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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67화 (267/409)

267화. 못된 놀부 심보 (3)

[왕의 비보, 서주헌이 모조리 독식. 대부분 왕의 자리 공석.]

[사상초유. 서주헌 발굴단 멤버 전원 왕급에 등극]

전 세계는 소위 멘붕에 빠졌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유물은 이미 세상을 움직이는 키.

왕급 (SS급) 유물 사용자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들은 세계 경제를 바꿀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니까.

거기에 판도라와 세계 여러 나라, 글로벌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그리고 이번에 그 왕급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비보였다.

하물며 확정만 안 되었을 뿐이지, 판도라에 의해 왕급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덕분에 거의 확정된 왕급들에게 '저희 좀 잘 부탁합니다.' 하고 뒷거래를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전 세계는 멘붕에 빠져버렸다.

서주헌의 행동 때문에.

왕급이 될 게 거의 확실했던 이들과 뒷거래를 했던 기업들도.

왕들을 데려갈 준비를 끝낸 국가들도.

[비보는 전부 서주헌과 동료들의 손에 들어가.]

[총 8명의 왕급 탄생. 나머지 공석.]

[서주헌 "비보를 판매할 생각 없다."]

미치겠네.

아니, 어떻게 하면 서주헌이 비보를 전부 다 가져갈 수가 있는 거지?

결국 사람들은 판도라에 몰려왔다.

"판도라의 말만 믿고 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결과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정말 비보가 없으면 왕급으로 인정 안 해줍니까? 신급 유물을 못 쓰는 거냐고요!"

판도라 이사회는 정말 난처했다.

일이 이렇게 진행될 줄 상상도 못했던 것이리라.

결국 급하게 소집된 판도라 이사회 회의.

"로스차일드. 이를 어찌 할 생각이야?"

판도라 이사회 중 하나 이브 록펠러.

오스틴의 누나인 그녀는 이사회의 총수 로스차일드를 보았다.

"서주헌이 비보를 독식했잖아."

그녀의 말에 다른 이사들도 로스차일드를 쏘아 보았다.

"어떻게 된 거죠? 분명 비보들은 우리가 정해준 사람들을 선택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유물들하고는 분명 그렇게 협의한 것 같은데."

"말 좀 해보시죠, 프로메테우스."

결국 지목을 받은 로스차일드는 탄식했다.

그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숨어든 유물이자 판도라를 설립한 장본인.

그 진짜 정체는 프로메테우스 유물이다.

그는 무조건 인간 몰살만 외치는 중국의 총수 유물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인간들 사회에 숨어들어 뜻이 맞는 인간들과 접촉해 판도라를 조직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처음 유물을 전달 해주었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달해주었던 것처럼.

불로서 인류가 영장류와 차별되고, 자연의 지배자가 되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소수의 인간이 유물을 가짐으로써 보통의 인간들과 차별되고, 인류의 지배자가 되길 바랐다.

뭐 그래봐야 프로메테우스도 유물.

실제로는 인간들을 위해서 유물을 준 것이 아니지만.

유물기구 자체가 인류에게 재앙을 뿌렸던 '판도라'의 이름으로 지은 것만 봐도 그렇다.

'모든 것은 다수의 인간들을 괴롭히기 위해.'

유물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결국 돈 냄새를 맡은 권력가들은 유물들의 속셈을 알면서도 협력했던 것이고, 그게 지금의 공생관계 판도라가 된 것뿐.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좀 다르다.

"이봐, 프로메테우스. 난 비보를 서주헌 놈한테 빼앗기라고 협력한 게 아닌데 말이지."

판도라 이사진들은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거물들이다.

"왕급들을 키우느라 퍼부은 돈이 얼만 줄 알아?"

"왕의 능력에 맞춰서 새로운 사업도 진행 중이었는데 다 망하게 생겼잖아!"

손해를 입은 이들의 분노는 엄청났다.

뭐, 비단 이사회만 부글부글 끓고 있겠느냐마는.

"서주헌, 지금 욕먹는 것만으로도 불로장생하겠네. 아주."

"아무튼 유물들도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결국 서주헌한테..."

그럴 때였다.

펑! 펑! 펑!

"꺄악!"

"으아악!"

그들은 갑자기 회의실 안의 조명과 물건들이 폭발하자 비명을 질렀다.

그뿐이 아니었다.

드드드득.

"꺄아악!"

쨍그랑! 쨍그랑!

"으아악!"

튼튼한 강화유리로 된 창문들이 사정없이 깨져나갔다.

동시에 회의실 안에 있는 물건들이 흉흉하게 떠오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빡치는 건 지금 너희들뿐이 아니야."

"그만! 알았어! 그쪽도 충분히 열받은 걸 알았으니까 그만해."

그러자 부유하던 물건들이 내려 앉았다.

하여간 서주헌, 그 놈이 문제였다.

놈이 번번이 판도라의 계획을 틀어 놓았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이때 제우스의 독수리가 프로메테우스의 어깨에서 난처한 듯이 속삭였다.

[곤란합니다. 서주헌 발굴단 멤버가 전부 왕급이라니요. 예상치 못한 왕급이 6명이나 더 늘었습니다.]

서주헌, 유재하, 율리안, 이설아, 클로에, 단, 일리야, 아이린까지 총 여덟 명.

사실 이 중에서 판도라가 원래 왕급으로 올리려고 했던 건 아이린과 유재하뿐이었다.

왜?

파산왕 아이린은 그 존재만으로 인간들을 괴롭히기에 최적화된 인물.

유재하는 그 복제능력을 유용하게 써주겠다는 심산이었다.

둘 다 잘만 구슬리면 판도라가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나머지 인물들은 글쎄.

"뭐하고 있어. 시스템 유물한테 놈들의 이름을 빼라고 해."

[그, 그게... 정당하게 비보와 계약을 해서 그럴 수가 없다고.]

"정당하게는 무슨 정당하게야! 당장 이름 빼!"

독수리는 난처해했다.

'젠장, 이렇게 되면 그놈들의 봉인을 풀 수밖에 없는데.'

***

한편 그 무렵.

세상이 시끄러웠지만 그 누구보다도 가장 치를 떨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서주헌은 아직도 연락을 안 받나?"

"저 그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비보를 팔라고 해!"

"젠장, 안 먹혀요! 아부도 안 먹힙니다!"

바로 특히 비보를 빼앗긴 수많은 왕급들이다.

독식자들은 왕급으로 이름이 실린 명단을 보고 신문을 집어 던졌다.

"세상에. 이런 듣보잡들이 왕급이라니...!"

"이대로는 세상의 모든 권력이 그놈한테 다 몰릴 거다."

막말로 이제 왕급은 비보를 독식한 그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니까.

물론 이 사건의 주범 주헌은 기사를 보면서 낄낄 좋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과거 재물왕, 현재 주헌의 비즈니스 따가리... 아니 주헌 회사의 바지사장 에드워드는 헛웃음을 흘렸지만.

"이봐요, 이사님. 지금 웃음이 나오시나? 어?"

"왜?"

"지금 자네들은 전 세계의 적이 되었어."

"그러면 어쩔 거야. 비보는 다 나한테 있는데."

"허."

주헌 대신 유물 사업을 진행해주고 있는 에드워드는 화를 냈다.

"아오, 지금 회사로 들어오는 항의 전화가 장난이 아닌 거 알아?!"

그러나 주헌은 코웃음을 쳤다.

"허, 그건 내 알바 아니지. 경영은 네가 처리할 문제잖아."

"아니 그래도!"

"왜. 싫으면 비보 안 준다?"

주헌의 눈빛에 에드워드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닙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대표님! 항의 전화야 자장가죠! 왕급만 된다면 뭐든..."

하지만 진정한 왕급이 된다고 다들 좋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왜?

"어, 어째서..."

[유재하 '호구왕'의 자리 지키다.]

[율리안 밀러 책략왕에서 '약탈왕'으로.]

신문과 뉴스를 보는 몇몇은 울부짖었다.

"왜 아직도 호구왕이야! 어째서어어어! 내가 얼마나 활약을 했는데 왜!"

"내가 왜 약탈왕인데! 왜!"

그들은 땅을 치며 울부짖었다.

반면 아주 흡족해하는 단원도 있었다.

['악마왕' 일리야 볼고프.]

"악마왕이라니. 좀 중2스럽긴 해도 마음에 드네 이거."

그러자 유재하는 질투심에 신문을 찢었다.

"악마왕은 개뿔! 꺼져! 넌 조루왕이면 충분해! 삐약이 주제에!"

"뭐라고? 이 호구왕아!"

"왜... 왜 내가 약탈왕..."

구석에 처박힌 율리안은 좌절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토닥여주며 아이린이 난처하게 웃었다.

"아, 아무래도 왕의 무덤에서 약탈을 해서 그새 이름이 바뀐 게 아닐까요."

하지만 율리안은 억울했다.

"서주헌조차도 이제 강탈왕이 아닌데 왜 내가!"

최종적으로 올라간 그들의 왕명에는 변화가 생겼다.

[포식왕 서주헌. 현상금 4억 달러]

[파산왕 아이린]

[호구왕 유재하. 현상금 1억 달러]

[약탈왕 율리안 밀러]

[염라왕 이설아]

[악마왕 일리야 볼고프]

[의료왕 클로에 로랑]

[수라왕 임해진]

다른 멤버들은 처음 올라가보는 왕급 이름에 두근거리는 눈치였다.

그리고 주헌은 그런 단원들을 힐끗 보았다.

까마귀는 계약 후에 어째서인지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좀 이상했다.

'스토커 주제에.'

그리고 그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보상 메시지가 떠올랐다.

[비보와 계약을 해 왕급의 신체를 얻었습니다.]

[신급 이상 유물을 다룰 수 있습니다.]

[비보와 계약을 해 비보의 특성을 얻었습니다.]

[새로운 왕급 특성 : 포식 (레벨1)]

- 유물을 흡수할 수 있다.

아마 레벨이 더 올라가면 뭔가 다른 기술을 더 쓸 수 있는 구조겠지.

그리 생각한 주헌이 단원들을 보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자, 그럼 너희들이 계약한 비보 좀 보자."

그 말에 단원들은 순간 움찔했다.

"네, 네? 저희 거요?"

그도 그럴 법한 게, 비보를 얻은 후 찾아온 주헌의 행동변화 때문이었다.

'저 유물 때문에 섬도 날려먹은 놈.'

왕의 무덤을 비롯해 주변의 섬을 날려먹은 주헌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서, 설마 유물 집착증이 더 심해진 건 아니겠지.'

이에 침을 꿀꺽 삼킨 유재하가 슬쩍 유물 하나를 흔들었다.

마치 개나 고양이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 듯이.

그러자 놀랍게도 주헌의 시선은 유물을 휙휙 따라갔다.

그걸 본 단원들은 공포에 떨었다.

'여, 역시!'

'유물성애자가 더 진화했어!'

그리고.

"뭐해. 니들 비보 좀 보자니까? 꺼내봐. 니들 특성이랑 능력치 좀 살펴보자. 도대체 무슨 비보 얻었는데?"

그러나 단원들은 겁에 질려 도망갔다.

"싫어요! 빼앗아갈 거잖아요!"

틀림없었다.

꺼냈다간 잡아먹힐 것이었다.

***

같은 시간.

"허억, 허억."

뉴욕 시내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옷이 찢어지고, 엉망진창인 그를 보며 술렁거렸다.

하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드디어 밖에 나왔어."

그는 바로 택시에 올라타 TKBM의 뉴욕지사를 찾아갔다.

그곳에 권 회장이 머물고 있다는 걸 잘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가 사옥에 들어서자 안내 데스크의 직원과 경비원들이 깜짝 놀랐다.

"여기는 부외자 출입금... 헉!"

"당신은...!"

남자는 급하게 TKBM 회장을 찾았다.

안에는 누워있는 권 회장과 그의 아들, 그리고 10명의 TKBM 발굴단 단장들이 서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하지만.

쾅!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그들은 회장실에 닥친 사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 저분은!"

"너!"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고, 사내는 활짝 웃었다.

"형님!"

그렇다.

그는 바로 지옥으로 날아갔던 사황 권혁수였다.

지옥의 간수들을 전부 죽여버리고, 지옥과 이승에 난 틈을 벌려 겨우 이승으로 돌아왔다.

"너 살아 있었냐?"

"예! 제가 돌아왔습니다. 형님! 그 빌어먹을 서주헌 놈. 같이 복수합시다."

그는 TKBM의 든든한 단장들을 보고 마침 잘 됐다 싶었다.

"아, 서주헌 놈을 잡으려고 회의라도 하고 계셨던 겁니까?"

"뭐?"

"저도 돕죠 뭐, 적어도 서주헌한테 비보를 줄 수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어디까지 계획을 세웠죠? 비보를 얻으러 왕의 무덤에 가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자 권 회장의 표정이 변해갔고, TKBM 단장들의 얼굴은 죄인들처럼 새하얗게 질려갔다.

"저, 저기 권혁수 회장님..."

"왜? 계획을 말해보라니까?"

단장들은 울었다.

젠장.

비보는 다 빼앗겼다고 이놈아.

그래서 신급 유물도 쓸 수 없게 되었다고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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