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화. 탐욕의 강림 (1)
"젠장, 호구왕 이 개새끼!"
미국 서부의 거대한 협곡.
물결처럼 요동치는 협곡 곳곳에선 욕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오! 여기도 아니야!"
"제일 먼저 호구왕 개새끼부터 죽일 테다!"
사람들은 그랜드 캐니언에 솟아오른 기암들을 보며 탄식했다.
오렌지빛으로 가득 찬 협곡에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무덤이 생겨나 있었다.
뾰족하면서도 위압적인 기암절벽들.
마치 고위 악마들이 살고 있는 성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모습.
하지만 문제는 그 절경이 아니었다.
"젠장, 여기도 아닌 거 아니야?"
"진짜 여기 맞아?"
문제는 협곡 위에 생긴 수많은 무덤들!
기껏 입구를 공략할 수 있는 유물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어느 게 진짜 무덤인지도 모르겠는데!
"서주헌을 쫓아라! 놈들이라면 진짜 무덤에 들어가겠지!"
그러나 주변을 훑던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악마들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신이 나서 인간 사냥을 시작합니다.]
그랜드 캐니언 곳곳에는 거대한 괴수들이 나타났다.
그건 일리야가 불러낸 솔로몬의 악마들이었다.
[인간이다, 인간!]
사자머리의 악마, 도마뱀처럼 생긴 악마 등, 악마들이 사람들을 물어뜯고 집어 던지고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쿵! 쿵!
"끄아아악!"
그뿐이 아니었다.
"찾았다, 서주헌이야."
기껏 주헌을 미행해서 라이플을 겨누면 어쩔 건데?
"허허. 이런 곳에서 뭘 하시나."
"뭘 하긴... 커헉!"
도굴단 최강의 수비꾼에게 걸려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야말로 순삭이었다.
아마 적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면서 뒤늦게 왔던 적들은 공포에 질렸다.
"저 미친..."
라이플 스코프로 주헌의 동태를 살피던 그들은 새하얗게 질렸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주헌 일행을 미행하는 부대만 열 부대는 넘게 있었다.
그런데 몇 분도 안 돼서 죄다 순식간에 당해버리다니!
"도대체 저놈한테 몇 부대가 당한 거야...!"
그리고 그때였다.
"몇 부대긴, 이제 13부대 째네요."
"?!"
"댁들 포함해서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름 돋는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커허억!"
그들은 피를 토했다.
단은 무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 굵직한 손날이 단숨에 놈들의 목에 작렬했다.
그리고 여유롭게 주변을 청소하는 단을 보며 설아가 한숨 쉬었다.
"숨으려면 잘 좀 숨어볼 것이지."
도굴단 최강의 레이더와 최강의 수비꾼 조합은 최고였다.
그리고 그 무렵, 유재하는 신이 나서 가짜무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었다.
"히히히히, 못 찾겠지! 못 찾겠지!"
한손에는 다빈치 유물, 또 한손에는 돌 모양의 화석을 쥔 채 발동, 또 발동!
"하하하하, 10이다, 10!"
아무래도 주헌이 수익분배를 10으로 해줘서 너무 기뻤던 탓이리라.
아주 그 속도가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 수준!
그는 폭주하고 있었다.
"단장님 최고! 이제 이걸로 나도 당당하게 그림 밥벌이를 하게 됐어! 스테이크도 썰 수 있다고!"
뭐, 그래 봐야 자기 그림을 판 돈 분배라 원래부터 10이었지만.
그리고 그쯤 되자 주헌이 좋아 날뛰는 유재하에게 말했다.
"야야, 신난 건 알겠는데 이제 그쯤이면 됐어. 그만 만들어도 돼."
"아 그래요?"
"그래서 진짜 무덤은 어느 거야? 슬슬 들어가야지."
그 말에 유재하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을 뻗었다.
"에이 단장님 바보, 그것도 못 찾아요? 진짜는 저기에..."
그런데 이때였다.
유재하의 얼굴에서 삐질 땀이 흘러내렸다.
"저기에..."
"...?"
"어... 어느 걸까요? 알아맞혀보세요~"
"...뭐?"
"어... 분명 기억해놨었는데. 어... 이상하다. 어디 거지."
"..."
주헌의 얼굴이 야차로 변했다.
"10에서 1 뺀다."
"커헉... 내 수익! 아... 그, 그래도 아직 9야! 빨리 찾을게요!"
"아니? 10에서 1이 사라졌으니 0이지."
"뭐, 뭐라고?!"
유재하는 울부짖었다.
***
'서주헌이 7대 무덤을 클리어하면 곤란하다.'
한편 프로메테우스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바로 서주헌이 7대 무덤을 소환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기껏 7대 무덤의 유물을 죽여놨더니.'
소파에 기대어 앉은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유물의 시체.
즉 화석 유물은 바로 자신과 총수의 합작품이었다.
자신들이 죽인 것이다.
왜?
서주헌이 7대 무덤 유물을 모두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유물들이 다 모이면 곤란하니까.
'그 유물들이 다 모이면 그곳의 봉인이 풀린다.'
한때 자신들을 거역하던 놈들이 있었다.
까마귀를 비롯해 눈엣가시 주신들까지.
그래서 눈에 거슬리는 놈들을 모두 모아 가둔 것이다.
힘으로만 누르기 버거우니 꼼수를 써서.
뒤통수를 쳤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곳은 유물들이 유배지.
유물들의 대감옥이었다.
그래서 유물들은 자신들도 그곳으로 가게 될까 두려워했다.
'뭐 그 구역에서 가장 유명한 건 까마귀 무덤이지만.'
어쨌든 7대 무덤의 유물은 그 대감옥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열쇠였다.
서주헌이 7대 무덤 유물을 모두 모으면 그 숨겨진 유배지가 세상에 드러나게 될 것이었다.
그러니 골치 아프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골치가 아픈데.'
서주헌이 7대 유물의 절반 이상을 가져왔기 때문에 봉인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
살짝 봉인이 약해진 틈을 타 까마귀가 튀어나온 게 아닌가.
'그나마 계약을 맺었어도 분신체라 가계약이니 다행이지.'
만약 그 감옥이 세상에 나타나면 서주헌은 이번에야말로 진짜 까마귀와 계약을 하게 될 터.
아니, 그 감옥에 있는 수많은 눈엣가시를 차지할지도 몰랐다.
'그중에는 제우스 같은 놈도 있다.'
그래서 서주헌이 7대 무덤의 유물을 모으지 못하도록 남은 무덤의 유물을 죽여버렸는데.
'왜 그게 조지 홀튼한테 가 있었던 거야.'
프로메테우스는 미간을 짚었다.
인간에게 불 대신 유물이라는 악마를 전해준 신은 대단히 불안해했다.
'젠장, 서주헌이라면 탐욕의 무덤을 클리어할지도 모르는데.'
***
하지만 탐욕의 무덤을 클리어하기는 개뿔.
"지금 뭐라고 했냐. 이 사기꾼아."
"그... 그게 어느 게 진짜 무덤인지 모르겠... 끄아아악!"
유재하는 비명을 질렀다.
단원들은 모두 귀신 같은 얼굴이 되어 유재하를 퍽퍽 발로 찼다.
아니, 이놈이 뭐가 어쩌고 저째!
"아니 네가 진짜 무덤이 어느 건지 모르면 어떡해!"
"어유! 저렇게 답없이 만들어낼 때부터 알아봐야 했는데!"
"빨리 안 찾아? 못 찾으면 진짜 가만 안 둔다!"
분노한 단원들의 다굴에 유재하는 엉엉 울었다.
"아니,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아오! 콱 나가 죽어! 어쩐지 니가 사고를 안친다 했어!"
그러자 엉엉 울던 유재하가 주헌의 발을 붙잡았다.
단원들에게 살해당할 것 같은 이 상황에서 자신의 구세주는 주헌뿐이었기 때문이다.
"단장님! 제 맘 아시죠?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러자 주헌이 환하게 웃었다.
"알긴 뭘 알아."
"으아아카악! 오시리스 넣고! 넣고!"
환하게 웃고 있는 주헌은 미치도록 무서웠다.
하물며 동아줄도 주헌의 뒤에서 흉흉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유재하를 꽁꽁 묶어 그랜드 캐니언 밑으로 떨어트리려고 했다!
덕분에 유재하는 울부짖었다.
"아이고!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거기서 잘 기어 올라와라."
"으아아악! 단장님 제발, 제발! 금방 찾아낼 테니까!"
유재하는 엉엉 울면서 진짜를 찾기 시작했다. 단원들도 눈에 불을 켜고 무덤들을 살폈지만 글쎄.
"아오 진짜... 유재하, 이 자식. 진짜 쓸데없이 잘 만들어놨어!"
심지어 제갈공명의 눈을 가진 율리안도 뒷목을 잡을 정도였다.
뛰어난 감식가인 그였지만, 진짜 사기왕의 능력은 알아줘야 했다.
유일하게 율리안이 감식하지 못한 건 유재하의 복제품이었으니까.
'진짜 한 달은 각오하고 감식하면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태연하게 비교하고 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백 개나 되는 대무덤을 하나하나 흩어져서 돌아볼 수도 없고.
"단장, 어느 건지 대충 느낌 오는 것도 없어?"
이 중에서 탐욕의 무덤을 클리어한 건 주헌이었다.
당시 큰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대단했던 난공불락의 무덤.
그런 무덤을 이미 공략했던 주헌이니 뭔가 원본을 알아채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물며.
"까마귀의 유물이면 유물이 있는 곳을 알지 않을까?"
빛나는 걸 좋아하는 까마귀는 무서울 정도로 유물 냄새를 잘 맡았다.
그걸 믿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모르겠네."
그 말에 단원들은 기겁했다.
"너, 너도 몰라?!"
"단장님도 모르겠어요?!"
"아. 진짜 무덤을 찾을 방법은 알아."
단원들은 진심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곧 율리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럼 뭘 모르겠다는 거야?"
뭘 모르겠기는.
"웬일로 까마귀 유물이 조용해."
"!"
그렇다.
까마귀가 탐욕의 무덤 앞에서도 얌전했던 것이다.
평소라면 저걸 가지라는 듯(?), 먹어치우라는 듯(?) 주헌을 자극했을 녀석이.
'너무 얌전해.'
심지어 시스템창도 이상했다.
[이 무덤은 딱히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별로 좋은 유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발이나 닦고 자는 게 더 이득일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이.
뭐가 좋은 유물이 없다는 건가.
'저 무덤이 얼마나 좋은 무덤인데.'
주헌은 무덤 주변에 새겨진 툼글리프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단장?"
"확실해. 저긴 내가 예전에 클리어했던 무덤이야."
사실 그는 꽤나 궁금했었다.
탐욕의 무덤은 자신이 처음으로 유물을 얻게 된 무덤.
즉, 발굴의 유물을 얻고 유물사용자가 된 계기가 되었던 무덤이었다.
더욱이 자신이 전생에 최강 무덤 공략자로서 생존할 수 있게 해준 유물.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파트너 유물이었다.
지금이야 까마귀 유물이 그 발굴능력을 대체해주고 있지만, 첫 유물인만큼 강한 애착이 있었다.
그래서 바뀐 미래에서도 또다시 그 유물을 만나게 될까 흥미를 가졌던 것이다.
그만큼 7대 무덤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기도 하고.
그리고 여기오니 확실했다.
'그 유물이 있는 무덤이다.'
무덤의 형태나 툼글리프를 봤을 때 확실했다.
다만...
'그떄보다 더 유물이 강해졌다.'
주헌은 좋아했다.
그래서 무덤에 들어가보려고 하는데...
[들어가도 이득이 없진 않겠지만, 다른 무덤에 들어가는 걸 더 추천합니다.]
[이 무덤에는 별 볼 일 없는 계집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이 자식이 평소엔 안 그러더니 왜 유독 이 무덤에서만 이러는 거야?
뭐 아무래야 좋았다.
"단장님, 잘못했어요. 아마 저거랑 저게 진짜 같긴 한데.. 컥!"
"됐어, 자식아."
유재하의 뒤통수를 후려친 주헌이 귀찮다는 듯 유물을 불러냈다.
그리고.
[나 불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