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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60화 (260/409)

260화. 나를 선택해라(3)

[이쪽 길을 걸으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엄청난 행운이 따를 것 같습니다.]

[매우 유익한 유물을 얻을 것 같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는 주헌은 사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까마귀 놈이.

눈에 뻔히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주헌은 무시하고 비보를 찾으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문득 궁금해진 것이다.

'정말 나한테 이득이 될 놈일까.'

죽어가는 자신을 과거로 되돌려준 놈.

그리고 스토커처럼 늘 따라다니던 놈.

놈이 자신에게 힘을 준 이유는 분명 자신을 무덤에서 꺼내주길 바라서겠지.

'무덤에서 꺼내줘도 되는 놈일까.'

주헌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상한 유물.

유물들은 모두 꺼리는 저주받은 까마귀.

'정말 나한테 도움이 될 놈일까.'

결국 주헌은 샛길로 들어가길 택했다.

눈앞에 다른 비보들이 있었지만 호기심이 생긴 탓이다.

그리고 솔직히 도대체 얼마나 유익하길래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궁금했으니까.

그렇게 주헌은 샛길에 들어섰다.

샛길을 조금 더 들어가자 막다른 길이 나왔지만 상관없었다.

'툼글리프.'

아마 유물이 만들어놓은 봉인식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절대 읽을 수 없는 어려운 글귀들이 잔뜩 써져 있었다.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그걸 읽어나갔다.

재미있는 건 그가 글귀를 만질 때마다 빛이 바래 있던 툼글리프가 번쩍번쩍 빛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무덤의 일부분이 개방됩니다.]

쿠그르릉!

벽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왕의 무덤에 흉흉한 오라가 치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같은 시각.

"부단장님, 저건!"

주헌의 일행은 마구 날뛰는 오라에 당황하고 있었다.

틀림없었다.

'저 오라는.'

자신들이 죽었던 무덤에서 느꼈던 그 흉흉한 오라.

'그 까마귀다.'

물론 자신들이 까마귀와 만난 것은 아니었다.

까마귀와 만났던 것은 주헌뿐이었으니만큼.

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자신들이 죽었을 때, 그때의 그 무덤이다.

완전히 흡사한 건 아니지만 거의 흡사했다.

동시에 그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왜?

"설아야, 단장님은?"

그렇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주헌이 저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자신들이 죽었던 무덤과 비슷한 곳에!

'설마 그때의 무덤이 다시 나타난 건 아니겠지.'

그리고 또다시 주헌의 다리가 잘리는 광경이 스쳐 지나간 순간, 설아가 참다못해 뛰쳐나갔다.

"단장님!"

"설아야!"

물론 주헌에게 듣기로는 까마귀가 주헌을 과거로 돌려보내주었다고 했다.

도와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그래봐야 유물.'

자신들을 죽인 무덤의 주인.

그 무덤에 대해 모르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까마귀는 주헌을 잡아먹을 적이었다.

그 생각에 미친 설아가 이를 우득 갈 때였다.

"!"

뭔가를 눈치챈 율리안이 외쳤다.

"설아야, 그쪽 길은 안 돼!"

갑자기 하늘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불덩어리들!

이에 아이린이 몸을 날려 설아를 밀쳤다.

쿵!

덕분에 일격은 설아를 비껴서 지나갔지만 글쎄.

"너희는 저쪽으로 가면 안 돼."

적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황색의 자켓.

오스틴 록펠러의 발굴단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와 연합한 다른 발굴단들도 하나둘씩 보였다.

TKBM 같은 톱5 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놈들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율리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율리안의 질문에 적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긴 뭐야. 방해꾼들은 막으라는 단장님들의 명령이시다."

"뭐라고?"

"비보 중에 제일 강력한 놈이 있다고 들어서. 뭐라더라, 까마귀라고 했나?"

"아마 저 흉흉한 오라는 그 까마귀가 맞을걸?"

"뭐하는 유물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건 우리 단장님들거야."

"이왕이면 비보 중에서 제일 강한 걸 고르는게 낫잖아."

아무래도 놈들은 어설프게 내뱉어진 운명왕의 예언을 믿는 모양이었다.

[비보 중에서 까마귀를 노려라. 가장 강력한 유물이다.]

틀림없이 대부분의 왕급들이 그 소문을 접했으리라.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주헌 일행은 코웃음이 나왔다.

왜?

'등신들.'

하필이면 그걸 노린다고?

'다들 죽을 거다.'

이건 경험이었다.

그랬기에 주헌 일행은 흉흉한 오라를 뿜는 돌산 쪽을 보면서 주헌을 걱정했다.

'단장, 괜찮겠지.'

절대 욕심내지 마라.

그건 괴물이야.

율리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

그리고 같은 시각.

쿵!

갑자기 뒤흔들리는 무덤!

그 바람에 무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무덤 전체에 퍼지는 흉흉한 오라에 일리야가 몸을 떨었다.

'미친, 이건.'

일리야는 그 끔찍한 오라에 주저앉으며 구역질을 할 뻔했다.

같은 시간, 율리안이나 설아, 클로에가 느낀 것처럼 일리야 역시 죽을 때의 일이 떠오른 탓이다.

유재하는 당황했다.

"야, 삐약이. 너 왜 그래?"

일리야는 덜덜 떨면서 중얼거렸다.

"그때, 우리가 죽을 때 그... 무덤."

"...!"

유재하는 분신을 보냈기에 느껴보지 못한 무덤.

하지만 머리 좋은 그는 금방 눈치챘다.

'운명왕 놈이 이 무덤에 까마귀 무덤이 나타난다더니, 설마 진짜로?'

그럴 때 엄청난 지진이 쓸고 가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발굴단들이 술렁거렸다.

"야, 방금 그 엄청난 건 뭐야?"

"누가 벌써 비보를 차지한 거 아니야?"

오피셜 수석 복원사, 줄리앙도 어리둥절해했다.

민감한 일리야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래도 다른 놈들은 까마귀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 여자 역시도.

"음, 역시 서주헌은 없나 보지?"

그녀의 말에 유재하와 일리야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법한 게...

'탐식왕 진채원.'

'중국의 총수 유물 소유자.'

하필이면 나와도 왜 저 여자냐!

운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다른 왕급들이 나타나는 건 그렇다 쳐도 이거였다.

그놈들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골칫 덩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사황급은 좀 아니지!'

일리야는 쌍욕을 날렸다.

"야, 미친. 사황은 단장 앞에나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니...큭!"

일리야는 그 말을 하다가 유재하에게 얻어맞았다.

일리야는 미쳤냐는 듯이 유재하를 쏘아보았다.

"왜! 내 말이 틀려?"

"아니. 그냥 때리고 싶었어."

그 말을 하면서 유재하는 숨을 몰아쉬었다.

사황급을 만나서 당황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진채원도 이 무덤에 오면서 유물을 빼앗겼을 것이다.'

다른 쓸모없는 유물을 얻게 되었을 터.

'그래봐야 조건은 같다.'

그렇다면 무덤에 대한 노하우가 다른 자신들이 훨씬 유리할 테니까.

하지만 이게 웬걸.

"야, 호구. 저, 저거 설마...!"

그들은 진채원이 들고 있는 구슬을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번개가 파직 거리고 있는 구슬덩어리.

그건 설마...!

'공명이 놈의 번개 유물?'

일리야와 유재하는 동시에 기겁하고 말았다.

확실했다.

저건 틀림없이 율리안의 인드라 유물이었다!

동시에 그들이 격노했다.

"너희들 설마 밀러 그 자식을 해친 거냐!"

그러자 진채원과 손을 잡은 듯한 줄리앙이 비웃었다.

"뭔 개소리야. 율리안 밀러는 만나지도 않았어. 애초에 진채원 교수님에게 배정된 유물이 인드라 유물이었던 거지."

그 말에 일리야와 유재하는 불을 토해냈다.

아니, 뭐가 어쩌고 저째!

'우리는 이상한 개뼈다귀 같은 유물이나 받았는데!'

누구는 신급 유물이나 배정 받고!

"버러지 같은 비보 놈들!"

틀림없었다.

이미 비보들이 왕급 후보들을 정해 놨다더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비보들이 관심 없는 유물사용자들은 거지 같은 유물을 받은 것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왕급에겐 좋은 걸 준 것이다.

'하긴, 총수의 유물을 다루는 여자를 좋게 대해주지 않을 리가 없지.'

하지만 그때였다.

더 기절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왜?

"선배. 이게 뭔지 잘 알죠?"

줄리앙과 유재하의 후배, 신승희가 꺼낸 물건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물!

그렇다.

줄리앙의 부하에게 돌아간 건 다름 아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물!

그걸 본 일리야는 경악했고, 특히 유재하는 거품을 물었다.

"아, 미친! 내 유물이 왜 거기에 있는 건데!"

뭐 그래봐야 신승희는 능력이 부족해 발동을 못 시키는 돼지 목에 진주 꼴이었지만.

그리고 그걸 보며 줄리앙이 웃었다.

"승희가 소유권 이동을 못 시켜서 맡겨두고 있지만, 무덤에서만 나가봐라. 저 다빈치 유물도, 비보도 내 거다. 유재하."

유재하는 뒷목을 잡았다.

그쯤 되자 진채원이 왜 저 복원사 놈들과 손을 잡았는지도 단번에 알 것 같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저놈들, 비보를 얻게 해주면 중국의 전속 복원사라도 되겠다고 했구나.'

그건 사실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줄리앙은 오피셜 수석 복원사.

유재하한테 깨지긴 했어도 세계 최고의 복원사 타이틀을 가진 남자였다.

그리고 판도라가 귀한 복원사들을 죄다 긁어가는 바람에 중국에서는 복원사가 귀했고.

열심히 육성을 시키고 있지만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총수나 신급 유물을 복원하려면 다빈치 급은 되는 유물이 있어야 복원이 가능할 테니까.

그런데 비보만 얻게 해주면 전속 복원사가 되어주겠다고 나타난 수석 복원사들.

심지어 다빈치 유물을 들고?

중국으로선 탐날 수밖에 없는 제안일 것이다.

어쨌거나 상황이 골치 아프게 되었다.

'이대로는 비보를 빼앗긴다.'

인드라 유물을 가진 진채원이라면 어렵지 않게 함정을 뚫고 비보를 가져올 것이었다.

곧 일리야가 툭툭 치며 물었다.

"야, 호구. 어떻게 할 거냐? 우리 지금은 쓸 만한 유물도 없잖아."

이대로면 주헌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쿵!

다시 한 번 일어나는 지진.

"아악! 또야! 이 지진!"

이어서 까마귀의 흉흉한 오라가 몰려왔다. 이번엔 아까보다도 더 강렬하고 확실했다.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챌 정도로.

"야, 이거 설마... 운명왕이 예언했던 그거냐?"

"설마 그 까마귀 유물?"

그리고 이번엔 그 강렬한 반응을 느낀 건지, 진채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건..."

굉장히 탐욕적인 표정.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주헌이 있는 쪽으로 재빨리 방향을 틀었다.

까마귀 유물을 가져가려는 게 틀림 없었다.

그 모습에 다급해진 유재하가 외쳤다.

"잠까마아안!"

잘은 모르겠지만 저 여자가 단장님이 있는 곳에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봐요 교수님. 그딴 놈들 무시하고 나랑 손잡으실래요?"

"뭐?"

저 여자의 다리를 묶어야 한다.

동시에 자신의 비보도 얻어야 한다.

다빈치의 유물도 되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일석삼조의 방법을 호구왕은 떠올렸다.

"교수님, 우리 단장님한테 관심 있죠, 그쵸."

진채원은 가던 길을 멈추고 유재하를 보았다.

"그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지?"

그러자 유재하가 웃었다.

걸렸다 요놈.

"무슨 상관이긴. 내가 엄청 귀하고 좋은 거 주려고 그러지."

***

그리고 같은 시각.

비보들은 난리가 나 있었다.

갑자기 왕의 무덤에 퍼지기 시작한 까마귀 놈의 기운 때문이었다.

[미친, 이게 뭐야!]

[그 까마귀의 냄새잖아!]

그들은 정말 당황스러워했다.

문득 제우스의 독수리 놈이 날아와서 '무덤을 잘 살펴봐라. 까마귀 놈의 기운이 느껴진다.' 하고 충고를 해주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은 무시했던 참이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이 무덤에 있는 건 15개 왕의 비보들이다.]

왕을 선택하는 15개의 특별한 유물들 뿐.

그렇다.

15마리의 신수와 흉수.

즉, 환수 유물들 밖에 없을 것이었다.

자신들을 다룰 인간들을 뽑고, 왕에게 어울리는 힘을 부여할 환수들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이 유배시킨 까마귀 놈의 냄새가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그놈이 왜 여기에 있어!]

그러자 누군가가 말했다.

[사, 사실 이상한 것도 아니지 않아?]

[뭐?]

[그 까마귀도 원래 왕을 간택하는 비보 중 하나였잖아.]

단지 그 자격을 박탈당하고 그 자리를 다른 유물이 채우게 되었을 뿐.

[그, 그럼 이 무덤에 비보가 16개가 있다는 의미야?]

[아니 그 전에, 그놈이 왜 여기에 있는데!]

비보들은 다급해졌다.

아마 그들은 지금까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던 것이리라.

이 무덤 안에 까마귀 놈이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무렵이었다.

무덤의 봉인을 풀고 들어온 주헌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 망할 까마귀.'

뭐가 유익하다는 거냐.

주헌은 드물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벽을 부수고 들어간 순간,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죽을 때, 그 무덤의 감각이 살아나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실제로 변강쇠는 이미 기절한지 오래였다.

동아줄은 멀쩡했지만, 주헌의 어깨에 찰싹 달라붙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샛길을 지나 동굴의 넓은 부분이 나왔다.

천장에서 새어 들어오는 은은한 빛.

그리고 무엇인가 앉아 있었다.

[왔구나, 인간.]

칠흑의 날개를 펼친 그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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