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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45화 (245/409)

245화. 그래서 따를 거야, 말거야? (2)

"커헉!"

아 정말 지구가 돈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크허어억!"

두들겨 맞는 일리야는 정말 죽으려고 했다. 아니, 세상에 어느 회사가 사원을 이렇게 두들겨 팬담.

정확히는 주헌이 아니라 주헌의 유물에게 얻어터지는 중이지만.

왜?

"그러게 누가 단장의 유물을 노리래."

"돌아도 한참 돌았구나."

그렇다.

사실 몇 분 전.

일리야는 이렇게 주헌의 도굴단에 들어갈 순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물론 주헌과 합류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권혁수와 권태준에게 이용당하는 것 보단 천만 배 나았고, 무엇보다 주헌의 발굴 실력은 잘 알았다.

오히려 주헌의 발굴단에 다시 합류하게 되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아까 전 권혁수를 상대하던 모습만 봐도 그렇고.

하지만...

'이대로 들어갔다간 단장에게 휘둘린다.'

그렇다.

일리야는 원래 굉장히 손익계산을 따지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그는 주헌과 협상하려고 했다.

이대로 철저한 을이 될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머리를 굴렸지만 글쎄.

그는 협상이랍시고 이상한 짓(?)을 하려고 했다.

뭐 이를테면...

'유물을 훔친다.'

그렇다. 그는 틈을 봐서 주헌의 유물을 노렸다.

왜?

주헌의 유물을 훔치면 감히 유리하게(?) 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주헌도 유물이 귀한 걸 잘 아니까 조금은 협상이 가능하겠지.

게다가 그는 유물사용자를 잡는 일종의 사냥꾼.

주헌 같은 타입을 공략할 방법도 너무나 잘 알았다.

'지금의 단장은 무식하게 지배력만 높은 타입이다.'

게임으로 따지면 힘스탯만 극한으로 찍었다고 해야 하나.

당연히 유물사용자 중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지만...

'충분히 유물을 빼앗을 수 있다.'

왜?

비유하자면 지배력은 채찍.

주헌이 아부력, 호구력이라고 칭하는 친화력은 당근이라고 해야 하나.

즉 유물이란 놈들은 조금만 친화력을 써주면 신나서 금방 쫄래쫄래 따라왔다.

'그러니 여긴 친화력을 써서...!'

주헌의 유물을 빼앗는다! 그리고 협상을 한다!

그렇게 일리야는 바로 주헌의 유물들에 손을 댔다.

그리고 친화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어유, 멍청이. 하필이면 건드려도."

"명복을 빈다."

"뭐, 뭐?"

자신을 애도하는 도굴단 멤버들.

그리고.

"커허억!"

맞았다!

제일 먼저 동아줄에게!

동아줄은 주헌이 아닌 힘에 경기를 일으켰다.

저리 가! 저리가!

어디 비단 동아줄 뿐인가.

[하찮은 인간 놈이 감히 어디에 손을 대!]

[인간, 깝치지 마라.]

[치킨 내놔!]

멍멍이들한테는 사정없이 엉덩이를 물렸다.

심지어 바지 지퍼까지 물릴 뻔했다.

결국 그렇게 유물들에게 얻어터지게 된 것이다.

친화력으로는 일리야도 왕급임에 불구하고 주헌의 유물은 쉽게 못 다루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쯤 되자 유재하가 슬그머니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자! 어서 도장 찍어! 찍으라고오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일리야의 엄지를 덥석 잡았다.

덕분에 일리야는 식겁했다.

놈이 내미는 계약서는 이미 읽어봤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에 도장을 찍으면 사람도 아니야!'

그렇다.

잠깐 봤을 뿐이지만 눈앞에 있는 계약서는 정상이 아니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네 몸과 시간은 전부 회사 거야. 출근은 있지만 퇴근은 아마도 없을 듯. 그리고 이직하려고 하면 죽여버림.'

대충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 미쳤다는 것이다.

누가 이딴 계약서로 계약을 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가 일리야를 짓밟았다.

"됐으니까 닥치고 찍으라고, 새끼야!"

유재하의 눈빛은 아주 그냥 미친 듯 했다.

거의 물귀신 같은 느낌이었다.

"찍어어어어!"

"너 왜 이래! 미쳤냐고, 진짜!"

"꺼져! 너도 찍어! 나 혼자 이런 계약서로 살 순 없거든?!"

일리야는 황당했다.

"...이거 설마 네 계약서 포맷이냐?!"

"그래! 왜! 떫냐! 어?!"

이 미친!

도대체 어떤 호구새끼가 이딴 계약서에 도장을 찍나 했건만!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는 그렇게 혼자 죽을 순 없다며 일리야의 손가락을 잘라갈 기세였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단원들은 탄식했다.

자신들도 코가 꿰이긴 했지만...

'뭐, 저 녀석의 계약서 포맷이 진짜 노예계약의 절정판이지.'

뭐 자업자득이긴 했다.

사실 유재하는 전생을 기억하게 된 이후로 계약서를 바꿔달라고 했다.

물론 주헌은 어처구니 없어했다.

연봉 1억 달러로도 성에 안 차는 건지, 조건을 더 좋게 해달라는 줄 알았는데 뭐라더라.

전생에 자신이 잘못한 게 너무 많으니 돈을 못 받겠다나. 일은 더하고 연봉도 알아서 자진 납세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주헌은 '딱히 그럴 것 까진 없다.' 라고 했지만 유재하는 안 된다며, 울부짖었다.

'제가 절 용서 못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하하! 나만 죽을 것 같냐아아! 너도 같이 죽자아!"

유재하는 빨간 인주를 들고 일리야를 쫓아다녔다.

양심상 계약 조건을 바꾼 건 좋았는데, 아무래도 혼자 노예인 건 억울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다들 생각하는 것이었다.

'저 바보.'

'멍청이.'

'호구...'

그러나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거나 말거나, 유재하는 눈을 번득이며 일리야를 쫓아갔다.

***

"정말 자애왕 위치기록이 사라졌습니다."

"뭐라고?"

부하의 말에 권 회장은 패닉에 빠졌다.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주헌을 족쳐서 운명왕을 찾아오겠다고 한 동생이 아닌가.

녀석이라면 운명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건만.

"서주헌 이 자식."

"듣기로는 이집트 신급 유물을 썼다는데..."

"분명 오시리스의 유물이다."

"네?!"

판도라의 위치정보가 사라진다는 건 고분에 들어갔거나, 지구 밖으로 사라졌다는 의미.

자애왕이 있던 근방엔 고분화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지구 밖.

즉 이세계로 날아갔거나 말 그대로 우주로 날아갔다는 의미인데.

그게 가능한 건 딱 하나.

오시리스다.

세트 유물은 공격의 정점을 찍고 있는 도살 유물.

그건 살인적인 칼바람을 일으키는 유물이지 행방불명이 될 여지는 없다.

아누비스의 유물은 망자를 소환하는 것. 역시 행방불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남은 건 오시리스.

하지만.

"오시리스라면 설마 저승으로 떨어졌다는...!"

"저승이라니, 헛소리 하지 마! 그분이 서주헌에게 당했을 리가 없잖아!"

"지금도 운명왕을 구하러 가신 거다."

그래야만 했다.

운명왕이 있어야 비보를 노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구하러 가기는 개뿔이.

"오, 그래? 얌전히 욕조에 짱박혀있다고?"

[네. 수상한 짓은 안했습니다.]

"오케이. 우리가 갈 때까지 잘 지켜보고 있어."

단과 연락을 마친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자애왕의 목적은 운명왕.

저승으로 보내긴 했지만 혹시라도 튀어서 운명왕에게 가진 않았나 확인을 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겸사겸사 놈이 도망가지 않고 잘 짱박혀 있나 확인.

뭐 단이 있는 이상, 그놈이 어떻게 도망가겠느냐마는.

그런데 이때 단이 말해왔다.

[저 그런데 놈이 부하들에게 정보를 보내려다가 저한테 걸렸는데요.]

"그런데?"

[그 내용이 수상해서.]

"내용?"

[비보가 나타날 때 등장할 까마귀를 반드시 얻으라고... 그 무덤부터 차지하라던데요.]

까마귀?

설마 놈의 무덤인가?

"알았어. 금방 갈게."

그리고 그럴 때였다.

"찍었다!"

기어이 일리야의 손가락 납치에 성공한 건지, 유재하가 만세를 불렀다.

"너도 노예다 자식아! 하하하하!"

일리야는 제 지문이 찍힌 계약서를 보며 치를 떨었다.

"나와라, 하우레스!"

그러더니 대뜸 악마를 불러 계약서를 불태우게 했다.

그가 이번에 불러낸 악마는 적을 불태우는 표범형태의 악마.

그렇게 계약서를 죄다 불태웠지만, 글쎄.

"너도 공명이랑 똑같아! 하하하! 등신! 그거 사본이지롱!"

유재하는 수많은 사본 중에서 진짜를 찾아보라며 쳐웃었다.

결국 참다 못한 일리야는 유재하를 불태우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분신으로 미꾸라지처럼 피하던 유재하가 주헌에게 외쳤다.

"단장니이임! 제가 이 자식 도장 찍게 했어요! 잘했죠! 잘했죠!"

마치 칭찬을 해달라는 개처럼 보였다.

그러더니 치를 떠는 일리야에게 굉장히 으스댔다.

"됐으니까 넌 이제 내 후임."

"뭐?!"

"선배한테 잘해라. 음료수 심부름은 필수고."

그 말에 일리야는 파르르 떨었다.

아니, 선배는 개뿔이.

나이도 똑같은 데다가 TKBM 시절에도 같은 직급에 동기 사원이었으면서!

하지만 유재하는 콧대를 세웠다.

"제~일 늦게 합류한 네놈은 모르겠지만, 이래보여도 내가 이 도굴단 1호 멤버거든? 그러니까 내가 단원 중 제일 선배란 말이지. 그리고 넌 제~일 늦게 합류한 막내. 무려 6개월이나 차이 난다고. 알간?"

와, 지금 고작 6개월로 이러는 건가?

"야! 지금 고작 6개월로...!"

"왜? 6개월이든, 설령 하루 먼저 입사했다고 해도, 선배는 선배지!"

그 말에 일리야는 가슴을 퍽퍽 쳤지만 유재하는 얄밉게 웃었다.

"아무튼 막내. 제일 선배한테 음료라도..."

그런데 그럴 때였다.

"뭐래? 1호 멤버라는 것도 며칠 전 이야기지."

"?!"

먼저 태연하게 말한 건 클로에였다.

그리고 설아도 한 마디 했다.

"너 지금 퇴직 상태잖아."

"......?!"

"재입사하면 니가 일리야보다 후배 아냐?"

"부단장님이랑 같이 재입사하면 어쩌면 네가 제일 막내..."

그 말에 새하얗게 질린 유재하는 재빨리 일리야의 귀를 막았다.

하지만 이를 어쩐담.

"오, 너 퇴직 중이야?"

일리야는 같잖다는 듯 날카롭게 웃었다.

그런 주제에 선배노릇을 했냐는 것이다.

그리고 일리야가 곱상한 얼굴로 얄밉게 웃었다.

"분명 하루라도 먼저 입사하면 선배랬지?"

"그, 그게."

"입사하면 넌 내 따까리다."

유재하는 울부짖었다.

***

"단장님, 저 자식 다시 해고해주세요."

"?!"

화장실에서 나오던 주헌은 기겁했다.

화장실 앞에는 겸허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시위하고 있는 유재하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 여기서 뭐하냐?"

하지만 주헌이 놀라거나 말거나 유재하는 씩씩 거렸다.

"일리야 저 자식, 다시 해고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입사한 후에 쟤 다시 고용하시면 되잖아요. 제발요. 제가 뭐든지 다 할 테니까아아!"

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유재하의 절규에 주헌은 미친놈 보듯이 보았다.

이게 돌았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리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배. 됐으니까 저기 자판기서 커피나 뽑아오시지? 아! 맞다 후배 아니지. 아직 입사도 못했지 참."

저놈이.

유재하는 부들부들 떨었다.

"야! 나도 이미 서류지원 했거든! 이제 곧 입사할 거거든!"

"허, 도굴단에 들어온 지원서만 수백 건이 넘던데? 대통령 딸도 있던데? 니 스펙으로 통과가 될까?"

그 말에 유재하는 가슴을 쳤다.

아이씨, 아 왜 이놈의 도굴단은 인기가 많은 거야!

"아 됐고! 나도 스펙으론 안 밀리거든?"

그러자 일리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허. 스펙이 문제야? 듣자하니 너 전생에 우리를..."

그럴 때였다.

부욱.

갑자기 그들 앞에서 클로에와 설아가 뭔가를 찢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의 입사 서류라는 걸 깨달은 유재하와 일리야는 기겁했다.

"야! 그걸 왜 찢어!"

그러나 여단원들은 잔인했다.

"자꾸 니들 싸우면 단장님이 찢어버리랬거든."

"참고로 인사 담당은 우리라서."

그 말에 둘은 식겁했다.

"아이고, 단장님 잘못했어요! 안 싸울게, 안 싸울게요!"

"제발! 친하게 지낼 테니까!"

주헌은 개무시했다.

뭐, 저래보여도 막상 무덤에 들어가면 손발이 척척 맞을 놈들이니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신경 써야 할 것은...

쾅!

"안녕? 운명왕?"

"흐아아악!"

욕조에 있던 운명왕은 주헌의 등장에 기겁했다.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놈으로 전 세계에 있는 독식자들을 속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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