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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21화 (321/409)

321화. 새로운 비보

[동아줄이 승격합니다.]

[비보로 승격됩니다.]

정말 놀랄 만한 메시지였다.

솔직히 주헌조차도 제 눈을 비빌 정도의 파격적인 메시지.

웃음이 터져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비보라고?'

그도 그럴 법한 게,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비보들과 비교하면 저놈은 무생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밧줄 녀석.

그런데 이 무슨.

하지만 그럴 때였다.

으악, 이놈은 뭐냐!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이 밧줄 놈이!

넌 어디 출신이냐! 이 천한 놈이 누굴!

유물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주헌이 고개를 돌렸다.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동아줄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무려 천 마리나 되는 유물들을 포박하고 있었다.

하늘에 뻗어 있는 밧줄이 마치 그물 같았다.

그야말로 유물들의 입장에선 빠져나갈 길 없는 천라지망.

그런데 동아줄을 본 주헌이 제 눈을 의심했다.

'음?'

순간적으로 동아줄의 모습이 사람으로 보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모습은 주변의 경악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단원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대박, 지금 저걸 다 잡은 거야? 진짜로?"

"오, 저 밧줄 역시 사기템이라고 생각했다니까."

"마, 말도 안 돼."

마몬도 경악했다.

[자, 잠깐만. 이렇게 되면...!]

마몬은 황급히 주헌과 동아줄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흡족해하고 있었고 동아줄은 주헌을 발견하고 그에게 날아왔다.

다 채웠어! 채웠어! 신급 1,000개!

무슨 1,000개의 풍선 뭉치를 끌고 오는 모습이라 주헌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여전히 못 알아듣겠지만, 뭐 어떠랴.

"그래 그래, 내 반려로 삼아주마."

단원들은 기절하려고 했다.

"단장! 제정신이야?"

"단장님!"

"와, 사고 쳤네. 난 몰라. 이 유물성애자가 기어이...!"

단원들의 시선에 주헌은 화를 냈다.

"아니, 그 반려가 아니라 비보! 비보는 반려 유물이라고 부르잖아!"

"아... 비보. 아... 네."

그렇게 비웃던 유재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잠깐. 그러면 까마귀를 버리고 동아줄을 비보 삼을 생각이에요?"

그 말에 가장 놀란 건 까마귀였다.

자신을 버리다니!

흠칫한 까마귀는 뒤늦게 유물들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신급 유물들이 어디 그리 흔하랴.

마몬도 답답함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인간, 비보는 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왜?"

[왜긴 왜야! 조건이 안 되니까...]

조건은 무슨.

"쟤 이미 비보 됐는데?"

[?!]

마몬이 급하게 돌아보자 동아줄이 눈을 반짝이며 몸을 씰룩거렸다.

승격했어! 했어!

아주 자랑스럽게 몸을 씰룩였다.

그래 봐야 유물들은 기겁했지만.

이건 이단이다아아아!

[이단아야아아아!]

심지어 단원들의 유물들까지 얼굴을 빼꼼 내밀며 빼애액거렸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신수나 영수도 아니면서...!

그야말로 이건 인류의 기원이 종이컵이었다는 수준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사기 아니냐? 비보인 척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유물들이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없었다.

'진짜 비보의 아우라를 품고 있긴 하니까.'

그것이야말로 비보가 되었다는 증거.

물론 이상한 점은 많았다.

비보가 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비보에게 자격을 승계하는 것.

하지만 동아줄은 신수도 아니었고, 더욱이 자격을 이어받은 것도 아니었다.

비보의 숫자도 정해져 있었고.

'그런데도 비보가 되었다는 건...'

주헌은 의심스러운 듯 동아줄의 냄새나는 몸을 보았다.

'설마 마늘과 쑥 때문은 아니겠지...?'

그도 그럴 법한게 마늘과 쑥으로 인내한 곰은 인간이 되어 환웅의 반려가 되었다.

그리고 유물에게 있어 인간의 반려란 비보였다.

정말 그래서 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총수의 유물들을 붙잡아서인지.

'어쨌거나 모순덩어리 짓만 하는 유물이긴 하군.'

진화할 수 없는 유물이 진화를 하고, 심지어 랭크도 막 건너뛰고 인간을 좋아하고, 총수를 때리고.

마치 세상에 있을 수 없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것 같은 신기한 유물.

'진짜 글레이프니르인가?'

그럴 때였다.

[이, 인간. 정말 밧줄을 비보로 삼을 거냐?]

마몬의 질문에 주헌이 웃었다.

"못할 것도 없지?"

그 말에 단원들이 신이 났다.

"그럼 그 까마귀 유물 저한테 주세요! 나나!"

"야! 넌 피닉스면 충분하잖아. 저한테 주세요. 단장."

"아 뭐래! 나 이제 고기방패 싫거든! 그리고 까마귀로 피닉스를 먹어치우면 완전 멀티 능력자 되는 거거든!"

"하긴, 단장님 유물이면 완전 꿀이지!"

단원들은 까마귀를 몹시 탐냈다.

그러나 정작 까마귀의 오라는 덜덜 떨고 있었다.

마몬만 경계하다가 예상외의 상대에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저항할 수는 없었다.

동아줄은 분명 정식 비보의 힘을 가지고 있었고, 비보 계약을 파기하는 것도 주인의 권한이었으니까.

"자, 그러면."

단원들이 눈을 반짝이고 까마귀가 시무룩해질 때였다.

같이 하자! 같이 하자!

동아줄이 팔짝 팔짝 뛰며 주헌의 머리에 올라탔다.

'!'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동아줄과 비보 계약이 진행되면서 놀라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비보 계약이 추가되었습니다.]

[두 비보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중 비보 사용자가 되었습니다.]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이쿠, 이것 봐라?

그가 황당해하자 단원들이 눈치를 살폈다.

"단장님? 계약해지 안 해요?"

"저기 까마귀는 누구한테..."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꺼져. 둘 다 내거다."

"네?!"

"미쳤다고 이 아까운 걸 주냐."

"네? 하, 하지만 비보는 1인당 한 개..."

주헌은 대답 대신 자신의 쇄골을 가리켰다.

그의 쇄골에는 까마귀와 계약한 증표인 툼글리프 문신이 있었다.

그건 귀속성 유물의 계약증표였지만, 비보와 계약한 증표는 그 형태와 색이 달라 확실하게 구분이 되었다.

그리고 그걸 본 단원들이 입을 떡 벌렸다.

"하, 하나가 더 늘어잖아!"

"뭐? 그럼 비보를 두 개나 가지게 된 거야?!"

그러자 유재하가 이건 사기라며 비명을 질렀다.

"와씨, 치사해! 이 도둑놈! 사기꾸우운! 항상 좋은 건 혼자 다 하지!"

단원들은 부럽다며 울부짖었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뭐냐, 이 버러지 같은 인간 놈은.]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아줄이 잡아온 악신 유물들이었다.

놈들은 동아줄에게 묶여있는 주제에 주헌을 보며 침을 흘렸다.

[빌어먹을 거미 놈한테 해당 된 것만으로도 좋은데 탐스러운 먹이까지 준비해놓다니.]

[기특한 놈. 먹어치워!]

질 나쁜 유물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단원들은 물론, 유물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저 유물들은 다른 유물들도 피하는 똥덩어리 같은 악신 유물들.

보통의 유물들과는 달랐다.

오죽하면 오만의 탑 유물들도 덜덜 떨 정도겠는가.

하나같이 성질 더러운 질병덩어리였고, 인간들을 괴롭히는 재앙덩어리들이었다.

안 그래도 저걸 주헌이 어떻게 감당할 건가 의아했던 것이다.

잡아둬 봤자 존재자체가 암 덩어리라 어떻게 못할 유물들인데.

그래서일까.

[야! 서주헌! 저놈들은 위험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저 똥덩어리들을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하기는.

'좋은 장소를 물색해놨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똥개새끼들이 주인도 못 알아보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개의 비보가 발동했다.

동시에 맨해튼에 폭발 소리가 울려퍼졌다.

곡소리는 덤이었다.

***

[야. 지금 이게 무슨 광경이냐.]

한편 멍멍이 유물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리고 아누비스의 말에 다른 유물들이 말했다.

[그... 감옥이 세워지는 광경인데요.]

그랬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카리브해의 외딴 섬.

멍멍이들의 눈앞에는 괴기스러운 건축물이 세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헌은 지금 일명 타르타로스.

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유물들을 똥개훈련... 아니 돌보기 위한 대지옥을.

아니나 다를까, 유재하에게 건축 지시를 하고 있는 주헌이 오만하게 웃어보였다.

"인간도 죄를 지으면 지옥에 떨어진다. 유물도 나쁜 짓을 하면 지옥에 떨어져야지."

[...]

"한 달이면 주인님이라고 부르게 해주마."

유물들은 덜덜 떨었다.

심지어 주헌의 유물이 아닌 단원들의 유물도 덜덜 떨었다.

'이 자식, 흉악한 유물들을 어떻게 제압하려나 했더니!'

똥들은 똥통에 담아둬야 한다는 건가!

생각해보면 주헌은 계속해서 전 세계의 땅을 사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카리브해의 무인도 역시 주헌이 사들인 수많은 섬 중 하나.

처음엔 인간답게 유유자적 별장이나 세우려고 하는 줄 알았건만.

[아이고오! 설마하니 인간 놈이 지옥을 만들 줄이야!]

[설마하니 잡아들인 유물들로 이딴 걸 만들 생각을 하다니!]

틀림없었다.

[저 교도소는 분명 최악일 겁니다.]

안에 들어가고 있는 재료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아누비스는 바로 화를 냈다.

[이 멍청한 것. 아니다. 내가 놀라는 건 그쪽이 아니다.]

지옥?

그딴 건 이상하지도 않았다.

제 주인은 전 세계의 유물들을 전부 노예로 삼아도 이상하지 않을 인간.

오히려 지금까지 만들지 않은 게 이상했을 정도.

[그, 그럼...]

그러자 아누비스 옆에 있던 오시리스와 세트가 말했다.

[그래. 충격적인 건 이게 우리 화장실이라는 거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요강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건 주헌이 총수를 가둬놓은 항아리...

지금은 요강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주이이이인! 아무리 그래도 놀래키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이게 우리 화장실이라니!]

동시에 아누비스가 거품을 물었다.

[아닙니다! 지금 놀라셔야 할 건 동아줄이 비보가 되었다는 사실이라고요!]

그랬다.

아누비스가 충격을 받은 건 바로 유례없는 비보의 등장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신급이 아닌 놈이 비보가 될 수 있지?]

비보는 왕을 선별하고, 왕을 지키는 왕의 반려.

그런 중요한 자리에 어찌 저런 밧줄이!

하지만 정작 세트와 오시리스는 비웃어댔다.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잖아.]

[쟤라면 총수도 될 거 같은데.]

[아니,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실 때가 아니라고요!]

'안 그래도 까마귀 때문에 14개가 되어 있었는데!'

동아줄 때문에 졸지에 비보가 15개가 되어버렸다.

이건 전례에 없는 일.

[비보들도, 전 세계의 유물들이 이를 인정할 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의 유물들은 기겁하고 있었다.

물론 정작 장본인은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지만.

1,000개 모았어! 모았어!

동아줄은 그저 주헌을 졸졸 쫓아다니며 눈을 반짝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같이 있어도 돼? 돼?

이제 1일이야? 1일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러니 황당할 수밖에.

결국 아누비스가 끙, 미간을 좁혔다.

[주인이 어떻게 나온다 한들, 그래도 이건 유물재판 감이다.]

비보의 권위가 박탈될 수밖에 없었다.

[신급 유물도 아닌데 어찌...]

"신급 유물인데?"

주헌의 말에 아누비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인!]

"왜 니들이 못 알아보는 건지 모르겠는데, 엄연히 신급 유물의 오라를 풍기고 있어."

[...!]

진짜인가.

이딴 게 자신들과 동격이라고?

아누비스는 아까보다도 더 까무러쳤다.

'미치고 환장하겠군!'

***

하지만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는 건 그들이 아니었다.

"거미 놈이 당하다니!"

프로메테우스는 손을 떨고 있었다.

아니 정말로 주헌이 총수의 무덤까지 클리어할 줄은 몰랐다.

어디 그뿐인가.

[총수가 잡히면서, 총수 휘하의 유물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진작 주헌의 손에 넘어갔던 군단장, 사단장인 멍멍이들은 눈치를 보지 않게 되었고 다른 유물들도 주헌을 따라야 하는 거냐고 술렁거린다고 했다.

[이대로면 위험합니다. 시스템 유물이 점찍은 인간들이 마제스티가 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이걸로 7대 무덤이 전부...!]

그랬다. 모든 키가 주헌의 손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 대감옥을 열려고 할 겁니다.]

그 감옥이 열리면 자신들은 끝장이었다.

정확히는 주헌이 그 감옥에 있는 죄인들을 차지하면...!

프로메테우스는 다급하게 판도라 시스템 유물을 보았다.

"이 유물을 놈이 사용하게 둘 순 없다."

[그럼...!]

"아직 시간은 있어."

그건 그랬다.

키를 가졌다고 해서 그 감옥을 단번에 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려 그 대감옥이다. 인간 놈이 열기 쉬운 무덤이 아니야."

프로메테우스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러니 서둘러 내가 시키는 대로..."

그런데 그럴 때였다.

쿵!

"?!"

판도라 시스템 유물이 미친 듯이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주의. 세계에 이변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참히 열리기 시작했다.

주신들을 처박고 꽁꽁 숨긴 바로 그 대감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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