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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19화 (319/409)

319화. 유물의 총수 (3)

동아줄이 뭔가 감지를 한 듯, 황급히 주헌의 뺨을 다급하게 쳤다.

적을 감지한 것일까.

그럴 때 동아줄의 몸에서 미세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동아줄의 몸이 변화하려고 합니다.]

[동아줄의 몸이 변화하려고 합니다.]

주헌은 그 메시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몸이 변화하려고 한다고?

주헌은 자신의 뺨을 치는 동아줄을 바라보았다.

뺨을 친다고 해봐야 남들과 다르게 스펀지로 두들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거나 동아줄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평소와 다르게 번쩍거렸다.

물론 낯선 광경은 아니었다.

한 번은 언제였더라, 동아줄이 B급으로 진화하고 귀속성 유물로 변했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동아줄이 S급으로 진화했을 때였다.

그때도 이런 반응이었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은 딱 하나.

'뭔가 또 업그레이드 하려는 건가?'

하지만 좀 이상했다.

유물은 그냥 변하지 않았다.

특별한 조건을 채워야 하는 만큼, 동아줄도 뭔가 그럴 만한 일을 했어야 했다.

지난 번에도 그러지 않았었던가.

'귀속성 유물로 변할 땐 다른 놈의 지배력을 이겨냈고, S급으로 변할 땐 총수의 뺨을 때렸지.'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주헌은 의아해했지만, 곧 아차 싶었다.

'맞다, 마늘하고 쑥!'

그랬다.

동아줄은 여전히 마늘과 쑥을 몸에 바르고 있었던 것이다!

"너 이 자식, 설마 아직도 포기 안 하고 있었냐!"

그 사실을 인지하자 마늘과 쑥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 같았다.

평소엔 몸에 흡수시킨 후에야 다가와서 잘 몰랐지만, 오늘은 그럴 겨를도 없었던 것이리라.

"이 독한 놈. 제 동족들을 100일 동안이나 갈아서 바르다니..."

그러자 깜짝 놀란 동아줄이 붕붕 고개를 저었다.

보, 복제품이야! 복제품이야!

뭐 아무래야 좋았다.

주헌 역시 처음에는 기대를 했었다.

단군신화에서는 인간으로 변한 곰이 환웅의 반려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주헌도 내심 동아줄이 그 신화처럼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이미 100일도 훌쩍 지났는데.'

복제품이라서 그런 건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래서 메시지도 별거 아니겠거니, 주헌이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였다.

쿵!

무덤의 길이 갑자기 좁아지기 시작했다.

드드득!

마치 창자처럼 생긴 내부가 점점 조여들면서 밀폐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주의. 고독의 함정이 발동합니다.]

[주의. 고독의 함정이 발동합니다.]

확실했다.

이건 자신들을 가둬놓고 이른바 배틀로얄을 시킬 함정이었다.

그래서일까.

"공명아."

율리안의 멱살을 잡은 주헌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죽진 마라."

"뭐, 뭐?!"

주헌은 순식간에 단원들을 집어던졌다.

아직 막히지 않은 구멍으로!

단지.

"아아아악!"

주헌이 내던진 곳은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었다.

덕분에 단원들은 거품을 물 수밖에 없었다.

"아아악! 서주헌 너 진짜!"

"아아아악!"

주헌은 웃었다.

뭐, 동아줄도 같이 던져줬으니 죽진 않겠지.

하지만 총수는 그런 주헌을 비웃었다.

[동료를 빼돌린다고 해서 여길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곧 천장에서 거대한 거미의 팔이 떨어졌다.

그러자 주헌이 눈을 번득였다.

"거참, 거미 새끼가 지지리도 말이 많아."

동시에 거미의 오라와 까마귀의 오라가 충돌했다.

쿵!

거미는 까마귀와 닿자마자 굉장히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마침내 검은 오라가 폭주하듯이 총수의 팔을 삼켜버렸다.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콰직!

[총수의 힘을 일부분 삼킵니다.]

[총수의 힘을 일부분 삼킵니다.]

당황한 총수가 급히 팔을 빼냈지만, 팔은 사정없이 잘려나가 있었다.

팔이 잘린 총수는 굉장히 분노했다.

단순히 팔이 잘린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 까마귀 놈이 진짜 주인도 못 알아보고!]

마치 주헌이 까마귀를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목소리.

아니나 다를까.

[내놔라! 그건 네놈이 다룰 유물이 아니다!]

쾅!

총수는 사정없이 주헌을 낚아챘다.

"큭!"

주헌은 신음을 흘렸다.

마치 척추까지 비틀어버릴 정도의 악력.

하지만 자신을 붙잡은 건 평소의 거미손이 아니었다.

'인간의 손.'

그랬다.

벽과 바닥에서 뻗어나온 건 썩어 문드러지는 인간의 팔!

그 거대한 팔이 주헌을 죽일 듯 휘어잡았던 것이다.

총수는 미친 듯이 분노했다.

[어서 내놔라, 나의 까마귀를!]

쿵! 쿵!

총수는 발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건 당연했다.

'지금 나의 까마귀라고 했어?'

설마 까마귀의 전 주인인가?

하지만 생각하는 것도 잠시, 주헌은 신음을 흘렸다.

[고독의 힘에 노출됩니다.]

뇌리에 들어온 낯선 장면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까마귀 놈이 날 배신하다니!'

'왜 그놈을 택한 거야!'

'인간, 네놈도 유물이 되어라.'

아마도 그건 총수의 기억이리라.

심지어 유물에게 잡아먹히던 기억.

스며들어온 장면은 끔찍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왜?

'역시 이 자식, 인간이었어!'

그랬다.

장면 속의 총수는 분명 인간이었다.

그리고 총수는 고독(蠱毒)으로 탄생한 유물.

고독이란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양에서 쓰인 주술 중에서도 가장 사악하고 잔혹한 주술.

조선시대까지도 사용했다는 저주술.

보통은 독거미나 독두꺼비 등, 생물을 한 곳에 넣은 뒤 배틀로얄을 시켜 고독을 만들어내지만, 때론 그 객체가 인간이 될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를 염매라 하며 고독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고 전해졌다.

원한이 가장 깊으니까.

그러니 흥미로운 것이다.

'인간이 유물이 되다니.'

그런데 그럴 때였다.

"큭."

주헌이 울컥 피를 토했다.

아까 먹어치운 총수의 팔 때문인지, 독기에 물든 것이다.

'젠장, 복어도 아니고.'

아마 내성이 없었으면 즉사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거미는 비틀거리는 주헌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놔라, 내 까마귀! 이 도둑놈!]

곧 거미가 입을 쩌억 벌리며 달려들 때였다.

"그 양치도 안한 입, 당장 안 치워요?!"

분노한 목소리가 작렬했다.

***

주헌은 낯익은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목소리는!'

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파악하기도 채 전에 주헌은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건 당연했다.

[유물이 박살납니다!]

[유물이 박살납니다!]

엄청난 오라의 힘에 의해 유물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총수의 다리가 마비에 걸린 것처럼 주춤거렸다.

그랬다.

주헌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아이린!

그녀는 어찌나 열 받았는지, 드물게 뻘겋게 된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감히 냄새나는 더러운 입으로 주헌 씨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물론 주헌의 유물들도 괴로워했다.

이에 주헌이 슬금슬금 도망치자 아이린이 아차 싶었는지 주헌을 붙잡았다.

"주헌 씨 미안해요! 괜찮아요?!"

아이린의 말에 주헌은 웃었다.

아니 뭐 유물들 빼곤 괜찮기는 한데...

"아이린이 왜 이 무덤에 있어요?"

"네? 당연히 저도 영화관에 있었으니..."

"영화관이요? 분명 오늘이랑 내일 하루 종일 성당에 있을 거라고 조지가 으름장을 놓았는데..."

그 말에 아이린은 어째서인지 굉장히 당황했다.

"아, 아니. 아니 저기 그게...!"

차마 오빠 몰래 성당을 빠져나왔다고는 못할 일이었다.

"자, 잠깐 가족들하고 식사하러 나왔어요!"

"...예배 중에?"

"브, 브레이크 타임!"

"...성당도 그런 거 하나?"

"아, 아무튼! 주헌 씨! 다른 분들, 함정에 빠진 거 아니에요? 빨리...!"

아이린의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함정은 무슨.

"내 부하들 그렇게 능력 없지 않아요."

"네?"

"슬슬 끝났을 텐데."

그의 미소와 함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커허어억!]

갑자기 총수가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무덤이 크게 뒤흔들렸다.

엄청난 지진이었다.

***

"꺄악!"

곧 지진에 아이린이 휘청거리자 주헌이 콱 어깨에 둘러멨다.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에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총수가 먹었던 유물들이 탈출하기 시작합니다.]

[총수가 먹었던 유물들이 탈출하기 시작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무덤에 폭발이 일어났다.

쿵!

총수는 무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분노했다.

[이 자식들이!]

그는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주헌 너 진짜! 다짜고짜 마몬 유물만 남기고 절벽으로 밀면 어떡해!"

동아줄을 탄 율리안이 씩씩거리며 절벽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에 주헌이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쪼잔하긴. 의미 전달만 되면 됐잖아?"

그랬다.

주헌이 율리안과 동료들을 절벽으로 민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무덤을 공략하라.'

총수의 시선은 자신이 끌 테니, 그 틈에 움직이라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움직이기엔 너무 눈에 띄니까.

그리고 주헌은 율리안에게 마몬과 동아줄 유물을 슬쩍 넘겨주었다.

왜?

'마몬은 채굴의 유물이다.'

전생에서는 일부러 고고학자 유물행세를 한 것 같지만, 엄연히 유물을 캐는 악마.

'그리고 총수는 탐식의 유물이지.'

까마귀와 똑같은 포식의 유물이지만, 베이스가 달랐다.

비유하자면 까마귀는 먹어치운 유물을 보따리에 보관하는 개념.

반면 총수는 고독의 유물.

지금까지 잡아먹은 유물들이 놈을 이루고 있는 개념이었다.

그러니까 즉.

'몸을 이루고 있는 유물들을 빼내면 쪼그라든다는 의미지!'

생각하기 무섭게 무덤이 다시 뒤흔들렸다.

쿵! 쿵! 쿵!

[채굴의 악마가 뱃속의 유물을 캐냅니다!]

[채굴의 악마가 뱃속의 유물을 캐냅니다!]

[잡아먹혔던 유물들이 자유를 얻었습니다!]

[자유를 얻은 유물들이 무덤을 뚫고 나가기 시작합니다!]

틀림없이 마몬의 짓이었다.

마몬은 그래 보여도 비보가 될 만큼 능력은 있는 유물!

쿵!

기어이 탈출하려는 유물들이 총수의 무덤을 뚫고 말았다.

총수는 마치 내장이 찢어진 것처럼 굉장히 괴로워했다.

[커헉, 커허억! 내 몸, 내 몸이!]

점점 총수의 모습이 바뀌어갔다.

거대한 거미의 모습에서 두꺼비, 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놈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유물이 하나씩 빠져나가면서 거미의 모습도 점점 작아졌다.

[젠장, 감히 이따위 방법으로!]

총수는 분노하면서 오라를 뿜어댔다.

이에 율리안이 다급하게 외쳤다.

"총수가 도망가는 유물들을 강제로 불러 모으고 있어!"

그러자 주헌이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나와라, 황금궁전!"

주헌은 무덤 밖에 귀속성 유물을 불러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쿵!

[네로의 황금궁전 별장이 생겨났습니다.]

무덤 밖에 탑 모양의 황금궁전이 떡하니 소환된 것이다.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안에서 오만의 탑 유물들이 튀어나옵니다.]

[안에서 오만의 탑 유물들이 튀어나옵니다.]

황금궁전에 대기시켜놓았던 오만의 탑 주민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주헌이 웃으며 외쳤다.

"자, 탈출하는 유물들을 붙잡아라! 한 마리당 월세 한 달치 차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밖의 유물들은 미친 듯이 유물들을 뒤쫓았다.

[쫓아라! 내 월세에에에!]

[저놈들을 잡아!]

좀 약해진 총수가 거품을 물었다.

[이놈이...!]

그러나 주헌은 섬뜩한 눈빛으로 거미를 노려보았다.

"꿇어라. 거미."

쿵!

주헌의 지배력이 폭주하자 거미가 이를 갈면서 몸부림을 쳤다.

인간 출신의 유물이더라도 강한 지배력엔 고통을 느끼는 것이리라.

고통스러워하던 거미가 곧 사라졌다.

"거미가!"

동시에 주헌이 어디론가 향하자 아이린이 놀랐다.

"주헌 씨?"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었다.

"저놈은 이대로 못 가져요."

"?"

주헌은 무덤 어딘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뜻밖에도 바로 근처.

진채원의 앞이었다.

"크, 크윽."

무덤의 한 구석.

총수와 계약했기 때문일까, 쓰러져 있는 진채원은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주헌아...!"

주헌은 괴로워하는 진채원을 바라보았다.

총수의 힘을 약화시킨 건 좋지만, 계약이 풀린 건 아니었다.

즉 총수의 유물을 얻으려면 강제로 계약을 끊어내야 한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율리안이 말했다.

"저 여자를 죽여야 총수 유물을 가질 수 있겠지."

그 말에 진채원이 주헌을 보며 마지막으로 웃었다.

"네 손에 죽는다면 여한 없어. 고통 없이 보내줘."

그러자 주헌이 칼을 뽑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죽었을 때 어떤 마음이냐고 물었었지."

"...!'

곧 칼날이 번쩍이며 주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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