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화. 내 먹이야, 짜식아 (5)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서 가져간 화석 형태의 미확인 유물!
그게 복원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히틀러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놈은 괴벨스가 처리했을 텐데.'
그래서 히틀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생쥐 같은 놈. 용케도 괴벨스를 따돌리고 여기까지 왔군."
그러자 유재하가 헛웃음을 흘렸다.
"따돌려? 아, 걔 이미 다빈치 유물로 골로 갔어. 내 허상에 오줌까지 싸고 기절했거든."
"!"
"히틀러의 부하라서 꽤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더라고? 그리고 그 선물로 이것도 가져왔지."
"...!"
유재하가 흔들어 보인 건 화석 유물이었다.
괴벨스에게도 훔쳐낸 것이 틀림없었다.
히틀러는 황당했다.
"손도 없는데 다빈치 유물을 어떻게..."
하지만 히틀러는 곧 아차 싶었다.
'손이 잘린 척 했구나.'
한 손이 잘린 뒤 괴로워하며 쓰러지더니.
설마 그때 남은 손을 옷 속에 숨겼던 건가.
즉, 자신이 자른 건 그때 만든 가짜 손이라는 의미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빈치 유물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복원이 가능할 리도 없고 말이다.
그리고 화석 유물을 당당하게 복원한 유재하가 낄낄 웃어보였다.
"어쨌든 이걸로 우리한테 화석 유물은 2개라네, 하하하."
그 말을 하며 그는 주헌의 옆으로 향했다.
그리고 둘이 합류하자 히틀러는 내심 똥줄이 타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아까 한 말은 사과하지, 역시 뛰어난 부하들을 뒀군."
아무래도 화석 유물이 주헌에게 넘어갈까봐 겁이 난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우리 거래를 하지. 그 미확인 유물을 줄 테니 손을 잡자."
그러자 주헌이 같잖다는 듯 비웃었다.
"뭐래? 이미 우리 건데."
"..."
"아니 애초에 저게 없었어도 너랑은 손 안 잡아 새끼야."
"아끼는 부하를 건드려서 화가 났나보지?"
그 말에 유재하는 은근 기대를 했다.
하지만.
"아니, 하려면 손만 자르지 말고 콱 죽였어야지. 그래야 저놈 비보가 내건데."
"#$*$#*!"
어유, 그럼 그렇지!
유재하는 분통을 터트리며 외쳤다.
"야 이 망할 단장아, 그렇게 나오면 이 화석 유물 내가 가진다!"
"그러든가 말든가."
"?!"
그 말에 유재하는 정말 당황했다.
'저 유물성애자가 어쩐 일로?'
하지만 의문도 잠시, 유재하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아아악! 이게 뭐야!"
유재하가 복원했다고 하는 화석 유물에서 벌레가 기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파사삭 파사삭.
고동색의 반질반질한 등.
길게 돋아난 있는 더듬이.
도망치는 건 세계 일품인 징그러운 다리.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운 이 외견...!
"바퀴벌레잖아아아!"
주헌은 픽 웃으면서 다른 화석 유물을 흔들어 보였다.
"넌 그거나 가져. 좋은 쪽은 내가 가져가마."
유재하는 제 주머니를 뒤지면서 거품을 물었다.
"아오! 저 도둑놈!"
곧 주헌이 화석 유물을 가져가게 되자 히틀러가 코웃음을 쳤다.
"좋은 말로 할 때 그걸 돌려주시지."
"내가 왜?"
"고작 분신체를 가진 주제에 기세등등하군."
"!"
히틀러는 주헌을 보며 이죽거렸다.
"자네가 가진 그 까마귀는 본체가 아니야."
그건 그랬다.
지금 주헌이 다루고 있는 까마귀는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지만, 어디까지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비보.
진짜 본체는 깊숙한 무덤에 봉인되어 있다.
쉽게 말해 까마귀가 완전히 안착한 상태는 아니라고 해야 하나.
물론 능력을 쓰는 데는 큰 지장이 없겠지만...
"비보는 주인의 몸에 붙어 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주지, 하지만 넌 그게 불가능하지 않나?"
하물며 안전성이나 능력발휘 부분에서 100%를 보장받긴 힘들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너 정도 되는 사용자가 왜 그딴 하자품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 말에 주헌의 주변에서 맴돌던 까마귀의 오라가 약간 움츠려 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아직 무덤에 갇힌 몸.
다른 비보들에 비하면 주헌의 눈에 안 찰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탓일까.
곧 히틀러가 말했다.
"그러니 그런 하자품은 버리고..."
그러나 주헌이 비웃었다.
***
"하자품? 뭐래, 누구 멋대로 하자품 취급이야. 너 같은 개새끼보단 새대가리가 나아."
"!"
그 말에 까마귀 오라가 다시 강해지는 것 같았다.
아니, 그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듯한!
곧 주헌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하자품이 아닌 건 능력이 좋아서 손모가지가 슝슝 잘려나갔나보지?"
유재하는 울었다.
아니, 애먼 내 비보는 왜 까는 건데!
'내 비보가 뭘 잘못했다고!'
그리고 역시나 울컥했는지 유재하의 피닉스가 크아아앙 주헌에게 달려들려는 게 보였다.
유재하에게서 빠져 나온 불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주헌을 쪼아대려 한다고 해야 하나.
무례한 인간 놈, 내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냥 히틀러의 유물의 힘에 잠깐 눌렸을 뿐이라고, 불새는 빼애액 항의했다.
그렇게 피닉스의 유물이 각성하듯 강한 오라를 뿜자 주헌은 흡족하게 웃었다.
"오케이, 그 정도면 히틀러한테도 버티겠네."
"네? 그게 무슨..."
주헌은 대답 대신 유재하를 밀었다.
"화이팅. 고기방패."
"뭐, 뭐라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흉흉한 오라가 유재하에게 떨어졌다.
[상대의 유물이 강한 힘을 불러냅니다.]
[상대의 유물이 강한 힘을 불러냅니다.]
"끄아아악!"
스치기만 해도 손이 베일 것 같은 위압감이었다.
곧 히틀러가 본색을 드러내며 입꼬리를 올렸다.
"까마귀를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협상 결렬이군. 나와 손을 잡으면 이 무덤에 있는 유물도 네게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러자 주헌은 태연하게 웃었다.
"필요 없어. 그딴 거."
"허세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 무덤에 있는 유물은 고작 너희들만으로 발굴하기 어려..."
"아니, 이 무덤에 있는 유물은 이미 얻었거든."
"뭐?"
히틀러는 깜짝 놀랐고, 주헌은 대답 대신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은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고분화가 진행 중이던 미술관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즉.
"무덤 클리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미술관이 우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미술관이 무너지자 사방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모두 하늘에 떠 있는 빛나는 문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SUCCESS]
그건 율리안이 만들어낸 전기 문자였다.
***
그 문자에 히틀러는 황당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허, 어쩐지 몇 명이 안 보인다 싶더니."
그러고 보면 율리안과 클로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미술관에 들어오면서 일찌감치 다른 방향으로 빠진 것이다.
주헌 일행이 히틀러를 붙잡고 있는 사이, 나머지는 이 무덤의 유물을 노리게끔.
공명이라면 어떤 유물이 나오든지간에 유물의 공략 방법도 잘 알 테고.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부터 네놈 유물은 맛없을 거 같아서 관심이 없었거든."
"...!"
처음부터 주헌의 목적은 이 무덤의 유물이었다는 건가.
그럴 때였다.
히틀러가 눈을 부릅뜨자 단이 칼을 뽑아 들었다.
"단장님, 여기는 제가 막겠습니다. 단장님은 어서 재하랑 설아랑..."
하지만 주헌은 재빨리 그런 단을 밀치고 자신이 앞에 나섰다.
자신 외엔 당할 수 없는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쿵!
유물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기운.
아니나 다를까.
바닥에서 눈부신 섬광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섬광과 함께 유재하를 비롯한 히틀러의 부하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건 당연했다.
[히틀러의 힘이 도시에 작렬합니다.]
작렬하는 지배력과 함께 바닥에 나치문양, 거대한 하켄크로이츠가 떠올랐다.
그 범위는 이 도시를 뒤덮을 정도의 범위!
"아아악!"
단순히 미술관에 씰을 붙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해당 영역에서 유물의 능력이 제거 당합니다.]
[해당 영역에서 유물의 능력이 제거 당합니다.]
[그동안 쌓인 리스크가 한번에 닥칩니다.]
[그동안 쌓인 리스크가 한번에 닥칩니다.]
주변의 유물의 능력이 제거되면서, 유물의 버프를 받던 이들이 단체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평소 유물의 힘을 활용해 체력을 올리거나, 힘을 강화 시키거나, 노화를 막는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단체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저 미친놈이 아군한테도!"
아무래도 빡친 히틀러는 아군이 좀 피해를 입더라도 주헌을 잡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심지어 유물을 쓰고 있던 반대급부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를테면 귀신 유물을 쓰던 설아는 유체이탈을 한다거나, 노화방지 유물을 쓰고 있던 사람은 갑자기 50년은 훅 늙는다거나.
뭐, 화석 유물에 이 무덤의 유물까지 가져갔으니 화가 날만도 하지만.
그쯤 되자 주헌이 쯧 혀를 찼다.
"칫, 저놈 건 맛없어 보여서 참았는데."
주헌이 바로 까마귀 유물을 발동했다.
그러자 주헌의 눈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까마귀 오라가 폭발했다.
평소보다도 몇 배는 강력한 힘이었다.
그리고 주헌은 히틀러가 발동한 힘을 포식하기 시작했다.
까마귀의 검은 오라가 도시 전체를 덮었다.
그리고 점점 히틀러의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능력제거의 힘이 사라졌다.
하지만 괜히 사황급으로 거론되는 게 아닌지, 유물의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흡식할 수 있는 허용량을 초과했습니다.]
[흡식할 수 있는 허용량을 초과했습니다.]
그걸 보고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까짓것 배탈 좀 나지 뭐.
쿵!
주헌이 눈을 번득이자 강한 압력이 히틀러를 짓눌렀다.
"크윽!"
그는 당황스러웠다.
포식의 오라가 강제로 히틀러의 유물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정말 강한 힘이었다.
"젠장!"
'이대로는 유물을 빼앗긴다.'
히틀러는 강하게 유물을 발동했다.
그래 봐야 주헌의 비보는 분신체.
히틀러는 능력제거의 힘을 주헌에게 모두 쏟아 부었다.
"!"
주헌은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까마귀의 힘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주헌은 정신을 집중했다.
이대로 자신의 유물이 망가진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각성합니다.]
[비보의 새로운 힘을 익히게 됩니다.]
[흡식한 유물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까마귀의 유물의 힘은 원래 포식한 유물을 자신의 힘으로 삼는 것.
번쩍!
주헌은 새롭게 느껴지는 힘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발동해버렸다.
지금까지 삼킨 히틀러 유물의 제거의 힘을!
***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곧 제거의 힘이 히틀러에게 작렬하고, 그는 피를 토했다.
그가 가진 유물의 능력이 제거되면서, 고스란히 리스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히틀러의 주변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그건 바로 히틀러가 판도라에서 빼내온 상급 유물사용자들 중 일부였다.
원래 TKBM 소속부터 시작해 다양한 곳에 적을 두고 있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히틀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장군!"
매튜 장군은 리스크를 받은 건지 연실 피를 토했고, 주헌 역시 괴로운 듯이 쓰러져 있었다.
"단장님!"
단원들이 달려왔고, 설아가 다급하게 주헌을 안았다.
식은땀을 흘리는 주헌은 괴로워하며 설아를 꽉 부여잡았다.
"크윽..."
"단장님, 괜찮으세요? 단장님!"
동아줄도 낑낑 거리면서 주헌의 주변을 맴돌았다.
주헌이 그렇게 괴로워하는 건 처음이라 덜컥 겁부터 들었다.
"단장님 괜찮..."
그러자 설아에게 코알라처럼 안겨있던 주헌이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이, 이상한 거 먹어서 탈 났어..."
"네?!"
얼굴빛이 보라색이 된 주헌은 정말 죽으려고 했다.
그리고 히틀러를 살피던 부하들이 주헌 일행을 쏘아보았다.
"가만두지 않겠어."
그럴 때였다.
콰르르릉!
"!"
눈앞에 맹렬한 번개가 쏟아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살벌한 목소리.
"전면전을 하겠다면 상대해주겠지만, 손해를 보는 건 그쪽일 텐데."
나타난 건 율리안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클로에와 일리야, 심지어 아이린까지 있었다.
곧 그가 진심이라는 듯 노려보자 적들은 몸을 떨면서 히틀러를 데리고 급히 사라졌다.
몇몇이 그들을 쫓으려고 하자 율리안이 막았다.
"이미 얻을 건 얻었어, 쫓을 필요 없어. 그보다..."
"주헌 씨, 주헌 씨 괜찮아요?!"
율리안은 끙끙 거리는 주헌을 보고 뒷목을 잡았다.
보아하니 히틀러의 제거 능력을 얻은 거면 좋은데...
"그래도 아무거나 먹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결국 배탈 났잖아, 자식아!
주헌은 좀비가 되었다.
"...클로에 소화제, 소화제..."
"소화제 가지고 되겠냐!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