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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86화 (286/409)

286화. 내 먹이야, 짜식아 (2)

"반갑습니다, 유재하 씨."

"?"

예언대로 전시장에 사황 중 한 명이 나타났다.

유재하는 눈앞에 나타난 사람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단장님?"

그렇다.

유재하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주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헌 답지 않게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유재하는 와하하 웃었다.

"뭐 부탁할 일 있음? 그렇게 웃으니까 오히려 무서운데요?"

"그래?"

"네, 진짜 무서운..."

그럴 때였다.

"아, 단장님. 그렇게 웃으니까 진짜 재수없네."

"...엥?"

유재하는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방금 주헌이 그렇게 말했다.

마치 유재하의 속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그리고 유재하가 당황하자, 주헌이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말했다.

"뭐지?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유재하는 당황한 나머지 잠시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주헌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면에선 2040년 때의 단장님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쿵!

유재하는 순간적으로 테이블과 부딪쳐 도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뭐야 이 자식, 지금...'

"지금 내 생각을 읽는 거야?"

놈의 말에 유재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단장님이 아니야.'

확실했다.

얼굴도 목소리도 똑같아서 구별을 못했지만, 분명 단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주헌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가 물었다.

"2040년의 단장이라니. 그거 재밌네. 미래라도 본 건가? 그것도 아니면."

그는 유재하의 머리를 움켜쥐며 가늘게 웃었다.

"미래의 기억이라도 있는 건가?"

동시에 오싹함을 느낀 유재하가 놈의 팔을 뿌리쳤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주헌은 아니었다.

'혹시 그 짝퉁?'

안대를 안 껴서 몰랐지만 TV에 나왔던 그 궁예 유물을 사용하던 놈인가?

"너 그 짝퉁이지! 하버드에서 개망신당했던 놈?"

그러자 상대가 헛웃음을 흘렸다.

"하버드? 아 타오를 말하는 건가? 힘을 빌려 가놓고도 헛짓거리 했던?"

아무래도 조이를 찾았던 궁예와는 다른 인물 같았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어쨌든 단장이 아니면 이쪽도 좋게좋게 나갈 이유도 없으리라.

'이 개새끼. 어디서 단장님 흉내를 내.'

곧 유재하가 다빈치 유물을 짚었다.

포박 용도의 넝쿨을 불러낼 심산이었다.

그러나.

넝쿨이 튀어나오는 순간,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륵!

'!'

유재하는 깜짝 놀랐다.

'역시나.'

읽혔다.

자신이 뭘 할지 미리 읽히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속도였다.

그 증거로 놈이 웃었다.

"글쎄, 네 생각은 다 읽을 수 있다니까?"

그가 같잖다는 미소로 살의를 드러내려 할 때였다.

"싸우려고 온 게 아닐 텐데?"

"!"

낯선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남자였다.

장군 복장을 한 남자가 유재하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모습에 유재하는 깜짝 놀랐다.

'저 녀석은.'

언제였지, 루이의 일로 미국 국방부 펜타곤에 유물을 털러 갔을 때였나?

'됐고, 왜 우릴 공격했죠?'

'죄송합니다. 당신이라면 저 안을 다 털어가고도 남잖습니까? 안타깝게도 미군의 유물이 다 저기에 먹혀서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래서 사람의 평소 이미지가 중요한 거죠! 오죽하면 단장님이 유물을 다 털어갈 거라고 생각하겠어요. 단장님, 그러니까 행실 좀 똑바로...'

'닥쳐, 니 하드 박살내기 전에.'

'이러기예요? 몇 개 공유해줬잖아! 그걸 왜 박살 내!'

사실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미군의 공격을 사과하며 주헌의 길안내를 자처했던 매튜 대령이었다.

하지만 따라가려고 했다가 동아줄이 붙잡았지.

하물며 지금은 대령이 아니었다.

'장군이잖아.'

그것도 별이 상당히 많았다.

'아니! 승진도 정도껏 해야지!'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사인을 부탁했다.

팬이라고 했다.

"저도 그림의 길을 걷고 싶어 했기 때문에 아주 흥미롭게 봤습니다. 좋은 그림들이더군요."

하지만 그의 미소에도 유재하는 몸을 떨었다.

왜?

'확실해, 사황급이야.'

무서웠다.

감춘다고 감춘 것 같은데, 놈이 뿜고 있는 오라와 지배력이 아주 흉흉했다.

솔직히 말해서 주헌보다도 더 무서웠다.

게다가 친화력이 높은 자신과는 상성 역시 최악.

하지만 유재하는 굴하지 않았다.

그래보여도 왕급이었다.

"하하, 감사드립니다. 승진 축하드리고요."

그런데 이 때 미국 장군 매튜, 아니 히틀러가 뭔가를 내밀었다.

"이 자리에서 실례라는 건 알지만, 한 가지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그가 내민 건 유물이었다.

그리고 그 유물에 유재하는 놀랐다.

그건 당연했다.

'키이라 장군의 유물...!'

틀림없었다.

전에 주헌이 골로 보낸 미국 장군 키이라의 유물이었다.

그 유물은 심각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쉽게 말해 유물의 핵까지 파괴된 상태.

이유는 간단했다.

'단장님의 짓이다.'

주헌은 고흐의 그림을 이용, 키이라와 그 부하들을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차원으로 날려 보냈었다.

그 당시에 주헌은 왕급이 아니었고, 키이라를 죽일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헌은 키이라의 전쟁왕 유물도 완전히 박살 내서 함께 날려 보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게 왜 여기에.'

유재하는 몸을 떨었다.

"도대체 누가 무슨 수를 쓴 건지, 세상 그 누구도 복원을 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안 되겠지!

감히 누가 부숴 놓은 건데!

그러나 히틀러는 범인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이것들을 함께 복원해주시겠습니까?"

유재하는 웃음이 나왔다.

미쳤냐, 이걸 복원해주게!

"미안하지만... 크아악!"

거절하려던 유재하는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전시장에 끔찍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아아악!"

분수처럼 튀기는 피.

그리고 그 피 위로 철퍽 뭔가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아... 아아!"

유재하는 끔찍한 고통에 그대로 쓰러졌다.

잘려져 나간 건 자신의 왼손이었다.

"크, 크윽...!"

그리고 괴로워하는 그를 향해 히틀러와 한패로 보이는 궁예가 한마디 했다.

"고치지 않으면 치료도 못 받고 죽을 거야."

그러나 유재하는 그런 그를 비웃었다.

"등신아, 너 내 생각을 읽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냐?"

자신의 비보는 피닉스 유물이다.

신체가 잘려나가도 귀신같이 재생할 수 있는 초월적인 재생력!

조금만 기다리면 손이야 금방...

그런데 이때였다.

'!'

재생이 되지 않았다.

비보의 힘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째서.'

***

이에 그 원흉인 듯한 히틀러가 차갑게 웃었다.

"남은 한손이라도 지키고 싶으면 얌전히 복원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

"이 멋진 그림들, 계속 그릴 수 있어야지."

이 개새끼가.

진짜 이 새끼 죽여버릴까.

유재하는 이를 악물고 히틀러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표표히 웃었다.

"그걸 어서 복원해. 그리고 우리를 따라와서 이것도 복원해주면 좋겠군."

"!"

히틀러가 뭔가를 흔들어보였다.

마치 화석 같은 유물이었다.

전생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로, 신종 유물처럼 보였다.

복원하지 않으면 정체를 알 수 없을 것 같은.

"이게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무덤이 있거든. 그러니 어서 복원해봐."

유재하는 이를 갈았다.

'젠장, 왜 비보가 말을 안 듣는 거야.'

유물을 빼앗긴 것도 아닌데!

그러자 그 생각을 읽은 듯 궁예가 답했다.

"왜긴 왜야. 장군의 능력 제거 능력 때문이지."

그렇다. 히틀러의 능력은 유물의 능력 제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피닉스 유물의 힘이 발동이 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유재하는 속으로 쌍욕을 했다.

도망치자니 무리고, 복원해주는 척하고 빼돌리려고 해도...

'이 관심법 땡중이 문제고!'

사기꾼한테는 그야말로 최악의 적!

"나 말고 다른 복원사한테 맡겨. 오피셜 복원사들도 제법 실력 좋거든?"

그러자 놈들이 입꼬리를 올렸다.

"걔네는 실력이 없어서 전부 없앴는데, 그 쓸데없는 손모가지들도 전부 잘라서."

"...?!"

"그래도 영광으로 알라고, 난 서주헌의 눈을 아주 높게 평가하지. 그가 데리고 있는 복원사면 쓸 만하다고 생각하거든. 자, 남은 한 손이라도 지키고 싶으면..."

그러나 유재하는 사납게 웃었다.

저 유물들을 고쳐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는데, 고치라고?

"꺼져. 난 우리 팀 거 아니면 안 고쳐!"

그 시원스러운 답에 히틀러가 웃었다.

"그거 유감이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명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남아 있던 오른손도 잘려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에 히틀러가 궁예에게 말했다.

"괴벨스를 불러서 목격자들 처리하라고 해. 그놈을 포함해서 여기 있는 미술가들 전부 끌고 가고."

"부르긴 하겠지만 명령하지 마. 난 자네 부하가 아니...윽!"

궁예는 자신들에게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구경꾼들로 보였던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이것들이!"

그러나 그들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쳐냈다.

동시에 이게 누구의 수작인지 알 것 같아서 궁예는 유재하를 짓밟았다.

콱!

"큭!"

"사람들을 동원해서 공격할 생각이었나 본데, 네 생각은 뻔히 읽힌다니까?"

그런데 그럴 때였다.

궁예는 히틀러의 빈손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 가지고 있던 미확인 유물은?"

그러자 히틀러는 도리어 웃으며 궁예를 보았다.

"네가 데리고 있던 그 복원사놈은?"

"뭐? 여기에 있잖아."

"그거 가짜인데?"

궁예는 황급히 자신이 붙잡고 있던 유재하를 보았다.

"가짜? 아니, 그럴 리가..."

여전히 생각은 읽히고 있었다.

가짜라면 당연히 티가...

"!"

동시에 궁예의 눈이 번득였다.

이 자식, 생각까지 복제해놓고 튀어버렸나!

애초에 사람들을 이용해 공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거짓이었던 것이다!

***

"아오, 진짜 저 미친 새끼들!"

도망쳐온 유재하는 팔의 고통에 정말 괴로워했다.

화장실로 도망친 것도 좋았고, 있어 보이는 미확인 유물을 쏙 훔쳐서 달아난 것도 좋다 이거였다.

하지만 피닉스 유물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아오, 이정도면 클로에도 재생시키기 힘들 텐데...!"

유재하는 잘려나간 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 이 상태를 봐선 두 번 다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었다.

"그래도 뭐 됐어."

단장님이 개인전을 열어준 덕분에 평생의 소원은 이미 이루었으니까.

괴로워도 그건 괜찮았다.

하지만.

"아씨, 이러면 팀원들 복원도 못 해준다는 게 문제잖아."

그게 못내 걱정이 됐다.

어쨌거나 그는 주헌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다.

'히틀러에 대해서 알려줘야 해.'

위험한 녀석이 있다고.

그러나.

"아씨."

겨우 번호를 누르고 귀에 댄 것까진 좋은데 손이 없어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결국 유재하가 짜증을 내며 주우려는 찰나였다.

퍽.

"!"

누군가가 핸드폰을 발로 부숴버렸다.

고개를 드니 눈앞에 있는 건 예쁜 여자였다.

"서주헌한테 연락하는 건 안 되지."

그 미소에 유재하는 땀을 삐질 흘렸다.

"어... 저기 여기 남자 화장실인데."

괴벨스는 방긋 웃었다.

한편 그 무렵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술렁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전시장에 도착한 주헌 일행은 제 눈을 의심했다.

전시장에는 마치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는 듯, 거대한 고분화 현상이 벌어져 있었다.

미술관 반경 500m로 출입이 금지된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쟤들 유물 사용자들 아니야?"

미술관 주변에 수많은 유물사용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충 왕급부터 B급 유물사용자들까지, 그 숫자만 군대와 맞먹었다.

그리고 주헌은 그 광경이 낯익었다.

왜?

'사황이 나타난다고 하더니.'

저건 과거 사황들이 왕급 사용자들을 이용하는 방식과 흡사했다.

주헌은 연락이 오다 만 자신의 핸드폰을 보면서 설아에게 물었다.

"호구 놈은?"

"역시 저 안에 있는 것 같아요. 듣자하니 미술관에 있던 복원사들을 노린 범행 같은데...!"

권 회장이나 판도라 소속의 왕급들은 아니었다.

별개의 인물.

곧 주헌이 들어가려고 하는데, 히틀러를 따르는 상급 유물사용자들이 그를 막았다.

"거기서 멈춰, 장군을 방해하지... 커헉!"

사나운 오라가 놈들을 위협했다.

곧 주헌은 같잖다는 듯이 흉흉하게 웃었다.

"뭐? 다시 말해봐.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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