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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305화 (305/409)

305화. 살아있었구나! (2)

[물고기 비보가 발동됩니다.]

[보살이 강림합니다.]

엄청난 섬광이 그랜드 캐니언 협곡을 덮쳤다.

보통의 섬광이 아니었다.

마치 경외심마저 느끼게 하는 빛.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적들은 분명히 보았다.

찬란한 황금빛 속에서 나타난 경이로운 존재들의 모습을.

그 형태는 물고기. 그리고 그 옆으로 코끼리나 사자를 탄 보살들의 모습도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다들 놀랐지만 주헌만큼은 그걸 보고 눈을 반짝였다.

"자식, 뭘 얻었나 했더니."

물고기.

그리스도교에선 예수를 상징하기도 했고, 고대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물고기는 사찰 장식에서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불교에서도 자주 쓰이는 동물.

단이 불러낸 비보는 바로 부처의 비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메시지가 증명했다.

[부처가 강림합니다.]

[부처가 강림합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불법의 진리와 연관이 있었을까.

'보살이 물고기라면, 중생은 물이오.'

불교에는 물고기와 관련된 비유가 많았다.

하물며 물고기는 부처의 화신으로서도 나타났다고도 전해지고.

그중 하나가 아미타어.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는 물고기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나타난 부처의 모습이라고도 했다.

바로 부처 중에서 극락의 세계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 아미타불의.

물론 그 비보를 보는 적들은 저게 뭔가 싶었지만.

"무, 물고기?"

"도대체 무슨 유물이야!"

"됐어, 일단 무시하고 서주헌을 잡아!"

그런데 그때였다.

번쩍!

"끄아아악!"

빛나는 섬광이 번쩍이면서 적들이 의식을 잃고 말았다.

"끄허어억!"

적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들은 주헌에게 가지도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심지어 그들은 짐승으로 변하거나, 급속도로 미라가 되는 등, 모습이 변해갔다.

조금이라도 햇빛을 받는 이들은 모두가 그렇게 변했다.

적들은 당황했다.

"뭐, 뭐야 저게!"

주헌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흘렸다.

뭐긴 뭐야.

[해와 달의 이름을 가진 보살이 현신했습니다.]

[해에 닿는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려 합니다.]

[악심을 버리지 않으면 죄의 질에 따라 아귀도, 축생도, 지옥도, 삼악도에 떨어지게 됩니다.]

말 그대로 햇빛이 닿는 놈들을 죄다 삼악도의 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였다.

뭐 유물에 욕심을 내는 사람치고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인간이 없을 테니까.

물론 그랜드 캐니언의 그늘에 있던 이들은 그나마 무사했다.

하지만 그늘에만 있다는 건 어떤 의미로는 발이 묶이는 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빛과 같은 속도였다.

'!'

그리고 적들 앞에 나타난 단이 검지를 적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소름끼치는 위압감이었다.

그리고 쳤다.

아니 정확히는 스쳐지나갔다.

그래서일까.

단이 눈앞에 나타나자 심장을 벌렁거렸던 이들이 욕을 날렸다.

"시팔, 놀랬잖아! 등신아!"

"헛방이냐!"

하지만.

뻐어억!

"커, 허어억!"

"아아아악!"

그들은 뒤늦게 몇 톤짜리 차에 치인 것마냥 사정없이 날아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맞은 이들의 모습이 상당히 이상했다.

"젠장, 내 몸. 내 몸이!"

빵빵한 몸짱을 자랑하던 인간들은 볼품없이 비쩍 멸치가 되어버렸고, 잘생겼던 사람들은 추하게 변했다.

메시지는 무섭게 떠올랐다.

[중생을 구제합니다.]

[중생을 구제합니다.]

[중생을 구제합니다.]

[유물로 모습을 속이지 맙시다.]

그 모습에 주헌이 미친듯이 하하 웃었다.

구제는 무슨.

"저거 완전 파계승이잖아!"

그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단의 비보는 부처와 보살을 불러내는 유물.

즉 제 몸에 부처나 보살을 현신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불러낸 종류는 아마도 몇 가지 더.

그 증거로...

"젠장, 내가 왜 유물 따위를 얻으려는 거지?"

"다 부질없다!"

적들은 번뇌가 고갈되어 의욕을 잃기도 했고.

"이 자식! 새로 변했어!"

포위당한 단이 새의 모습으로 변해 날아가거나, 자체 치료를 하는 등 다양한 이들의 힘을 사용했다.

새의 모습으로 변한 건 아마도 관세음보살.

자체 치료를 한 건 약사여래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아주 극락정토의 세계로 보내드리지."

단이 눈을 번득이자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황금 물고기가 나타났다.

***

그건 바로 극락세계에 머물고 있다는 부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에서 나오는 바로 그 아미타불.

유물은 적들에게 말했다.

[극락정토의 세계에선 고통도 걱정도 없을 거다. 목숨의 끝도 없이, 번뇌 또한 없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듣기엔 좋아보였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결국 죽는다는 거잖아.'

하물며 부처라고 해봐야 저놈은 유물이다.

유물이 데리고 가는 극락정토라는 곳이 정말 인간에게 좋은 곳일까?

아니나 다를까.

번쩍!

마치 용처럼 꿈틀거리는 황금물고기가 눈을 번득이자 적들은 비명을 질렀다.

적들은 모두 쓰러졌다.

모두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꿈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럴 때였다.

멍하게 보고 있던 그들이 소리쳤다.

"젠장! 내 동료들을!"

"일단 서주헌을 노려!"

"회장님의 몸을 되찾아라!"

적들이 달려오자, 주헌은 코웃음을 쳤다.

"자식들이, 콱. 진짜 발 닦고 잘 거라니까."

주헌이 나서자 유재하가 눈을 반짝였다.

"와, 대박. 단장님 실력행사?"

그러자 뭔 개소리냐는 듯, 주헌이 뻥 누군가의 엉덩이를 쳤다.

"가라. 약탈왕."

"?!"

그가 뻥 걷어찬 것은 다름 아닌 율리안.

"네놈의 비보만 남았어, 이제."

"..."

진짜 이렇게 나오기냐!

율리안은 손을 파르르 떨었다.

마침내 적들이 노려오자 율리안은 에라 모르겠다는 듯 유물을 발동했다.

'서주헌, 넌 여기서 죽었어.'

비보를 불러내게 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파직, 파지지직!

결국 그가 발동한 것은 번개.

하지만 평소와 차이점이 분명히 있었다.

"지금부터 내 말에 거짓으로 답하는 자는 천벌을 받을 것이다. 성실하게 답하지 않아도 천벌 받는다."

율리안은 악랄하게 웃었다.

"!"

"첫 번째, 나는 동료의 아내나 애인을 탐낸 적이 있다."

"뭐, 뭐?"

"두 번째, 나는 옆에 있는 상사를 병신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

"세 번째, 승진하기 위해 친한 동료를 음해한 적이 있다."

"네 번째, 주변의 동성 동료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낀 적이 있다."

"다섯 번째, 지금 10억을 받을 수 있다면 옆의 동료도 찌를 수도 있다."

적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놈은 도대체 뭘 질문하는 거야!

"허, 그딴 질문에 왜 답을..."

그런데 이때 쾅, 쾅.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으아악!"

적들은 제 발밑에 새겨진 문자에 몸을 떨었다.

각자 다른 질문내용이었다.

그가 말한 5가지의 질문 외에도 각자에게 맞는 질문들이 떨어졌다.

결국 그들은 자신한테 떨어진 질문을 보고 이를 갈았다.

"젠장, 진짜로 대답하라고?!"

"우리가 왜 답해야 하는데!"

그러나 율리안은 활짝 웃었다.

"5초안에 답 안 하면 천벌이 내린다."

결국 주변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젠장! 내가 상사를 병신이라고 생각할 리가... 권 회장님은 아버지보다 더 존경하는!"

"뭐래, 거짓."

콰르르릉!

"내가 동료를 팔 것 같냐! 꺼져!"

"잘 팔았군."

콰르르릉!

"내, 내 마지막 키스는... 무덤에 오기 전! 어제였다 개새끼야!"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한 적이 없군."

콰르르릉!

그 바람에 주변에서는 난리가 났다.

"회장님한테 무슨 망발을!"

"야 뭐야! 너 애인 많다고 자랑했잖아! 인기 많다며!"

"모태솔로라니... 불쌍한 새끼."

"뭐야, 이 자식. 내 승진이 누락 됐기에 이상하다 싶었더니, 너냐!"

"너 게이였냐! 새끼야!"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랜드 캐니언 일대는 아수라장.

흥분한 그들은 각자 서로를 죽여 패기 시작했다.

도저히 주헌을 잡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쯤 되자 율리안은 헛웃음을 흘리며 주헌을 보았다.

왜?

'질문은 단원들한테도 던졌다.'

빡친 나머지 일부러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단, 단원들은 말고 오직 서주헌만 벼락 맞을 질문으로.

아니나 다를까, 곧 단원들 사이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율리안이 해맑게 뒤돌아섰다.

"서주헌. 그러게 누가 자꾸 비보를 꺼내게..."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야이씨...!"

"커, 커헉."

주헌은 멀쩡했고, 정작 유재하와 일리야만 벼락을 맞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아주 새까맣게 탄 채 입을 뻐금거리고 있었다.

율리안은 황당했다.

"이, 이게 무슨..."

그리고 쓰러져 있는 그들 밑에 새겨져 있는 질문들.

[나는 동료의 아내나 애인을 탐낸 적이 있다.]

[지금 10억을 받을 수 있다면 옆의 동료를 찌를 수도 있다.]

물론 둘다 기특하게 '아니오'라고 한 모양이지만, 유재하와 일리야는 억울했다.

왜?

"이씨, 단장님한테 꼬이는 그 수많은 여자들 쳐다만 본 것도 탐낸 거냐? 어?!"

"왜! 10억이나 필요 없거든! 10원에도 찌를 수 있으니까!"

이, 이런 젠장.

그리고 그럴 때였다.

"딱 걸렸어."

"!"

어째서인지 질문에서도 멀쩡한 주헌이 눈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공명이, 엄청 좋은 비보 가지고 계셨네."

주헌은 율리안의 비보가 아주 마음에 든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니 비보, 해태지? 그렇지?"

주헌은 음흉하게 손짓했다.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까마귀 오라에 율리안이 절규했다.

***

"커, 커허억!"

권 회장은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판도라에서는 말하는 목대가리를 보고 술렁이고 있었다.

"세상에, 목만 살아 있다니."

권혁수가 겨우겨우 그랜드 캐니언을 수색해서 찾아낸 권 회장의 목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몸통은 주헌이 가지고 가버리고.

심지어 권 회장은 아까부터 굉장히 숨을 헐떡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어쩌면 육체의 고통이 전해지기라도 하는 걸까.

"...도대체, 이것들이 내 몸에 무슨 짓을! 커헉!"

사람들은 심각해졌다.

"큰일이네요. 회장님의 몸엔 계약한 유물이 있을 텐데."

뭐 상식적으로 누가 귀속성 유물을 떼어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 자식들이라면 회장님 몸을 해부해서라도 가져갈 텐데."

"커허어억!"

아무래도 진짜 지금 몸을 해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권 회장에게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비보 대체품, 악신 유물 덕분에 목이 떨어져도 살아있는 것 같지만 자신의 유물은 피닉스가 아니었다.

어느 부위가 떨어져 나가도 새로 재생할 수 있는 유재하하고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몸과 머리를 붙여야 한다.'

안 그러면 계속 이 신세일 것이 분명했다!

"젠장. 기억이 모자라."

그 말에 프로메테우스가 말했다.

"분명 전생이라 주장하는 기억을 보셨다고 했죠."

"그래. 커헉!"

프로메테우스는 심각해졌다.

예상이 안 가는 것이 아니었다.

'까마귀 놈, 설마 아카식레코드를 썼나.'

자신과 총수조차도 그 도서관은 사용하지 못했다.

왜?

'그 도서관은 유물의 근간을 해치는 곳이다.'

그건 우주와 인간의 기록을 기록해 놓는 것.

그리고 유물은 인간들의 문화와 기억 속에서 탄생하는 생명체.

쉽게 말해 누군가가 아카식 레코드를 건드려 우주의 기억을 바꿔버리면 유물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새로운 게 태어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신화와 문화가 바뀌면, 유물의 생명도 사라질 테니까.

그런 만큼 아무나 다룰 수 있는 유물이 아니었다.

'그 까마귀 년이.'

과거랑 똑같은 짓을 반복할 셈인가.

유물의 존재자체를 또 다시 없애려 할 셈인가.

***

한편 그 무렵.

"너 약탈왕의 칭호로 해태 얻은 거 창피해서 숨긴 거지. 그렇지."

"아니거든!"

율리안은 끙끙거리고 있었다.

주헌에게 해태 비보를 들키자마자 까마귀에게 잡아먹혔기 때문이었다.

물론 잡아먹었다고 해도 진짜 먹지는 못했다.

해태가 질색하며 도망쳤으니까.

'해태는 정의와 법을 수호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사악한 것을 물어뜯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법의 상징으로 쓰여 관련 사헌부 관원들이 사용했을 정도로.

그런 점에서는 정의로운 율리안하고는 잘 어울렸다.

능력도 그렇고.

'약탈왕의 칭호만 아니면.'

"아무튼 해태의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은 꽤 유용한 것 같은데."

주헌은 눈을 반짝이며 도망간 해태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 모습에 분통이 터지는 유물이 있었다.

[날 무시하지 말라고, 인간아!]

마몬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아니, 파트너 유물이 뻔히 있는데 왜 자꾸 다른 유물한테 눈을 돌리는 건데?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 난 이유는 또 있었다.

[왜 까마귀하고 계약을 한 거냐고!]

"?"

그렇다.

마몬은 그 사실에서 화가 난 것이었다.

[저 까마귀는 결과적으로 널 죽일 유물이야! 왜 하필 저딴 년을!]

설령 까마귀가 죽인 게 아닐지라도, 결국 주헌은 까마귀의 무덤에서 죽었다.

결국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그녀가 말했다.

[신급 유물 1000개 줄게. 날 비보로 삼아.]

그 말에 주헌이 바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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