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화. 스카우트 전쟁 (4)
"세상에, 어떻게 하나같이 이렇게 좋은 유물들만 가졌지?"
"?!"
그리고 순식간에 주헌의 유물을 털어갔다!
주헌은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정말 자신의 품에서 유물들이 몇 점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
주헌은 처음 겪는 상황에 드물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심지어 그걸 보는 단원들조차도.
그건 당연했다.
아니 단장님의 유물이 털리다니...!
"그거 미션 임파서블 아니었어?!"
"으악, 미쳤어! 강탈왕이 유물을 털렸다!"
"누가 그 핏줄 아니랄까 봐!"
단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만큼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조이는 지금 동아줄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주헌을 덮쳤다고 한들 자유롭게 뭔가를 훔칠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 스틸 계열의 유물?
아니, 그건 더더욱 아니었다.
조이는 지금 유물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틸 유물을 썼다면 진작 눈치를 챘지.
아니 애초에.
'저 인간이 뭔가를 빼앗길 사람이야?'
저 욕심쟁이가?!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강탈해간 저 유물들의 모습.
자유다! 자유다!
악덕 건물주 서주헌은 각성하라!
하앜, 하앜, 분부만 내려주세요.
뭐든 하겠습니다.
하앙 때려 줘! 떄려 줘!
주헌의 유물들은 전부 조이의 주변에서 알랑거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드디어 네게서 해방되었구나, 빌어먹을 인간!]
주헌이 독식한 비보 중 몇 마리도 조이에게 향해있었다!
결국 보다못한 단원들이 외쳤다.
"단장님! 저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베테랑인 단원들조차도 이번만큼은 원인을 몰라 당황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쯧쯧 혀를 찼다.
"놀랄 것도 없어, 친화력 탓이야."
"네?!"
주헌은 이미 뭔가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추측은 맞았다.
[상대의 막대한 친화력에 유물들이 친해졌습니다.]
[상대의 막대한 친화력에 유물들이 친해졌습니다.]
"친화력을 활용한 강탈이야."
그 말에 유재하가 뭉크의 절규 같은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미쳤어요?! 친화력이 언제부터 그런 능력이었던 건데?!"
유재하에게 친화력이란 아무리 높아도 호구 취급 밖에 당하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실제로 단원 내 친화력 서열 1,2위를 다투는 자신은 복원할 때마다 유물들에게 두들겨 맞고 물리는(?)것이 일상!
마치 공격적이고 까탈스러운 동물들을 씻기거나, 발톱을 자르는 등 강제로 미용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됐다.
그런데 뭐가 어쩌고 저째!
"말이 돼요 그게?"
"가능해. 친화력이 너무 높아서 어느 유물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야. 즉 주인관계 없이, 계약관계 없이. 그 누구의 유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지."
뭐래, 결국 강탈이라는 거잖아!
유재하는 거품을 물었다.
"야 이 못된 것들아! 피에 도대체 뭐가 섞이면 니들 같은 돌연변이들이 나오는 거... 커헉!"
유재하는 주헌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
주헌은 조이에게 붙은 유물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설마 비보들까지 갈 줄은 몰랐지만.'
물론 졸지에 강탈범이 된(?) 조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왜?
'망할, 왜 비보들까지 딸려온 거야.'
자신은 주헌하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잡동사니 몇 개를 가져오려고 했던 것뿐인데!
그랬다.
사실 조이는 정말 유물을 훔쳐갈 생각이 없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유물을 싫어하긴 하지만 사실은 자신도 유물 덕후긴 유물덕후.
솔직히 압도적으로 수준이 높은 주헌의 유물에 눈이 돌아가긴 했지만...
'그, 그래도 뺏는 취미는 없어.'
아마도 말이다.
그리고 사용하는 건 싫어도 연구하는 건 좋아하는 그녀였다.
단지 그녀는 그 사람에게서 들었을 뿐이었다.
'음, 자네 오빠 말이야? 대단한 유물성애자지. 그래서 강탈왕이 되었을 정도니까.'
'!'
사실 조이는 일반인으로 살고 있지만, 유물사용자와 접촉이 있었다.
바로 위험했던 순간, 은혜를 입게 된 유물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 회사의 사장은 조이에게 이런 말을 해왔다.
'이 남자. 엄청난 유물성애자야.'
'주, 주헌이가 유물성애자라고요?!'
'뭐, 그래서 우리 이사... 아니 서주헌은 보통해선 말도 안 들어 처먹을걸? 완전 유물에 세뇌당했으니까. 하하하. 이쪽에서도 유명해.'
조이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래서 주헌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오늘 만남에서도 다짜고짜 용건이 유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비보까지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그 맘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조이의 친화력을 도리어 이용한 비보들이 웃었다.
[서주헌 이 가증스러운 인간, 그래도 고맙다. 우리를 해방해줄 강한 인간을 찾게 해주다니!]
[이 인간의 친화력 정도면 네 지배력 따위, 무섭지 않다!]
아니야, 그거 아냐! 그만해!
유물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은 좀 읽을 수 있는 조이는 울부짖었다.
심지어 다른 유물들도 이때다 싶었는지 반항을 시도했다.
그래! 폭군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우리는 자유와 평화를 원한다!
우리에겐 이 인간밖에 없다! 없다!
쉽게 말하면 공포정치에 억압받던 유물들이 자유에 눈독을 들였다는 거지만.
"유물들 주제에 자유는 개뿔."
쿵!
[까마귀의 오라가 사방에 뻗어나갑니다.]
[까마귀의 오라가 사방에 뻗어나갑니다.]
"꺄아아악!"
***
엄청난 지배력이 조이와 유물들에게 작렬했다.
팔짱을 낀 주헌의 뒤로 나오는 까마귀 형태의 오라는 고고하지만 흉흉했다.
"니들 지금 어디서 아양 떨고 있는 거냐, 어?"
그 흉흉한 오라에 유물들이 빼애애액 울부짖었다.
심지어 기운만 살짝 드러냈을 뿐인데도 유물들은 거품을 물었다.
비보들 역시 파르르 몸을 떨었다.
주헌의 지배력과 상성이 끝내주는 건지, 까마귀의 오라가 미친 듯이 상승하고 있었다.
'이 미친놈.'
그리고 주헌이 웃었다.
"뭐? 때려줘? 뭐든 해? 그렇게 원하면 전부 먹어치워주지. 이 지조없는 유물 놈들아."
곧 주헌의 눈이 붉은 색으로 변하자 유물들은 울부짖었다.
평소엔 유물 갈취용으로, 일명 먹고 뱉기를 시전하는 주헌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말 그대로 잡아먹는 의미의 포식!
육체는 사라지고, 영혼까지 으으득 먹혀 놈의 피와 살, 능력이 된다!
주헌이 아직 그 힘까지 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충분히 두려웠다. 과거 까마귀의 횡포를 잊을 유물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용서해주십시오! 제발!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마아아안!
꿈같은 자애로움에 그만 눈이 멀어!
친화력에 눈이 멀었지만, 역시 주헌의 지배력은 무서웠다.
특히 주헌의 유물들은 평소에도 주헌에게 혹독한 정신교육을 받아왔다.
뇌리에 새겨진 공포를 잊는 건 어려운 일이리라.
결국 유물들은 엉엉 울며 주헌의 주머니로 쏙쏙 들어왔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심지어 탈출했던 비보들도 훌쩍이며 허둥지둥 주헌에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 그럼 다음은 우리 못생긴 돼지 차례."
"?!"
주헌은 조이의 위에 소파처럼 털썩 앉아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도 동생이라고 거친 수는 안 쓰려고 했는데."
조이는 당황했다.
"자, 잠깐만...!"
"너 듣자하니 유물을 사용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 유물은 딱 질색이라면서."
"그, 그걸 어떻게."
"뭐 됐고, 원래는 상황을 지켜보려고만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이런 쓸만한 능력을 가졌으면 뭐.'
이용해먹어야지.
주헌의 눈이 사납게 번득였다.
"자 내 밑으로 와라, 동생아."
그 붉은 눈빛에 겁에 질린 조이가 비명을 질렀다.
"자, 잠깐! 유물 쓰지 마. 나한테 해를 가하면 그분이 달려오실 거야!"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분?"
좀 못 마땅한 눈빛이었다.
"그, 그래. 내가 은혜를 입은 회사 분이야. 유물 쪽으로 엄청 유명한 그 그레이브 컴퍼니!"
그렇다.
사실 조이는 집에 들러붙은 나쁜 유물을 제거하기 위해 퇴치 유물을 사러 갔었다.
고분화 현상 이후 집에 곰팡이가 피는 것처럼 질병을 풍기는 유물들이 들러붙는 건 일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퇴치 유물은 보통 TKBM이나 그레이브 컴퍼니 등, 세계 유명한 유물 관련 회사들에서 살 수 있었다.
유물 개량품, 혹은 공산품이라고 해서 대량 생산된 C,D급 유물들을 파는 것이다.
보통의 시민들이라고 하더라도 C,D급 유물들은 다룰 수 있었고 지배력, 친화력 등 능력 테스트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 그레이브 컴퍼니랑 연이 생겼다고, 거기 높은 분이랑 아는 사이야."
그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오호 그래, 그 그레이브 컴퍼니랑?"
조이는 덜덜 떨면서 말을 이었다.
"그, 그래. 아무튼 유물사용자한테 위협을 받는 일이 생기면 그분이 언제든지 달려온다고 했어."
"오, 왜 너 같은 못생긴 꼬마한테?"
"왜긴! 내가 그레이브 컴퍼니 비밀 연구원... 이씨! 아무튼 회사의 높은 분이 보호해주신다고. 그러니까 허튼 짓..."
그 말에 주헌이 비웃으며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그 높은 분이라는 게 혹시 이 영감탱이냐?"
"?!"
주헌이 보인 건 에드워드의 사진.
그를 확인한 조이가 충격을 받았다.
"오, 오빠가 어떻게 에드워드 사장님을 알아?"
"알고 자시고, 이 영감 내 졸... 월급 받는 부하야, 멍청아."
"뭐, 뭐?! 부하?"
"그리고 내가 그 회사 오너다."
거짓말!
곧 까마귀 오라가 사납게 조이에게 달려들고, 조이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
"이건 사기야."
동아줄에게 꽁꽁 묶여 있는 조이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기숙사.
보안이란 보안은 다 뚫고 뻔뻔하게 여자 기숙사에 들어온 주헌은 조이의 방을 탈탈 털어냈다.
그리고 옷이며 속옷이며 다 털어내며 찾아낸 유물만 50점.
"숨겨둔 유물이 많구나, 동생아."
결국 보물찾기에 성공한 주헌은 하하하 사납게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주헌의 옆에 있던 에드워드가 탄식했다.
일리야 덕분에 순식간에 하버드 대학까지 날아온 건 좋은데...
"거참, 이사님. 아무리 그래도 숙녀의 방을 이렇게 뒤지시는 건 안 되시죠."
"닥쳐, 영감. 감봉당하고 싶냐."
"..."
결국 에드워드가 깨갱하자 조이는 입을 떡 벌렸다.
틀림없었다.
진짜로 주헌이 에드워드의 상사였다.
"지, 진짜로 오빠가 그 그레이브 컴퍼니의 오너라고?"
"어."
"그럼 설마 저분을 나한테 붙인 것도..."
"뭐, 난 감시하라고 했지 직원으로 채용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말이야."
그 말에 조이는 쓰러졌다.
결국 모든 게 오빠의 손아귀였다는 건가.
그렇다.
사실 에드워드는 주헌의 명을 받고 조이에게 접촉했었던 것이다.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니까.
원래는 권 회장의 망에 걸릴까 먼저 접촉할 생각은 없었지만...
친화력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라고, 회사에 유물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접촉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놀라운 건 조이의 연구실력!
피는 못 속인다고, 엄청난 유물덕후였다.
뭐, 횡포를 일삼는 유물사용자나 유물들 탓에 직접 사용하기는 싫어하고 연구하는 것만 좋아했지만.
그래서 주헌 몰래 회사에 고용해버렸다.
유물 연구시설, R&D 부서에.
하지만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콱 그냥, 말을 했어야지."
"에이, 이사님 깜짝 놀라게 해드리려고 했죠. 그리고 실은 조이한테 본인도 모르는 비보가 붙어있어서..."
"오, 붙어있어서?"
"이사님 몰래 내가 먹은 다음에 알려주려고 했지! 그러니까 진작 나한테도 비보를 줬으면..."
주헌의 눈이 번득였다.
***
그 무렵, TKBM을 비롯한 다양한 왕급들은 왕급의 인재를 하나하나 끌어들이고 있었다.
서주헌에게 대항할 대연합을.
그리고 그중에는 유재하의 선배 줄리앙이 있었다.
바록 수석 복원사인 그가.
그 역시 악신 유물로 왕급이 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번 너희들의 전시회는 꽤나 중요한 자리가 될 거야. 이번 전시회는 왕급들을 지배하는 사황이 나온 다고 예언된 자리거든."
그렇게 말하며 신문을 던진 건 다름 아닌 권 회장이었다.
[호구왕, 유재하. 첫 그림 개인전]
[수석 복원사, 줄리앙. 같은 날 개인전?]
[TKBM의 후원을 업고 호구왕 짓누르나.]
"그러니 이번 너희들의 전시회에서 그 작전을 실행한다."
"네."
줄리앙은 자신 있었다.
악신 유물과 별개로 미켈란젤로의 유물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유물은 무려 유재하의 유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라이벌 유물.
"너도 알겠지만, 다빈치 유물의 유일한 약점 유물이다."
그 말을 하며 권 회장은 줄리앙의 옆에 있는 꼬마를 보았다.
"그리고 너한테도 기대가 크다. 새로운 악신 유물을 얻은 왕급."
"걱정 마세요, 회장님. 좋은 유물을 얻었으니까요."
전 사기왕이자 유재하의 아들(?).
루이 마틴이 음흉하게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