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내 먹이야, 짜식아 (1)
"뭐? 줄리앙이 죽었다고?"
주헌은 뜻밖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다음 무덤을 물색하는 중이었다.
부하 놈의 전시야 꽤 성공적이겠다, 이제 그에게 맡기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려는 것이었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무덤들이 꽤 있다.'
특히 나오지 않은 무덤 중에서 탐이 날 만한 유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까마귀의 말이 신경이 쓰였다.
'네가 전생에서 본 무덤은 전체의 50%다.'
추측컨대 자신이 모르는 신종 유물이 더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길래 옛날엔 안 나오셨대.'
혹시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7대 무덤, 탐욕과 탐식의 무덤도 그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그래서 주헌은 일단 무덤조사를 하면서 TKBM과 판도라를 갈구고 있었다.
왜?
'야. 내기 이겼잖아. 빨리 10억 달러 내놔. 뭐? 못 준다고? 우리애가 이겼잖아. 빨리 약속 지켜!'
그렇다.
지금 주헌의 비보를 노리고 내기를 했던 쪽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아니, 1조원이라는 돈이 뚝딱 나오는 금액도 아니고!
심지어 그냥 10억 달러도 아니었다.
[두당 10억 달러.]
총 100억 달러, 그러니까 10조 원을 지불해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주헌이 비보 10개를 걸겠다고 해서 얼씨구나 참가를 했건만.
'아 미친. 누가 거장의 유물을 이길 줄 알았어?'
'일이 다 꼬였어.'
물론 주헌은 꼭 100억 달러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그런 돈이 뚝딱 나올 리도 없다는 걸 현실적으로 알기 때문이리라.
단지.
[싫으면 니들 악신 유물이라도 내놓던지.]
아주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어떻게 얻어낸 비보 대체품인데 그걸 내놓으래!
아무래도 처음부터 주헌은 이럴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짝퉁 왕급들의 존재는 방해니까.
아무튼 그렇게 놈들을 갈구고 있는데 설아가 뜻밖의 소식을 물어왔던 것이다.
"정말로 줄리앙이 죽었다고?"
"네, 살해당한 것 같아요. 유물사용자한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덕분에 율리안은 솔직히 놀랐다.
'단장이 저렇게 심각해 하다니.'
그만큼 줄리앙이 중요한 인물이었던 걸까.
그래서 당황한 설아가 먼저 말했다.
"죄송해요, 단장님. 단장님이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던 사람이라면 좀 더 주의를..."
"그래. 나도 좀 더 감시할 걸 그랬어."
하지만 주헌이 태연하게 말했다.
"아니, 줄리앙이 누군데?"
"...!!"
고민하던 건 그쪽이었나!
심지어 주헌의 옆에 있던 일리야도 동의했다.
"그러게, 줄리앙이 누구야?"
"너희 정말 줄리앙 몰라?"
"남자 놈 이름을 왜 기억해야 하는데?"
일리야의 말에 율리안과 설아는 뒷목을 잡았다.
"니들 정말!"
결국 율리안이 모바일로 사진을 찾아주려고 하자 주헌이 고개를 저었다.
"농담이야. 알아. 누군지. 그치?"
"그래요. 줄리앙, 나이는 29세. 아이비리그 예일대 미술학부 출신으로..."
일리야도 신상정보를 좔좔 훑자 율리안은 눈을 부릅떴다.
왜?
일리야가 누군가의 신상정보를 꿰뚫고 있다는 건 좋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야? 일리야가 왜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어?"
"왜긴. 괴롭히고 있었으니까."
"뭐?!"
율리안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럼 일리야, 설마 네가...!"
그러자 일리야는 굉장히 기분 나빠했다.
"실례네요. 저라면 흔적도 없이 죽여요. 듣자하니 유물도 털렸다는데 수상한 사람은 따로 있지 않아요?"
그러자 당황한 율리안은 바로 주헌을 보았다.
"그럼 설마 서주헌 네가...!"
율리안은 주헌에게 바로 걷어차였다.
"야. 내가 아무리 그래도 유물 때문에 사람을 죽이진 않아."
뭐 그건 그렇지.
"...아무튼 둘 다 아니라는 거지?"
"하도 괘씸한 짓을 해대서 그냥 악몽을 꾸게 했을 뿐이야. 이번 내기에서 비보를 줄 순 없었고."
"콱 교통사고도 낼까 했는데 단장님이 그건 하지 말래서."
율리안은 뒷목을 짚었다.
진짜 이놈들은 잡혀가야 한다.
"어쨌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야."
그는 심각해졌다.
이유는 있었다.
'짝퉁이라고는 하나 비보를 가졌던 인물이다.'
초인이었다.
누가 왕급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같은 왕급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면 약점이 될 유물을 발굴해낸 사람의 소행.
그럴 때였다.
[그게 궁금해?]
"!"
주헌이 앉아 있던 테이블 밑에서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그들이 테이블 밑을 살폈다.
하지만 테이블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황한 그들이 주변을 살폈지만, 역시 없었다.
그런데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그 미술가를 죽인 건 나야.]
심지어 그 목소리가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이 목소리, 루이 아니에요?"
틀림없었다.
유재하의 가짜 아들놈, 루이 마틴.
주헌은 낯익은 목소리에 코웃음을 쳤다.
"너 분명 토끼고 노친네 밑에 붙어 있던 거 아니었냐?"
어제 전시회에서 보고 알았다.
어디로 도망갔나 싶었더니, 어제 전시하던 작가들 틈에서 헤벌쭉거리며 다녀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아군을 죽였다고?"
[나한테 고마워 해, 그 자식 그쪽 복원사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잘못 했으면 복원 능력도 잃었을 걸?]
"!"
미술의 재능은 복원 유물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
그 재능을 잃으면 당연히 복원도 못 한다.
그러자 주헌이 말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빠한테 정이 많이 붙었나?"
루이는 비웃었다.
[아니? 너희들을 처리해야 할 건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
뉘앙스를 들어보니 권 회장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다른 놈이 이놈의 배후에 있었다.
곧 정보를 캐내려는 건지 주헌이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왜 죽였지?"
[복원 능력이 필요하니까? 수석 복원사라길래 기대했는데 영 거지 같아서.]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미술가들 사이에 끼어있었던 건가.
미술가들은 다 복원사니까.
하지만 이상했다.
"너도 미술가 나부랭이니 복원 가능할 거 아냐. 왜 네가 안하고?"
[...]
"뭐, 네가 가능할 리가 없지."
[...!]
"건방 그만 떨고 말해라, 꼬맹이. 배후는 누구야. TKBM 노친네는 아닌 것 같고, 지금 네 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확실한 건 너희들보다 강한 사람.]
"우리가 아는 사람?"
곧 주헌이 누군가를 떠올렸다.
동시에 루이가 차갑게 웃었다.
[뭐, 곧 죽을 놈들한테 말해줘 봤자 소용없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뭔가 느낀 설아가 다급히 소리쳤다.
"단장님! 강한 오라가!"
폭발의 기운이었다.
"젠장, 어디에 유물이 있는 거지?"
그들이 유물을 찾지 못할 때 강한 섬광이 일어났다.
그 위력은 그들이 있던 카페가 전부 날아가기 충분한 위력!
'방어 유물을 쓰기에는 늦었다!'
그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폭발과 함께 날아갈 줄 알았던 그들은 어째 주변이 잠잠하자 한쪽 눈을 떴다.
"어, 어?"
눈앞에 있는 건 주헌의 흉흉한 까마귀 오라 뿐.
주헌은 뭘 잘못 먹은 건지 엑, 혓바닥을 내밀고 있었다.
"아씨, 더럽게 맛없어."
설마 폭발하기 전에 그걸 흡식한 거냐?!
그 증거로 주헌은 짜증을 내고 있었다.
"무슨 유물인데 맛이 이따위야."
'도,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뭐 아무래야 좋았다.
주헌의 주변에서 꿈틀거리던 검은 오라가 뭔가를 툭 뱉어냈다.
그건 바로 숨겨져 있던 목소리 전달 유물.
율리안은 입꼬리를 올리면서 거기에 대고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를 죽이는 데는 실패한 것 같은데?"
더불어 카페에 있던 사람들도.
"자, 그럼 쓴맛을 보기 전에 네 배후가 누군지 말해보시지?"
결국 이 상황에 당황한 건지, 루이의 목소리가 끊겨버렸다.
곧 율리안이 뭔가 눈치를 챈 듯 외쳤다.
"복원사를 찾고 있었어, 재하는?"
"전시장에 혼자 있겠지. 일주일간 휴가 줬으니까."
"그럼 위험한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자신들을 다 처리하려고 했던 루이였다.
지금도 루이는 전시장에 있을 터.
홀로 남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실제로 전시장에 있던 루이는 계획을 변경한 상태였다.
"이씨, 서주헌 이 미친놈. 그걸 또 쳐먹냐?!"
까마귀의 흡식의 힘에 대해선 들었지만...!
뭔가 계획이 좀 틀어졌지만 상관없었다.
"이렇게 되면 빨리 저놈부터...!"
루이는 유재하를 쏘아보았다.
동시에 줄리앙을 죽였던 성기사가 나타났다.
기사는 전시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유재하에게 향했다.
'감사히 여겨라, 죽이진 않으마.'
자신의 상관이 복원사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 하나는 잘라도 상관없겠지.'
놈이 재생의 능력을 가졌어도 소용 없었다.
그걸 무마할 방법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콰직!
유재하에게 향하던 성기사가 박살이 나버렸다.
"?!"
어찌된 일인가 싶을 그때, 루이의 뒤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쟤를 죽이는 건 나야."
루이는 기겁했다.
***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잭 더 리퍼였다.
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루이를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줄곧 유재하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결국 니나가 자신을 노리자 루이는 다급하게 외쳤다.
"야, 야! 나도 쟬 노리고 있다고! 그럼 같은 편 아니야?"
그러자 니나는 칼을 높이 들었다.
"내가 죽여야 의미가 있어서."
"뭐, 뭐?!"
루이는 거품을 물면서 도망쳤다.
니나는 정말 강했다.
악신 유물이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쓸데없이 강했다!
그리고 졸지에 쫓기게 된 루이는 유물을 써서 도망쳤다.
니나는 눈앞에서 루이가 사라지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젠장."
임무에 성공해야하는데.
"일단 복원사를 납치해가야 하는데...!"
다른 복원사여도 상관없지만, 자신이 아는 한 상관이 만족할 만한 복원사는 호구왕밖에 없었다.
'놈은 그 유물을 복원하려고 한다.'
유물을 복원시켜 어떤 무덤에 들어가려고 했으니까.
아주 특별한 무덤이라고 했다.
그거면 주헌 일행도 쉽게 부하로 만들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아무래도 너로는 힘든가 보구나.]
"!"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어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걸어온 건 다름 아닌 굵직한 목소리의 남자였다.
[임무에 실패하면 어찌 될지 알 텐데.]
루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히틀러.'
전화를 해온 건 얼마 전 미국 장군의 자리에 오른 매튜.
히틀러 유물의 소유자였다.
그는 과거 키이라가 쓰던 힘까지 쓰는 상태였다.
[하루빨리 키이라 장군과 그 메두사 꼬맹이를 구하고 싶은 게 아니었나?]
이 개새끼.
물밑에 숨어 있던 그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루이는 알았다.
'이놈은 서주헌과 맞먹는다.'
사황급이었다.
"알았어요. 일단 유재하만 따로 불러내서..."
그런데 그럴 때였다.
"따로 불러내서 뭐요?"
"아아아악!"
루이는 울부짖었다.
자신의 눈앞에 험상궂은 얼굴의 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재하의 전시회를 보러 온 듯한 단이 루이를 붙잡고 험악하게 웃었다.
"방금 이야기하신 분은 누구죠?"
도망가면 썰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이었다.
한참 유재하가 손님들을 맞이하던 그 때였다.
"반갑습니다, 유재하 씨."
"?"
예언대로 전시장에 사황 중 한 명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