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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16화 (316/409)

316화. 꿈같은 데이트 (2)

"이제 데이트 끝. 약속은 지킨 거다?"

그는 이걸 노린 건지도 몰랐다.

단원들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단장님이 왜 여기에!'

분명 주헌은 유물로 잠들어 있었다.

틀림없이 푹 잠든 것도 확인했었고.

그런데 어떻게.

'조건이 없으면 쉽게 깰 수도 없을텐데!'

그 어떤 지독한 불면증 환자도 꿀잠을 자게 한다는 유물.

단지 100년은 아니고 100시간 단위로 푹 자게 했다.

심지어 100년 동안 잠든 공주가 늙지 않았던 것처럼, 100시간 동안 몸은 나이를 먹지 않았다.

오히려 독기가 빠지고, 피부는 좋아지고, 회춘했다!

어쨌거나 잠들었을 주헌이 여기에 있다니.

그렇다면 가능성은 딱 하나.

"설마 잠든 척한 것뿐이었어요?!"

그 외침에 율리안이 그럼 그렇지, 하고 소리쳤다.

"그래, 괴물 같은 네가 유물한테 당할 리가 없지!"

"뭐, 덕분에 잘 잤다."

"자긴 뭘 자!"

주헌은 웃었다.

아니 사실 자신도 이럴 생각은 없었다.

좀, 아니 상당히 위험한 걸 알아도 진채원을 만나러 가려고 했었다.

7대 무덤을 모두 모아 까마귀의 무덤을 열어야 했으니까.

그 난공불락, 대감옥을 털면 곤란해질 녀석들이 세계 곳곳에 있으니까.

'그 똥줄 타는 모습을 꼭 내 눈으로 봐야지.'

뭐 그 대감옥의 유물들이 미치도록 탐나는 게 제일 큰 이유였지만.

그래서 감옥의 유물들이 미치도록 탐나는 게 제일 큰 이유였지만.

그래서 감옥의 키를 가지러 진채원과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다, 단장님, 죄송해요!"

주헌의 위에서 숨을 헐떡이던 설아가 수면 유물을 사용했다.

"...헉, 헉. 겨, 겨우 잠드셨다! 단장님! 정말, 정말 죄송해요!"

설아는 자신을 붙들고 무척 미안해했지만 글쎄.

'안 잔다. 요놈아.'

애초에 남자한테 잘 통할 유물도 아니었고.

'날 재우려면 최소 S급은 가져와야 해.'

하지만 그는 일부러 잠든 척했다.

물론 자신이 정말 잠든 줄 알고 동아줄이 낑낑거리며 뽀뽀를 해대서 다른 의미로 고생했지만 계속 잠든 척했다.

설아가 자신을 잠재우면서까지 뭘 하려는 건지 궁금했으니까.

그런데 뭐라고?

"그럼 내가 단장님으로 변신해서 유물을 빼돌리면 된다는 거지?"

어머나, 이게 웬 떡이람.

주헌은 잠자는 척하면서도 히죽거리고 있었다.

뭐 데이트 약속은 자신의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껏 부하들이 신경을 써준다는데.

어찌 부하들의 호의를 무시하랴.

'거절해도 몹쓸 상사지. 암.'

어째 자는 척하는 게 더 몹쓸 상사이긴 하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약속은 지킨 거니까.

무엇보다 부하들 덕분에 진채원을 미행하면서 이런 저런 것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까.

이를테면 진채원이 가진 유물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들을 감시하는 놈들에 대해서.

'덕분에 애매하던 놈들까지 전부 찾아냈어.'

아니나 다를까.

"전부 처리해."

주헌이 눈을 번득이자 그림자에 숨어 있던 죽음의 신 아누비스가 눈을 번득였다.

[심장을 뽑아라.]

그건 고대이집트 언어였다.

[심장을 없애 그 무게조차 닿지 못하게 해라!]

동시에 영화관 근처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아아악!"

몇몇 사람들의 그림자에서 아누비스의 미라병사가 튀어나온 탓이었다.

"아아악!"

미라의 머리는 자칼, 상반신은 탈의.

미라병사들은 단숨에 둥근 칼을 뽑아 적들의 심장을 찔렀다.

푸욱!

"꺄아아악!"

영화관 곳곳에서 사람이 쓰러졌다.

그 숫자만 7명 정도.

그들은 놀랍게도 모두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모두 주헌을 감시하며 암살 기회를 엿보던 킬러들이었다.

그리고 이집트 영혼관에서는 심장이 있어야 사후세계에 갈 수 있는 법.

심장을 빼내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징벌이었다.

주헌은 웃었다.

'이걸로 미행하던 놈들은 다 처리했다.'

일반인들 사이에 교묘하게 숨어 있어 긴가민가했던 녀석들이었건만.

그리고 주헌은 그제야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냈다.

동시에 드러나는 시원스러운 이목구비, 주헌은 진채원을 보며 웃어보였다.

"어쨌든 약속은 제대로 이행한 거다?"

단원들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물론 진채원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약속을 지켰다고? 다른 놈이랑 데이트를 했는데 그게 무슨...!"

"하지만 난 처음부터 내가 하겠다고 한 적은 없는걸."

"...!"

진채원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주헌은 시치미를 뚝 뗐다.

뭐,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거라기보단 계획이 좀 변경된 것뿐이지만.

"그래도 같은 영화관 안에 있었다? 한 방에 있었으니까 같이 데이트 한 거지."

진채원은 눈을 번득였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아니면."

자리에서 일어난 주헌이 진채원의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부터 데이트해도 상관없고."

"!"

그 말에 진채원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물론 설아는 거품을 물었다.

아니,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단장님을 재우려 했는데!

하지만 단장님이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자신도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 설아가 말도 못하고 끙끙거릴 때였다.

"데이트는 됐어."

"!"

진채원이 의외의 답을 내렸다.

그 말에 다른 단원들 모두 놀랐다.

아니 방금 전까지 데이트하자는 말에 좋아하더니?

율리안은 심각해졌다.

"역시 자존심 상한 거 아니야? 재하랑 데이트해서?"

유재하는 정말 서러워했다.

"아니 내가 뭐 어때서! 내가 왜! 나도 다른데 가면 인기 많거든?!"

그리고 주헌은 어쩐 일이냐는 듯 진채원을 보았다.

"데이트를 안 해도 된다고?"

"그래."

진채원이 눈을 번득이며 주헌에게 다가왔다.

"그 대신 더 끝내주는 걸 하자."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채원은 주헌의 얼굴을 콱 붙잡았다.

동시에 주헌의 단원들이 서 있던 땅이 갑자기 푹 꺼졌다.

"!"

그들은 순식간에 밑으로 추락했다.

유물의 힘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밀폐공간이 생깁니다.]

[밀폐공간이 생깁니다.]

진채원은 주헌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원래 데이트의 끝은 이런 거 아니야?"

빡친 진채원이 무섭게 눈을 번득이며 주헌의 입술로 다가갔다.

"그래,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어."

데이트니 뭐니, 괜히 안 어울리는 짓을 했다.

포식의 유물로 먹어치우면 주헌의 유물도, 주헌도 전부 자신의 것이 될 텐데.

그 모습에 밑으로 떨어졌던 남자단원들은 아연실색했다.

"아니, 데이트를 못했어도 그렇지...!"

"아, 난 몰라. 자업자득이야!"

"뭐가 자업자득이야! 이러다가 진짜 단장님이 먹힌다고!"

설아는 황급히 귀신을 잡고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 무렵, 진채원의 입술이 가까워지자 주헌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저리 안 치워?"

그녀의 입을 콱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용건부터 말했다.

"너 7대 무덤의 유물을 가진 거 맞지?"

그 차가운 말에 진채원은 좀 울컥한 듯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은 아니지!

"어떻게 넌 변한게 하나도 없..."

"시끄러워."

주헌이 눈을 번득였다.

"전생의 기억을 좀 가진 모양인데. 나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으면 그 유물부터 거두든가."

"...!"

주헌은 진채원의 위로 흉흉하게 드러난 거미를 쏘아보았다.

거미는 이때다 싶어서 주헌을 잡아먹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잡아먹어라. 잡아먹어라.]

그 징그러운 발과 이빨이 주헌과 그 유물들을 이리저리 씹을 기세였다.

주헌이 같잖다는 듯 웃었다.

"치워. 전부터 거슬렸어 그거."

그러자 머뭇거리던 진채원이 거미를 도로 집어넣었다.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정작 거미는 당황한 듯 했다.

[뭐하는 것이냐.]

진채원이 거미의 힘을 억압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거미에게는 배신인 행동이었다.

***

[지금 뭐하는 짓이야.]

거미는 황당해했다.

반면 주헌은 의외라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시험 삼아서 그냥 던진 소리였는데.

'이게 통해?'

이런 말이 통할 여자가 아닐 텐데.

하지만 그는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나도 너랑 그다지 적이 되고 싶진 않아."

그 말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과거엔 적이었지만, 지금은 또 달라질 수 있는 거지."

살짝 상냥해진 어조에 진채원의 눈이 흔들렸다.

그 어조가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주헌이 뭘 바라는 건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7대 무덤 중 마지막 무덤.

탐식의 유물.

그걸 얻으면 주헌은 7대 무덤의 유물을 모두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7개의 유물은 대감옥을 열 수 있는 키.

그리고 그 안에는 까마귀며 주신급을 포함한 굉장한 유물들이 유배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의 유물을 털면 안 된다.'

자신도 곤란한 유물이 있었다.

자신들의 큰 약점이 될 유물도 그 안에 있었다.

중국과 독식자들에게도.

그리고 총수나 프로메테우스에게도.

그런데 미쳤다고 그 키를 넘기겠는가.

하지만 주헌이 말했다.

"뭐, 싫으면 말고."

주헌이 쿨하게 손을 접자 진채원은 황급히 주헌의 팔을 잡았다.

무의식중의 행동이었다.

그래서 본인조차도 크게 놀랐다.

그렇게 그녀가 혼란스러워하자 거미가 이를 갈았다.

[어서 죽여라. 까마귀를 먹어치워!]

답답해진 그녀가 진채원을 재촉했다.

그녀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 주헌을 바라보았다.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주헌이 귀찮은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뭐 묻는다고 해도 별것 아니겠지만...

"뭔데."

그래도 그는 기다려줬다.

그러자 진채원의 얼굴이 좀 밝아졌다.

전생의 기억을 찾고 나서 그녀는 계속 주헌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다른 게 궁금한 건 아니었다.

딱 하나.

자신은 주헌의 앞에서 목숨을 끊었다.

그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넌 내가 죽었을 때, 조금이라도 슬펐어?"

"..."

주헌은 꽤 뜻밖의 질문을 들은 듯했다.

상당히 의외라는 눈빛.

하지만 곧 주헌이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뭘 묻나 했더니."

그러자 당황한 진채원이 그를 콱 붙잡았다.

"대답해주면, 마지막 키를 주지."

"!"

"마지막 7대 무덤의 유물을 가지고 싶은 거잖아?"

꽤 필사적이었다.

그러자 고민하던 주헌이 답을 해주려고 했다.

"그땐..."

그런데 그때였다.

[지금 뭐하는 것이냐!]

듣다 못한 거미가 폭발하고 말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뭐?

하찮은 조건으로 넘겨서는 안 되는 7대 무덤의 유물을 넘겨?

이건 명백한 배신의 행동.

계약자를 죽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역시 인간은 안 된다는 듯, 거미가 폭주했다.

쿵!

[끔찍한 고분화가 시작됩니다.]

[끔찍한 고분화가 시작됩니다.]

동시에 영화관 전체에 재앙급의 고분화 징조가 일어났다.

천장과 벽에 툼글리프가 떠오르면서 건물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득!

뉴욕의 타임스퀘어 건물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그리고 타임스퀘어를 중심으로 뉴욕 전체가 고분화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갑자기 일어난 고분 현상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맨해튼을 벗어났다.

화려한 전광판과 뮤지컬 공연이 있는 브로드웨이 거리는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이때 밑으로 떨어졌던 설아와 유재하, 율리안이 올라왔다.

"단장님!"

"단장, 이건!"

율리안은 몹시 놀라고 있었다.

이건 평범한 고분화 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7대 무덤의 힘이잖아!"

그 말대로였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던 주헌이 비웃었다.

뭐, 안 그래도 석연찮은 점이 있어서 좀 의심을 하긴 했었다만...

"역시 7대 무덤의 탐식은 총수였던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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