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화. 유물의 총수 (1)
[알려드립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강력한 고분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판도라에서 7대 무덤의 규모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 무렵 전 세계는 난리가 나 있었다.
뉴욕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고분화 현상.
무덤은 뉴욕 맨하튼을 진원지로 하며 미국 동부에 뻗어나갔다.
어찌나 큰 힘이었는지, 그 오라의 힘이 동부를 지나 멀고 먼 서부, 남미.
심지어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 대륙에까지 징조가 느껴질 정도였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늘에서는 때 아닌 물고기 떼들이 떨어졌고.
"꺄아아악! 소들이!"
우리에 갇힌 농장동물들이 광분하며 서로에게 뿔을 박아댔고, 서로를 물어 뜯어댔다.
양식장의 물고기들조차도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물론 그건 비단 동물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야이 새끼, 죽어봐라!"
진원지가 된 미국에서는 난데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극장이며 카페며, 경마장이며, 교회며, 특히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 난리가 났다.
특히 크리스마스이브라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 피해가 컸다.
하지만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그만, 그마아안!"
광폭해진 사람들은 좀비처럼 사람들의 몸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악!"
"사람이!"
마치 좀비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이 뉴욕 맨해튼에 펼쳐져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통상의 좀비들과는 다르게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
사람들은 미친 듯이 폭주하며 날뛰었다.
달리고, 점프하고, 순식간에 옆 사람의 목을 물어뜯고 살점을 씹어 삼켰다.
"꺄아아악!"
그리고 조이는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광경에 몸을 떨었다.
기껏 주헌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나왔는데 이게 뭐람!
사람들은 조이를 밀치며 도망갔다.
"으악! 빨리 대피소로 피해!"
조이 역시 황급히 대피소 쪽으로 달렸다.
이 주변에는 주헌이 만들어 놓은 대피소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때였다.
"잡았다! 인간!"
누군가가 조이를 붙잡았다.
인간에게 빙의한 유물이었다.
"네게서 더러운 서주헌의 냄새가 난다!"
남자는 거칠게 조이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하지만.
"뭐래, 이 등신이!"
뻐억!
유물은 조이에게 뺨을 맞고 날아가고 말았다.
"커, 커헉!"
조이는 굉장히 기분 나빠했다.
"지금 누구한테 더럽다고... 아니 누구한테 오빠 냄새가 난대? 콱!"
결국 조이의 친화력에 당한 유물 빙의 인간은 잘못했다는 듯 낑낑거렸다.
"용, 용서해주십시오, 마님! 다신 안 그러겠습니... 하악, 하악. 더 밟..."
"꺄악! 저리 안 가?!"
조이는 제 발목을 잡는 남자를 콱콱 밟았다.
그리고 그 광경에 누군가가 탄식했다.
"이거 어째 굳이 제가 안 왔어도 됐을 거 같은데..."
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난 건 다름 아닌 단이었다.
진채원과 만나러 가는 길.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헌이 가장 아끼는 단을 보내놓은 것이리라.
그 뒤에는 일리야와 클로에도 보였다.
주헌의 명령이 틀림없었다.
곧 조이가 황급히 주헌의 부하들을 붙잡았다.
"주헌이는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단장님은 아마 무덤에 계시겠죠."
그 말에 조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당연했다.
"이건 보통의 7대 무덤이 아니에요!"
판도라는 무덤의 최대 레벨인 4단계 무덤이라고 했지만, 글쎄.
'기계로 관측할 수 있는 게 4단계인 것뿐이지.'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무덤이었다.
괜히 총수가 만들어낸 무덤이 아닌 것이리라.
'이걸 주헌이가 공략할 수 있다고?'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이게 가능할까?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거 아무래도 공략 못하겠다."
무덤 안에 있던 주헌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주헌의 말에 단원들이 기겁을 했다.
아니 천하의 주헌이 그런 말을 할 정도라니...!
"정말이야? 네가 그런 소리하는 건 처음..."
"아뇨!"
설아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딱 한 번 있었어요. 왜, 우리가 죽었던 그 무덤에서..."
그 말에 단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까마귀 무덤!'
설마 이 무덤이 그 대감옥과 비슷한 급의 무덤이라는 건가!
율리안은 납득했다.
"그래. 총수 유물의 무덤이니까. 오라도 만만치 않아. 네가 공략 못하겠다고 할 만해."
그러자 주헌이 뭔 개소리냐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공략하기 싫다고."
"?!"
그쪽이었냐!
그러나 주헌은 진심이었다.
왜?
누가 총수의 무덤 아니랄까 봐, 무덤의 난이도도 난이도였지만...
"저 거미 놈은 이미 주인이 있어. 새삼 우리한테 과제를 줄 리도 없고, 굴복시키기도 쉽지 않아. 그럼 강탈방법은 하나뿐이잖아?"
까마귀로 포식하는 방법.
"하지만 그랬다간 저 여자까지 함께 먹게 될지 모른다고."
싫을 만도 했다.
그리고 그 말에 진채원은 굉장한 데미지를 받은 듯했다.
아니, 이제 보자보자 하니까 자신한테는 포식 유물조차도 쓰기 싫다는 의미인가!
"서주헌 너 진짜...!"
이때 유재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유물만 골라내서 포식하면...!"
"거미는 기생형 유물이야. 거미만 따로 못 골라먹어."
아니 그보단 같은 포식형 유물이다보니 잡아먹기 곤란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유재하가 황당해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그렇게까지 저 여자를 싫어하세요?"
"오, 미안하다. 네 취향이었구나."
"아뇨! 절대 아닌데요!"
유재하가 정색하자 진채원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어쨌든 저 여자를 싫어하는 건..."
주헌이 뭔가를 답하려고 할 때였다.
쿵!
[무덤의 함정이 발동합니다.]
[무덤의 함정이 발동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주헌의 시야가 변했다.
'!'
갑자기 다친 블랙아웃.
그리고 그 순간, 주헌 일행이 뭔가에 삼켜지듯 사라져버렸다.
지면에서 튀어나온 벌레의 다리가 주헌 일행을 어디론가 끌고 가버린 것이다.
진채원은 깜짝 놀랐다.
'주헌이가!'
그녀가 본능적으로 움직였지만, 총수가 가로막았다.
[헛된 생각 하지 마라. 인간.]
가로막는 목소리는 아주 살벌했다.
[아까의 일은 넘어가주지. 대신 두 번은 없어.]
여차하면 진채원도 죽일 듯한 목소리였다.
[네년이 까마귀를 통해서 뭘 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본인의 입장을 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걸?]
진채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이사님. 판도라 관측 결과, 이번에 나타난 무덤은 역시 중국 측의 무덤이라고..."
들려오는 보고에 프로메테우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거미 놈이다.'
틀림없이 거미 놈이 7대 무덤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서주헌을 막기 위해서.
총수 역시 7대 무덤 유물 중 하나였으니까.
7대 무덤은 대감옥을 봉인하고 있는 키.
그 하나를 자신들이 가짐으로써 절대 그 무덤이 열리지 못하게끔 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미 놈이 나선 이상 예외는 없다.'
놈은 자신과 함께 유물들을 총괄하는 우두머리 중 하나.
함께 주신들을 대감옥에 처박고 수장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만큼 자신들은 강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 까마귀 놈이 있어서.'
매번 자신들을 방해하는 놈.
이제 총수만 차지하면 자신이 있는 대감옥을 열 수 있으니, 지랄발광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불안해진 그가 날카롭게 미간을 찌푸렸다.
"권 회장 쌍쌍놈들은 아직도 연락이 안 되나?"
그 말에 판도라 직원이 당황했다.
"아, 네! 왜인지 모르겠지만 권혁수 회장 쪽은 판도라의 연락을 무시하고 있고, 권태준 회장은 몸이 오시리스의 저승으로 넘어간 이후로는 행방불명이 되어서..."
하물며 권 회장의 머리도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생사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걸 알고 있는 건 서주헌 뿐.
'회장의 머리와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놈도 중요한 인간 중 하나인데."
결국 프로메테우스는 끙 미간을 짚으며 눈앞의 물체를 보았다.
그가 보고 있는 건 거대한 실험관이었다.
그 안에 뭔가가 담겨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판도라 시스템 유물.
그걸 보며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이놈은 아직 안 깨어났지?"
"네."
그 말에 프로메테우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민들 구조는 적당히 하는 척만 해라."
"알겠습니다."
'대감옥이 열리면 너도 나도 곤란해진다. 거미.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라.'
그는 꿈틀거리는 판도라 시스템 유물을 보며 난처해했다.
***
"아악! 오지 마! 난 맛 없어! 맛 없다고!"
함정에 빠진 주헌 일행은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정확히는 유물사용자의 힘을 쭉 빼게 하는 넝쿨이 일행들을 미이라처럼 둘둘 감고 있었다.
"젠장, 유물을 쓸 수가 없어...!"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밑에는 끔찍한 형태의 괴물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벌레 형태부터 각종 설화에 나오는 요괴에 짐승까지.
[맛있겠다. 요놈들.]
[전부 먹어치우자.]
누가 탐식의 유물이 아니랄까봐, 무덤 안에는 걸신들로 가득했다.
물론 대부분은 사람의 얼굴을 한 호랑이였다.
놈들은 중국신화 산해경에서 나오는 사람을 먹어치우는 악수(惡獸). 마복.
그 끔찍한 중국의 괴물들이 주헌 일행을 유물채로 씹어 삼키려고 했다.
물론 같은 상황에서도 유재하는 분노했다.
왜?
"젠장, 이럴 때마저도 단장님은 인기쟁이냐!"
그랬다.
주헌만큼은 여자 요괴들이 달라붙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죄다 굶주린 아귀들이었지만.
[이왕이면 보기 좋은 게 먹기도 좋은 법이지.]
[빛깔도 좋은 게 먹음직스럽잖아.]
설아는 그런 아귀들을 보며 분노했다.
"야이씨! 너희 단장님한테 저리 안 떨어져?! 야!"
지옥왕의 유물만 있었어도 아귀들 따위, 단숨에 지배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동아줄도 분노했다.
저리 안 가?! 저리 안 가?!
주헌에게 붙어 있는 동아줄이 분노하며 여자 아귀들을 철썩 철썩 때려댔다.
하지만 아귀들은 동아줄을 산낙지처럼 아그작 아그작 씹어댔다.
아파! 아파!
낑낑 거리는 동아줄은 무덤 안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물며 그들이 그렇게 잡혀 있는 이유 역시 있었다.
"설마하니 사흉수가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랬다.
지금 그들의 앞에 있는 건 청룡 사신수와 반대되는 신수.
사흉수.
사신수와 다르게 악재를 뿌리고 다니는 신급의 흉수.
그중 하나가 이 무덤의 중간보스처럼 있었던 것이다.
[인간 놈들의 정신은 그다지 맛있지 않구나.]
놈은 주헌 일행의 정신력, 즉 지배력과 친화력을 먹어치웠다.
유물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주헌 일행은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사신과 맞먹는 사흉수가 이 무덤에 있을 수 있지?
"도대체 저 유물 정체가 뭐야?"
그러나 이번엔 율리안도 살짝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공명의 유물을 쓸 수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총수의 존재는 헷갈렸기 때문이다.
그럴 때였다.
"그렇게 어려운 유물은 아닌 것 같은데."
주헌의 말에 단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았어요?"
"무슨 유물인데요?"
그 말에 주헌이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