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292화 (292/409)

293화. 내 거에 손대지 마! (3)

하지만 조지가 내민 화석은 뜻밖의 물건이었다.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7대 무덤의 유물이야."

"!"

주헌은 꽤나 흥미를 가졌다.

왜?

탐욕과 탐식.

남은 2개의 7대 무덤이 나오지 않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내심 의아해하던 참이었으니까.

'7대 무덤의 유물은 모두 차지해야 하는데.'

그것도 그럴 법한 게, 7대 무덤은 중요한 무덤이었다.

7대 무덤의 유물이 모두 모이면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고 했으니만큼.

물론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주헌도 몰랐다.

왜?

과거에서는 7개의 유물이 모두 모인 적이 없었으니까.

7개의 무덤 중 질투의 무덤.

그놈을 결국 클리어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질투의 무덤의 유물도 얻었겠다, 7개가 모이고 난 후에 벌어질 일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남은 무덤이 나올 기미도 안 보이다니.

'특히 탐욕의 무덤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탐욕의 무덤은 자신이 고고학자 유물을 얻었던 무덤이니까.

이번에도 그 유물이 나올까 안 나올까, 참 기대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7대 무덤 탐욕 유물의 잔해(화석 유물)]

특징 : 이미 죽은 유물입니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탐욕의 유물이 눈앞에 있었다.

뭐 저것만으론 그 고고학자의 유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놔. 그 탐욕의 유물 화석."

"!"

조지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 새끼는 말도 안 해줬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그것도 매번.

'이 재수 없는 새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화석이 되었다는 건, 즉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의미다.'

유력한 후보는 총수 유물이나 판도라의 프로메테우스였다.

왜?

7대 무덤의 유물이 모두 모이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진다고 했으니까.

'7개의 유물이 모두 모이지 못하게 사전에 차단하려 한 거야.'

7대 무덤 유물이 다 모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유물이 싫어하는 일은 인간한테는 좋은 일이라는 거지.'

그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까마귀가 있는 대무덤이 나타날 지도 몰랐다.

'아니면 정말 새로운 황금이 나타날 수도 있고.'

주헌은 몹시 즐거워했다.

'나머지 7대 무덤도 파헤친다.'

하지만 조지가 찬물을 끼얹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 내가 7대 무덤의 소환 유물을 너한테 줄 것 같아?"

"그래?"

"그래. 이건 홀튼가가 비싸게 얻어 온 거야. 우리가 판다. 너 같은 양아치한테는... 악!"

졸지에 화석 유물을 빼앗긴 조지는 비명을 질렀다.

"야!"

화석 유물을 빼앗아간 건 동아줄이었다.

동아줄이 눈을 반짝이며 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석 유물을 받아들며 주헌이 얄밉게 웃었다.

"주머니 관리는 잘하셔야지, 형님?"

이 도둑놈 새끼!

조지는 벌떡 일어나 유물을 빼앗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악!"

조지는 아예 바닥에 굴렀다.

동아줄이 아예 조지의 옷 속으로 들어간 탓이었다.

동아줄은 아주 탈탈 조지의 몸을 털어냈다.

지갑부터 시작해서 조지가 가지고 있는 유물이며, 무덤의 정보가 적힌 메모까지!

주헌이 키운 보람(?)이 있다며 아주 흡족해했다.

"옳지, 아주 잘했어."

곧 주헌이 폭풍칭찬을 해주자 동아줄은 더욱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이것도 가져가야 해! 가야 해!

동아줄은 뭔가를 물고 낑낑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에 주헌은 정색했다.

"걘 유물이라도 필요 없어."

동아줄이 잡아당기고 있는 건 비싸보이는 팬티였다.

***

"네? 지금 뭐라고요?"

"뭐라고 하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주헌의 말에 유재하는 빼액 울부짖었다.

아니, 이 인간이 화석 유물을 복원해보라고 해서 밤낮을 새가며 복원을 했더니 이제 와서 뭐가 어쩌고 저째!

"기껏 복원해놨더니 왜!"

"왜긴. 그 화석 유물을 원본 상태로 유물공학팀에 넘겨야 하니까."

"공학팀?!"

유재하는 뒷목을 잡았다.

그렇다.

유물공학.

세상엔 복원사, 감식가들처럼 공학사라고 불리는 유물전문직이 또 있었다.

공학사들은 유물의 능력과 성분을 분석해 공산품으로 변형시켰다.

즉, 무덤 회사에서 파는 유물 상품들은 전부 그들의 연구 결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급형 불로초 알약, 주헌의 팬들이 선물한 방어형 츄리닝도 그렇게 탄생한 것.

결국 그들이 화석 유물을 이른바 무덤소환서로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화석 유물은 다시 깨부숴서 원래대로 돌려놔라."

"#$$#&*!"

아오 이걸 진짜!

"그럼 그 빌어먹을 공학사들은 어디서 찾을 건데요?!"

어디긴.

"우리 회사 공밀레들."

"네?!"

주헌은 그래 보여도 세계 3대 유물 회사 그레이브 컴퍼니의 대표이사였다.

복원사들과 감식가들이야 오피셜 소속이거나 프리랜서가 많지만, 유물 공학사들은 거의 나라나 대학 연구실, 대기업의 R&D팀에 있었으니까.

주헌의 R&D팀에는 뛰어난 공밀레... 아니, 인재들이 많았다.

유물 하나 맡기는 게 뭐가 어려우랴.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바로 전화를 때렸다.

하지만.

[아이고, 대표님. 화석 유물이라니요. 그건 저희 수준 밖의 영역입니다!]

[저희는 못 해요오오!]

연구원이라는 놈들이 우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 간단히는 안 될 걸 알았지만.'

그러니까 히틀러도 공학사들로는 안 되니까 하다하다 복원사들까지 찾아 나선 것이고.

하지만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왜?

"너희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된다고 했잖아. 맡겨만 달라며?"

[아니 그게...]

쩔쩔매던 그들이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실은 새로 들어온 인턴 사원이 있는데... 그 직원이 능력이 너무 좋아서 유일하게 그 화석 유물도 다룰 수 있었어요. 아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걸 다룰 수 있을 겁니다.]

오, 그런 인재가 있었던 건가.

주헌은 관심이 생겼다.

"그 직원이 있는데 뭐가 문제인데?"

[아니 그게, 하필 그 인턴 사원이 갑자기 그만두고 나가버려서!]

"!"

사표를 내고 나가버렸다고?

[진짜 저희도 당황스럽다니까요! 수습기간 끝나고 정사원이 되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갑자기 대표이사가 엿 같다며...!]

[아마 다른 곳 면접 보러 갔을 걸요? 서주헌보다는 천만 배 낫다며...]

그 말에 주헌은 얼굴 근육을 씰룩였다.

"그 고얀 인턴 사원이 누군데?"

[조이라고... 어? 그러고 보니 대표님이랑 닮은 것 같은데...]

이 트리케라톱스 같은 녀석이.

***

"네?! 주원이가 퇴사를 했다고요? 심지어 TKBM 면접을 보러 갔어?!"

유재하는 뒷목을 잡았다.

아니, 자신이라도 대표가 주헌이라는 걸 알면 뛰쳐나갔겠지만, 왜 하필 TKBM이래!

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었다.

'TKBM은 세계 3대 유물 회사인 걸.'

TKBM,그레이브 컴퍼니, 구블.

세 곳은 지금 유물 관련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회사로 성장해 있었다.

뭐, 최근에는 주헌 때문에 TKBM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TKBM의 면접에 간 게 아니라, 연구 발표회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거라지만."

"아이고, 아무튼 TKBM이잖아요! 거기에 취직하면 어떡해!"

"괜찮아. 방법이 있으니까."

주헌은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 무렵.

"세상에, 그 그레이브 컴퍼니요?! 왜 계약하지 않고 나오셨어요? 그 회사 완전 좋은 곳이잖아요! 저도 면접 보러 온 마당에 이런 이야기는 그렇지만 TKBM은 요즘 주가도 떨어지고 있는데..."

옆 사람의 말에 면접 대기 중이던 조이가 허허허 웃었다.

"거기 대표가 싫어서요."

정말로 주헌이 싫은 건 아니다.

그냥 망할 오라버니한테 월급을 받는 게 싫을 뿐.

왜?

[너 나한테 빚짐. 알아서 잘해.]

[고용주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치킨 한 마리.]

[월급 쓴 거 매일매일 보고해. 어깨도 주물러주고.]

[근무시간에 왜 남자랑 딴 짓하냐? 죽을래?]

이걸 죽여 살려?

진짜 시도 때도 없이 오는 문자.

결국 빡친 조이는 대표이사의 횡포에서 벗어나고자 회사를 탈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꼭 TKBM일 필요는 없었지만, 자신은 원래 NGO에서 활동하던 몸.

그 NGO에 많은 지원금과 기부금을 줬던 것이 TKBM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니 권 회장님, 참 좋으신 분일 거야.'

그래서 그 조이는 그 은혜(?)를 갚고자 했다.

그럴 때였다.

"3번, 4번, 5번 들어오세요."

"네...!"

조이는 면접장에 들어섰다.

면접장에 있는 건 다름 아닌 권 회장의 사위, 윤시우였다.

왜?

'조이라고 했나. 듣자 하니 화석유물도 부활시킬 수 있는 공학사라고 했는데.'

그녀는 기대주었다.

물론 주헌과 쌍둥이 사이라는 건 최근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카우트 제의를 한 것이다.

콱 납치를 할 수도 있었지만, 서주헌 그 거지깽깽이하고 맞붙기는 싫으니까.

하지만 동생이 제 발로 온다면 그 빌어먹을 놈도 뭐라고 하지 못하겠지.

'능력도 있고, 몸매도 좋던데.'

그가 음흉한 미소를 지을 때였다.

"어? 3번은 어디 갔어?"

면접장에 조이가 없자 윤시우는 황당해했다.

"조이 말야, 그 여자 어디 갔냐고!"

"그, 그게! 방금 전까지 밖에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보고 뛰쳐나가서는...!"

"뭐?!"

그리고 그 무렵.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주헌은 여유롭게 시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쾅!

"야! 서주헌! 너 진짜 가만 안 둔다!"

"오, 역시 왔네."

주헌은 얄밉게 웃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뛰어온 조이는 헉헉거리면서 주헌을 붙잡았다.

"내 사진, 그 사진 유포하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사진?"

유재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헌은 웃으면서 제 핸드폰의 메시지 내역을 봤다.

[야, 당장 회사 복귀 안 하면 이 사진 뿌려버린다.]

[사진]

[올 떄 치킨.]

조이는 그 사진을 보며 울부짖었다.

"왜 이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건데에!"

"뭐야, 무슨 사진인데요?"

"시끄럽고, 됐으니까 딴 맘 먹지말고 이거나 부활시켜봐. 무덤소환용으로 개량해."

주헌은 화석 유물을 던졌다.

"시간은 하루 준다."

"뭐?!"

"감히 TKBM 따위에 가려고 한 벌."

"#&$#*!"

조이는 분통이 터지는 기색이었다.

"애초에 이런 걸 부탁하려면 이쪽의 권위자인 진채원 교수한테 의뢰하란 말이야!"

"이미 의뢰했어."

"뭐?!"

뭐, 다른 일이긴 하지만.

***

한편 그 무렵.

무덤 발굴을 하러 왔던 사황 히틀러의 발굴팀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기껏 좋은 무덤을 발견해 무덤을 파헤치러 온 건 좋은데...!

"아아악!"

자신들의 발굴을 방해하는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저 여자 하나 때문에 왕급이며 상급 유물사용자며 맥을 못 추다니!

"도대체 저 여자가 왜!"

"장군님이랑 손을 잡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그 말에 압도적인 힘으로 히틀러의 군단을 짓누르던 진채원이 황홀해하며 웃었다.

"오늘부터 서주헌이랑 손잡기로 했어."

그녀의 핸드폰에는 이런 메시지가 와 있었다.

[데이트해줄게. 히틀러 처리 좀.]

진채원이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거짓말인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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