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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56화 (256/409)

256화. 기묘한 동거인 (2)

이 자식 정체가 뭐지?

동아줄은 고작해야 S급 유물.

아니, 사실 등급 자체만 보면 고작이라고 부를 만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긴 무덤 한가운데다.'

보통 유물은 자신이 만든 무덤에서 가장 강력해졌다.

비유하자면 홈그라운드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다른 신급 유물들도 자신의 무덤이 아니라 쉽게 납치된 것이리라.

그런데 동아줄이 그걸 버텼어?

참 수상했다.

'생각해보면 동아줄은 여러 가지로 상식에서 벗어난 유물이지.'

C급 때도 S급 유물들을 포박할 수 있지를 않나, S급이 된 지금은 신급 유물들조차도 종종 도망치게 만들었다.

실제로 멍멍이 유물들도 동아줄만 보면 기겁을 했고 말이다.

뭐 그때야 효력이 좋으니 대충 쓸모가 많구나하고 넘어갔지만 좀 이상했던 것이다.

'진짜 어떻게 여기 남았지?'

주헌은 잠시 동아줄을 보고 고민에 빠졌지만 곧 해답을 찾았다.

'뭘 고민해. 저 녀석은 총수의 뺨까지 때린 놈인데.'

반항심(?)은 유물계 최강일지도 몰랐다.

새삼 비보 유물들이 오란다고 해서 겁먹을 놈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하나.

'의지로 버텼나보지.'

뭐 비보들 입장에서는 열 받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

그리고 그건 맞았다.

[저 유물은 뭔데 소환에 응하지 않는 거냐?]

왕의 무덤을 만든 장본인들은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이미 이 무덤에 들어온 모든 유물들은 자신들이 가둬놨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무덤 중심부 지하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허, 니들 이딴 식으로 나오기냐?]

[우리를 이딴 곳에 가두다니!]

그렇다. 유물들은 지하의 동굴 같은 곳에 있었는데, 그중 빛나는 호수 같은 곳에 빠져 있었다.

마치 그 모습이 해골을 쌓아둔 듯 아무렇게나 던진 모습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힘도 못 쓰게 하다니.]

그곳에 있는 모든 유물들은 투덜거렸다.

[왕의 선발과정이라는 건 알지만 너무 무례하지 않느냐.]

[새끼들이 멋대로 소환해대고. 어? 해보자는 거냐? 당장 꺼내!]

특히 주헌의 신급 유물들이 날을 세우자 비보들이 말했다.

[닥쳐라, 이집트 신들아.]

비보들은 총 15개였다.

얼핏 보기엔 인간의 모습을 한 놈들도 있었고, 환수의 모습을 한 놈들도 있었다.

그들은 꽤나 고압적으로 말했다.

[니들이 서주헌 그 인간을 도우려는 건 다 안다.]

[뭐?]

[너희들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거든.]

[신급 유물들 주제에 대리로 무덤까지 클리어해주고 말이야.]

[윽!]

[그걸 어떻게 알았지?]

찔려하는 세트와 오시리스를 보며 아누비스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럼, 오만의 탑에서 그렇게 설쳐댔는데 소문이 안 날 줄 알았나.

[그러니까 적당히들 좀 하시라고 하지 않...]

[너도 공범이다, 아누비스.]

[?!]

그 모습에 세트와 오시리스가 비웃었다.

[맞아 맞아, 오만의 탑에서 제일 흥분해서 쓸어버린 건 너였잖아. 아누비스.]

[어유, 그때 그 S급 유물들은 무슨 죄였대.]

[극악무도한 놈.]

[.......?!]

아누비스는 억울했다.

세트와 오시리스가 다 때려 부수라고 할 땐 언제고, 자신을 몰아간단 말인가!

비보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이집트 유물들을 보았다.

[고작 먹을 거나 협박 따위로 넘어 가다니.]

[그리고 인간 여자들이 춤추는 게 뭐가 좋다고.]

그 말에 울컥한 세트와 오시리스가 분노했다.

[고작 먹을 거?! 치킨 무시하냐 인마!]

[삼촌팬 무시하냐! 이놈아!]

당장 취소해라!

그들의 분노에 함께 갇혀 있던 유물들이 공포에 떨었다.

공격 능력만 보면 이집트 신들 쪽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괜히 군단장과 사단장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에 비하면 비보들은 다른 유물들하고는 좀 다른 특별한 신급 유물들이었다.

'왕의 그릇.'

그렇게 불리는 특수 유물들이다.

그래서 다른 유물들이 그들을 존중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도가 넘으면 참을 수 없는 법이다.

[왕을 뽑는 놈들이라고 해서 봐줬더니 이것들이!]

하지만 그때였다.

비보 중 누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저 동아줄이 문제라고.]

[!]

확실히 그들은 동아줄을 희한하게 생각했다.

[왜 우리 소환에 응하지 않는 거지? 아는 게 있나?]

그 말에 세트가 비웃었다.

[말은 똑바로 해. 니들이 소환 못한 거잖아.]

[......]

비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트는 놈들이 동아줄에게 관심을 가지는 게 싫은 모양이었다.

[됐고, 저 밧줄은 그냥 돌연변이야. 신경 쓸 거 없어.]

[세트 이 새끼, 너 설마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

[없는데?]

[세트 이새끼... 수상해. 옛날에도 그 까마귀 건으로 피를 말리게 하더니.]

그 말에 세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딴 거에 신경 쓸 시간 있으면 함정이나 더 파보시지? 벌써 주변까지 온 녀석이 있다고.]

[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쿵! 지진이 일어났다.

자신들이 있는 중심부가 뒤흔들리는 소리였다.

[여기까지 왔다고?]

[그렇게 함정들이 많은데?]

[누구야, 누가 벌써 여기까지!]

***

누구긴 누구야.

"허억! 허억!"

율리안은 무덤의 중심부 근처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조금 모자라 보여도 주헌의 단원들은 전부 뛰어났다.

함정 따위 순식간에 돌파하고 모두 중심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좋아, 조금만 더 하면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율리안도 나름대로 주헌을 따라 해보려 유물폭탄을 만들어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폭탄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좋아! 그럼 몇 번만 더 하면 된다."

율리안은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이봐! 유물 몇 개만 더 줘봐!"

하지만.

[돈 내놔! 돈! 빨리이이이이!]

"허..."

율리안은 빼애액거리는 지렁이를 보며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랬다.

자신에게 떨어진 유물은 주헌의 지렁이 유물.

돈만 밝히는 그 서복의 유물이 맞았다.

그 능력은 불로초를 키우는 것이지만, 불로초가 없으면 단순한 삥뜯기 유물.

'진짜 사정없이 뜯어가는구만.'

이미 지갑도, 윗도리도, 가방도 다 빼앗겼다.

이제 율리안에게 남은 건 하의와 시계 정도 뿐.

'하필 내 유물들이 사라지고 이딴 게 남다니.'

이런 서주헌 같은 유물 놈.

뭐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유물인지라 어쩔 수 없이 거래를 하긴 했지만...

[아 이 거지야! 빨리 돈 내놓으라고! 유물 빌려줬잖아아아!]

아오, 이걸 확.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렁이 주제에 사채업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건 알 것 같았다.

[돈 내놔, 도오온!]

뭐, 저놈이 자신을 걷어차며 바닥에 'MONEY!' 같은 말이나 써대니까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만 말이다.

결국 율리안은 제 손목시계를 풀어 건네주었다.

하지만 율리안의 시계를 본 지렁이는 팍 인상을 썼다.

그러더니.

[꺼져! 싸구려는 꺼져라!]

[다른 걸 내놔라!]

그 문구에 율리안은 울컥했다.

"야, 그래보여도 나름 그거 비싼 거거든?!"

하지만 곧 율리안은 탄식했다.

그래, 지렁이 놈하고 씨름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

'빨리 비보를 얻으러 가야 한다.'

확실하지 않지만 이 섬에 점점 왕급들이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아마 거리는 1km도 안 될 것이다.

실제로 강력한 신급 유물의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왕급들이 가까워졌다는 증거.

뭐, 놈들도 섬에 상륙하자마자 강제로 유물을 스틸당하고 자신들 꼴이 나겠지만.

어디 그뿐인가.

'이미 섬에 숨어든 놈들도 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왔다.'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자신들 도굴단원들한테는 훤했다.

아니나 다를까, 율리안에게 돌덩어리들이 떨어졌다.

쿠웅!

율리안이 다급하게 몸을 피했다.

동시에 나무에서 낯선 사람들이 나타났다.

"막아라!"

"저 중심부로는 못 들어가게 해!"

아직 어느 발굴단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는 적이었다.

적들은 나이프를 들고 율리안을 습격해왔다.

그럴 때 율리안이 다급하게 지렁이를 불렀다.

"아무 유물이나 하나 더 줘봐! 빨리!"

[그럼 네놈이 입은 바지라도 내놔아!]

그 말에 끙 율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바지라고?

"알았다! 줄 테니까 내놔라!"

[대가는 잊지 마라! 인간!]

곧 지렁이가 내민 유물은 B급 펜 유물!

동시에 율리안은 놈들을 향해 유물폭탄 강속구를 던졌다.

그리고.

콰아아앙!

"끄아아악!"

동시에 율리안은 대가로 따끈따끈한 바지를 던져주었다.

물론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자! 여기 대가다!"

지렁이는 적의 바지를 받고는 좋아했다.

꽤 비싼 청바지인 게 틀림없었다.

[오, 이거 꽤 좋은 바지인데?]

율리안은 계속해서 적들의 옷을 벗겨주었고, 지렁이는 신이 나서 유물을 뱉어주었다.

그리고 이쯤 되자 적들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뭐, 뭐야? 쟤 미쳤어?"

그러나 율리안은 좋은 봉을 만났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시끄럽고, 좋은 말 할 때 니들 가진 거 다 내놔."

"뭐, 뭐라고?"

"내가 지금 유물 조달이 좀 급하거든?"

율리안이 다가오자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서, 서주헌이 나타났다!"

그 말에 율리안은 불쾌해진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봐. 난 서주헌이 아니거든?"

"그럼 서주헌 같은 놈이 나타났다!"

"죽어!"

타락한(?) 율리안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삥뜯기' 라는 신세계를 접한 것 같았다.

***

그리고 그 무렵.

"젠장, 그만 좀 쫓아와!"

답지 않게 달리고 있는 일리야는 정글 지대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어차피 유물성애자 단장이 무덤의 중심부로 갈 건 알았다.

그래서 일단 중심부로 온 건 좋았는데...

"그만 쫓아오라고!"

그는 한 다섯 명 정도 되는 식인종에게 쫓기고 있었다.

평소라면 저딴 놈들, 그냥 악마나 마법을 부려서 없애버리겠지만!

"하 씨, 아무리 랜덤이어도 이건 아니지!"

일리야는 쌍욕을 하며 자신의 유물을 보았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아하하하! 뭐야 너. 쫓기고 있냐?!"

낯익은 목소리에 일리야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 목소리는 분명 빌어먹을 유재하!

하지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야! 호구! 잘 됐다, 나 좀 도와..."

그러나 뒤를 바라본 일리야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으하하하! 누가 누구를 도와! 내가 더 많아 으히히히!"

저 미친.

그랬다.

유재하 역시 식인종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다섯 명에게 쫓기던 일리야는 양반이었다.

유재하는 무려 백 명에 가까운 인원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이다.

"히히히! 너도 통구이다, 통구이!"

아오, 저 도움 안 되는 새끼!

"이쪽으로 오지 마! 새끼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멀리서 오던 유재하는 일리야의 손에 든 유물을 발견하곤 반가워했다.

"야! 뭐야! 너는 그래도 나보다 나은 거 걸렸네! 유물 써! 쓸 만한 거잖아! 나 좀 구해달라고!"

그렇다.

일리야는 다른 단원들에 비하면 쓸 만한 유물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운 좋게 공격형 유물이 걸렸으니까.

[은도끼 (B급-희귀급 / 소모성 유물)]

아니 뭐 공격형인지는 모르겠지만 날붙이니까.

그만큼 일단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유물이긴 하니까.

게다가 주헌의 유물.

꽤 든든함을 느낀 건지 유재하가 외쳤다.

"야! 그걸로 일단 좀 어찌 해봐!"

일리야는 거품을 물었다.

"돌았냐? 나 이거 못 쓴다고!"

일리야는 마법서 유물을 사용하는 마법사형 유물사용자.

그 리스크로 체력이나 반사신경, 맷집 등이 일반인보다 훨씬 떨어진다.

즉 한 대만 스쳐 맞아도 픽 골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절대로 근접전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쌍욕이 나올 수밖에.

'젠장 왜 하필 줘도!'

"야! 호구! 니가 좀 이거 써봐!"

"미안! 손이 안 닿아!"

"그럼 어쩌라고!"

그러자 유재하가 낄낄 웃어댔다.

"어쩌긴, 가라! 삐약이! 제이슨이 되어버리는 거야!"

저거 콱 죽여버릴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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