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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65화 (265/409)

265화. 못된 놀부 심보 (1)

순간, 진채원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툭, 그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야말로 한순간.

바닥에 떨어진 물체에 주헌 일행은 창백하게 굳어버렸다.

바닥에는 인간의 동그란 머리통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과일이라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한낱 썩은 채소라도 따다 버린 것 같아서.

그리고 뒤이어 진채원의 육신도 쓰러졌다.

결국 그녀의 육신이 모래사장에 파묻히자 단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말도 안 돼."

"그 마녀가 정말로 죽었다고?"

미친 듯이 보스몹을 끌고 왔던 유재하도 믿지 못했다.

'그 죽여도 죽지 않는 여자가 이렇게 쉽게?'

하지만 늘 가짜 시체를 만들어내는 그가 놀랄 정도니 적어도 가짜는 아닐 것이리라.

'지금은 비보와 계약을 안 해서 그런 건가.'

율리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헌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사황이 저렇게 한순간에 끔살당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주헌의 압도적인 힘.

'결국 계약했구나.'

이젠 자신들조차도 오싹할 지경이었다.

딱히 제갈공명의 유물이 없어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주헌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오라는 이제 일반인의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렬했다.

지금도 마치 주헌을 건들지 말라는 듯 사납게 위협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확실하게 깨달았다.

'위험하다.'

피부를 홀라당 태워먹고도 태연한 유재하만 보더라도 인간을 초월했다는 느낌이긴 하지만, 주헌은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었다.

유재하가 초인이라면 주헌은 마왕이라고 해야 하나.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

주헌의 눈이 검은색으로 돌아오자 까마귀의 힘도 가라앉았다.

그러자 오싹했던 느낌도 사라졌다.

그리고 이때 주헌이 단원들 쪽으로 걸어오자 단원들이 몰려왔다.

"단장님!"

단장이 무사하다는 생각과 자신들을 구해줬다는 생각에 감격을 한 것 같았다.

하물며 내 걸 건들지 말라니.

"키야! 단장님이 그렇게까지 저희를 생각해주실 줄은..."

"너 죽을래? 내 비보에 누가 손대래. 누가 계약하래."

"?!"

그쪽이었어?

충격에 빠진 유재하가 한소리 했다.

"왜 단장님 건데요! 비보는 우리가 얻은 건데!"

"벌써 잊었어? 계약서에 사인했잖아. 니들 거는 내 거."

"그, 그런 게 어디에 있어!"

"어디에 있긴, 여기 있지."

유재하는 울부짖었다.

"...젠장. 어쨌든 진채원을 죽여줘서 감사합니다. 진짜 쫓겨서 죽을 뻔했는데, 겨우 살았네."

그런데 이때였다.

"아니, 넌 곧 다시 죽을 것 같은데."

"네?! 그게 무슨...!"

주헌의 눈이 다시 붉어졌다.

고깃덩어리가 된 줄 알았던 진채원의 모습에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진채원의 몸은 뜻밖에도 거미가 탈피를 하고 남은 껍데기처럼 투명하게 변해갔다.

"뭐, 뭐야 저거!"

그제야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있었다.

"서, 설마!"

아무래도 진채원은 총수 유물을 다루는 능력자.

"누가 거미 유물을 다루는 게 아니랄까봐, 자기도 탈피를 하는 모양이다."

즉, 거미가 탈피하듯이 몸에 이상이 생기면 새 몸으로 갈아탈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건...

'본체는 다른 곳으로 숨었나.'

주헌은 힐끔 숲 쪽을 보았다.

틀림없었다.

까마귀의 유물을 발동하자 숲속에서 자꾸만 뭔가가 번쩍거리는 것 같았다.

"단장님?"

주헌은 진채원이 버리고 간 껍데기 육신을 보았다.

탈피체는 놀랍게도 유물로 변하고 있었다.

[기억력 상승 물약 (B급-희귀급 / 귀속성 유물)]

'유물?'

인간의 몸이 유물로 변하다니, 기이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해보면 진채원은 탐식의 유물 소유자.

총수 유물이 엄청난 숫자의 인간들을 먹어치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엔 유물 사용자도 있었겠지.

그 결과 저 여자의 몸에도 유물이 흡수되었고, 죽으면서 유물을 떨구게 된 것인가?

그렇다면 여기서 재미있는 추측이 한 가지.

"그럼 혹시 그 여자를 죽일 때마다 유물이 떨어지는 거야?"

"네, 네?"

"이거 완전 몬스터네."

흥겨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은 사라져버렸다.

단원들은 깜짝 놀랐다.

"다, 단장님?!"

주헌이 있던 자리에는 흉흉한 오라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

"헉, 헉."

진채원은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도 목이 잘리는 감각을 잊을 수가 없었다.

비록 칼과 같은 무기로 잘린 건 아니었지만, 호스가 잘리듯 혈관과 기도가 잘리는 기분은 정말 끔찍했다.

'빌어먹을 서주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로 그렇게 목을 잘라?!

뭐 그래봐야 총수 유물을 쓰고 있는 이상 쉽게 죽지도 않지만.

다만...

"유물을 한 개 잃었군."

그리고.

"매우 춥군."

탈피 후 알몸이 된 진채원은 몸을 달달달 떨었다.

아무래도 일단 뭐라도 입을 걸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오, 너 탈피하더니 주름이 좀 사라졌다? 박피라도 했어?"

"?!"

소름끼치는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렸다.

툭.

그리고 순식간에 진채원의 목이 떨어졌다.

또다시 끔살을 당한 것이다.

동시에 진채원의 육체는 또 다시 탈피체로 변했고, 유물로 변했다.

이번엔 A급 귀속성 유물이었다.

[매혹적인 향이 나게 해주는 양귀비의 오일 (A급-보물급 / 귀속성 유물)]

그걸 본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 보면, 진채원의 몸에서는 달콤하고도 매혹적인 향기가 났다.

마치 곤충들을 유인하는 식충식물처럼 남자를 유인하는 향이 난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저 A급 유물 탓인 것 같군.'

그러자 주헌의 붉은 눈이 탐욕으로 번득였다.

"그럼 이번에 죽이면 S급이 나오려나?"

"서주헌, 이 미친 자식이...!"

주헌은 미친 듯이 진채원을 쫓아왔다.

"유물 뱉어, 요놈아."

그리고 계속해서 진채원을 죽였다.

그래봐야 죽지도 않으니까!

[B급 소모성 유물을 얻었습니다.]

[C급 귀속성 유물을 얻었습니다.]

[B급 귀속성 유물을 얻었습니다.]

...

[A급 소모성 유물을 얻었습니다.]

[S급 소모성 유물을 얻었습니다.]

아무래도 진채원을 죽이면 유물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을 느낀 것 같았다.

뭐 정작 장본인은 이가 갈리다 못해 욕이 터져 나왔지만.

"서주헌! 그만 두지 못해?!"

탈피를 하면 할수록 진채원은 어려졌다.

그래봐야 진채원의 나이 29세.

자꾸 탈피를 하면 어린아이, 그리고 갓난아이까지 되는 건 머지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진채원은 빡쳤다.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해도 이게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소용없어. 그만하라니... 커헉!"

또다시 죽은 진채원은 주헌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서주헌!"

그러나 주헌은 그런 그녀를 두고 빡쳤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내 부하를 죽이는 건 괜찮고, 본인이 죽는 건 싫어?"

아무래도 진채원을 괴롭히는 이유는 그 탓인지도 몰랐다.

"알았어? 내 거 건들지 마. 진짜 뒤진다."

동시에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실소를 흘렸다.

이미 몇 번이나 죽였으면서.

그럼에도 서주헌이 싫지 않다고 느껴지는 게 정말 화딱지가 났다.

이성적으로는 서주헌을 증오해야하는데.

이상하게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묘한 희열까지 느껴졌다.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

왠지 모를 데자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진채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할 수 없지.'

참다못한 진채원이 총수유물을 발동했다.

아까부터 계속 까마귀에 반응한 건지 날뛰는 걸 억지로 눌러대느라 고생했다.

총수 유물을 쓰면 주헌의 팔다리 하나는 기본적으로 뜯어먹을 걸 알았으니까.

주헌의 몸에 상처를 내기는 싫었던 그녀였지만, 이제 한계였다.

'이대로면 내가 위험하다.'

뭐, 팔다리 하나쯤 잘려도 그땐 직접 붙여주고 간호재주지 뭐.

곧 총수의 유물이 발동되었다.

***

숲 쪽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모습에 단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척 봐도 심상치 않은 오라의 충돌.

분명했다.

"단장님이랑 그 또라이 여자야!"

"단장님!"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마치 핵폭발 같은 충격.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나고, 근방의 모든 산소를 태워버린 것 같았다.

실제로 폭발이 일어난 방향으로 바람이 마구 불어대기 시작했고.

인간이라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아마존을 방불케 하는 숲이 한순간에 날아갔을 정도로!

"단장님!"

그들은 서둘러 주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멈춰!"

"!"

여러 발굴단들이 주헌 일행을 포위했다.

주력 유물도 없는 상황에서 난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다행히도 주헌은 살아있었다.

다만.

주헌의 팔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피부가 조금 찢겼을 뿐 큰 상처는 아니었다.

오히려 큰 상처를 입은 쪽은...

"서주헌 너어!"

진채원은 고통스러워하며 주헌을 쏘아보았다.

주헌의 오른손에는 아예 뜯겨진 진채원의 왼팔이 들려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주헌이 살벌하게 웃었다.

"아프잖아, 자식아."

진채원은 기가 막혔는지 허탈하게 웃었다.

'아픈 쪽이 어느 쪽인데!'

이것이 비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의 차이리라.

그 짧은 순간, 주헌은 까마귀 유물로 총수의 힘을 흡수하면서 힘을 반감시켰다.

물론 아무런 데미지도 없는 건 아니었다.

주헌의 입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큭."

아무래도 총수 유물의 힘을 삼키는 건 데미지가 상당했던 것이리라.

곧 주헌이 진채원을 끝장내기 위해 다가갈 때였다.

"이렇게까진 하기 싫었는데."

"?"

동시에 진채원이 꽤나 충격적인 일을 했다.

진채원이 칼로 자기 자신의 목을 찌른 것이다.

푸욱!

"...!"

그 순간 주헌이 아주 잠깐 움찔했다.

옛날에 진채원이 제 앞에서 자살하던 광경이 떠올라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동요가 생긴 건 아니었다.

단지 기억력이 지나치게 좋은 주헌이 그때의 불쾌한 감정이 떠올렸기 때문에.

그리고 남들은 몇 주는 걸쳐야지만 익숙해지는 비보를 써댄 영향도 있기 때문일까.

[지배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집니다.]

[누적된 피로와 흔들린 지배력 탓에 유물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5분 동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젠장.

그럴 때였다.

"딱 걸렸어, 서주헌."

"!"

여러 발굴단들이 주헌 일행을 포위했다.

그중엔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TKBM.'

권 회장의 막내 사위 윤시우와, 망나니 아들내미도 보였다.

"좋은 말로 할 때 비보를 내놔. 이 도둑놈아!"

"네가 무덤을 다 털어간 건 알고 있어!"

아무래도 빡쳐도 단단히 빡친 모양이었다.

기껏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몰래 섬에 들어와서 왕의 무덤에 들어왔는데, 이미 다 털려버렸으니 빡칠 만도 했지만.

"네놈이 가진 비보는 우리 회장님 거야! 내놔!"

저것들이.

어느새 주변은 그들이 데리고 온 사냥꾼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탈출이 쉽지 않겠군.'

그럴 법한 게, 무덤이 털린 사실에 분개하며 수많은 왕급들도 쫄래쫄래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보는 못 가져간다."

"해변에 있는 네 부하들도 우리가 미리 붙잡았어."

자신의 비보가 되어야 할 것들을 훔쳐간 도둑놈들에 대한 분노는 컸다.

주력 유물은 없고.

까마귀 유물을 쓰자니 총수 유물을 삼킨 탓에 아직 몸의 부담이 상당하고.

일시적으로 유물도 쓸 수가 없고.

그럴 때였다.

"듣자하니 서주헌은 유물을 흡수한다고 한다. 유물은 쓰지 마!"

"섬을 탈출하기 전에 처리해!"

곧 발굴단들의 사냥꾼들이 주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쾅!

"!"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다.

누군가가 주헌이 있는 곳으로 파죽지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커헉! 커허어억!"

그건 바로 주헌의 단원들이었다.

"단장님! 이쪽입니다!"

그들은 탈출용으로 TKBM의 배를 훔쳐서 주헌에게 오고 있었다.

적들은 식겁했다.

"큰일입니다! 저놈들 모두 비보랑 계약을 했어요!"

"뭐라고?! 전원?"

그 모습에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거참, 녀석들. 내 거에 손대지 말라니까."

하지만 기특해하던 그때였다.

"웃긴 뭘 웃어!"

수백 명의 사냥꾼들이 주헌을 노려왔다.

유물 공격이 안 통하면 암살이라도 해서 없애자는 계략이었다.

주헌은 혀를 찼다.

배가 있는 곳까지는 꽤 멀다.

어쩐다.

곧 수백의 적들이 주헌에게 몰려들었다.

주헌은 유물 대신 평범한 단검을 집어 들었다.

'5분.'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과연 사냥꾼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까.

"죽여!"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하지만.

"거참, 다굴은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사냥꾼들이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쿠우웅!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고작 칼 한 자루로.

주헌은 제 앞에 선 사내를 보고 정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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