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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50화 (250/409)

250화. 전 세계를 속여라 (5)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권혁수의 사후처리반은 진심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바로 눈앞에 강림한 싸울아비 때문이다.

"어허. 손님들, 자꾸 그렇게 도망을 가면 쓰시나."

그 노련한 몸놀림에 그들은 거품을 물었다.

"뭐야, 이런 말 없었잖아!"

어디 그뿐인가.

놈이 수상한 S급 유물을 발동한 순간, 자신들은 이상한 황무지로 날려졌다.

그리고 그곳에 떨어지자마자, 놈의 습격이 시작된 것이다.

"컥, 커헉!"

놈은 자신들을 여유롭게 쫓아왔다.

갈대 벌판을 유유히 유랑하는 떠돌이 무사처럼.

뭐, 그래봐야 지금은 백정에 더 가까워 보였지만.

단은 흉흉한 오라를 풍기는 칼을 번쩍 들었다.

"허, 허억! 온다!"

"도망쳐! 으악!"

물론 목숨을 빼앗진 않았다.

유물을 박살 내고, 도망가지 못할 정도로만 상처를 낼 뿐이었다.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다.

왜?

그들은 단의 눈빛에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니들은 어차피 이 정도만 해도 못 도망가잖아.

놈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

저놈은 자신들을 잡는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 없는 것뿐이었다.

고작 피라미를 잡는데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봐주는 것 같다고 해서 깝치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결국 겁에 질린 그들은 주저앉아 파르르 떨었다.

"이,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끼리만 오는 게 아니었어!"

"저건 완전 사냥꾼이잖아!"

심지어 고수다.

그러니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빙의형 유물이라 하더라도 이건 아닌 법.

같은 총도 어린아이에게 쥐어주는 것과 훈련된 군인에게 쥐어주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나는 법이다.

즉, 같은 빙의형이라도 일반인이 쓰는 것과 이미 전문가인 사냥꾼이 쓰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 움직임은 달라질지언정 닥치는 대로 난도질만 하려는 만큼 헛방도 많고 빈틈도 많았다.

'하지만 사냥꾼들은 다르다.'

상황이 그러니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저 자식, 사냥꾼이었던 거야?"

"미쳤냐! 저런 놈이 있었으면 벌써 소문이 났지!"

"서, 설마 그 사이에 서주헌이 강의라도 한 거 아니야?"

그 말에 그들은 거품을 물었다.

"미쳤어? 서주헌이 저놈을 만난 건 한 달도 안 되거든!"

"아오, 그 사이에 저렇게 만들어놨으면 난 당장 때려치우고 서주헌한테 간다! 서주헌한테 강의 사업을 추진시킬 거야! 스타강사로 만들 거라고!"

"야 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들은 자신들과 가까워진 단을 보며 새하얗게 질렸다.

"빨리 지원군을 요청해서 저놈을!"

"그래! 방송국 쪽으로 간 팀한테 연락해봐! 거기라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 테니까...!"

***

하지만 도와줄 수 있기는 개뿔.

"커헉! 커어억!"

방송국 쪽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탈탈 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털고 있는 대상만 다를 뿐.

"크, 크으윽...!"

그들은 주헌에게 사정없이 털리고 말았다.

사냥꾼이 아니라 만만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글쎄.

"헉, 허억."

전문사냥꾼들에게 당하는 것 못지 않게 그들은 죽으려고 했다.

뻐억! 뻐억! 빠각!

날렵한 발차기에 얼굴을 맞고 배를 맞고, 아주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다.

'젠장, 젠장!'

심지어 사후처리반뿐만 아니라, 돌격대들도 주헌에게 당해 끙끙거리고 있었다.

'저 괴물 같은 놈.'

'누가 저놈을 처리하자고 했어.'

'전략팀 전부 죽여버릴 테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제일 빡치는 것은 이것이다.

"일리야아아!"

어떻게 자신들이 당하는데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수 있지?

"너 진짜 회장님을 배신하는 거냐!"

"회장님이 어떻게 널 먹이고 키워주셨는데!"

일리야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 말에 그들은 움찔했다.

사실도 그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일리야가 얼마나 권혁수한테 개처럼 부려먹혔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물러설 그들도 아니었다.

특히 그의 부하들이 이럴 리 없다면서 일리야에게 속삭였다.

"일리야 단장. 이거 무슨 속임수죠?"

그들은 단장을 믿었다.

"틈을 보고 계신 것 같은데..."

"지금 다른 부대가 임해진을 잡으러 갔습니다. 서주헌의 약점을 잡았어요. 그러니 이런 이상한 연기할 필요 없으실..."

하지만.

"단장, 이것들 정육점으로도 출동한 모양인데요."

단장이란 놈이 고자질을 했다!

'저 미친놈이!'

동시에 그들은 거품을 물었다.

"이 천하의 배신자 놈!"

"입 닥쳐. 콱 찢어버린다?"

그들을 일리야의 환한 미소에 몸을 떨었다.

"먼저 배신한 게 누군데?"

"네, 네?"

"니들이 사사건건 내가 먹었던 음식들에 뭘 탔다는 건 다 알아. 내 리스크를 더 악화시키는 약이었겠지."

그 말에 그들은 당황했다.

'그걸 어떻게...!'

뭐, 일리야도 기억을 되찾고 나서야 새삼 알게 된 진실이지만.

과거 당시, 자신의 몸을 더 악화시킨 범인을 눈치챈 건 훨씬 이후.

절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을 때였다.

"어쨌든 배신을 먼저 한 건 니들 쪽 아닌가?"

"저, 저희는 약을 타려고 탄 게 아니라... 회장님이 크윽!"

일리야는 활짝 웃었다.

"지금도 내 딴엔 옛 부하들이랍시고 봐주는 거다."

하지만 정말 봐주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그가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단장, 공물로 바칩니다. 싸가지 없는 부하들이지만 장담하죠. 능력 있는 놈들입니다. 아주 뽑아먹을 게 많아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주헌의 웃음소리에 붙잡힌 포로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그들은 덜덜 떨며 일리야에게 싹싹 빌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차라리 일리야 단장이 저희를 처분해주세요!"

"그냥 여기서 물러나겠습니다!"

"다시는 여러분들을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네?!"

그들은 알았다.

차라리 일리야에게 처분을 받는 게 더 인간적일 것이라는 것을.

그럴 때였다.

"단장님, 이러고 있어도 돼요?"

"정말 저놈들이 단을 잡으러 간 거면...!"

그 말에 주헌이 멈칫했고, 궁지에 몰린 적들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너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쯤 피 철철 흘리고 난리가 났을걸?"

과연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쪽이 누구인가 싶지만은.

단원들은 꽤 다급해졌다.

"단장님! 일단 제가 가보겠습니다. 거기 수아도 있으니..."

그 반응에 적들은 딱 걸렸다는 듯이 웃었다.

"우리가 협상해줄게!"

"뭐?"

"그놈이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이러지 말라고!"

"그래! 우리가 전화해서 관두라고 할 테니까!"

하지만 주헌은 같잖다는 듯이 웃는 것이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단장님!"

"뭐, 니들 전화를 걔들이 받을지는 모르겠다만."

"...?!"

뭐, 뭐라고?

그럴 때였다.

부르르.

"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주헌은 반가운 기색으로 핸드폰을 받았다.

***

한편 그 무렵.

주헌의 말에 따라 단의 정육점을 찾은 율리안은 기겁하고 있었다.

'저, 저게 어떻게 된 거야.'

율리안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아니 단에게 혹시 모를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다녀오라고 해서 여기 온 건 좋았다.

그리고 이곳에 오니 사람들이 술렁거리고 있어서 뭔 일이 터졌구나 싶었던 것이다.

갱들이 왔네, 칼에 찔렸네! 어쩌네! 소리가 들려서 급하게 갔더니 이게 웬걸.

갱들은 전부 쓰러져 있었고 사후처리반이 난입해 있었다.

결국 이럴 때가 아니다 싶어서 율리안이 난입하려고 했지만...

'S급 유물?! 단이?'

심지어 율리안이 처음 보는 유물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게 아니었다.

단이 유물로 필드를 펼쳐 이동했다는 걸 안 율리안은 공명 유물로 틈을 발견, 그 안에 잠입했다.

그리고 그 황무지에서 율리안은 똑똑히 목격했다.

단의 신들린 듯한 칼놀림을!

덕분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의 단의 현역과 맞먹는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리고 현재.

[서주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단을 보러 갔던 율리안이 전화를 해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런 이야기 난 듣지 못했어!]

"그래, 수아는 괜찮고?"

[아오! 괜찮아, 다들 무사해. 단이 칼 유물로 다 해치웠으니까! 그런데 너...!]

"오, 단이 다 해치웠다고? 역시 정육점 사장님. 칼은 잘 쓰네. 그럼 넌 됐으니까 단이나 바꿔."

[야!]

아무래도 단은 훌륭하게 놈들을 모조리 잡아낸 모양이었다.

물론, 들려오는 그의 말에 포로들은 기절초풍하고 있었지만.

정육점 사장한테 당했다니.

설마 놈을 잡으러 갔다가 도리어 당한 거야?!

'이 바보들!'

그들은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일반인한테 당할 수 있는 건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태연하게 전화 속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 그래. 단이냐. 공명이한테 이미 듣긴 했는데, 네가 다 처리했다면서? 잔챙이들이 거기까지 가서 귀찮게 했네."

그 말에 포로들은 더욱 멘붕에 빠졌다.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로 죄다 당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미안..."

[아닙니다. 미안하시다니요. 덕분에 가게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걸요.]

그 말에 주헌은 하하하 유쾌하게 웃었다.

"하긴 거기 공명이 옆에 있지? 넌 잘 모르겠지만 걔가 그런 거 진짜 잘 뜯어. 그러니 걔네들한테 손해배상 팍팍해. 변호사를 이럴 때 부려 먹어야지."

[아, 네. 그런데 저기...]

단은 자꾸만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아, 미안. 잠시 나중에 통화하자. 그쪽으로 사람 보낼 테니까 수아도 잘 챙기고."

[아! 저기! 잠깐만요! 단...]

주헌은 재빨리 사후처리반 놈들의 손을 짓밟았다.

"아악!"

포로들이 망했다고 생각한 건지 그 사이에 도망을 가려고 수작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안 되겠네."

주헌은 다시 한 번 응징을 날렸다.

***

"네? 단한테 준 유물이 계백 장군의 유물이라고요?!"

방송국을 수복하고 놈들의 기사를 언론에 뿌리고 있을 때였다.

단의 이야기를 듣던 설아는 놀랐다.

"계백 유물이라니, 도대체 그건 또 언제...! 아 혹시 경매?"

"아니."

그 말에 설아는 기겁했다.

"설마 저희도 모르게 S급 무덤에 혼자 들어가신 거예요?!"

"응. 며칠 전에."

설아는 뒷목을 잡았다.

그 유물을 어떻게 얻게 된 건지는 자세히 들어봐야 하겠지만!

"단장님! 제발 그렇게 위험한 짓은 하지 마세요! 혼자서 그런 위험한 곳에!"

설아의 걱정 어린 잔소리에 주헌은 한쪽 귀를 틀어막았다.

"아 알았어, 알았어. 안 그래도 공명이도 지금 똑같은 말로 계속 문자 테러 중이다."

보고 있진 않지만 계속 진동이 울리는 걸 보니 율리안이리라.

율리안 역시 지금쯤 계백 장군의 유물을 눈치챘을 테니까.

그리고 경매에서 얻은 건 아니니 자연스럽게 출처를 파악했겠지.

주헌 혼자 S급 무덤에 들어갔었다는 걸.

실제로 문자 테러가 가관이었다.

부르르, 부르르.

[(이름없음): 야, 서주헌. 전화 받아.]

[(이름없음): 너 제발 몸 좀 생...]

[(이름없음): 너 자꾸 안 볼 거야? 제발 좀 보란 말...]

[(이름없음): (사진)]

...

[(이름없음): 새로운 유물 정보야.]

그리고 쌓인 메시지를 보며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씨, 그 미친놈은 뭔 메시지를 100통이나 보내. 스팸이냐."

이 새끼 차단.

그는 사정없이 율리안을 차단했다.

그리고 이때 설아가 물었다.

"그런데 깜빡 잊고 질문 못 드렸던 건데요."

"음?"

"단이 S급 유물을 쓴 거잖아요. 보통은 수 개월간 연습이 필요한데도."

"그래."

설아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혹시 단의 기억이 돌아온 거예요?!"

그 말에 주헌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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