽기 싫거든?]
'그럼 지금 죽든가.'
몇 놈은 타르타로스에 던져 넣으려고 했다.
'안 그래도 타르타로스의 기능을 시험해볼 유물들이 필요했거든?'
그러자 말을 안 듣던 놈들도 기겁을 하면서 항복했다.
그렇게 대감옥이 일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단장님, 굉장한 유물의 기운이 느껴져요."
대감옥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정확한 위치나 형태는 몰랐다.
'기존의 무덤과는 좀 다르다.'
보통의 무덤은 고분화 징조라는 확실한 징조가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거나 재난이 일어나는 둥.
그리고 그 형태로 피라미드나 거대한 굴, 지하무덤 등 무덤의 형상.
하지만 대감옥이라는 놈은 정형화된 징조도 없었고, 어디에 나타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어디냐. 어디에 나타난 거냐.'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일까, 주헌은 지도를 바라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이때였다.
"!"
주헌의 앞에 낯선 새가 나타났다.
마치 신기루처럼.
그리고 놈이 말했다.
[우리를 부디 꺼내다오. 감옥의 위치를 알려주마.]
***
"어서 움직여라. 이건 비상사태다."
오랜만에 유물들을 소집한 프로메테우스는 다급했다.
거미도 주헌의 손에 잡혀 있는 상황.
프로메테우스는 유물의 총수로서 유물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
"내가 봉인을 다시 할 것이다. 그때까지 너희는 최대한 은막을 치고 있어라. 놈들을 방해해. 알았느냐."
유물들도 다급해졌다.
아니 한낱 밧줄 놈이 비보가 된 것도 재앙인데, 이제는 과거의 죄인들까지 풀어내려고 한단 말인가.
[이건 과거의 죄인들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는 일이야.]
[우리의 존폐가 걸린 문제다.]
[그, 그래도 괜찮습니다. 대부분의 감옥 입구는 급하게 은막을 쳐놨어요.]
[놈들이 거기를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어요.]
그들은 안도하며 급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 무렵이었다.
"아따, 오늘 날씨 덥구만."
땡볕 밑에서 오늘도 열심히 농사중인 오승우 일행은 헉헉거리고 있었다.
햇볕도 좋고, 불로초를 포함한 신농의 찻잎을 재배 중이던 농부 일행은 기분 좋은 땀을 흘렸다.
그런데 이때였다.
"흐아아악! 혀, 형님! 여기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뭐? 뭔데! 지렁이라도 나왔냐? 음식물 쓰레기? 동물 사체라도 나왔어?"
"아, 아씨 그런 거면 차라리 낫지!"
곧 땅 속에 파묻혀 있던 물질을 본 농부들은 기겁했다.
그건 대감옥의 입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