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화. 스카우트 전쟁 (1)
[전 미륵입니다. 신통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묘하게 주헌을 복제한 듯한 남자였다.
그리고 TV에서 나온 광경에 다들 혼란에 빠졌다.
아니, 새로운 왕급들이 등장했다더니.
"저, 저거 궁예 유물 아니야?!"
"야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거 완전 단장님 붕어빵... 커헉!"
유재하는 주헌에게 볼을 콱 잡혔다.
"야. 죽을래? 저 사이비 같은 땡중이 어딜 봐서 나랑 닮았냐. 어?"
"아으아, 자모해써요, 이거 좀 놔주... 아악!"
주헌은 굉장히 기분나빠했다.
그리고 설아 역시도.
"그래! 닮기는 누가 닮아! 저런 짝퉁이 단장님을 어떻게 따라온다고!"
"아니 진짜 닮았는..."
"아 글쎄 안 닮았다니까아아아! 단장님이 훨씬 멋있다니까아아아!"
설아는 열 받은 나머지 유재하의 목을 졸랐다.
뭐, 말은 그렇게 해도 닮긴 닮았다.
한때도 주헌과 닮았던 왕급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놈은 하위호환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하위호환이 아니야!'
도플갱어까진 아니지만 상당히 닮았다.
하물며 이번엔 제대로 잘 생긴 부분을 닮았다.
설아는 그게 꽤나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설아가 이렇게 중얼거려야 했다.
"진짜 숨겨둔 쌍둥이라도 나타난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야? 유물?"
그 말에 아이린이 알겠다는 듯 꽤 순진하게 물었다.
"그러고 보면 주헌 씨, 분명 쌍둥이가 있다고 하셨죠?"
그 말에 단원들이 움찔거렸다.
특히 남자 단원들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아이린이 어떻게 알아요?"
결국 단원들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왜?
'한 가지 말해두지. 나한테는 가족이 없는 거다, 알았지?'
심지어 테이블에 칼까지 꽂아서 그들은 당황했다.
'단장님이 그렇게까지 나온다는 건 정말 말하지 말란 건데.'
하지만 말했다.
아이린에게 주헌의 쌍둥이에 대해 말하고 말았었다!
결국 다급해진 단원들이 아이린을 붙잡았다.
"아이고, 아이린 씨. 쌍둥이라니요. 단장님한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네? 하지만..."
"어휴, 쌍둥이라니 아이린 씨가 잘못 들은..."
어째 주헌의 미소가 불길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가 말했냐?"
"네, 네?"
"아이린이 내 쌍둥이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건, 니들 중 하나가 말했다는 증거잖아."
"...아, 아니 그게!"
주헌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야 말로 주헌이 좀 많이 빡쳤다는 증거.
그러자 사태를 파악한 건지, 당황한 아이린이 주헌을 꼭 잡았다.
"아, 저기, 죄송해요! 제가 눈치도 없이 다른 분들께 계속 여쭈어 봐서...!"
아이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 제 잘못이니까...!"
그러자 주헌은 아이린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 괜찮아요. 괜찮아."
"정말요?"
"죗값으로 저놈들 비보 뜯어내면 되니까."
"?!"
"특히 유재하, 니 꺼 탐난다. 내놔라."
결국 목적은 그거였냐!
단원들은 주헌의 뒤에서 흉흉하게 피어오르는 까마귀 오라에 거품을 물고 도망쳤다.
"아이고! 안 돼요! 비보가 떨어져나가면 이제 저희 다 죽는 거 아시잖아요!"
비보는 인간의 신체를 초인으로 만들어주는 유물.
그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비보를 빼앗기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얼마 못가 죽게 된다.
그리고 유물 포식을 하는 주헌의 힘은 그야말로 공포.
결국 단원들이 잘못했다며 엉엉 울었다.
"아이고 잘못했어요, 정보 유출은 민감한 문제이긴 한데 저희도 아지트 내라고 방심해서!"
"상대가 아이린이나 그마아안!"
"제발 목숨만은! 목숨만은!"
단원들이 싹싹 빌자 주헌은 가볍게 핸드폰을 보였다.
"그럼 벌로 이 맛집에서 하나씩 한정 메뉴를 사온다. 여기랑, 여기랑, 여기, 여기. 시간은 한 시간 준다."
"엥? 여기 몇 시간은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인데...!"
"여기 프랑스잖아요! 여기 뉴욕인 거 잊었음?!"
"아니면 니들 유물 내놓든가."
"당장 사오겠습니다!"
남자 단원들이 번개처럼 뛰쳐나가자 주헌은 느긋하게 웃었다.
"단, 오늘 두 명 분 저녁은 안 만들어도 된다."
"...괘, 괜찮은 겁니까?"
"저것들 어차피 모레까지 못 들어와."
'뭐, 이 정도는 해야 다음부터 조심 하지.'
곧 아이린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저, 그럼 주헌 씨 가족분에 대해 물어봐도 돼요?"
"아, 있어요. 여자애 한 명."
"쌍둥이 분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한국에?"
"미국에 있을 걸요."
"어 미국?"
"어릴 때 헤어져서, 사고로 부모를 잃었는데... 6살 때 헤어졌어요. 다른 한쪽이 해외로 입양 보내졌고."
"아하."
그럴 때 율리안이 한숨 쉬면서 물었다.
"그보다 저거 궁예 유물 맞지?"
"그런데?"
"궁예 유물은 세상에 안 나타나지 않았어? 궁예 말고 왕건 유물은 본 적 있긴 한데..."
그래봐야 권 회장이 중국 정부에 팔아버렸지만 말이다.
속국으로서 당연히 취해야 하는 처사라는 발언 때문에 한때 외교적으로도 난리가 났었다.
"나왔는데 내가 기억 못 하는 건가?"
"아니, 내 기억에도 궁예 유물은 안 나왔어."
"그럼 도대체 저놈의 정체는 뭔데?"
***
정체가 뭐긴.
"짐은 미륵이니라."
주헌을 몹시 닮은 남자는 판도라에서 태연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주헌과 몹시 닮은 탓인지, 불려왔던 다른 왕급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미친놈은 뭔가?"
"어허, 이놈은 입에 마가 꼈구나."
"뭐? 방금 뭐라... 커헉!"
곧 회의실 안에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억!
미륵불에게 딴지를 걸던 남자의 머리가 폭발하면서 고깃덩어리로 변하고 말았던 것이다.
"세, 세상에."
"이게 무슨 짓이야?"
제 부하가 당하자 오스틴 록펠러가 뭐냐는 듯 쏘아보았다.
"지금 미쳤어?"
그러자 주헌을 닮은 사내는 태연하게 한마디 했다.
"무슨 짓이긴? 오히려 댁은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벌레를 처리해줬는데."
"뭐?"
"내 눈엔 다 보여! 저자는 널 배신하려고 했어."
"이 미친놈이...!"
결국 보다 못한 다른 부하가 한마디 하려고 하자 또다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퍼억!
"꺄아아악!"
"이번엔 몸이!"
동시에 그가 하하하 크게 웃었다.
"내 눈엔 다 보인다. 여기 있는 놈들은 전부 사리사욕이 넘치는 벌레들이로구나!"
결국 그 광경에 권혁수가 미친 듯이 하하하 웃었다.
보다 못한 권 회장이 그만 쳐웃으라고 눈치를 줄 정도였다.
"아니 그럴게, 저거 완전 또라이 아닌가. 그런 점은 서주헌이랑 똑같네. 마음에 들어. 뭐하는 친구지?"
그러자 프로메테우스가 가볍게 웃었다.
"저자 역시 악신 유물을 받아들인 우리의 동료입니다."
판도라 이사회.
프로메테우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눈앞에는 8명 정도 되는 왕급들이 있었다.
TKBM의 권 회장과 권혁수도 있었다.
그들은 이미 비보 대체품을 받고 주헌 일행처럼 초인이 되어 있었다.
이제 신급 유물도 계속 쓸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비보 대체품의 정체는 악신 유물입니다. 비보가 아니죠."
악신 유물은 잔인한 일을 일삼아 인간들 사이에서 악신으로 변질된 유물. 혹은 태생부터가 악질적인 유물을 뜻한다.
신급 유물들은 악신 유물을 가진 인간에게 힘을 빌려주었다.
그 대신 악신 유물로 자신들을 협박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비보 없이도 신급 유물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한시름 놓긴 했지만...
"당신들은 악신과 계약하면서 신체 일부를 빼앗아갔을 겁니다."
"..."
"시력, 신경 일부 등 촉각, 미각... 저마다 빼앗긴 건 다양할 겁니다. 하지만 놈들은 악랄해서 시간이 지나면 다른 걸 더 달라고 하겠죠. 다른 장기, 더 나아가 당신들의 소중한 것, 끝내는 목숨과 영혼까지도."
"칫, 이미 다 듣고 발아들인 거지만 최악이군."
"그래도 비보의 힘을 빼앗아서 이 악신 유물을 비보로 만들면 된다며."
"네. 그러면 빼앗긴 장기도 전부 되돌아옵니다. 비보란 왕을 위한 유물. 왕에게 해가 될 짓은 하지 못하니까요."
악신 유물들 입장에서도 비보의 성스러운 힘은 꽤나 탐이 날 테고.
그들은 눈을 번득였다.
곧 프로메테우스가 혀를 찼다.
"근데 언론에는 15명의 왕급이 탄생했다고 공표했지만 실제로 채워진 건 5명 정도입니다."
왜?
나머지는 악신 유물과 계약했지만, 도리어 잡아먹히거나 죽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악신 유물조차 버텼을 정도의 실력자들.
'분명 이 안에서 사황이 나온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이 공석이군요."
프로메테우스는 눈을 번득였다.
"개인적으로 서주헌의 비보를 노리셔도 상관없지만, 겪으셨다시피 만만한 놈들은 아닙니다. 하물며 저쪽은 8명... 이쪽은 7명."
"괜히 덤볐다가 우리만 손해를 볼 수도."
서주헌은 안 그래도 혼자서 모든 적들을 상대하는 미친놈이었다.
더군다나 과정이 어떻든 이제는 비보의 정통 주인들.
혼자서 갔다간 뒤진다.
"유용한 인재들을 왕급으로 추가해서 연합으로 서주헌을 몰아내는 것도 좋겠죠."
"그럼 무덤 발굴 쪽은 저희에게 맡기시죠. 치유 유물이랑 방어 유물의 물량이 아주 턱없이 부족해요."
"좋아. 그리고 서주헌의 유물을 파악하고, 약점 유물이 나올 것 같은 무덤만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지만 인재 스카우트 쪽도 생각해봐야 해요."
"악신 유물을 견딜 수 있을 만한 실력자로 찾아!"
그렇게 반 서주헌 연맹이 빠르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
"뭐? 날 닮은 또라이가 우리 목숨을 노린다고?"
전화를 해온 건 아이린의 오빠, 조지 홀튼이었다.
[그래. 그 새끼 골 때리더라. 그러니 너도 비보를 빌려줘서 세력을 늘리는 게 좋지 않겠어? 비보는 어차피 1인당 1개씩밖에 못 쓰잖아.]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주헌이 말했다.
"너, 내 밑에 들어올 거지?"
[돌았냐?]
"왜. 너한테도 스카우트 요청 들어올 거 아니야."
[그래. 놈들이 계속 자기네 편에 붙으라고 난리인데, 네 밑은 아니야. 도대체 무슨 계약서를 들이밀려고? 어쨌든 저쪽이 무섭게 왕급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어. 역전당하지 않게 조심해.]
그러자 주헌은 픽 웃었다.
그래봐야 왕급이 그렇게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나.
그런데 그럴 때였다.
조지가 뜻밖의 질문을 해왔다.
[혹시 네 단원들 가족들은 인재로 못 써먹냐?]
"뭐?"
[사실 잭 더 리퍼 건으로 신경이 쓰였는데, 니나라는 아이가 행방불명 된 건 우연이었을까?]
"..."
[혹시 권 회장이 처음부터 일부러 납치한 게 아닐까? 그 아이의 재능을 미리 알고 이용해먹기 위해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이건 판도라에서 떠도는 소문이었는데, 유전력이라고 유물을 다루는 재능에 유전도 포함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아서...]
즉 율리안은 왕급이니까, 같은 혈육인 니나도 그만한 재능이 있을 거란 이야기였다.
실제로 니나에게도 왕급의 재능이 있었고.
'그 노친네도 부하들의 가족 조사를 많이 했었고.'
하지만 주헌의 옆에서 채팅 기록을 보던 설아가 입을 삐죽였다.
"말도 안 돼요. 제 가족들은 죄다 유물을 못 쓰거든요."
그렇다.
조지의 말대로라면 설아의 가족들은 최소 꾼급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 증거로 유전부분은 예전에도 주헌이 가설을 세웠던 내용이지만, 결국엔 빗나갔다.
"뭐, 조사는 해보지."
[그래. 어쨌든 너도 가족이 있으면 잘 조사해봐. 어쩌면 숨겨진 왕급이 있을지도 몰라.]
네 실력이 좀 보통이냐?
그 말에 옆에서 듣던 아이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럼 주헌 씨도 쌍둥이분을 만나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주헌은 좀 고민에 빠졌다.
***
그리고 같은 시간.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실.
"세상에, 왕급이야 왕급."
연구생들은 핸드폰 뉴스로 왕급들의 소식을 접하며 굉장히 신기해하고 있었다.
"조이, 이것 봐. 이 사람 너하고 닮았어."
한 남학생이 실험실에 있는 누군가를 부르자, 옆에 있던 여학생이 고개를 저었다.
"조이는 그런 거 싫어해. 관련된 뉴스도 전혀 안 볼걸? 왕급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더라. 연구 덕후야, 연구 덕후."
"하긴. 골방에 박혀서는. 외모는 완전 절세미녀인데 꾸미지도 않고 썩힌다 썩혀."
"내말이. 외모도 하버드 간판급이면서 소개팅 한 번 안 나가더... 꺄악!"
"덕후란 말은 좀 빼지?"
"조이!"
조이. 아니 주헌의 쌍둥이 남매 서주원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조이! 널 찾는 사람이 있어!"
"날?"
"TV에 나온 사람이야! 근데 너랑 똑같이 생겼어!"
"?"
밖에 나가자 굉장히 낯익은 사람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네? 내 반쪽."
안대를 쓰고 있는 짝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