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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90화 (290/409)

290화. 내 거에 손대지 마! (1)

"클로에, 단장님 정말 괜찮은 거야?"

"주헌 씨, 괜찮으신 거 맞죠?"

설아와 아이린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미술관의 일이야 별 문제 없이 끝났다.

손이 잘려나갔던 유재하도 이제 완전히 손이 돌아왔고 말이다.

비록 전시회는 중단되었지만, 다른 장소에서 재개하게 되었으니 괜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서 큰 이익이 있었다면...

'얼핏 히틀러의 힘을 얻은 것 같은데.'

제갈공명의 유물로 분명히 봤다.

흉흉한 오라들의 움직임을.

주헌이 히틀러 유물을 집어삼켰고, 동시에 그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뭐 이상할 것도 없었다.

'까마귀는 원래 포식한 유물의 능력을 쓸 수 있다고 했으니까.'

즉, 주헌의 힘이 성장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끙... 소화제..."

정작 주헌은 끙끙거리며 앓고 있었다.

심지어 배앓이라니!

그리고 그런 주헌을 걱정하며 설아와 아이린이 여전히 발을 동동거렸다.

"클로에에! 단장님 죽는 거 아니지? 그냥 배앓이를 하는 수준이 아니잖아. 이거!"

"주헌 씨, 괜찮은 거 맞죠? 네?!"

그들은 좀비가 되어 침대에 누워있는 주헌의 모습에 애가 타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둘은 주헌을 간호하면서 온갖 물건들을 가져오고 있었다.

얼음수건이나 갈아입을 옷으로는 안심이 안 되었기 때문일까.

설아는 클로에의 방에서 온갖 의료기구들을 가져오다 못해 마사지 기구까지 가져왔고, 아이린은...

"그... 집사님한테 부탁해서 몸에 좋은 걸로 가져왔는데...! 혹시 도움이 될까요?!"

해열제, 소화제, 비타민, 몸에 좋다는 보약부터 시작해서 산삼, 약재, 장어와 자라, 잉어 등 음식재료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심지어 안에 있는 음식재료들은 신선하다 못해 너무 싱싱해서 펄떡 펄떡 날뛰었다.

"으아아, 주헌 씨 죽지 말아요!"

"단자아앙니임!"

클로에는 그녀들이 가져온 물건에 이마를 짚었다.

아니, 다 좋은데 정력제는 왜 섞여 있는 거야.

결국 보다 못한 클로에가 말했다.

"저기, 이 정도로 걱정할 수준은..."

그 말에 설아가 주헌을 끌어안으며 울부짖었다.

"그래도 나 이렇게까지 아파하는 단장님은 처음 본단 말이야!"

"..."

주헌은 설아에게 계속 코알라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설아가 사라지면 아이린에게 찰싹 붙었다.

그렇듯 평소에는 보이지 않을 행동에 덜컥 겁이 났던 것이리라.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주헌이 정말 아프던 시절, 그러니까 유물증후군으로 고생하던 때엔 아예 아픈 티를 안 냈으니까.

그런데 암에 필적하는 유물증후군 때는 태연했으면서, 고작 배앓이에 이렇게...

"끙끙, 창자가 꼬인 기분이야..."

그 말에 클로에가 진료차트로 콩 주헌을 내리쳤다.

드물게 끙끙거리는 주헌은 클로에가 보기엔 상당히 귀여웠지만...

"그러니까 아무거나 막 주워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무거나 안 주워 먹엇어!"

"그럼 골라서 더러운 거 주워 드셨군요. 애도 아니고, 왜 먹지 말란 걸 먹어서 탈이 나요!"

주헌은 입을 삐죽였다.

"알았어, 그러니까 소화제..."

"그걸로 안 된다니까요! 주사 맞아야 해요!"

그 말에 주헌은 물론, 단원들 모두가 흠칫 떨었다.

"자, 주사 한 대만 맞으면 다 나으니까 다들 나가요."

특히 클로에는 주헌에게 붙어 있는 설아를 떼어냈다.

"자 너도!"

그러자 끌려가는 설아는 울부짖었다.

"클로에, 다른 거, 다른 거 안 돼?! 단장님한테 주사라니. 너무 가혹하잖아!"

"빨리 안 나가?!"

클로에는 설아를 뻥 걷어찼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설아를 제일 먼저 쫓아냈다.

어쩌면 늘 주헌에게 붙어 있는 그녀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내 쫓겨난 설아가 밖에서 쾅쾅 문을 두들겼다.

"으아아! 차라리 그 주사 내가 대신 맞을게! 단장님한테 너무 하잖아!"

주헌 역시 아이린을 꽉 끌어안았다.

심지어 드물게 오들오들 떨었다.

"주헌 씨?"

"그냥 계속 배앓이 할래. 그게 낫겠어."

"주, 주헌 씨?!"

아이린은 왜 이러지? 하고 그를 꼬옥 안아줄 뿐이었다.

"그래도 주헌 씨, 주사를 맞아야..."

"아니, 이러면 나아."

"앗...!"

주헌이 아이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자 남자 단원들이 욕을 했다.

더럽게 부럽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드물게 주헌을 애도했다.

그건 당연했다.

'어휴, 그걸 맞을 바에야 차라리 죽겠어!'

'세상에 어떻게 그런 고문을.'

'내가 안 걸려서 다행이다.'

클로에의 주사는 효과는 직빵이지만, 아파도 정말 그런 아픔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남자 단원들이 슬금슬금 방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아 맞다, 다른 사람들도 한 대씩 맞아야 해요."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단원들은 마치 빚내서 산 집이 박살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왜!"

"히틀러의 오라가 꽤나 독해서요. 단장님은 내성이 있어서 괜찮지만, 다들 오라에 노출됐잖아요?"

"#*$&*#*!"

결국 호텔에 꽤 여러 명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잘난 체하더니, 꼴 좋구나. 히틀러."

감옥 속의 여자가 하하 비웃었다.

그리고 알몸으로 감옥 안에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키이라였다.

과거 전쟁왕이자 사황 중 하나였던 바로 키이라 장군 말이다.

그러나 한때 압도적인 힘으로 미군을 통솔했던 키이라는 힘도 잃어버린 채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였다.

목과 손에 수갑을 차고서.

'빌어먹을 서주헌 때문에...!'

주헌에게 당했던 그녀는 현실로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차원의 미로를 헤매고 있었다.

그녀가 날아간 곳은 웜홀.

한마디로 모든 힘을 잃고 우주의 미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에게 이끌려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뭐, 그래봐야 구해준 건 아니지만.

왜?

'TSOF가 숨겨뒀던 무덤의 지도를 내놔라.'

미국의 유물관련 특수부대 TSOF.

미국 대통령이 TSOF를 해체하면서 관련 자료들도 전부 불타버렸다.

그리고 히틀러는 키이라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무덤의 정보를 노리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종 유물에 대해 넌 알고 있어. 그렇지?'

그리고 지금.

"네놈이 서주헌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지. 그 남자는 나조차도 못 이긴 남자다. 어디서 굴러들어온 건지도 모를 네놈이...!"

그 말에 히틀러의 눈이 번득였다.

동시에 키이라는 크윽, 신음을 흘렸다.

히틀러는 닥치라는 듯 키이라의 하얀 배에 칼을 쑤셔 박은 것이다.

"커, 커허억!"

그리고 날카롭게 웃는 히틀러는 찔러 넣은 칼을 비틀었다.

깊숙히 박힌 칼날이 즙을 내듯 후벼 파자 키이라는 비명을 질렀다.

"아직도 내 상관인 척 굴지 마라. 키이라. 엘리트 집안에서 공주처럼, 마님처럼 자란 여자라 자존심이 살아있는 건 알겠다만."

히틀러는 표표히 웃었다.

"미국은 물론, 세계가 내 것이야."

그 말에 키이라는 히틀러를 쏘아보았다.

출신지도 불명인 이놈이 미국을 지배하게 둘 순 없었다.

이놈은 미국을 삼키고, 전 세계를 삼킬 것이었다.

무서운 기세로 신종 무덤을 찾아나서는 게 그 증거였다.

남들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었다.

"그래봐야 넌 서주헌한테 잡아먹힐 거야. 그 화석 유물도 빼앗겼지?"

"흥, 그래봐야 화석 유물 한두 개쯤이야."

"바퀴벌레 쪽은 괜찮더라도 다른 쪽은 상당히 아까울텐데."

히틀러는 쯧 혀를 찼다.

서주헌이 가져간 화석 유물 중 하나는 쓸모없는(?) 바퀴벌레였지만, 다른 하나.

그건 신의 신체 일부였다.

그리고 특정 무덤을 소환할 수 있는.

***

"망할 클로에, 결국 단장님만 쏙 데리고 들어가다니."

설아는 문 밖에서 으드득 이를 갈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언제 나오는 거야.

그렇게 뿜어져 나오는 빔이 한 방을 향해 있었다.

그 안에는 지금 주헌과 클로에 단 둘 밖에 없었다.

"벌써 43분이나 지났잖아아!"

결국 설아는 폭발했다.

평소라면 10분이면 끝날 일이 뭐 이리 오래 걸리는 건데!

기어코 설아가 불을 뿜으려고 하자 유재하가 말렸다.

"워워,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걱정 말... 컥!"

"이씨, 분명해! 치료니 뭐니 하지만 사실은 단장님이랑 단둘이 있고 싶은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주헌을 치료할 때만 둘이 되려고 할 리가 없었다.

다른 단원들은 한꺼번에 치료를 한 주제에!

그러자 율리안이 안심 시켰다.

"뭐, 원래도 단장은 개별 치료였잖아. 유물증후군은 우리 중에서 제일 심했고, 그 치료과정을 보여주기 싫어했으니까 그 습관이 남은 거겠지."

이에 다른 남자 단원들이 자기들끼리 툴툴거렸다.

"단장 치사해, 여단원들은 다 독차지하고."

"아이린의 가슴에 안기다니. 부럽다, 부러워."

그 말에 설아는 아이린을 보며 벽만 쾅쾅 쳤다.

그러고 보면 주헌이 아이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지 않았었나.

설아는 아이린의 가슴을 보며 또 애꿎은 벽만 쳤다.

'나도 알아! 쟤보단 가슴 작은 거!'

그래도 이런 차별은 아니잖아아!

자신한테는 얼굴을 파묻어준 적 없으면서!

설아는 그래도 탄력은 자신이 더 좋을 거라며 속으로 엉엉 울었다.

'단장님이 나한테 안겨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주헌이 자신한테 코알라처럼 안겨들지 않았었나.

아마도 전생의 기억 탓일까.

무의식중에 몸에 남은 습관이 나온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자신에게 승산이 더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속으로 훌쩍이던 설아가 불길을 뿜었다.

'이렇게 되면 할 수 없어!'

진짜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부단장님."

"응?"

"우리 다음 무덤은 가슴이 커지는 무덤으로 가요."

율리안은 마시던 커피를 뿜어버렸다.

하지만 아이린은 아이린대로 고민하고 있었다.

왜?

주헌이 설아를 꼬옥 안은 탓이었다.

배앓이 때문에 그랬던 것이겠지만, 사람의 무의식이란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니까.

'주헌 씨, 역시...'

그리고 그럴 때였다.

"확실히 단장이 늦게 나오긴 늦게 나오네."

일리야는 방 안쪽을 살폈다.

"혹시 단장, 리스크 온 거 아니야?"

"뭐? 리스크?"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늦게 나올 리가 없잖아. 문도 잠겨있고."

유재하도 동의했다.

"하긴. 단장님 배앓이 하면서 면역력도 떨어졌다고 리스크가 쉽게 닥칠 거라고 했지."

그 말에 아이린과 설아는 동시에 기겁했다.

하지만 설아는 쓰게 웃었다.

"어, 어, 괜찮아. 클로에는 연하 취향 아니랬거든."

"만나이로 하면 동갑 아냐?"

"..."

"어? 야 잠깐. 안에서 신음소리가..."

문에 귀를 대고 있던 유재하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의 말에 설아는 울부짖으며 쾅쾅 문을 두드렸다.

"클로에,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거야아아아아아!"

"주헌 씨이!"

그들은 울부짖으면서 문을 부쉈다.

그리고 안에서 벌어진 일을 목격한 그녀들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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