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화. 유물의 눈물 (2)
"자, 그러면 실험을 해보실까."
동시에 주헌이 창을 내리찍었다.
그리고 주헌이 노린 곳은 하필 권 회장의 다리 사이!
그리고 그 창이 다리 사이를 후벼파려는 순간!
번쩍!
버둥거리는 권 회장의 몸에서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그건 권 회장의 몸에 있던 유물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아킬레우스 유물이 무시무시한 위협을 감지했습니다.]
[아킬레우스 유물이 무시무시한 위협을 감지했습니다.]
[다급하게 방어 모드로 들어갑니다.]
[갑옷에 씌인 버프효과가 발동합니다.]
[버프 - 암살형 무기에 대해 추가 방어력 증가.]
[버프 - 신급 무기에 대한 저항력 증가.]
하지만 주헌은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방어 유물이면 이쯤은 돼야지!"
마침내 파괴하려는 창과 그걸 막으려는 방패가 무섭게 충돌했다!
쿵!
"꺄아악!"
그 무시무시한 충돌의 힘에 단원들은 튕겨져 나갈 뻔했다.
충돌로 생긴 바람은 주변의 사물을 죄다 박살 낼 정도였다.
심지어 유물들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유재하가 거품을 물었다.
"단장님! 잠깐! 잠깐! 테스트도 좋은데! 이 주변 다 망가진다고요! 호텔 주인 운다고요!"
어째 호텔 주인보다는 본인이 더 울 것 같지만.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뜬 주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밖으로 나가지 뭐."
주헌이 버둥거리는 권 회장을 끌고 나가려고 하자 단원들은 더 기절했다.
"목도 없는 걸 들고 어딜 나가려고! 신문 1면에 실릴 일 있냐!"
"아서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엽기적인 일로 함께 기사가 실리고 싶지는 않았다.
동시에 유재하가 외쳤다.
"얼마 전에 너 단장님한테 보너스 받았잖아! 뭐해! 이러라고 주는 거지!"
그 말에 일리야가 비명을 질렀다.
"뭐? 그거 공돈 아니었어?!"
"어유! 단장님이 꽁돈을 줄 리가 있냐! 어서 일해 짜식아!"
결국 일리야가 입을 삐죽이며 마법서 유물을 소환했다.
[레메게톤(솔로몬의 작은 열쇠) 3장- 시간을 다루는 천사들 (SS급-신급/귀속성)]
일리야가 가진 몇 개의 마법서 유물 중 하나였다.
쉽게 말하면 시간을 다루는 신비한 마법서였다.
단원들이 가진 유물 중에선 가장 오컬티즘에 가까운 유물.
그리고 그가 유물을 발동하자 방 전체에 빛의 결계가 쳐지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간의 시간이 회귀하기 시작합니다.]
[공간의 시간이 회귀하기 시작합니다.]
"단장, 이제 테스트해도 돼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다시 휘둘러지는 궁니르!
쿵!
그 엄청난 오라의 충돌에 단원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애초에 이런 미친 오라의 충돌에서 태연할 수 있는 건 주헌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주헌 못지않게 결과가 궁금했던 그들은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러나.
"뭐, 뭐야!"
"머, 멀쩡하잖아!"
그들은 눈앞의 광경에 까무러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그렇다.
주헌이 급소(?)만을 노리고 푹푹 거기만 찔러댔으나, 놀랍게도 권 회장의 몸은 멀쩡했던 것이다.
엄청난 방어력이었다.
물론 정작 권 회장 몸뚱아리는 죽으려고 했지만.
얼굴은 없으니 말은 못하고 그저 데굴데굴 굴렀다.
막강 갑옷 탓에 상처는 없었지만, 노리는 부위가 굉장히 수치스러운 모양이었다.
결국 단원들이 나섰다.
"어디 이래도 안 통하나 보자! 단장님, 이거 빌려가요!"
유재하가 항우의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찌른 곳은 바로 엉덩이!
푸욱!
그러나 엉덩이만 필사적으로 감쌀뿐, 여전히 멀쩡한 모습에 단원들은 기겁을 했다.
그리고는.
"그래 어디 해보자, 이놈아!"
오기가 생긴 단원들이 자신들의 유물을 총동원했다.
쿠르르릉!
콰가가각!
그렇게 실내에서는 사나운 번개가 내리치고, 칼들이 몸부림을 치고!
권 회장의 육신은 몹시 괴로워했다.
그래 봐야 주헌은 몹시 즐거워했지만.
[아킬레우스 갑옷이 더욱 단단해집니다.]
[아킬레우스 갑옷이 더욱 단단해집니다.]
"역시 노친네, 좋은 방어구를 가졌다니까."
뭐 예상을 못한 건 아니었다.
아킬레우스 갑옷은 S급이지만 유명세 때문일까.
능력치는 무려 신급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어중간한 무기로는 놈의 육신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최상급 방어 유물군!
특히 물리방어에서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그리고 그 막강한 갑옷에 단원들은 굉장히 난처해했다.
"어쩌죠? 전혀 부서질 생각을 안하는데?"
그러나 주헌은 웃었다.
"오히려 이정도로 부서지면 곤란하지."
"네?"
"테스트는 종료. 이제 저 갑옷을 박살내야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이 궁니르에 제대로 된 지배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궁니르는 거칠게 저항했다.
'확실히 벅차긴 하군.'
주헌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쓰기 시작하자 미친 듯이 기운이 빨려들기 시작했다.
멍멍이 유물들도 리스크와 체력소모가 심한데, 궁니르는 훨씬 더 정신력을 먹어치우는 타입인 것 같았다.
하지만 갑옷은 박살 내야 했다.
단순히 방어 유물이 탐나서가 아니었다.
'지금의 권 회장은 고통도, 죽음의 공포도 못 느낀다.'
불사신의 유물을 가지면 죽음에 초연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놈도 우리와 같은 고통을 체험해 봐야 한다.'
권 회장도 그 까마귀의 무덤을 겪어봐야 했다.
그 아픔과 공포를.
사람을 짐승 이하로 퇴화시키던 그 공포를!
다른 건 몰라도 부하들이 흘린 눈물만큼은 뼈저리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건 그 최소한의 무장해체 과정.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 부서지는데 어떻게! 벗길 수도 없잖아요!"
"기름이라도 덕지덕지 쳐 발라야 하나?"
어떻게 하긴.
"너희도 알다시피 아킬레스건을 찌르면 돼."
"!"
아킬레우스의 갑옷의 약점은 당연히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전생에서도 아킬레스건은 못 찾았잖아!"
"다리 힘줄을 자르면 그만 아냐?"
일리야의 태평한 말에 유재하가 화를 냈다.
"아오!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 그렇게 뻔하게 부서지면 S급 유물이겠냐!"
그랬다.
아킬레우스 유물의 약점은 단순히 발에 있는 힘줄이 아니었다.
사용자에 맞게끔 예상하지 못한 약점이 생겼다.
'즉 권 회장만의 아킬레스건이 존재하는 거지.'
보통은 사물이나 장소였다.
하지만 10년 동안 함께하면서도 아킬레스건은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건 도무지 찾을 수 없었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명이 조차도 계속 헛다리를 짚어댔다.
결국 그럴 듯한 장소를 다 찔러봤지만 전부 실패.
괜히 주헌이 10년 동안 권 회장의 약점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아킬레스건을 어떻게 찾으려고...!"
주헌은 대답 대신 웃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간, 권 회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커헉, 커허억!"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권 회장의 머리는 몸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대충 일어나는 상황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자식들이 도대체 내 몸으로 무슨! 커헉!"
수치도 이런 수치는 없었다.
"도대체 어디를 찌르는 거야!"
그리고 옆에 있던 사위 윤시우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만에 하나 갑옷이 파괴되기라도 하면!"
"멍청하긴. 그게 가능할 거라고 보나?"
그 말에 윤시우는 간악하게 웃었다.
하긴 공학팀이 얼마나 고생을 해서 권 회장의 갑옷을 업그레이드 해줬는데.
"지금 그 갑옷을 파괴하려면 아킬레스건을 노리는 수밖에 없죠. 하지만 놈들이 그걸 알아차릴 리도 없고."
그래서 육신을 빼앗기고도 그렇게 초조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그러니 헛수고야."
좀 수치스러워도 상관없었다.
'조금만 견디면 내 몸을 찾아올 수 있다.'
부하들을 시켜서 이미 몸의 탈환 작전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커헉!"
갑자기 권 회장이 피를 토했다.
그 모습에 윤시우가 당황했다.
"회, 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피를 토한 권 회장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회장님!"
윤시우는 다급하게 권 회장에게 달려갔다.
권 회장은 충격을 받다 못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그건 당연했다.
"갑옷이... 내 갑옷이 위험하다!"
"회장님?!"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권 회장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당장, 당장 전화를 가져와!"
확실했다.
놈이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눈치챈 것이다.
그 누구도 알 리가 없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그리고 그 시각, 주헌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눈앞에 뜬 메시지 덕분이었다.
[궁니르가 아킬레스건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그렇다.
주헌은 엄청난 지배력을 실어 궁니르를 날려보낸 것이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궁니르는 어떻게 던져도 노린 건 반드시 명중시키는 신창!
그걸 잘 알기에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자, 궁니르! 놈의 아킬레스건을 노려라!'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적의 아킬레스건이 찔렸습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권 회장의 몸에서 번쩍 빛이 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권 회장이 입고 있는 내복에서!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마침내 권 회장의 갑옷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예사롭지 않은 광경에 단원들이 기겁했다.
"뭐야, 진짜 아킬레스건을 맞춘 거예요?!"
"어디, 아킬레스건이 어디였는데!"
율리안도 무척 궁금해했다.
하지만 주헌도 꽤나 의외라는 눈치였다.
[궁니르가 두 번째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노렸습니다.]
두 번째?
그 단어에서 주헌은 눈을 번득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 인간, 아킬레스건을 바꿀 수 있는 건가?
가능성은 컸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하의 공명이가 제시한 약점이 다 틀릴 리가 없었다.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알겠다. 이러니 매번 추측이 틀렸지.'
애초에 아킬레스건은 사용자의 약점이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가장 약점이 아닐 것 같은 장소로 아킬레스건을 매번 옮겨타버린 것이다.
그건 일종의 치팅.
하지만 문제는 궁니르가 찔렀다는 이번 아킬레스건이었다.
"허. 이게 그 노친네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이 인간 돌았네?"
"뭐? 도대체 뭔데!"
뭐긴 뭐야.
주헌은 메시지를 보며 흥미로워했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권혁수는 지금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상태가 말이 아닌 권 회장 대신에 TKBM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쉬고 있던 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세, 세상에 이게 무슨...!"
부인은 눈앞에 일어난 일에 기겁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는 깨진 창문과 깨진 화병.
그리고 권혁수의 손에서 사납게 요동치고 있는 궁니르가 있었다.
"여보, 이게 무슨... 꺄악!"
권혁수의 손에 잡힌 궁니르는 흉흉한 오라를 뿜어대며 여전히 누군가를 노렸다.
그건 바로 권혁수의 딸, 권세연이었다.
"으, 으윽."
권 회장의 비서를 맡고 있기도 한 권세연은 주저앉아 신음을 흘렸다.
옆구리에서는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아, 아버지."
권혁수는 눈을 부릅떴다.
갑자기 창문을 꿰뚫고 날아온 궁니르.
가까스로 궁니르를 잡아 딸의 목숨은 건졌지만...
"이게 왜... 큭!"
궁니르는 사납게 포효했다.
권혁수 역시 사황급인 만큼 가까스로 궁니르를 잡았지만 글쎄.
"젠장, 도대체 어떤 놈이!"
권혁수가 욕지거리를 할 때였다.
윤시우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권혁수는 짜증을 내면서도 전화를 걸었다.
끊어도 계속 걸려왔기 때문이었다.
"뭐냐! 지금 네놈의 전화를 받을 때가...!"
[회장님, 큰일입니다! 회장님이, 회장님의 아킬레스건이 당했습니다!]
"뭐?"
[바로 방금 전에... 갑옷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서. 아무튼 빨리 대책을 세워야!]
그런데 그때였다.
[네 딸, 네 딸은 무사하냐!]
갑자기 통화 너머로 권 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네 딸은 어떻게 됐냐고 묻잖아!]
"..."
물론 다쳤다.
그런데 왜 그걸 권 회장이 묻는 거지?
그리고 아킬레스 건?
'형님의 아킬레스건은 TKBM 본사일 텐데.'
권 회장의 유물에 대해 모를 리 없는 권혁수는 살벌한 얼굴로 되물었다.
"형님. 어떻게 된 거요?"
[죽었냐고! 그것만 말해!]
"아니, 방금 웬 창이 날아와 위협 당해서요. 왜요?"
[반드시 치료해놔라. 반드시!]
권혁수의 눈에 살의가 돌았다.
이 노친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