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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11화 (311/409)

311화. 유물의 눈물 (3)

이 노친네 설마.

결국 권혁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혹시 형님, 아킬레스건이 내 딸이오?"

아니라는 말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권 회장은 태연하게 답했다.

[알았으면 제대로 고쳐놔라.]

권혁수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아킬레스건은 TKBM 본사 건물 아니었어?"

그러자 권 회장이 뻔뻔하게 답했다.

[언노운으로 바꿨다.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TKBM 본사 외벽이었는데, 위험하다고 내부로 바꿨다고 했잖아!"

[아니? 거짓말이었다. 아무래도 건물은 언제 어디서 무너질지 모르니까.]

그 말에 권혁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 그래. 그럴 수 있다 쳤다.

아킬레우스 갑옷을 얻고 나서 설정된 권 회장의 아킬레스건은 TKBM 본사.

확실히 건물은 좀 위험한 거 아니냐며, 판도라에 치팅을 요청해보자고 한 건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하필이면 바꾼 게 내 딸이라고?"

권혁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권 회장은 여유로웠다.

[왜. 어때서? 네가 딸을 죽게 내버려둘 리도 없고, 네 실력이면 이 세상 최고의 파수꾼이 아니겠느냐.]

권혁수는 이제 웃음도 안 나왔다.

이거 자신의 실력을 높게 평가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이러면 배신이지."

그러자 권 회장이 같잖다는 듯 대꾸했다.

[배신? 너도 나 몰래 내 회사에 스파이를 심어 놓은 걸 다 안다. 싫으면 내 회사로 딸을 보냈으면 안 되지.]

"...!"

[그리고 기회가 되면 TKBM 본사를 무너트릴 생각을 했겠지?]

권혁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 권 회장의 회사에 사람을 심어놓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스파이라니. 그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정찰꾼..."

[닥쳐라. 어쨌든 이제 알았으면 네 딸을 잘 지켜라. 그게 너도 나도 윈윈하는 길이야.]

"그럼 하다못해 나한테는 이야기 했어야지!"

[내가 널 뭘 믿고? 원래 이런 건 가족한테도 말하지 않는 게 철칙이지 않느냐.]

권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그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이오?"

[뭐?]

권혁수는 원래부터 권 회장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리고 최근, 양 쳰이 가져온 기억유물을 통해서 더 자신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그걸로 뭘 봤는지는 몰라도, 내가 형님의 자리를 빼앗을까봐 두려웠나?"

[...권혁수.]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수십 년의 형제애가 흔들리는 침묵이었다.

하지만 먼저 침묵을 깬 건 권혁수였다.

"뭐 농담이오."

털어내듯 큰 한숨을 쉬던 권혁수는 방긋 웃었다.

"아무튼 형님의 생각은 알겠수. 형님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니 이번엔 넘어갈게요. 나라도 그리 했을 테니까."

[알아주니 고맙구나. 아무튼... 커헉!]

권 회장이 기침을 하자 윤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회장님의 육신을 가져와야합니다. 빨리 머리를 붙이지 않으면 정말 위험...!]

"아아, 알았어. 그건 걱정마라. 형님의 육신은 금방 찾아주지."

그럴 때 권 회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가는 김에, 서주헌. 그 자식한테서 미래 정보도 가져와라.]

"..."

[놈은 나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어. 그게 없으면 또 당할 뿐이야!]

기억이 모자랐다.

전생, 즉 왔어야 할 미래 정보가 서주헌에 비해서 너무 적었다.

놈들은 좀 더 많은 미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멀린이 만든 유물보다 더 대단한.

그걸 빼앗아야 했다.

그러자 권혁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것도 가져오지."

뚝.

권혁수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망할 노친네.'

남의 딸을 인질로 잡아놓고 어디서 심부름질이야?

전화를 끊은 그의 표정은 언제 웃었냐는 듯, 살의에 물들어 있었다.

물론 권 회장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말했듯, 만약 자신의 상황이었어도 권 회장의 딸을 인질로 삼았을 테니까.

자신이나 권 회장이나 똑같은 인간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당해서 기분이 좋다는 건 아니지.'

곧 궁니르를 바라보는 권혁수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

그리고 같은 시각.

[궁니르가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는데 성공했습니다.]

[옆구리를 스쳤습니다.]

[권세연을 찌르는데 성공해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영향을 받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며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권세연이 누구인지 모를 그들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의 말에 다들 경악했다.

"아킬레스건이 권혁수의 딸이었다고? 인간이었어?!"

"그보다 권세연이면 그 노친네 내연녀였던 것 같은..."

"어쨌든 권혁수의 딸로 바꿨단 말이지? 미치고 환장하겠군. 내가 못 찾을 만도 하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죠."

"하긴, 결과적으론 권혁수라는 절대적 보디가드가 생기는 것이니까."

"설마 합의본 걸까?"

그러자 권혁수를 무척 잘 아는 일리야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는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제 딸을 그렇게 사용할 인간은 아니에요."

부하들을 일회용 도구로 삼는 주제에.

제 자식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인간이었으니까.

"그래. 아마 권혁수를 확실하게 제 아군으로 삼을 계략이겠지."

권혁수가 몰라도 보디가드, 알게 돼도 보디가드.

어쨌거나 완벽한 보디가드였으니까.

그것이 주변 인물들을 아낌없이 이용하는 권 회장의 방식이었다.

과거에도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래도 권혁수는 권 회장과 의형제 지간이니까. 이번 일은 납득할 수도 있어."

"뭐, 서로 썩어빠진 인간이라는 걸 잘 아는 인간들이니까요. 판도라와 함께 한다는 공통된 목적도 있고."

단원들은 권혁수와 권태준의 성격을 잘 알았다.

고작 그런 걸로 삐걱거릴 가벼운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주헌만큼은 흥미롭다는 듯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였다.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손에 들어온 거라니까!"

유재하는 무척 좋아했다.

유물이라면 다 좋아하긴 하지만, 특히 무구와 관련된 로망이 있는 그는 팔짝 팔짝 뛰었다.

"지금 당장 복원해서...!"

그가 조각이 된 갑옷으로 다가갈 때였다.

"!"

주헌이 황급히 유재하의 옷깃을 콱 잡아당겼다.

"윽!"

엄청난 속도였다.

곧 유재하가 단원들 쪽으로 내던져짐과 동시에 살벌한 오라가 터져나왔다.

"!"

[아킬레우스의 유물이 고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주변에 툼글리프 문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고분화 현상!"

아무래도 권 회장 머리의 명령인 것 같았다.

마지막 남은 힘으로 주헌 일행을 공격하려는 것이리라.

무덤을 만들면, 함정을 이용해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주의. 무덤이 생겨납니다.]

[주의. 무덤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어디서 같잖은 수를."

쾅! 쾅! 쾅!

주헌은 무덤파괴와 유물파괴로 사정없이 놈을 박살내버렸다.

갑옷은 무척 괴로워하며 쓰러졌다.

이윽고 떠오르는 메시지.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완전 파괴되었습니다.]

[상대와의 계약이 끊겨버렸습니다.]

[불사의 기운이 사라집니다.]

그 메시지에 주헌은 권 회장의 알몸을 콱 즈려밟았다.

그러자 목이 없는 권 회장의 몸통은 거칠게 몸부림을 쳤다.

아무래도 이래야 고통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칼을 쿡쿡 찌르자 권 회장의 몸통은 죽으려고 했다.

다만 누구는 기겁했다.

"뭐, 뭐야! 왜 갑옷을 벗겼는데도 왜 아직 살아 있는 건데!"

왜긴 왜야.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놈도 비보 짝퉁을 가지고 있으니까."

비보는 사용자를 초인으로 만들어 준다.

쉽게 말해, 유물 전쟁 통에서 쉽게 죽지 않도록 해야 하나.

하지만.

"생명력을 강화시켜주는 거지, 불사로 만들어주는 건 아니라."

콱!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쉽게 말하면 과다출혈로 죽는다고 쳤을 때, 보통 인간이 1분 만에 죽는다면 비보를 가진 인간은 1시간은 버틸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골든타임이 늘어나는 것이다.

즉 권 회장 역시 갑옷이 벗겨졌어도 잠시간은 더 살아있을 수 있다는 소리.

단.

'지금쯤 끔찍한 고통은 느끼고 있겠지.'

고통을 못 느끼게 하던 갑옷이 사라졌으니까.

"그, 그럼 이대로 죽게 내버려둬요?"

곧 주헌이 권 회장에게 다가갈 때였다.

쉬익!

갑자기 창문을 향해 뭔가가 날아왔다.

엄청난 속도였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궁니르!"

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궁니르였다.

주헌은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날아오는 궁니르를 확 낚아챘다.

그리고 봉술을 하듯이 휙휙 돌리며 울부짖는 궁니르를 멈춰 세웠다.

단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난 또 뭐가 날아왔나 했네."

"뭐, 궁니르만 날아온 것 같진 않지만."

"네?!"

아니나 다를까, 밖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걸 누가 보냈나 했더니, 네놈이 보낸 거였냐?"

궁니르를 붙잡고 날아온 건 권혁수였다.

***

"!"

그 낯익은 목소리에 주헌 일행은 바로 경계하고 들었다.

아니 누가 왔나 했더니, 이게 무슨!

주헌 일행은 권혁수를 보자 바로 유물을 꺼내들었다.

"저 노친네, 설마 궁니르를 타고 온 거야?!"

궁니르의 속도는 보통이 아니었다.

거의 미사일에 필적하는 걸 타고 날아오다니!

하물며 권혁수는 지금 한국에 있었던 것이다.

태평양을 건너 날아오다니!

유재하는 경악했다.

"역시 인간이 아니야...!"

"니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다."

주헌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권혁수는 눈을 부릅뜨며 주헌을 쏘아보고 있었다.

"네놈이 내 딸을 노린 거냐."

제 딴엔 아버지라고 부하들이 죽는 건 신경도 안 쓰는 주제에, 딸은 굉장히 아끼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권혁수의 지배력이 흉흉했다.

"말해봐라, 네놈이 내 딸을 노렸느냐고."

권혁수는 바로 자신의 유물을 소환했다.

바로 그가 장애왕이라고 불리게 하는 주력 유물이!

동시에 소름끼치는 오라가 방안을 휘감았다.

그의 유물 탓인지, 방안에 있던 물건들이 주르륵 녹아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위험한 오라는 권혁수가 잘 드러내지 않는 사황의 힘.

하지만 주헌은 태연했다.

"나도 몰랐지. 권 회장의 아킬레스건이 당신 딸인 줄 누가 알았겠어."

"진심이냐?"

"댁이 타고 날아온 유물이 뭔지는 이미 눈치챘을 텐데?"

그러자 권혁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궁니르.'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말했다.

"난 그냥 아킬레스건을 노리라고 했을 뿐이야."

잠시 생각하던 권혁수는 납득했다.

뭐, 자신도 몰랐던 아킬레스건을 이놈이 알았을 리는 없긴 했으니까.

그래서일까, 권혁수가 코웃음을 쳤다.

"일단 형님의 몸을 내놔라."

그러자 주헌이 웃었다.

"그래, 가져가든가."

"?!"

단원들은 식겁했다.

"줘도 돼요?!"

"단."

주헌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쿵!

갑자기 지진과 함께 권 회장 몸통의 밑에 싱크홀이 생겼다.

그리고.

[오시리스가 지옥의 문을 엽니다.]

[오시리스가 지옥의 문을 엽니다.]

싱크홀에서 흉흉한 검은 폭풍이 솟아올라왔다.

'!'

그건 권혁수에게 아주 낯익은 광경이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몇주 전에 저기에 있다가 빠져 나온 것이 아닌가!

그리고.

권 회장이 그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형님!"

권혁수는 주헌을 쏘아보았다.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가져가, 얼마든지. 이미 한 번 가본 곳이니까 지리는 훤할 거 아니야."

저 자식이.

권혁수는 열 받았지만, 그의 말대로였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이집트의 지옥.

거기서 권 회장의 몸뚱아리를 찾아서 나오는 건 식은죽 먹기였다.

그래서 심술을 부리는 것 치고는 꽤 강도가 약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런데 그때였다.

"네 딸, 큰 상처는 아닌 것 같지만 다치긴 다쳤지?"

"!"

주헌은 가볍게 웃으며 뭔가를 흔들어보였다.

연고로 보였다.

"무기 유물에 당했을 때 쓰면 좋을 연고야. 비보로 만든 특제품이지."

그렇다.

그건 클로에가 만든 물건이었다.

클로에의 비보는 유니콘.

유니콘의 뿔로는 온갖 치료 유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권혁수는 그걸 보며 같잖다는 듯 웃었다.

"그걸 가지고 날 협박하는 거냐."

"아니? 약으로 협박하는 취미는 없어서."

"!"

주헌은 쿨하게 연고를 던져주었다.

"독은 안 탔으니까 걱정 말고."

"...!"

이 자식 무슨 꿍꿍이지.

왜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지.

하지만 주헌은 이제부터 본론이라는 듯 말했다.

"보아하니 댁도 권 회장의 아킬레스건에 대해선 몰랐던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주헌은 웃으며 말했다.

"권 회장이 정말 신뢰할 만한 사람일까?"

"뭐?"

주헌은 설아가 심어놓은 귀신으로 놈들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했다.

안 그래도 권혁수는 미래 정보를 권 회장이 독식하는 터라 불만이 많았다.

그의 성격상, 그걸 알고 싶어한다는 걸 주헌이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일까, 주헌은 까마귀의 눈물을 눈앞에서 살랑 살랑 흔들어보였다.

"보나마나 그 노친네가 나한테서 미래 정보도 가져오라고 했지?"

"!"

"하지만 이걸 가져가면 이 정보는 또 권 회장이 다 독식하겠지."

"...!"

"그러니까 골라. 이대로 권 회장의 몸을 구하러 가든. 아니면 나와 손을 잡든."

적의 적은 동료라고.

주헌의 이간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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