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그래서 따를 거야, 말 거야? (1)
"잘 가라. 그리고 염라대왕한테 안부 좀?"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오시리스의 힘이 적을 끌어 당깁니다.]
[살아있는 자는 결코 도망칠 수 없습니다.]
오시리스의 힘이 더욱 강하게 폭발하면서 블랙홀의 힘도 강해졌다.
덕분에 주변에는 태풍이라도 온 것처럼 맹렬한 바람이 불었다.
"크윽!"
성인 남자조차도 뭔가를 붙잡지 않으면 서 있기 힘든 바람이었다.
물론 빨려 들어가지는 않았다.
저 무식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건 명부에 이름이 적힌 놈뿐.
그 대상인 권혁수가 블랙홀에 사정없이 빨려들었다.
"회장님!"
뒤이어 그의 부하들도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으아악!"
일리야는 저승으로 사라지는 그들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로 놈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크윽!"
권혁수 일행을 빨아들인 건 좋은데, 블랙홀의 힘이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했다.
[주의. 오시리스가 명부에 적히지 않은 인간도 모조리 빨아들이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빨려 들어갑니다.]
쿵!
아까보다도 더한 풍압이 닥치면서 주변의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벤치가 날아다녔다.
신급 유물은 인간이 제압하기에 무척 어려운 힘.
쿵!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이렇게 폭주하려고 들었다.
쿠구구궁!
강력한 풍압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오시리스는 그새 신이 나서 이 주변 인간들을 죄다 작성해 저승으로 끌고 갈 기세였다.
"꺄아악!"
주헌의 단원들도 모조리 저승으로 끌려갈 판.
이에 다급해진 율리안이 외쳤다.
"서주헌! 오시리스 유물을 제압해! 문 닫으라고!"
이런 무시무시한 힘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주헌은 태연하게 쯧쯧 혀를 찼다.
"거참 멍멍이들, 조금 풀어주니까 바로 이 난리네."
주헌이 발걸음을 옮기는 이 때였다.
"설아야!"
가벼운 설아가 바람에 떠밀려 미끄러지다가, 결국 비닐봉지처럼 날아갔다.
"꺄아악!"
"!"
그 바람에 옆에 있던 클로에가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다.
핸드폰에 이름도 저장해놓지 않는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꽤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손을 뻗던 클로에마저도 바람에 떠밀려 날아가 버렸다.
"클로에!"
하지만 두 명은 곧 멈췄다.
턱!
주헌이 그녀들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설아는 오른손으로, 그리고 정면으로 날아온 클로에는 쌀자루 매듯이 어깨에 안았다.
둘은 살았다면서 주헌에게 인사했다.
"감사합... 꺄악!"
클로에는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자 반사적으로 주헌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때문에 주헌이 먼저 말했다.
"클로에, 앞이 안 보인다."
"?!"
곧 자신의 행동에 놀란 클로에가 얼른 떨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물론 설아가 눈에서 빔을 쏘아댔다.
하지만 둘이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둘에게 꽉 잡으라고 했다.
"그만 싸워. 꽉 잡지 않으면 진짜 날아간다."
"네, 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은 강한 지배력을 사용했다. 오시리스를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쿵!
"꺄아아악!"
주헌이 오시리스를 제압하기 시작하자 바람은 아까보다도 더욱 거세졌다.
주헌은 더욱 강하게 오시리스를 눌렀다.
물론 오시리스는 제압당하기 싫어했다.
[주이이인! 좀만 더 놀게 해줘!]
놀긴 개뿔이.
이게 노는 거냐.
물론 유물의 본능 상, 더욱 많은 인간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싶어한다.
그걸 강제로 제압하려고 하니 불만일 수밖에!
오시리스는 저항이라는 것을 했다.
[좀만 더 놀게 해달라고!]
"시끄러워. 팬미팅 다 취소한다."
그러자 오시리스가 멈칫했다.
[아냐! 그건 안 돼! 잘못했...!]
"늦었어."
주헌은 넌 밥 없다는 듯 신급 유물을 순식간에 굴복시켰다.
쿵!
오시리스에게 닥친 강력한 지배력!
[꾸에에엑!]
주헌의 지배력과 오시리스가 내뿜는 유물의 힘이 충돌했다.
***
슈우욱.
결국 제압당한 오시리스는 원래의 목걸이 형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광경이 어찌나 무서웠는지, 설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는 주헌의 어깨에서 내려오는 것도 잊은 모양이었다.
율리안도 대단하다는 눈치였다.
'저걸 제압한 것도 대단하다.'
그리고 한편, 일리야는 저승의 문이 사라진 자리를 얼떨떨하게 보고 있었다.
'그 노친네가 진짜로 사라지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세상이 알면 그야말로 기절할 일!
실제로 판도라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
"권혁수 회장의 위치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판도라는 계약된 유물사용자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유물사용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대신에 위치정보 추적에 동의를 했다고 해야 하나.
뭐 판도라를 쌩까는 주헌 외엔 대부분의 왕급들이 판도라에서 추적하고 있다고 봐도 좋았다.
그런데 지금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권혁수 회장이 사라지다니? 왜!"
"30분 전만 해도 운명왕을 찾아오겠다고 했잖아!"
"서주헌하고 만났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그게, 자애왕이 있던 곳에서 이집트 유물의 기운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신급 유물 같다고..."
그 말에 그들은 거품을 물었다.
"잠깐! 그거라면 서주헌의 대표 유물이잖아!"
"설마 서주헌이!"
그들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일리야도 당황하고 있었다.
'정말 저승으로 사라지셨다.'
안 그래도 자애왕에게 쌓인 게 많았던 그였다.
당연히 좋아할 일이었지만...
'이대로 끝나실 분이 아니다.'
일리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럴 때였다.
"그 노친네를 꺾었으니 이제 단장님, 사황급 아니에요? 키야, 그 노친네 이제 돌아오지도 못하겠네!"
그 말에 일리야가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바보냐. 그 노친네가 모든 힘을 썼다고 생각해?"
"뭐야?"
"돌아올 거야. 그 노친네."
그 말에 주헌은 하하 웃었다.
"맞아. 돌아올 걸?"
"네? 네? 뭐라고요?"
주헌의 눈빛이 사납게 번득였다.
"아니. 오히려 돌아와 줘야지."
"네? 돌아와야 한다니..."
"그 영감한테는 좀 뜯어낼 게 있거든."
권혁수는 TKBM을 제국으로 만들 정도의 수완을 가진 남자였다.
게다가 미국 쪽의 큰손이기도 했고.
그걸 단숨에 없애기엔 아깝지 않은가.
게다가.
"놈을 눌렀다고 해도 이번엔 운이야. 그 노친네는 다쳐있었고, 지배력도 반감되었을 테니까."
팔이 떨어져 나갔다.
괜찮은 척해도 멘탈이 멀쩡할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
즉, 주헌은 단순히 기회를 잡아서 놈을 눌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율리안은 단장의 말에 내심 웃었다.
'글쎄. 운이 아닐 텐데 말이지.'
왜?
확실히 권혁수는 강하다.
부상을 입어서 지배력이 반감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공명의 유물로 보면 훤했다.
비록 권혁수가 부상을 입고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주헌의 힘은 이미 사황급이라 할 수 있었다.
충분히 그 절대무적의 독식자들과 견주고 이길 수도 있었다.
그쯤 생각하니 율리안은 주헌이 대견하면서도 동시에 웃었다.
'뭐, 사황이 못 되도 곤란하지.'
자신과 유재하는 왕급이다.
같은 왕급이라는 말이다.
같은 급의 사람이 단장을 하는 게 말이 되겠는가.
바로 단장을 교체하자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곧 주헌이 말했다.
"어쨌든 비보를 얻는 데 방해가 될 노친네는 저승에 쳐박아놨어."
"그럼 이제 운명왕의 처리만 남았네요."
그 말을 하며 클로에는 힐끗 일리야를 보았다.
"그걸 위해서 일리야한테 까마귀의 유물을 쓰신 거 아닌가요?"
그 말에 단원들의 시선이 일리야에게 향했다.
***
그렇다.
"맞아. 운명왕을 활용해 가짜 정보를 뿌린다."
하지만 그걸 위해선 서스트라다무스의 TV프로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놈들을 진짜 믿게 만들려면 운명왕이 직접 TV에 출현해야 했다.
그러나 운명왕이 미쳤다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TV에서 말할 리도 없고.
유재하가 가짜로 둔갑해도 상관없지만 더 확실한 방법.
'기억 조작.'
말 그래도 운명왕을 원하는 대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선...
"일리야, 네 힘이 필요하다는 의미야."
"!"
율리안의 지목을 받은 일리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더니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 말은 즉 다시 팀이 되자는 의미인가요?"
그 말에 유재하가 저놈도 노예계약 각이라며 킬킬 웃었다.
"단장님! 제가 계약서 준비할까요? 죽여주는 조항으로?"
"아니, 일리야는 보류."
그 말에 바로 꽁해진 유재하는 구석에서 입을 삐죽거렸다.
"이거 차별이야, 완전 개 차별이야... 내가 더 단장님한테 잘하는데... 더 쓸모 있는데..."
유재하는 주헌을 흘겨보며 바로 땅에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율리안이 일리야에게 말했다.
"여기에는 없지만 단도 찾았어. 너까지 합류하면 무덤 멤버는 완전히 갖춰진 거고."
주헌의 도굴단은 총 10명.
그 중 7명은 정식 무덤 멤버다.
앞으로 비보를 비롯해 무덤을 발굴하는데 귀중한 힘이 될 터였다.
율리안이 주헌 대신 일리야를 설득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우리랑..."
그러나 일리야가 탄식했다.
"미쳤어요?"
"뭐?"
"단장님의 실력은 잘 봤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망했어요. 이제 그 영감, 저승에서 나오기라도 하면 미친듯이 단장을 쫓아다닐 걸요? 자기 제자 하라고. 그리고 그 영감의 추종자들은 다른 의미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고."
일리야는 살짝 빼듯이 돌아섰다.
"얽히기 귀찮아요. 그리고 애초에 단장은 사람 다루는 게 너무 거지같아요. 단원들도 거지 같고. 저 같은 인텔리는 더 편한 왕급을 찾아보렵니다."
그 말에 유재하가 눈썹을 꿈틀 거렸다.
역시 저럴 줄 알았다.
저놈은 속이 배배 꼬인 놈이었다.
순순히 들어올 리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리야는 솔로몬의 유물로 날아갈 준비를 하며 얄밉게 웃었다.
"아니면 절 도굴단의 단장으로 삼아주시던가요. 그럼 들어갈 의향도 있고."
그렇게 해줄 리가 없다는 걸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유재하가 탄식하며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낯익은 계약서.
그걸 알아서 만들어내며 유재하가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하, 짜식. 머리도 좋은 놈이 왜 제 무덤을 팔까."
"...?"
유재하는 언제 시무룩해졌냐는 양 하하하하 웃어댔다.
"등신! 기껏 단장님이 네 편의를 봐줘서 노예계약서를 안 쓰시려 했는데 이 바보새끼! 복을 걷어차다니!"
뭐?
"노예계약서라니 그게 무슨... 컥!"
그런데 이때였다.
콰직! 콰지직! 콰직!
일리야가 가지고 있던 귀한 유물이 사정없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솔로몬의 유물까지!
유물들은 주헌의 지배력에 파괴되면서 으아앙 울부짖었다.
아이고! 아이고! 서주헌 이놈아!
일리야는 기겁했다.
아니, 이게 어떤 유물인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몇 가지 너만을 위한 특별 조건을 붙여주지."
"...!"
머리 좋은 일리야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 특별조건이라는 게 좋은 건 아닐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가 재빨리 주헌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말실수 했어요. 다른 조건 필요 없으니까 그냥 다시 단원으로 받아주..."
그러나 주헌은 방긋 웃었다.
"늦었어, 새끼야."
곧 이어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주헌은 아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