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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09화 (309/409)

309화. 유물의 눈물 (1)

[21일 오후 9시경, 판도라 뉴욕 본부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판도라 이사실로, 놀랍게도 주변엔 피해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밀집 지대에서 주변에 피해가 하나도 없다는 건 대단하죠.]

[기가 막히게 판도라 건물만 박살났어요. 이건 인간의 짓이 아닙니다.]

[한편 이 사건으로 판도라 이사회 총수 제임스 로스차일드가...]

아침부터 뉴스가 시끄러웠다.

그리고 사람들은 초토화가 된 판도라 건물을 보면서 혀를 찼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

"판도라 이사가 신급 창에 찔렸다는데?"

"정말? 살아있기는 해?!"

무엇보다 사람들은 판도라 이사가 신급 유물에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놀라고 있었다.

로스차일드는 왕급들 만큼이나 뛰어난 유물사용자.

홀로 무덤에 들어가도 살아나왔고, 그 어떤 유물 공격이 들어와도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뭐가 어째?

"신급 유물에 찔리다니...!"

"세상에! 범인이 누구래?"

"서주헌 아냐?"

"뭐? 서주헌?! 하다하다 이젠 판도라 이사까지 당한 거야?"

"아니, 듣자 하니 죽이려다가 오히려 역으로 당한 것 같아."

"뭐? 역으로 당했다고?!"

"판도라 이사회도 별것 아니었구나."

"천벌 받은 거 아니야?"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서 독수리가 이를 갈고 있었다.

버러지 같은 인간 놈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는 거람.

'하찮은 놈들이.'

마침내 독수리가 프로테메우스를 찾았다.

[수장님, 상태는...!]

어떻냐고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

로스차일드 저택에서 요양 중인 프로메테우스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그 증거로 얼굴은 파리하게 질려 있었고, 입술엔 핏기 하나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가슴 부위였다.

궁니르에 맞은 가슴은 뻥 뚫린 채 썩어가고 있었다.

환부 주변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고 있었고, 그게 어깨와 배에까지 퍼지고 있었다.

심지어 딱딱하게 굳은 부위는 검게 물들어 바스라지기까지 했다.

석화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독수리는 그 모습을 보며 침을 삼켰다.

'저대로 두면 정말로 돌아가신다.'

그 정도로 심각했다.

괜히 궁니르에 맞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실험 치고는 너무하셨...]

"닥쳐라."

프로메테우스는 눈을 번득였다.

기껏 오딘의 유물들을 감옥에 처박고 궁니르만 빼와 교육을 시켰건만.

'이게 다 그 까마귀 탓이다.'

까마귀가 서주헌이란 놈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까마귀는 원래 평범한 비보 중 하나였다.

물론, 비보 중에서도 유능하긴 했다.

왕을 선발하는 우수한 유물.

그래서 솔직히 프로메테우스는 까마귀가 주신들을 포식할 때도 굉장히 기뻐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놈은 돌연 자신들을 배반하고 모든 유물을 포식하는 길을 택했다.

심지어 자신들까지 위협했다.

'처음부터 믿어서는 안 됐다.'

그래서 그놈을 다루던 인간 주인을 죽이고, 놈을 유배시킨 것도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또 인간 주인을 택해서...!

'왜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인간 편을 드는 거냐.'

그 까마귀 놈만 유독 문제였다.

다른 유물들은 전부 자신 아니면 거미 총수에게 굴복하는데.

'판도라 시스템 유물한테 도움을 요청해볼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아냐. 그래도 아직 괜찮아. 아직 탐식의 무덤이 남았다.'

탐식의 무덤은 무려 총수가 직접 관리하는 무덤.

서주헌은 감옥을 열어내기는커녕, 탐식의 무덤에서조차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결국 이를 갈던 프로메테우스가 물었다.

"복원사는 어떻게 되었지?"

[...그, 그게.]

오직 프로메테우스를 낫게 할 수 있는 건 복원사 뿐이었다.

물론 오피셜 복원사들을 쓰면 되었다.

애초에 오피셜 복원사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유물의 복지를 위해 꾸려놓은 체계.

왜?

소모성이든 귀속성이든 유물에겐 복원사가 필수니까.

그래서 언제든지 복원사를 이용하기 편하게끔 만든 것이 오피셜 복원사였지만...

'어느 똥개 놈이 하지 말란 짓을 해서.'

히틀러 그 놈이 문제였다.

남의 오피셜 복원사들을 죄다 죽여놓고.

'뭐 그래. 인간들 중에서도 미친개도 있는 법이지.'

프로메테우스는 꾹 참았다.

"분명 인력 보충하라고 했을 텐데."

독수리는 프로메테우스의 눈치를 보았다.

[채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리 쉽게 인재가...]

"그럼 다른 왕급들이 가진 전속 복원사는!"

[그 인간들도 과연 수장님 정도의 몸을 복원할 수 있을지...]

애초에 프로메테우스 정도나 되는 유물을 복원하려면 SS급, 즉 최상급 복원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복원사는 전 세계에서도 주헌의 밑에 딱 한명.

그래서일까.

[...저, 역시 호구왕 유재하에게 의뢰를...]

"돌았어?!"

죽어도 사양이었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

그리고 자존심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서주헌의 부하 놈이 퍽이나 복원하려 하겠다!"

[아뇨!]

독수리는 눈을 번득였다.

[절세미녀를 선물로 주면 할지도...요?]

"...진심이냐?"

독수리는 진심이었다.

***

"아, 왜 안 오지? 안 오지?"

한편 LA의 숙소.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 유재하는 빤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덕분에 옆에 있던 설아가 황당해했다.

"LA에 왔다고 그새 번호라도 땄어? 도대체 누구 전화를 기다리는 건데?"

"누구긴. 판도라 이사."

"아 난 또 뭐라... 뭐? 판도라 이사? 아니 왜!"

"왜긴. 걔 지금 중상이라며. 근데 걔 유물이라며. 유물 이퀄 중상, 당연히 복원사 영역 아니냐?"

그 말에 설아가 눈을 부릅떴다.

"너 설마 프로메테우스인가 뭔가 그놈 복원해줄 생각이야?!"

"에이 미쳤냐? 당연히 뜯어먹으려고 그러지!"

전직 사기왕은 낄낄낄 웃었다.

"이런 건 우리 도굴단 영업맨이 나설 일이라고."

영업맨은 개뿔.

그는 권 회장에게 비보를 미끼로 2박 3일을 뜯어먹더니(?), 이번엔 프로메테우스에게도 거하게 뜯어먹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가고 싶은 식당이나, 게임방, 온천, 옷가게, 여행지 등등 온갖 잡지가 쌓여 있었다.

사기꾼은 낄낄거렸다.

"이런 고객들은 뜯어먹으면 그만이라고! 복원은 개뿔!"

그러자 일리야가 비웃었다.

"글쎄, 절세미녀가 나오면 복원해주고 있을 지도."

"허, 야. 내가 등신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여자에 넘어..."

"그게 설아급이라면?"

그 말에 움찔한 유재하는 또르륵 눈알을 굴렀다.

"...마, 많이 생각해볼지도...?"

"아이린급이라면?"

"우아아아아! 씨... 하느님 감사합니... 커헉!"

유재하는 설아에게 얻어터졌다.

"야! 죽을래? 가만히 듣고있으니까 왜 나는 생각해보는 거고 아이린은 바로 오케이인데?! 어?! 내가 아이린에 비해 뭐가 모자라서!"

"...가...커헉!"

유재하는 가루가 되도록 밟혔다.

그리고 질문을 했던 일리야는 고소하다는 듯 낄낄거렸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설아는 주헌에게 달려갔다.

"단장님! 들어보세요! 재하가 프로메테우스를 복원해줄 거래요! 여자 소개시켜주면 복원해준다나?!"

"야, 아니야! 단장님, 저 그런 적 없...어?"

그러나 주헌을 찾았던 둘은 깜짝놀라고 말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가만히 안 있어? 안 있어?

궁니르는 졸지에 빗자루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동아줄이 궁니르를 붙잡고 바닥을 쓸고 있었다!

덕분에 설아는 입을 떡 벌렸다.

"단장님! 지금 신급 무기로 무슨 짓을...!"

그러자 책을 보고 있던 주헌은 태연하게 말했다.

"하도 말을 안 들어서. 교육 중."

"네?!"

동시에 유재하가 훌쩍이는 걸 구경하러 온 단원들 역시 식겁했다.

'저 미친놈, 지금 궁니르를 빗자루로 위장시킨 거야?'

'가능해 그게?'

그렇다.

유물을 현대의 물건으로 위장시키는 건 인간이 유물을 굴복시키는 행위.

즉 인간이 편하고 좋으라고 모습을 바꿔놓는 것이었다.

실제로 유물들은 위장한 모습을 굉장히 굴욕적으로 느꼈다.

당연히 상급 유물일수록 현대 물건의 모습으로 바꾸는 건 더 어려웠다.

그리고 그 모습이 터무니없는 것일수록, 현대의 물건과 위화가 없으면 없을수록!

그런데 신의 위대한 암살무기를 고작 빗자루로 만들다니!

"서주헌 저 미친놈!"

심지어 마몬의 무덤에서 훔쳐온 청소 악마들에게 들려줬던 모양이었다.

청소나 하라며.

하지만 죄다 궁니르한테 쪼는 바람에 동아줄이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궁니르는 싫다며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주헌에게 한 손으로 콱콱 붙잡혔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저 흉흉한 오라를...!"

심지어 맨손으로 잡았다.

"아무리 약에 취해있다지만...!"

아무래도 프로메테우스가 길들이는 과정에서 약을 쓴 건지 좀 약해져 있다고 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도 쓸 수 있었던 거라고.

'아마 언노운을 쓴 거겠지.'

그리고 그 덕분인지 주헌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궁니르를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솔직히 단원들 중 그 누구도 저 무기를 만질 생각조차 하는 사람이 없었다.

왜?

'손이 닿는 순간 조종당할 거야. 한 달은 앓아눕겠지.'

'그냥 야동을 끊으라고 해.'

'차라리 남자랑 데이트를 하겠어.'

진심이었다.

주헌이니까 저걸 빗자루로 쓰고 있는 거지, 왕급들도 어지간해선 도저히 쓸 수 없는 흉흉한 무기.

주신급 무기란 그런 것이었다.

약해져봤자 보통의 신급 중에서도 최강.

그걸 주헌이 다루고 있는 것이다.

뭐, 정작 장본인은 이렇게 말하겠지만.

'이걸 왜 못 만지는데?'

그리고 졸지에 낯선 곳에 끌려온 궁니르는 낑낑거렸다.

납치되어 온 것도 서러운데 이런 취급까지 받아야 하다니!

아무래도 그게 빡쳤던 것일까.

빡친 궁니르가 흉흉한 오라를 폭발시켰다.

쿵!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 바람에 단원들은 바로 경계했다.

그리고 궁니르는 거칠게 포효하며 제멋대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엄숙하고도 날카로운 창의 형태로!

[주의. 번개의 창이 목숨을 위협해옵니다.]

그리고 주헌을 습격했다.

정확히는 주헌과 주헌이 가진 유물들을!

그렇게 임무를 완수한 뒤에 다시 프로메테우스에게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퍼억!

주헌은 읽고 있던 책으로 궁니르를 내려쳤다.

마치 파리를 때려잡듯이!

어디 그뿐인가.

철썩! 철썩! 철썩!

바퀴벌레를 때려잡듯, 지배력이 담긴 응징을 내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배력으로 유물의 형태를 변화시킵니다.]

주헌은 또다시 궁니르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이번엔 변기를 뚫을 때 쓰는 뚫어뻥이었다.

궁니르는 정말 슬퍼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혀를 차며 말했다.

"재하랑 일리야는 클로에한테 가서 권 회장 몸뚱이나 받아와."

"네?!"

"!"

유재하는 어째서인지 기겁했고, 율리안이 질색하듯 물었다.

"설마 권 회장한테 그걸로 변기 청소를 시킬 건 아니지?"

주헌은 대답 대신 웃었다.

***

"휴."

율리안은 안도했다.

다행히 듀라한이 변기청소를 하는 꼴은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여기저기를 훑어보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다른 목적인 것이리라.

그리고 권 회장의 육신을 가져온 유재하는 슬쩍 권 회장의 아래를 보고 있었다.

왜?

얼마 전 클로에의 방에 갔을 때 충격적인 걸 보았으니까.

그 당시 유재하가 본 건 수술 장면.

수술대 위에 묶여 있는 권 회장은 버둥거리고 있었고, 수술에 쓰이는 천이 덮여져 있었다.

마치 개흉 수술을 하듯이, 수술부위만 네모로 잘려져 있는 천이.

문제는 수술을 하려는 부위였던 것이다.

'야, 너 어디를!'

왜 중요한 부위에 천이 놓인 건데!

그러나 클로에는 태연하게 말했었다.

'단장님이 기생형 유물들을 떼어내는 김에 여기도 잘라버리라고 해서.'

그래서 거기가 온전히 붙어 있나 확인했던 것뿐.

하지만 유재하가 확인하려던 것도 잠시, 주헌이 궁니르를 치켜들었다.

율리안이 눈썹을 치켜떴다.

"그걸로 뭘 하려고?"

"뭐긴. 너도 상상했던 거."

"뭐? 그럼 설마...!"

동시에 유재하가 아악 소리를 쳤다.

"악! 아 진짜 어차피 보낼 거 그래도 최소한 남자로 보내주자고요! 공명이 너도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자 율리안이 뭔 소리냐며 외쳤다.

"궁니르로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뚫으려는 것뿐이야!"

"엥?"

그렇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평범한 무기 유물로는 절대로 뚫을 수 없었다.

무작정 다리의 아킬레스건을 노린다고 부서지는 갑주도 아니었고.

게다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해둔 건지 아킬레우스의 갑옷에 온갖 버프 유물을 떡칠해놔서.

하지만 신급의 창이라면 뚫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만약 가능하면 아킬레우스의 갑옷도 파괴한 다음 복원시켜서 갑옷은 자신들이 꿀꺽.

"최고급 방어 유물이 손에 들어온다는 의미야!"

"!"

곧 위험을 느낀 건지 권 회장의 몸뚱아리가 몸부림을 쳤다.

"자, 그러면 실험을 해보실까."

동시에 주헌이 창을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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