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화. 스카우트 전쟁 (3)
"아 드디어 찾았다, 이 못생긴 멍멍이."
이번엔 오리지널이!
조이는 눈앞에 있는 상대를 보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분명했다.
저 목소리, 저 얼굴!
'진짜 주헌이야...!'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정말 자신의 쌍둥이 오빠가 맞았다.
17년 만인가, 실제로 얼굴을 맞대는 건 6살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보면 알았다.
확실히 어제 보았던 그 짝퉁과는 다른 모습.
저 퉁명스러운 표정을 보고 있으면 그때 그 시절의 아이가 바로 떠올랐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였다.
조이는 새삼 가슴이 뭉클해졌다.
'안 본 사이에 정말 키가 많이 컸어.'
어릴 땐 자신보다 작았는데, 이제는 고개를 들어야 할 정도라니.
물론 영상으로 이미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큰 법.
그녀는 내심 기뻤다.
그래서일까.
"주헌...!"
그녀는 내심 반갑게 주헌을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딱 걸렸어, 이 똥돼지."
"?!"
순간 엄청난 섬광이 터졌다.
그리고.
쾅!
사정없이 조이가 서 있던 바닥이 폭발했다.
"꺄아아악!"
졸지에 바닥에 구멍이 뚫리고, 그녀의 옆에 걸려 있던 흰색 가운이 다 타버렸다!
그걸 본 조이는 너무 놀라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주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워 하는 것이었다.
"오, 진짜 유물이 공격을 안 하려고 하네?"
뭐, 뭐라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볼펜, 목걸이, 만년필, 다양한 형태를 한 유물들이 허공에 부웅 떠올랐다.
그건 대다수가 신급 유물들.
아누비스부터 오시리스, 심지어 항우의 유물까지!
그걸 본 조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방긋 웃었다.
"아, 맞다. 미리 말하는데."
"뭐, 뭐?"
"혹시 맞아도 울지마라."
뭐?
"그게 무슨 소리... 꺄아아악!"
콰아아앙!
연구실 내부에 또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쾅! 쾅! 쾅!
주헌은 미친 듯이 신급 유물을 사용해서 제 쌍둥이 여동생을 공격했다.
이건 뭐 제 가족과 상봉한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과격하게!
심지어 오시리스를 불러 저승의 문까지 열어버렸다!
[저승의 문이 열렸습니다.]
[저승의 문이 열렸습니다.]
덕분에 주헌 일동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저 인간이 지금 뭐하는 거야!'
저게 17년 만에 만난 자기 혈육한테 할 짓이냐!
뭐 재미있는 건 주헌이 그렇게 유물을 펑펑 쓰는데도 조이는 정말 멀쩡했다는 거지만.
'역시 친화력 맥스.'
전생에선 알지 못했고, 에드워드에게 들었을 땐 믿지 못했지만...
'진짜긴 진짜인가 보네.'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이 정도면 이 녀석 역시 왕급.
'아니, 성장시키기에 따라 사황급이 될 수 있을지도.'
조이의 힘을 직접 분석한 주헌은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조이의 연구실은 박살이 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결국 보다 못한 유재하가 외쳤다.
"단장님! 이거 기물파손죄로 끌려가요! 미쳤어요?!"
"그보다 건물을 박살 내면 어쩌라는...!"
그러자 일그러진 철문을 쾅, 차고 나온 주헌이 말했다.
"내가 너희를 왜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
주헌은 일리야와 유재하를 보며 방긋 웃었다.
"복원가와 사후처리반. 환상의 조합이네."
이 개새끼.
콰아앙!
결국 연구실 하나가 박살이 나서야 조이는 울부짖으면서 도망쳤다.
"으아앙! 저 바보자식, 저 망할 새끼!"
17년 만에 얼굴 봤다고 해서 좋아할 게 아니었다.
'왜 저렇게 변했어!'
아니 어떤 의미론 어릴 때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이, 일단 경찰, 경찰!"
그녀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핸드폰은 어디에도 없었다.
"뭐야, 내 핸드폰! 핸드폰! 어디에 떨어트렸지?"
"이거 찾아?"
"?!"
조이는 거품을 물었다.
환하게 웃으며 쫓아오는 주헌이 뭔가를 들고 있었다.
그건 자신의 골드핑크 색 핸드폰!
아니, 쟨 저걸 또 언제 가져갔대!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거 안 내놔?!"
하지만 내놓기는 개뿔.
"아, 왜 하필 TKBM 거야."
뽀각!
주헌은 뽀각 핸드폰을 동강냈다.
조이는 비명을 질렀다.
"무슨 짓이야아아아! 내 핸드포온! 산지 한 달도 안 된 건데!"
"오빠가 다른 거로 새로 사주마."
그렇게 핸드폰을 집어 던진 주헌이 두두두두 쫓아왔다.
"그러니까 멍멍이, 이리 안와?!"
"으와아아앙! 저 개새끼!"
조이는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이건 뭐 살인범에게 쫓기는 심정이었다.
"젠장, 차라리 어제 그 짝퉁이 천만 배 나았어!"
조이는 엉엉 울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주헌은 다른 의미로 빡친 것 같았지만.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두두두두 쫓아오는 주헌의 표정이 살벌했다.
"그 미친 짝퉁이 천만 배는 나아?!"
조이는 비명을 질렀다.
"당연하지! 지금 이게 17년 만에 나타나서 할 짓이야?! 이 개새끼야!"
"뭐? 개새끼? 야, 오빠라고 안 해?"
"오빠는 개뿔이! 고작 몇 분 일찍 태어나놓고! 애초에 쌍둥이인데 병원 기록이 잘못됐을지 누가 알아!"
"돌았냐? 병원에서 남녀 구분을 잘 못하게?"
"으아아앙! 쫓아오지마! 이 멍청아!"
동시에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아니 저 자식은 공부하면서 맨날 쳐 달리기만 했나.
'뭔 놈의 발이 저리 빨라.'
그래서일까, 귀찮아진 주헌이 품속에서 만년필을 꺼내 가볍게 발동시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조이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짐승!
"꺄아아악!"
성인보다도 더 큰 도살견, 세트와 검은 멍멍이 아누비스였다.
둘은 그 사나운 얼굴로 조이에게 다가왔다.
조이는 완전히 겁에 질리고 말았다.
뭐 그건 당연했다.
특히 세트는 치킨 배달 알바생들이 매일 바뀔 정도의 사나운 모습이니까.
물론 아누비스는 기품이 넘치는 모습이지만, 크기도 그렇고 늘 뿜어대는 카리스마와 명견 같은 눈빛은 단련된 군인도 쫄게 할 정도였다.
거기에 평소보다 사납게 침까지 뚝뚝 떨어트리며 이빨을 들이대니, 겁에 질릴 수밖에.
"자, 잠깐...!"
하지만 세트는 크앙 입을 쩌억 벌렸다.
그리고 공격을...
"꺄악!"
하지는 않고 조이의 볼을 핥았다.
"!!"
심지어 아누비스는 구애를 하는 건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얼굴을 쑥 들이밀려는 것이었다.
물론 주헌에게 사정없이 밟혔지만.
"뒤진다, 너."
그리고 겁에 질린 아누비스가 붕붕 고개를 저었다.
[그, 그게 아니라 주인. 저 인간 계집, 괴물 같은 친화력을 가져서 순간적으로 정신이... 꾸에엑!]
아누비스를 지려밟은 주헌이 씨익 웃었다.
"확실하진 않은데, 보아하니 역시 뭔가 비보 같은 걸 가지고 있어."
묘한 냄새가 났다.
아마도 기생형 유물.
주헌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돌렸다.
"야, 똥멍청이. 너 옷 좀 벗어봐."
하지만 동생은 이미 도망간 지 오래였다.
***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조이는 속으로 엉엉 울었다.
서주헌 그 망할 놈이 17년 만에 찾아오더니 동생을 죽이려고 하는 건가!
하지만 훌쩍이는 것도 잠시, 사람들이 많은 식당으로 온 조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오빠도 어쩌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녀는 학생들에게 핸드폰을 잠시 빌려달라고 했다.
그걸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일단 교수님한테 전화를 해서 도움을...'
하지만 도움은 개뿔.
[삐- 삐- 삐-]
빌린 전화가 먹통이 되었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러지?"
그런데 이때였다.
"꺄! 뭐야, 핸드폰이 멈췄어!"
"유령! 유령 때문이래!"
"뭐? 꺄아아악! 저게 뭐야!"
갑자기 출현한 유령들 탓에 식당의 모든 통신기들이 먹통!
당황한 조이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야! 저기서 존 케네디 대통령을 본 것 같대!"
"야! 저쪽에서는 돈을 흘리는 유령을 봤대!"
"뭐? 진짜? 진짜?"
사람들은 귀신 찾기 삼매경에 빠졌다.
그 누구도 조이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 이씨."
틀림없었다.
제 오빠의 짓이었다!
조이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읍!"
누군가가 조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뒤를 보니 맹수같이 웃고 있는 주헌이 있었다.
"찾았다."
"이거 놔, 이거 놓...! 읍! 으으읍!"
"이 돼지가 도망가긴 어딜 도망가."
졸지에 주헌에게 붙잡힌 조이는 동아줄에게 꽁꽁 묶여버렸다.
"으으읍!"
조이를 쌀자루 메듯 어깨에 둘러업고 식당을 나갔다.
그렇게 유괴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식당의 옥상에서 그 유괴극을 지켜보던 여인이 한 명.
"진짜 이래도 되는 건가..."
귀신들을 부리고 있던 설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
***
"젠장, 이게 뭐하는 짓이냐."
한편 유재하와 일리야는 사이좋게 단장이 망가트린 조이의 공동연구실을 복구하고 있었다.
"진짜 단장 콱 죽여버릴 거야."
"초과근무로 임금 더 받아낼 테다."
뭐 그렇게 구시렁거리긴 해도 이 정도 복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증거로 일리야가 가볍게 손짓하자 무너져내린 연구실이 바로 복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깨진 잔해들은 원래 있던 곳에 도로 붙었고, 휘어진 문짝도 쭉쭉 펴지며 알아서 텅텅텅 붙었다.
떨어져 있던 물건들도 고스란히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심지어 먼지들까지도.
모든 것이 주헌이 들어오기 전의 상태로.
그야말로 공간의 시간 회귀 마술.
사후처리반으로서 마법서 유물을 쓰는 일리야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물며 유재하 쪽도 가관이었다.
힘 낭비를 막기 이해 공간은 일리야가 맡고, 망가진 실험도구들은 유재하가 고쳤는데, 그의 복원 능력을 거치자 낡은 실험도구들은 도리어 신제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현재.
"고치긴 다 고쳤냐?"
처음 깨부순 연구실로 되돌아온 주헌은 부하들이 뒷수습한 공간을 보며 흡족해했다.
특히 새것이 된 낡은 실험 기기들을 만지며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좋아,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그는 문을 톡톡 쳤다.
"일리야, 문 삐걱거린다. 제대로 나사 조여라."
그 말에 뭔가 눈치챈 듯 일리야와 유재하가 물었다.
"서, 설마 이러려고 부순 거예요?"
"혹시 동생이 쓰는 연구실 리모델링 해주려고?"
그러자 잠시 침묵하던 주헌이 비웃었다.
"아니? 이러면 학교에 리모델링 비 뜯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 말에 부하들은 쌍욕을 했다.
"#$*$*@*!"
비록 인간의 말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주헌은 밧줄로 꽁꽁 묶어서 데리고 온 동생을 휙 소파에 내던졌다.
"으, 읍읍! 으읍!"
동아줄에게 묶인 조이는 몸부림을 쳤다.
다른 유물들은 친화력 탓에 자신에게 전혀 해를 가하지 못하는데, 동아줄만큼은 아닌 듯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으으으읍!"
주헌은 동아줄에게 입만 풀어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말했다.
"용건만 말하지. 너 좀 특이한 유물 가지고 있지 않아?"
"뭐?"
"뭐 대충 몸에 기생하는 타입으로."
그 말에 조이는 어쩐지 좀 시무룩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답해주긴 순순히 답해주었다.
"...그런 거 없어."
"그래? 정말 없어?"
"정말 없어."
그러자 주헌은 한숨을 쉬더니 돌아섰다.
"알았어. 그럼 난 간다."
"!"
그 말에 당황한 조이가 황급히 물었다.
"오, 오빠. 설마 겨우 그거 물으려고 찾아온 거야? 17년 만에?"
"어. 그거 외에 용건이 뭐가 더 필요해? 남남인데."
"...!"
"아니면 뭐. 엉엉 울며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해주길 바란 거냐? 꼴깝 떨기는."
마치 돈 때문에 찾아온 거라는 말투였다.
뭐 유물 때문에 온 거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탓에 조이는 약간 울컥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자신들은 쌍둥이 남매였다.
설령 입양으로 헤어졌다고는 해도, 이 세상에 단 둘 남은 혈육.
그런데 17년 동안 방치플레이를 한 주제에 갑자기 나타나서 이게 무슨!
"...이 멍멍이 같은 유물성애자."
주헌은 고개를 숙인 그녀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뭐, 화를 내거나 우는 건 당연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정 떨어지는 짓을 했으니까.
과거에도 지금도.
하지만 그 행동이 지금도 잘못되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알았어. 뭐가 필요한데? 돈? 그거라면 사람을 시켜서..."
"유물."
"알았어, 유물... 뭐?!"
조이는 울기는커녕 도리어 주헌을 덮쳤다.
"잠...!"
빡친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주헌의 유물을 붙잡았다.
"세상에, 어떻게 하나같이 이렇게 좋은 유물들만 가졌지?"
"?!"
그리고 순식간에 주헌의 유물을 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