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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42화 (242/409)

242화. 기억을 돌릴까, 말까? (3)

"회, 회장님!"

권혁수가 사정없이 날아갔다.

그의 턱을 후려쳐 날린 건 다름 아닌 솔로몬의 악마.

일리야가 불러낸 악마였다.

얼핏 사자의 모습을 한 악마는 거칠게 울부짖으며 권혁수를 멀리 튕겨냈다.

엄청난 힘이었다.

악마에게 사정없이 얻어맞은 권혁수는 그대로 멀리 튕겨나갔다.

"회, 회장님!"

차로 들이박는 것보다도 더한 충격일지도 몰랐다.

그야말로 인간의 사지가 찢겨나갈 정도의 충격.

경호원들은 얼어붙은 얼굴로 날아간 권혁수에게 달려갔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그들은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솔로몬의 악마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상했다.

솔로몬의 유물은 일리야의 유물일 텐데.

'도대체 어째서!'

설마 일리야가 배신했나?

그들의 시선이 일리야에게 향할 때였다.

"아픈 척 말고 썩 일어나시지?"

"!"

주헌은 어디서 아픈 척 누워있느냐며 회장을 조롱했다.

"어차피 그 정도로 안 죽잖아."

그 말에 경호원들이 이를 갈았다.

물론 주헌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권 회장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찾아준 것처럼, 권혁수 역시 뛰어난 방어 유물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방어유물을 가졌다고 해도...

"고통까지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 새끼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일리야가 배신을 했다고!"

그들이 일리야를 쏘아볼 때였다.

"아고고고, 그만, 그만 해라."

권혁수가 신음을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그의 머리에선 마치 교통사고라도 난 사람처럼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 만에 이런 고통을 느껴보는 건지.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구급차를 부르겠습니다!"

"끙 아니야,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야."

권혁수는 휴대용 주사기로 보이는 것을 제 팔에 쿡 찔렀다.

마치 채혈기나 펜처럼 생긴 기구였는데, 그 침을 피부에 찌르자 권혁수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마취 유물이었다.

물론 그걸 쓴다고 해서 아예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봐야 C급짜리니까.

맘 같아서는 아프고 귀찮아서 다 때려치고 침대에 눕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다들 진정하거라. 일리야가 배신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게 아니면 악마가 왜!"

그럴 때였다.

"나와라, 글라샬라볼라스."

주헌은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지껄였다.

그러자 이번엔 그리핀의 날개가 달린 검은 개가 권혁수를 노렸다.

이번에 불러낸 악마는 살인과 도살을 총괄하는 악마!

그리고 그 사나운 이빨이 권혁수를 노렸다.

"회장님!"

"저놈이!"

탕탕!

그들이 악마에게 총 형태의 유물을 쏘았지만, 상대가 악마 유물인지라 평범한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그러자 권혁수가 나섰다.

"치워라, 악마 유물한테는 그게 안 먹힌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야 알겠구나. 왜 솔로몬의 악마가 나타났는지."

"네?"

권혁수는 대답 대신 주헌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따라 주헌을 본 부하들은 깜짝 놀랐다.

"저건!"

주헌이 반지 하나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별처럼 생긴 펜타그램이 새겨진 반지였다.

그건 솔로몬의 반지였다.

그걸 흔드는 주헌은 이죽거렸다.

"이거 찾으시나?"

그 모습에 사태를 파악한 권혁수의 경호원들이 거품을 물었다.

"일리야! 설마 빼앗긴 거냐!"

실제로 일리야는 밧줄에 매달린 채 큭 눈을 감고 있었다.

죄송하다는 의미이리라.

그러자 권혁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우리 일리야가 날 배신할 리가 없지. 트라우마 때문에 아주 저 도둑놈한테 탈탈 털렸구나."

그는 안쓰럽다는 듯 혀를 찼다.

하지만 권혁수는 이 상황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

저까짓 거 그냥 되찾아오면 그만이니까.

"걱정마라. 네 유물은 금방 되찾아주마."

그렇게 권혁수는 수첩에 뭔가를 썼다.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스틸 유물이 당신의 유물을 빼앗아갑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생겼다.

주헌의 손에 들려 있던 솔로몬의 반지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

권혁수의 짓이었다.

주헌은 놀란 듯했다.

그리고 유물을 빼앗은 권혁수는 수첩을 흔들며 표표히 웃었다.

"역시 서주헌, 괜히 소문만 요란했지, 별거 아니구나. 이렇게 쉽게 빼앗기다니."

그런데 이때였다.

콰직.

"?!"

박살났다.

S급 유물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게!

그걸 본 경호원들과 권혁수는 기겁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지금 S급 유물이 부서진 거야?!"

동시에 권혁수는 다급히 박살난 반지 조각을 살폈다.

그리고 그 조각을 보던 권혁수는 욕을 날렸다.

왜?

'메이드 인 유재하.'

이 호구왕 자식이.

그와 함께 뒤에서 굉장히 민망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죄송합니다! 그거 B급 짝퉁이라서 질은 보장 못 해요!"

물론 정말 미안한 건지는 모를 미소였지만.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호원들은 주헌을 쏘아보았다.

"뭐야, 잠깐만. 저놈이 가지고 있던 게 가짜라면..."

"진짜는 어디에..."

"아냐! 진짜는 저놈한테 있어! 그러니까 악마를 불러냈지!"

하지만 그들의 시선에 주헌이 하하 웃었다.

"등신들아. 난 처음부터 그딴 유물 쓴 적 없어!"

"뭐, 뭐라고?!"

"그럼 아까 불러낸 건 뭐야!"

뭐긴 뭐야.

뻐어억!

그 말에 답이라도 하듯, 검은 도살견이 그림자에서 다시 튀어 나왔다.

도살견은 소리소문없이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세웠다.

콰직!

"회장님!"

심지어 이번엔 사정없이 권혁수의 팔을 물어뜯었다.

그와 함께 퍼지는 붉은 핏방울!

끔찍한 고통이었다.

심지어 권혁수의 팔이 사정없이 잘려 나가버렸다.

"회장니임!"

"크윽!"

그의 왼팔은 사정없이 1층으로 날아가 악어들의 입에 들어갔다.

악어들은 신이 나서 팔을 마구 씹어 삼켜댔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권혁수의 품을 뒤지던 도살견이 유물들을 물고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리야에게!

동시에 진상을 깨닫게 된 권혁수가 일리야를 쏘아보았다.

"일리야아! 너! 어떻게 된 거냐!"

그러자 일리야가 태연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된 거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 상관은 이제 댁이 아니라서요."

줄을 갈아탄 것뿐이지.

***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 상관은 이제 댁이 아니라서요."

그 말에 권혁수와 그 부하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저 자식이 뭐라고 한 거지?

"일리야!"

휘청거리던 권혁수가 드물게 미간을 찌푸렸다.

성격이 좋아 보이는 얼굴이 험악해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아니, 뒤통수를 맞은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일리야.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냐?"

실제로 그의 목소리도 험해졌다.

부하들이 '팔부터 치료하셔야 합니다!', '병원, 아니 판도라로 가시죠!'하고 난리치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하지만 일리야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연극입니다. 사실 서주헌에게 잡히지도 않았어요."

"!"

아니, 뭐 그렇다곤 해도 솔직히 단장이 자신을 진짜 옥상에서 내던져 버릴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진짜 쇼를 하느라 악마도 못 불러내고, 없는 체력으로 동아줄에 매달려있느라 죽는 줄 알았다.

"아무튼 유물은 감사드립니다, 회장님."

"뭐?"

"치유 유물도 없으실 텐데 빨리 판도라에 가보시죠? 늦으면 진짜 외팔이 되실 텐데."

"일리야아!"

권혁수는 몸을 파들거리며 일리야를 쏘아보았다.

그렇다.

일리야는 딱히 솔로몬의 악마를 빼앗긴 것도 아니었고, 주헌에게 잡힌 것도 아니었다.

단지 쇼를 한 것이다.

붙잡힌 척.

왜?

'미쳤다고 또 노예 짓을 하냐.'

사실 때는 권혁수가 오기 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한 30분 전.

일리야를 시멘트에 쳐 박아뒀던 주헌은 계속 고민을 했었다.

"이걸 쓸까, 말까."

까마귀의 유물을 쓰는 게 옳을까, 안 쓰는 게 옳을까 하는 문제였다.

물론 지금에 와서 새삼 고민하는 건 아니다.

설아와 클로에 외에는 모두 한 번쯤 까마귀 유물을 쓰는데 잠깐 고민을 하지 않았었나.

왜?

율리안 놈은 사사건건 시비(?)니까.

유재하 놈은 골치 아프니까.

뭐, 단의 경우엔 기억을 살려도 전혀 상관없으나 딸에 대한 기억 때문에 보류.

일리야의 경우에도 성격이 고분고분한 놈은 아니었던 지라.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까마귀 유물은 사용되었다.

사실 그 전에 운명왕의 카메라를 써서 천천히 반응을 지켜본 후에 까마귀 유물을 쓰려했지만, 그냥 써버렸다.

권혁수가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시험을 해볼 좋은 기회였다고 해야 하나.

기억을 되찾아도 권혁수에게 붙나 안 붙나.

그러니 일부러 일리야와 상의도 안 했다.

'놈에게 넘어갈 기미를 보이면 처리해야 했지만.'

뭐, 솔로몬의 유물은 단지 권혁수에게 사기를 치기 위해 미리 만들어놓으라고 시킨 것뿐.

그러니 권혁수를 공격한 것은 모두 일리야의 돌발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허, 저 자식."

솔직히 주헌의 단원들은 기겁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일리야 저놈이 권혁수를 공격할 것이라곤 상상도 못한 탓이다.

"아, 난 노예 계약서를 써야지만 저놈이 단장님을 따를 거라 생각 했는데."

"그러게."

일리야는 원래부터 단원들 중에서도 유독 남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까칠남에 독설가였으니까.

단장의 말은 그나마 따랐지만 마치 네놈들 따위하고는 안 어울리겠다는 재수 없는 놈.

싸가지 밥 말아 먹은 놈.

기억을 되찾아도 대뜸 권혁수에게 정보를 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정작 권혁수는 속이 뒤틀리는 모양이었지만.

"일리야. 너 지금 제정신이냐? 지금 길러주고 키워준 스승을 배신하겠다는 거냐?"

그러자 일리야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 모습에 빡친 권혁수가 주헌을 쏘아보았다.

"내 제자한테 무슨 짓을 했지?"

"아무 짓도?"

"허, 됐다. 둘 다 여기서 없애주마."

웃고 있지만 정말 제대로 화난 것 같았다.

그 증거로 권혁수가 지배력을 발동했다.

'그래봐야 애송이다.'

일리야나 서주헌이나 그래봐야 꾼급이나 왕급 수준.

결코 자신의 상대는 되지도 못할 잡것들이었다.

애초에 일리야를 사용해서 길들이려고 한 게 잘못 된 것이었다.

'여기서 죄다 굴복시킨다.'

실제로 사람을 강제로 굴복시키려는 위압감이 뻗어나갔다.

쿵!

기가 약한 사람들은 바로 무릎을 꿇을 것 같은 지배력!

마치 강한 중력이 머리를 강제로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힘!

"아아악!"

덕분에 권혁수의 부하들은 덜덜덜 떨면서 무릎을 꿇고 고두했다.

오줌까지 지리는 놈들도 있었다.

심지어 그들뿐이 아니었다.

"이, 이건 뭐야!"

반경 1km 의 사람들이 전부 기가 죽어 주저앉았고 심한 사람은 기절하거나 경련까지 일으켰다.

꾼급 이하라면 몰라도 왕급 이상이 쓰는 지배력은 이미 유물을 쓰기 위한 단순한 정신력이 아니었다.

이미 그 자체로 특수한 힘.

흉기였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유물들도 난리였다.

도망쳐! 도망쳐라!

저 인간에게 잡히면 끝장이다!

주변에서 설치던 유물들까지 겁에 질려 활동을 멈추거나 도망가기에 이르렀다.

괜히 사황급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던 주헌의 단원들도 경기를 일으켰다.

"와씨, 저 노친네! 허세 떨지 말라고 해! 젠장, 내가 이래서 지배력 타입들이 싫어! 아 토할 것 같아! 웩!"

"나도 같은 지배력 타입이지만 참..."

물론 다른 사람들처럼 멘탈이 나가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걸레를 핥는 듯한 이 기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으 속이 안 좋아.'

그런데 이때였다.

"!"

놀랍게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권혁수가 장악하고 있던 토 나오는 지배력이!

아니, 정확히는 또 다른 지배력이 사납게 이빨을 드러낸 것뿐이지만.

쿠웅!

이에 권혁수가 깜짝 놀랐다.

그건 당연했다.

'지금까지 이런 지배력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는데.'

숱한 유물사용자들을 보아왔다.

심지어 왕급들 중에서도 이런 지배력을 갖춘 자는 없었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하다. 판도라 관측 시스템에도 이 정도의 힘을 가진 녀석은...!'

도대체 누구냐.

누구야.

당황한 그는 주헌을 보았다.

그때였다.

"뭘 그리 놀라?"

권혁수는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저놈이냐?'

그리고 주헌은 마치 조롱하듯이 권혁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엔 일부러 지배력을 개방하고 다니지도 않았는데.

"허참, 노친네. 다 늙어서 그렇게 허세를 떨고 싶을까."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의 강력한 지배력이 태풍처럼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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