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화. 전 세계를 속여라 (3)
쾅쾅!
뉴욕 맨하튼.
주요 방송국이 모인 뉴욕에서 불가사의한 테러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오전 11시경 ABC방송국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방송국 곳곳에서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나...]
쾅! 쾅!
"꺄아아악!"
맨하튼 주변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건물들이 박살 나고 건물 곳곳에서 거대한 새나 사자가 나타나는 둥 혼란 그 자체였다.
"설마 또 테러야?"
사람들은 질색했다.
"아오, 테러범 새끼들 유물을 가지더니 신이 났어!"
그렇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테러 조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 유명한 테러조직은 두 곳.
하나는 중동 쪽 IS 관련 세력으로,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왕급 세력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NGO로 보이지만, 실은 반 유물세력 노아(Noah).
유물과 유물사용자의 자체를 없애 원래 세계를 되찾자는 사냥꾼조직.
클로에가 있던 그 안티테제 조직이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테러사건이 그들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뭐 실제로는 그들의 짓이 아닌, 권혁수가 부리는 부하들의 짓이었지만.
쿵! 쿵!
"꺄아아악!"
"판도라! 판도라 군대는 뭐하고 있어!"
"안 돼! 군대도 진압을 못하고 있대!"
"뭐?!"
아무래도 권혁수의 부하들은 작정을 하고 방송국을 테러할 모양이었다.
단순히 안에 주헌이 있고, 그 안에 운명왕이 있다는 이유로.
실제로 그들은 운명왕을 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오늘 서스트라다무스 방송프로엔 운명왕이 출연할 예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운명왕을 방송국 어디에 숨겼는지 모르는 게 현실.
그럼에도 그들은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 집에 불이 나면 부모는 자식부터 찾기 마련이 아닌가.
테러를 일으키면 운명왕을 찾으러 갈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하며 권혁수의 부하들이 방송국에 밀려 들어왔다.
돌격부대였다.
"운명왕을 찾아라!"
그들은 주헌이 운명왕을 방송국에 데려온 게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뿐인가.
"방송국도 방송국이야. 서주헌한테 이딴 거지 같은 프로를 편성해주다니."
"PD도 조지고! 전부 보복해! 서주헌을 도우면 이 꼴이 된다고."
"그래! 앞으로 헛생각도 못 품게 하자고!"
쾅! 쾅!
그들은 과감하게 괴수들을 소환하며 방송국을 테러했다.
분명 고대 주술사들과 연관된 유물이리라.
결국 그쯤 되자 주헌과 함께 있던 PD들은 난리가 났다.
"서주헌 씨, 빨리! 빨리 도망쳐요!"
"아악! 출입구가 막혔어!"
주헌은 유물들을 부려 사람들을 대피하게 했다.
그럴 때 사람들을 대피시키던 설아가 외쳤다.
"단장님! 아무래도 운명왕을 찾으려고 온 것 같아요."
"보나마나 권혁수의 부하겠지."
그 말에 아이린이 의아해 했다.
"권혁수의 부하요? 그런 사람들이 저렇게 당당하게 테러를 저질러도 돼요? 수사하면 누구의 소행인지 바로 밝혀질 텐데...!"
"뭐 이상할 것도 없죠."
"네?"
"사후처리반들이 있으니까요."
그렇다.
실제로 그들이 이토록 배짱 좋게 움직이는 이유는 있었다.
'뒷일은 사후처리반한테 맡기면 그만이다.'
'그리고 서주헌을 이 일의 범인으로 만들면 그만이다.'
바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웃을 수 있었다.
운명왕을 구출하고, 모든 일은 주헌에게 뒤집어씌우면 그만이니까.
까짓것 증거를 조작하고, 수사관들의 기억까지 조작하고 튀면 그만일 일.
하지만.
"그것도 튈 수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지."
"네, 네?"
주헌이 살벌하게 웃었다.
놈들을 씹어버릴 지배력이 발동했다.
***
쾅! 쿠르릉 쾅!
갑자기 건물이 뒤흔들리자 침입자들은 당황스러웠다.
기껏 기세 좋게 운명왕을 찾으러 들어온 건 좋은데...
"어머, 오빠!"
"쉬다 가!"
건물에 들어서자 펼쳐져 있는 주지육림.
그 안에서 아름다운 미녀들이 권혁수의 부하들을 붙잡았다.
"어머. 어딜 가세요."
심지어 여자들은 알몸이었다.
"서방님, 혼자는 외로워요."
덕분에 사내들은 하나둘씩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하, 하하. 이, 이러시면."
그들은 자신들에게 엉켜드는 여인들의 살냄새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곧 여인들의 하얗고 발그레한 손이 남자들의 하반신부터 올라오자, 그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젠장!"
그들은 급하게 옷을 벗고 여자들을 덮쳤다.
"꺄앙!"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아아악!"
"으아악! 뭐야!"
여자들의 얼굴이 녹아내리면서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심지어 녹아내린 피부에서 떨어지는 물은 마치 염산처럼 남자들의 몸을 벗겨냈다.
"아아악! 내 팔, 내 팔이!"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요염한 달기가 호호호 웃어댔다.
[천한 인간 놈들 같으니, 우리가 정성을 다하는 건 주인뿐이다.]
그러더니 휘휘 누군가를 강아지 부르듯 불렀다.
[이봐라, 인간. 여긴 처리했다. 저기 복도에서 날뛰는 미친 인간들이나 어서 찍어라.]
"허..."
카메라를 든 유재하는 탄식했다.
하필 찍어도 또 이딴 걸 찍어야 하다니.
유재하는 슬퍼하며 피신하는 배우들과 발가벗고 쫓기는 적들을 찍어댔다.
아마 권혁수의 부하라고 하며 언론사에 보내면 재미 좀 볼 수 있으리라.
찰칵 찰칵!
어디 그뿐인가.
달기뿐만 아니라 주헌이 가진 유물들이 방송국 전체에서 신나게 날뛰었다.
만세! 인간들을 조져라!
다 벗어라! 다 벗으라고!
여성인 적들만 쫓아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은도끼에, 불꽃을 일으키고 자신의 예술을 뽐내며 인간들을 괴롭히는 네로.
그 외에 인간을 노예로 아는 파라오 유물들, 재산 갈취꾼 지렁이까지.
곳곳에서 유물들의 악독한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구역까지 나눠 인간을 괴롭히는 게임을 즐기는, 내부는 한순간에 그야말로 끔찍한 던전으로 변해버렸다.
덕분에 그들은 운명왕을 구하기는커녕, 그에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커헉!"
주헌의 앞에 권혁수의 부하들이 끌려왔다. 동아줄에게 철썩철썩 맞으면서 끌려온 그들은 주헌을 보자 이부터 갈았다.
"서주헌 이 자식!"
그리고 그들을 보며 유재하가 방긋 웃었다.
"어서옵셔, 스태프들이 다 도망가서 일손이 부족했는데 잘 됐네."
그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봐, 당신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잡혀온 놈들 중에는 돌격대도 있었고 사후처리반도 있었다.
돌격대는 제법 운동한 티가 나는 놈들뿐이었지만, 사후처리반은 평범한 사무직처럼 보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들은 주헌 일행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너희들이 이렇게 나와봤자야."
비록 잡히기는 했지만 사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일리야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일리야와 연락이 안 되는 건 그가 작전을 실행 중이라는 증거.
'분명 일리야 단장도 회장님의 명을 받고 이 방송국 어딘가에 계실 거다.'
"알았어? 곧 있으면 일리야 님이 니들을..."
그때였다.
"내가 뭘?"
"?!"
그들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얼굴이 밝아졌다.
왜?
그도 그럴 법한 게,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일리야였기 때문이다.
"일리야! 너!"
"단장!"
그들은 그의 등장에 굉장히 반가워했다.
"단장, 이미 여기에 계셨었군요!"
그들은 마치 전쟁에서 영웅이라도 만난 느낌이었다.
그건 당연한 기분이었다.
'일리야는 사후처리반의 단장이다.'
물론 자신들도 모두 A급 S급 유물 사용자라곤 하지만, 일리야는 그중에서도 왕급 수준.
든든함이 달랐다.
'이제 이걸로 상황은 역전이다.'
그들이 일리야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연락이 안 되셔서 어쩔 수 없이 저희들이 먼저...!"
그럼에도 그들은 서주헌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단장님의 악마면 서주헌도 잡을 수 있다...!'
'그 뒤에 빨리 여길 정리하고 뜬다.'
동시에 그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이 일리야를 위해 틈을 만든다.'
자신들이 나서야만 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미친 그들이 재빨리 행동으로 옮겼다.
가까이에 있던 부하가 틈을 봐서 주헌에게 몸을 날린 것이다.
"!"
한 명이 아니었다.
"잡아라!"
"잡아!"
비록 포로 신세였지만 여러 명이 달려들자, 훌륭한 인간 밧줄이 되었다.
그들은 낑낑 거리면서 주헌을 둘러쌌다.
"단장님!"
주헌은 이놈들이 왜 이러냐는 듯 보았고, 그들은 일리야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단장님! 잡았습니다! 어서 이놈을 처리...!"
"일리야! 빨리!"
"회장님의 명을 완수해! 이놈들을 죽여! 테러범으로 만들라고!"
하지만 이게 웬걸.
"니들 뭐하냐?"
일리야가 팔짱을 낀 채 폭소를 터트린 것이다.
그들은 황당했다.
"이, 일리야?"
"이것들이 소식이 엄청 늦네."
그들은 황당했다.
"저, 저기요. 일리야 단장님?"
동시에 배를 잡고 웃던 일리야는 소년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뭐, 걱정 마. 죽진 않을 거야."
"네, 네?"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려고 했다.
그들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자신들이 포위하고 있는 주헌의 눈빛이...
"야. 니들 이거 안 놔?"
귀신처럼 번득였다.
***
한편 그 무렵.
"서주헌, 아주 잡아서 제대로 교육시켜주마."
권혁수.
저승에 박혀 있는 그는 편지를 움켜쥔 채 파르르 손을 떨었다.
편지에 선명하게 적혀 있는 문구.
'좆까.'
그 문구에 권혁수는 겨우 화를 삼켰다.
'분명 서주헌이다.'
물론 이 편지를 보낸 게 주헌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단지 이 저승으로 이런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건 오시리스 유물의 주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하지만 이 편지를 가지고 온 건 일리야의 악마인데.
'설마 악마 유물을 빼앗겼나?'
아니면 그 놈이 정말로 서주헌한테 넘어가버린 것인가?
결국 미간을 찌푸리던 그가 어디론가 사념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연결된 부하 중 하나가 다급하게 답을 해왔다.
방송국을 점거하라 보낸 사후처리반이었다.
[일리야 단장이 배신을!]
[서주헌에게 붙었다고요!]
이자식이.
역시 그런 건가.
권혁수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이게 진짜 길러준 주인도 못 알아보고 이빨을 들이대는 것인가.
'뭐 지금은 됐어.'
여기서 나가면 혼쭐을 내고 철저하게 재교육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애초에 일리야만 패가 아니었다.
권혁수를 위해 움직일 수면 아래의 부하들은 아주 많았다.
'니들이 그렇게 나오겠다면 제일 약한 토끼부터 내가 직접 사냥해주마.'
[내 말이 들리느냐?]
서주헌 공략이 시작되었다.
***
"네, 회장님. 말씀하신대로 왔습니다."
한 골목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리야와 마찬가지로 권혁수 회장의 직속부하들이었다.
빡친 권혁수에게 텔레파시 교신을 받은 그들은 일에 착수하고 있었다.
"갱들도 고용해서 함께 왔구요. 말씀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뜻밖에도 정육점이었다.
바로 단과 그 딸이 있는 장소다.
"정말 회장님 말씀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서주헌의 동료라고 들었는데..."
"그래봐야 유물은 사용할 줄도 모르는 놈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들이 갱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일반인을 상대로 유물사용자가 나서면 판도라법에 의해 구속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갱을 고용한 것이다.
그리고 두둑하게 돈을 챙긴 갱들은 시장의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향한 곳은 단이 운영하는 정육점이었다.
가게 안에는 단의 딸이 있었다.
"어서오세..."
마중나온 어린 딸 수아가 반갑게 인사했지만, 곧 험악하게 생긴 무리들이 칼을 뽑자 새하얗게 질렸다.
"꺄, 꺄악! 아빠!"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어린 수아를 막무가내로 거칠게 붙잡았다.
"오구오구, 귀여운 아가씨. 잠깐만 아저씨랑 있자?"
그 모습에 손님들이 기겁하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꺄악! 이런데 웬 갱이야!"
"신고해!"
그러나 의기양양한 그들이 가게 물건을 뻥뻥 걷어차며 젊은 직원에게 접근했다.
"누가 여기서 장사하래. 어? 자릿세는 냈어?"
"이, 이러지 마세요!"
"사장 불러! 사장 어딨어!"
그럴 때였다.
"무슨 일이야!"
안쪽에서 막 들여온 돼지를 해체하고 있던 단이 급하게 뛰쳐나왔다.
그리고 단이 나타나자 갱들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오, 사장님이야?"
그들은 능청스럽게 다가오며 유물 단검을 단에게 겨누었다.
"야, 토끼. 좋은 말로 할 때 우리랑 좋은 곳 좀 가자. 기다리는 분이 있..."
그런데 그럴 때였다.
"이것들이 돌았나."
"뭐?"
뻐억!
"커헉!"
갱은 단의 단단한 주먹에 얻어맞고 날아갔다.
잡고 있던 유물 칼까지 놓쳤다.
그들은 기겁해서 단을 보았다.
"야! 너 미쳤어?!"
"저, 저게!"
동시에 동료들이 유물을 발동하며 외쳤다.
"저거 조져!"
하지만 그럴 때였다.
갱의 칼을 바닥에서 주운 단이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들 말이야."
"?"
"혹시 돼지 멱따는 소리 들어봤나?"
도축업자의 눈빛이 무시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