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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55화 (255/409)

255화. 기묘한 동거인 (1)

그리고 그 무렵.

"허."

주헌 역시 유용한 멍멍이 유물들이 싹 사라진 걸 깨닫고 탄식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자신에게 남은 유물이...

내가 남았어! 남았어!

동아줄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동아줄이 제 파트너로 뽑힌 건 아닌 것 같지만.

왜?

헉헉! 나리! 나으리이! 제가 남았... 커헉!

한 놈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팬티는 사정없이 동아줄에게 밟히고 있었다.

그리고 고의는 아니지만, 팬티 위에서 방방 뛰는 동아줄 때문에 팬티, 그러니까 변강쇠 유물은 모래사장에 생으로 매장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커헉, 커헉!

물론 동아줄은 제 밑에서 죽어가고 있는 팬티를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나 불렀어? 불렀어?

아니? 안 불렀어.

주헌은 눈빛으로 그렇게 답해주었다.

왠지 동아줄이 그렇게 묻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랬다.

그만큼 눈까지 초롱(?) 거리며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든 유물이 사라진 가운데, 자신만 남게 된 거라고 생각한 것이리라.

그것도 주헌이 직접 선택을 했기 때문에!

주인님이 날 선택해줬어! 해줬어!

그러니 동아줄로서는 방방 뛸 듯이 기쁠 수밖에!

그러나 주헌은 황당하다는 듯 동아줄을 보았다.

'거참 내가 뽑은 것도 아닌데.'

애초에 자신에게 남은 유물은 분명 동아줄이 아닌 변강쇠 유물일 것이었다.

메시지가 그 증거였다.

[무덤의 주인에 의해 변강쇠 유물이 선택되었습니다.]

[이 유물로 이 섬에서 버텨야 합니다.]

아무래도 비보란 놈들은 자신들을 골탕 먹일 생각인 모양이었다.

사용자에게 가장 쓸모없는 유물을 줘서 괴로워하고 낙오되는 꼴을 지켜보는 것이리라.

뭐, 정작 선택된 장본인은 갑자기 튀어나온 동아줄한테 매장(?)당하고 있었지만.

[나, 나으리이이이! 제가, 제가아아...!]

결국 팬티의 절규에 동아줄은 그제야 변강쇠의 존재를 인식한 모양이었다.

[...!]

그리고 동아줄은 그제야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내, 내가 뽑힌 게 아닌 건가.'

아무래도 자신이 비정상적으로 이곳에 남게 된 케이스 같았다.

그쯤 되자 동아줄은 황급히 눈치를 살폈다.

어쩌지, 어쩌지.

주인님이랑은 같이 있고 싶고.

그렇게 하자니 규칙에 어긋난다고 주헌이 혼낼 것 같고(?).

그럴 때 모래 속에서 팬티가 튀어 나왔다.

[나, 나으리이! 접니다! 제가 나으리를... 커헉!]

동아줄은 재빨리 팬티를 붙잡았다.

그러더니 다급하게 외쳤다.

두, 둘이 뽑혔어! 뽑혔어!

하지만 팬티는 곧 죽어도 혼자 뽑혔다는 걸 어필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닙니다아아! 나으리이이! 제가 모시게 되었습니다!]

주헌은 피곤한 한숨을 쉬었다.

"뭐, 쓰지도 못할 유물이 뽑히는 것보단 낫지."

이를테면 유재하의 다빈치 유물 같은 것.

친화력 제로인 자신이 그딴 유물을 가져봤자 써먹지도 못한다.

달기 유물은 쓸모는 있겠지만, 달기는 꽤나 영악해서 그 조건으로 자신을 덮치려고 덤빌 거고.

"됐어, 가자."

[예이!]

변강쇠는 신이 나서 쫓아갔고 동아줄은 훌쩍이며 뒤에서 깡충깡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소심하게 '나,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 안 돼?' 하고 자신을 어필하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온갖 개인기를 부리고 있었다.

나무 묶기부터 점프하기, 돌 던지기, 춤추기까지.

그러나 변강쇠는 야박하게 동아줄을 나무랐다.

[뽑히지도 않은 놈은 저리 가! 내가 나리를 모실 거야!]

그런데 그럴 때였다.

"야, 안 꺼져? 동아줄 이리와."

[나으리이이이!]

변강쇠는 바짓가랑이를 잡듯이 주헌의 다리에 달라붙었다.

하필 모습도 남자의 삼각팬티라서 더 혐오스러웠다.

[나으리이이! 제 어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겁니까아아!]

"네 모습 모든 게."

[!!!]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변강쇠가 말했다.

[나으리! 진작 말씀하시죠!]

"?"

변강쇠는 스스로 모습을 변했다.

그걸보고 주헌은 깜짝 놀랐다.

[이제 마음에 드시죠?]

척 봐도 섹시한 여자 속옷이었다.

변강쇠는 어떠냐는 듯 방방 뛰었다.

[자, 나으리. 이제 마음에 드시... 커헉!]

콰지직!

변강쇠는 주헌한테 사정없이 파괴 되었다.

"형태는 마음에 드신다. 하지만 네 존재는 혐오다."

도대체 유물밖에 없는 이 섬에서 이 정력유물을 뭐에 써먹으라고?

비보를 얻을 때 도움이 될 것도 아니고.

"그러니 당장 꺼져."

[나으리! 정녕 제가 필요 없으십니까아아! 제가 이래보여도 다른 곳 가면 귀한 대접 받는 놈입니다! 특히 남성들에게...!]

"꺼져. 난 너 없이도 잘해."

[커헉!]

그리고 이 때 한걸음에 날아온 동아줄이 주헌의 목에 감겼다.

'변강쇠보다는 차라리 동아줄이 낫다.'

뭐 그래봐야 이 무덤의 주인들 때문에 너프를 먹게 된 것 같지만.

[무덤의 주인의 힘이 막강하여 동아줄이 힘을 다 발휘할 수 없습니다.]

'뭐, 큰 기대는 안 한다.'

그리고 동아줄은 바닥에 처박혀 훌쩍이는 변강쇠를 챙겼다.

같이 가자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주헌이 칼 같이 잘랐다.

"걘 줍지 말고."

[!]

주헌은 섬 중앙의 돌산을 보았다.

'비보는 저쪽이다.'

하여간 감히 누구의 유물을 멋대로 훔쳐가는 건지.

주헌은 살벌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멤버들은 괜찮겠지 싶었다.

***

하지만 괜찮기는 개뿔이.

"왜 하필이면 남아도 이놈이 남아!"

[오우 예, 보이. 날 선택해주다니. 감격이야 보이.]

"선택 안 했다고 이 자식아!"

유재하가 살리에리의 말을 알아듣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살리에리가 바닥에 쓴 글귀 덕분이었다.

친절하게 한국어로 써주었지만, 차라리 써주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드디어 둘이 되었어, 보이.]

이 유물 진짜 어떻게 안 되나?

왜 하필 남아도 이놈이 남았담.

"복원 유물도 있고, 다빈치 유물도 있고, 뭐 하다 못해 하렘의 유물이면 차라리 나았겠다!"

아니, 물론 살리에리의 유물은 7대 무덤의 유물이다.

그리고 지금 상태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들었다.

실제로 살리에리를 잘 아는 유물들은 살리에리가 원래 이런 게이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총수한테 개조 당했다고 했나.'

덕분에 능력도 원래의 50% 정도밖에 쓰지 못하는 것 같고.

유재하도 그간 처박아두기만 했을 뿐인 유물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7대 무덤의 유물이니 아까워서 원래대로 돌리는 방법이 없냐고 조언도 구했지만 글쎄.

"지금 상태로도 쓸 만하지 않냐? 너랑 아주 잘 어울리는데."

주헌은 개소리를 했고, 클로에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일단 비보를 얻으러 가야해."

다들 어차피 중앙의 돌산으로 모일 것이었다.

물론 약속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딴 걸 하지 않아도 방향은 뻔했다.

'그 유물성애자 단장이 어딜 가겠어.'

비보만 따라가면 단장님과 만나겠지.

방향은 쉽게 정해졌다.

하물며 자신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비보를 얻어야 했다.

그래야 자신도 왕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우 보이!]

저놈을 가지고 어떻게 비보를 얻지?

"미치겠네."

평소라면 단장님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는 문제지만, 이번엔 달랐다.

무엇보다 주헌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방심하지 마라. 비보 유물은 무슨 유물인지 모른다.'

그 말에 유재하가 낄낄 웃어댔었다.

'에이, 걱정 마세요. 제가 보장해요. 겁낼 것도 없어요.'

'오, 자신만만한데?'

'단장님은 왕급이 되어본 적 없겠지만 전 이미 유경험자입니다. 적어도 이 무덤에서는 제가 단장님 보다 우위일 걸요.'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좀 잘난 체(?)를 해보겠나 싶어서 말했을 뿐인데, 주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 잘 됐네. 그럼 너는 백업해줄 필요도 없겠다.'

'네, 네?'

'나름 비전투원이라고 도와주려고 했는데.'

'자, 잠까아안!'

그렇다.

입이 문제라고, 진짜로 자신은 혼자서 비보를 얻어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아, 진짜 망했다."

다빈치 유물이 있으면 뭘 어떻게 해볼 수라도 있지!

"하, 주변에 설아라도 없나."

제일 안전한 건 단장님과 단의 옆.

하지만 단은 없고, 단장님한테는 비보를 얻는데 도움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클로에와 율리안은 너무 칼 같고.

일리야는 비웃을 게 분명하고.

설아가 그래도 좀 착해서 도와줄텐데.

듬직하기도 하고!

그 생각에 미친 유재하가 큰 소리로 그녀를 보았다.

"설아야아아아!"

그런데 이때 더 미칠 일이 벌어졌다.

[인간이다! 잡아라!]

"으흐아아악!"

유재하의 목소리에 반응을 한 것인지, 유물의 함정이 발동한 것이다.

[죽여라! 죽여라!]

[잡아라! 잡아서 구워!]

순식간에 몰려드는 식인종 무리에 유재하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어쩌면 이 섬에서 첫 번째로 죽는 사람이 될지도 몰랐다.

***

"빌어먹을, 함정 한 번 더럽게 많네."

중앙의 돌산으로 가는 길.

주헌은 계속해서 밀려오는 함정 때문에 욕을 하고 있었다.

[방향을 바꾸십시오. 이 일대에 함정이 쳐져 있습니다.]

젠장, 또냐.

'도대체 몇 개째야.'

50미터도 걷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튀어나온 함정만 다섯 개였다.

물론 주헌이야 특유의 경험과 몸놀림.

거기에 동아줄의 서포트까지 있어서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거진 정글은 주헌의 기분을 꽤나 나쁘게 했다.

왜?

'그때가 떠오른다.'

최후의 무덤이 있던 아마존 말이다.

아마 다른 멤버들도 지금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비슷한 오라가 풍겨지기도 했고, 그만큼 함정도 많았고.

하지만 주헌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때랑은 달라."

유물의 기운도 전혀 다르고, 무덤의 냄새도 전혀 다르다.

다만.

'묘하게 까마귀 냄새가 느껴지긴 하는데...'

뭐 운명왕의 예언에서도 여기에 놈이 나타난다는 정보가 있었으니까.

그럴 때였다.

쿵!

"!"

그쪽 아니야! 아니야!

동아줄이 주헌의 팔을 움켜잡았다.

동시에 주헌이 멈춰 섰고, 그가 가려던 방향이 푹 꺼졌다.

쿠구궁!

평범한 바닥인 줄 알았는데 아찔한 절벽이 펼쳐졌다.

또 함정이 펼쳐진 것이다.

'이것들이.'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노련한 주헌조차도 감지하지 못한 함정.

상당한 고단수의 함정이었다.

보통내기의 무덤이 아니었다.

[나으리이이! 괜찮으십니까!]

현재로써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변강쇠는 그렇다 치고.

괜찮아? 괜찮아?

동아줄이 낑낑거리며 주헌을 절벽 위로 끌어올려줬다.

확실히 전투에는 딱히 쓸모없는 유물만 남고 귀속성 유물조차도 전부 빼앗긴 지금.

평범한 인간이 이 무덤을 걷는 것 조차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래서는 다른 왕급들도 중심까지 가기 힘들어 할 거다.'

아니,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신도 동아줄이 아니었으면 위험했던 순간이 상당했다.

'동아줄이라도 남아서 다행이군.'

주헌은 안도했지만 이때였다.

'음, 잠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좀 이상했다.

다른 유물들은 무덤의 주인, 즉 비보에 의해 다 날아가 버렸는데, 왜 이놈은 여기에 있지?

비보는 신급 유물조차도 납치해갔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유물들이었다.

'최소 신급일 테지.'

그런데 그 신급의 유괴(?)도 무시하고 동아줄은 여기에 남았다.

'비보 놈들의 짓은 아니다.'

인간한테 도움이 될 요인을 남겨둘 리가 없으니까.

'생각해보니 이상하네.'

주헌은 빤히 동아줄을 보았다.

이 자식 정체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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