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화. 내 거에 손대지 마! (2)
"꺄아아악!"
"주, 주헌 씨!"
치료실로 쓰고 있던 방 내부에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살색이 뒤엉키고 있었다.
방안의 침대에서 주헌은 누워 있었는데, 그 위에 클로에가 올라타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둘 다 옷을 벗고 있었다.
물론 전라는 아니었다.
클로에는 셔츠만 벗고 있었는데, 검은색 브래지어를 입고 있어 뽀얀 살결이 더 하얗게 보였다.
그리고 주헌 역시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탄탄한 근육이 보였다.
하물며 애무를 하는 클로에의 손길은 부드럽게 주헌의 바지를 벗기려고 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걸 보는 단원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이게 뭐야!"
율리안이야 낯 뜨거운 장면에 어버버 굳어버렸다 쳐도, 유재하는 다른 이유였다.
왜?
'악! 진짜 저러고 있었어?!'
아니! 자신이 신음소리가 들린다고는 했지만, 그건 엄연한 사기!
끙끙거리는 아이린과 설아를 놀리려는 생각이었는데!
일리야야 절경이라며 히죽거렸지만 아이린과 설아는 거품을 물었다.
심지어 클로에가 잠들어있는 주헌을 덮치는 광경이라니!
주치의가 환자를 덮치고 있는 광경이라니이이!
"주, 주헌 씨이이!"
"야! 클로에에에에!"
둘은 동시에 주헌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유재하도 그쪽으로 향하려는데 문득 옆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사람이 묘하게 덜컥덜컥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잠겨져 있는 서랍.
쾅쾅!
뭐가 들었는지는 몰라도 서랍이 흔들리다 못해 아주 안에서 부술 기세였다.
꺼내줘! 꺼내줘!
뭔가 싶어서 유재하가 서랍 위에 있던 열쇠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은 서랍, 그 안에서...
"아아악! 뭐야!"
씩씩거리는 동아줄이 튀어나왔다.
무섭게 튀어나온 동아줄은 설아와 아이린과 함께 클로에에게 달려들었다.
거의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주인님한테 손대지 마! 대지 마!
동아줄은 클로에의 몸통을 콱콱 졸랐다.
아주 이빨(?)이라도 있었으면 머리를 물 기세였다.
이어서 아이린과 설아도 클로에를 콱 붙들었다.
"클로에에! 너 연하한테는 관심 없다며! 이러기야?!"
"주헌 씨, 일어나요, 주헌 씨!"
아이린은 주헌을 다급하게 깨웠다.
그러나 깊이 잠이 든 듯 주헌은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잠깐 뒤척이듯 눈살을 살짝 찌푸릴 뿐.
그러다가 다시 쿨쿨 자버렸다.
둘에게는 그런 모습마저도 귀여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잠깐만요. 주헌 씨가 이상해요! 너무 안 일어나시는데?"
그 말에 설아는 클로에를 뒤에서 붙잡았다.
거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
"클로에에! 너 단장님한테 이상한 약 먹인 거 아니야? 어? 아무리 그래도 네가 그럴 리 없지?"
하지만 유재하가 침대 주변을 가리켰다.
"어... 이미 먹인 거 같은데..."
"뭐?!"
진짜로 정체모를 약들이 침대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갈색의 약병들. 그리고 주사를 놓는데 쓰인 것 같은 빈 주사약 병들이!
동시에 그녀들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흉흉한 오라.
"클로에 너, 관심 없는 척하더니 우릴 방심시킬 생각이었어...!"
"이런 식으로 주헌 씨를 덮치려고 하시다니...!"
그녀들의 감정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비보들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때였다.
"기다려! 그거 아니야!"
급하게 외친 건 율리안이었다.
낯 뜨거운 장면에 어버버거리고 있던 그가 불쑥 끼어든 것이다.
"그거 아니야, 클로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제갈공명의 유물로 상황을 살핀 것이 틀림없었다.
율리안의 외침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제정신이 아니라고요?"
"그래!"
율리안은 서랍장에서 뭔가를 찾더니, 어떤 캔디를 클로에에게 먹였다.
그 캔디는 클로에가 평소 만들어놓은 리스크 제거용 유물 약이었다.
곧 캔디를 먹은 클로에가 신음을 흘리며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어, 어어?"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예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주변을 살피던 그녀는 흠칫 놀랐다.
그건 당연했다.
옷을 벗고 있는 자신, 그리고 제 밑에는 상의가 벗겨져 있는 주헌이...
"꺄아아악!"
클로에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
그녀는 황급히 셔츠를 도로 입었다.
그 모습에 일리야가 '아, 풍경 좋았는데.'하고 아쉬워하자 설아에게 등짝을 맞았다.
그러던 차에 설아가 물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말에 클로에가 뻘뻘 땀을 흘렸다.
물론 설아와 아이린의 눈초리는 점점 날카로워졌다.
"왜 단장님을 덮치고 있었던 건데?"
동아줄은 분노했다.
주인님의 엉덩이를 보려고 했어! 했어!
주사를 놓기 위해선 당연한 절차긴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동아줄은 크아아 불을 뿜을 기세였다.
그럴 때 클로에게 끙끙거리며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40분 전.
클로에는 대수롭지 않게 주헌에게도 불주사를 놓으려고 했다.
그렇게 주헌의 옷을 내리려고 하는데...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야!
불쑥 튀어나온 동아줄이 클로에를 꽁꽁 묶었다.
아무래도 클로에가 주헌의 몸을 보려고 하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그러자 주헌이 탄식하며 동아줄을 진정시켰다.
"별거 아니야. 그냥 주사 맞는 것..."
그런데 그때였다.
주헌이 클로에에게 묶인 동아줄을 풀어주던 바로 그때.
"!"
주사를 놓아주려던 클로에가 몸을 움찔했다.
주헌의 몸에서 갑자기 흉흉한 리스크가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라면 유물의 리스크가 이렇게 겉으로 튀어나올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주헌이 더러운(?) 유물을 먹은 탓인지.
그 부작용으로 리스크가 주헌이 아닌, 주변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다급해진 클로에는 나이팅게일 유물을 불러 주헌을 기절시키고, 그 리스크를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윽."
도리어 클로에가 중독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잃었다.
포식하는 까마귀 리스크에 정신을.
그렇게 클로에는 무방비 상태의 주헌을 탐하게 된 것이다.
그 탓인지 클로에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내가... 내가 단장님을 덮치다니.'
하지만 그 말에 더 충격을 받은 건 설아와 아이린이었다.
왜?
원래 까마귀 유물의 리스크는 유물 탐욕이었다.
그런데.
'설마 유물을 잘못 먹으면 부작용 리스크가 작용하는 거야?'
즉, 주변 사람들이 주헌을 노리게 되는 건가!
덕분에 그녀들은 거품을 물었다.
그리고 때 마침 주헌이 끙, 신음을 흘리면서 눈을 떴다.
"...으, 머리야."
그가 일어나자 클로에는 드물게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주헌이 그걸 이상하게 여길 때, 다급한 목소리가 주헌에게 안겨들었다.
"단장님! 아셨죠? 앞으로 더러운 거 드시면 안 돼요!"
"뭐?"
"저, 절대 드시면 안 돼요! 아니 피치 못하게 드시게 되더라도 제가 옆에 있을 때...!"
"아니요, 제가 있을 때...!"
그 말에 아이린과 설아가 서로 작게 으르렁거렸다.
"왜 설아 씨가 옆에 있을 때예요?"
"그러는 왜 아이린 씨는...!"
결국 작게 으르렁거리던 둘은 주헌을 보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 그녀들이 서로에게 외쳤다.
"아이린 씨가 저 없을 때 단장님이랑 가깝게 지낸 건 알겠어요. 그런데 전생에서는 제가 단장님 옆에 있었어요!"
그 말에 아이린이 윽, 얼굴을 붉혔다.
전생에 대한 이야기는 얼핏 단원들에게서 들어서 알았다.
정확히는 과거에 있었던 미래의 이야기.
주헌도 쓸데없는 소리만 아니면 말해줘도 상관없다고 했고 말이다.
아무래도 기억을 되찾은 단원들의 대화는 아이린이 듣기에 이질적일 테니까.
그녀를 외부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배려이리라.
어쨌거나 아이린도 어느 정도 미래의 일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비록 듣는 것과 직접 기억하는 건 완전히 다르지만.
그리고 설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단장님의 곁에 10년 동안 있던 사람은 저라고요."
설아는 다른 단원들처럼 주헌과 10년 이상을 함께 했다.
"그러니 아이린 씨는..."
"그래서 주헌 씨하고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어요?"
"...네, 네?"
설아는 당황했다.
"두 분이 그런 관계였으면 포기할 게요."
"...어, 어 그게."
설아는 땀을 뻘뻘 흘렸다.
"애인 사이였어요?"
아니, 엄미랗게 말하면 애인은 아니었는데.
"저기... 어."
설아는 손가락만 꼼지락 거렸다.
그리고 설아의 표정에 아이린이 내심 정말로 안도했다.
용기를 내서 강하게 나가긴 했지만, 진짜 그랬을까 봐 살 떨리던 참이었다.
그리고 용기를 낸 김에 아이린이 말했다.
"그리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과거는 과거, 지금은 지금. 전혀 상황이 달라요."
"...!"
"그러니까 주헌 씨는 내 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린이 주헌에게 뛰쳐갔다.
설아는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면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단장님은 내 거야!"
그런데 그럴 때였다.
아니야! 아니야! 내 거야!
동아줄도 뒤에서 소심하게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동아줄의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아 그래! 그러면 우리 이렇게 해요! 같은 날, 같은 시간! 데이트 신청을 해서 단장님이랑 데이트를 하는 쪽이 이기는 걸로! 진 사람은 딴 말하기 없기!"
"그거 좋네요!"
좋아! 딴말하기 없기! 없기!
동아줄도 참전을 했지만 그녀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인간 놈이 참으로 인기도 많군.]
누군가도 흥미를 가졌다.
***
"그러니까 이게 무덤을 여는 도구란 말이지."
주헌은 조지의 말에 흥미를 가졌다.
아이린의 오빠, 조지 홀튼이 가리킨 것은 바로 주헌이 엉게 된 화석 유물이었다.
"바퀴벌레 쪽은 무시하더라도... 다른 하나는 신의 신체 일부야. 물론 그 상태로도 유물로 쓸 순 있어."
"뭐, 그렇겠지."
주헌은 자신이 얻은 화석 유물을 보았다.
유재하 놈이 복원을 하긴 해서 돌덩어리 같은 건 벗겨지긴 했는데...
'이건 뭐, 말린 문어다리도 아니고.'
물론 진짜 건어물은 아니었다.
[아우터 갓의 다리 일부 (SS급-신급/ 화석유물)]
엄연한 유물.
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유물이었다.
그래서 한 번 써보았지만, 문어다리 놈이 증식할 뿐.
딱히 신급 유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건 뭐, 맥주랑 같이 씹어 먹을 수도 없고 원.'
무엇보다 아우터 갓.
그건 크툴루 신화라고, 쉽게 말해 외계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신화로 대중에게 유명한 신화는 아니었다.
왜?
그리스나 북유럽신화, 이집트 신화 등 민족적 전승에 기초를 둔 신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 전설과 민담과는 종류가 달랐다.
말 그대로 러브크래프트라는 소설가, 인간에 의해 창조된 신화.
그쪽 문물은 전생에서도 없던 유물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화석의 형태로 나왔다.
'새로운 유물인가?'
그러나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아니, 원래 있던 유물일 거야.'
화석이란 공룡처럼 과거에 실존했으나, 죽어서 남긴 유해나 흔적을 의미하는 법.
이 화석유물 역시 과거에 실존했으나 죽어서 이런 형태로 흘러나온 것이 아닐까.
'예로 들면 유물들에게 매장을 당했다든지 해서.'
즉, 화석 유물은 죽은 유물의 사체라는 것이다.
"아무튼 나도 하나 가지고 있는데..."
조지는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주헌이 날치기를 하려고 하자, 조지가 급하게 움켜쥐었다.
"이 도둑놈이."
"칫."
조지는 못 살겠다면서 말을 이었다.
"알았어? 이 화석 유물은 무덤을 불러낼 수 있어.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곳에!"
"!"
말하자면 무덤을 소환하는 통행증 같은 거라고 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던전을 생성하는 물건 같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화석 유물을 완전히 부활시키면, 깨어난 유물이 그 장소에서 무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게 무슨 화석 유물인지 알아?"
"글쎄. 바퀴벌레가 나왔으니 이번엔 모기냐?"
하지만 조지가 내민 화석은 뜻밖의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