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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37화 (237/409)

237화. 우리도 귀한 몸인데 (2)

[OK. 전원 해고처리 했다.]

[PS. 퇴직금은 없다.]

어, 어?

이, 이게 아닌데?

단원들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건 아니지!

특히 가장 먼저 사직서를 제의했던 유재하가 기겁했다.

"지, 진짜 퇴직처리 하신 거야? 단장님, 진짜로?"

문자는 유재하에게 날아와 있었다.

그리고 당황하는 유재하를 보면서 설아는 그것 보라면서 혀를 찼다.

"그것 봐라. 그런 어줍잖은 협박이 통할 단장님이 아니시거든?"

"아, 아니 그래도! 진짜 사직서를 받으면 어떡해?!"

"그러게 누가 진짜 사직서를 제출하래?"

"누가 진짜 받을 줄 알았어?!"

"뭐, 퇴직금은 못 받아도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을 테니..."

그럴 때였다.

띠링.

설아와 율리안에게도 문자가 날아왔다.

[4대 보험 상실 신고 및 이직 확인서 관련 (퇴직 확인 안내).]

[퇴직으로 인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과 관련...]

[PS. 3일 내로 각자 짐을 뺄 것]

클로에가 보낸 것 같은 안내 문자였다.

그리고 그 날아온 문자에 설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건 당연했다.

퇴직 안내 메시지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설아는 당황해서 비명을 질렀다.

"꺄악! 어떻게 된 거야! 난 사직서 제출 안 했는데! 왜!"

그 말에 유재하가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리고 그 낌새를 눈치챈 이설아가 분노했다.

"야! 유재하 너!"

"커헉!"

"너지! 네가 내 사직서까지 송부했지!"

유재하는 설아에게 멱살이 잡혔다.

"내 것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면 어떡해. 이 웬수야아아아!"

단장님이 사직서를 보고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그 생각까지 미치자 설아는 울고 싶어졌다.

잘못 보낸 거라고 하려고 해도 단장님이 믿어줄까도 의문이고!

설아는 유재하가 보낸 자신의 사직서 파일을 확인하고는 거품을 물었다.

"이자식이 내 싸인까지 복제했어! 너 진짜 혼날래!"

설아는 유재하의 목을 도려낼 기세였다.

하지만 그도 할 말은 있는 모양이었다.

"왜? 팀원은 운명공동체..."

"운명공동체는 개뿔이!"

억울해진 설아는 율리안을 보았다.

"부단장님! 이 사기꾼 콱 산에 매장... 부단장님?"

"..."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라니.

천하의 율리안도 드물게 멘탈이 나간 것 같았다.

"...서주헌 이자식이 진짜 해고했어."

자신들의 존재가 그것밖에 안 되었던 건가.

주헌이 해고를 하든 말든 코웃음을 치며 제 갈 길 갈 줄 알았는데,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삶을 함께한 전우라고 생각 했건만..."

삶을 함께한 전우는 개뿔, 단 몇 분 만에 쌩깔 수준이었다니.

그리고 부단장이 절망하는 모습에 설아는 유재하의 멱살을 탈탈 털었다.

"야, 이제 어쩔 거야!"

"어쩌긴? 넌 중국으로 돌아가고, 공명이는 단장으로 돌아가면 되고... 나, 나는 공방이라도 차려볼까?"

"야! 너 진심이야?!"

"아, 아니."

유재하도 멘탈이 나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무렵이었다.

"저기..."

단원들에게 퇴직 안내를 해주던 클로에가 슬쩍 단장을 보았다.

주헌은 늘 그러하듯 태연하게 세계 뉴스를 보며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단장님?"

"왜?"

부웅, 부웅, 부웅-

클로에는 미친 듯이 울리는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정말 해고하셔도 되나요?"

미친 듯이 메시지를 날리는 것은 해고당한 사람들이었다.

늘 자신한테 강한 척하는 설아조차도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내오는 걸 보니 대충 저쪽의 상황은 알 만했다.

뭐, 실제로 대충 핸드폰 푸쉬창에 떠오르는 미리보기 알림만 봐도...

부웅, 부웅, 부웅-

[(부단장님): 짐 빼지 마]

-

[(사기꾼) : 이거 실화?]

[(사기꾼) : 야 이건 아니잖아.]

[(사기꾼) : 단자ㅇ님좀 바꿔봐]

...

[(사기꾼) : 아 단자ㅇ님 핸드폰 좀 보라해!]

[(사기꾼) : 아ㅏ이 인간 뭐하그너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이름없음): 사직서 보낸 거 나 아니야! 재하라고! 나 아니라고ㅠㅠㅠㅠㅠㅠㅠ]

날아오는 단원들의 문자를 보며 클로에는 한숨을 쉬었다.

"저쪽은 아주 난리가 난 것 같은데요. 이건 말도 안 된다고..."

그러자 주헌은 하하 웃었다.

"뭐가 문제야? 사퇴희망을 해서 네, 그러세요. 하고 절차를 밟아준 것뿐인데. 퇴직금은 안 되지만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다고 해."

클로에는 탄식했다.

아무래도 주헌은 부하들의 태평함에 화가 난 건지도 모른다.

왕급들에 전생의 기억까지 가진 놈들이 너무 쉽게 잡혔으니까.

'단순한 정신교육이신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그렇게 클로에가 제일 귀찮게 구는 재하에게 답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걱정 마, 다시 복직하게끔 말해둘...]

그런데 그때였다.

"그런데 클로에."

"네?"

"너도 그만두고 싶으면 말로 하지 그랬어."

"...네?"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주헌이 픽 웃으면서 서류 한 장을 흔들었다.

"방금 전에 사직서가 또 도착했는데."

싸인까지 위조된 사직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직서]

[이름 : 클로에 로랑]

[퇴직사유 : 다들 퇴직했는데 저 혼자만 남을 수 없어요.]

그 내용물에 클로에의 눈에 불꽃이 튀겼다.

유재하 이 개새끼!

***

결국 클로에의 사직서까지 보낸 유재하는 사악하게 웃었다.

"좋아, 이걸로 전원 퇴직."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은 설아는 멍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

"...너 제정신이야?"

그러자 유재하가 될 대로 되라는 듯 하하하 웃었다.

"왜! 우리 단원들은 모두 운명공동체야! 한 놈이라도 배신하면 쓰나! 나오려면 전부 나와야지!"

그저 어이가 없었다.

아예 멘탈이 나가서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눈에 뵈는 게 없구나.

그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는 생각했다.

'저 자식 이제 죽었다.'

멋대로 클로에의 사직서를 쓰다니.

유재하 놈이 클로에하고는 직접적으로 부딪친 적이 없어서 모르는 모양이었다.

'클로에도 만만치 않은데.'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번쩍!

"끄아아악!"

유재하는 갑작스러운 빛과 함께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쓰지도 않은 유물 리스크가 몸에 닥치자 유재하는 끄악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곧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바라보자 그곳엔 이를 갈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클로에!"

클로에는 유재하를 보자마자 눈에서 빔을 뿜었다.

아니, 퇴사할 마음도 없는 자신은 왜 퇴직을 시키는 건데!

"단장님 진료는 누가 하라고!"

"컥, 커헉, 건어물 너 왜 그래. 너 평소엔 단장님 돌보는 거 짜증난다고... 꾸엑!"

유재하는 죽으려고 했다.

"괜찮아. 괜찮아. 단장님이잖아. 단장님이면 얼마든지 쭉쭉빵빵한 간호사를 고용... 꾸에엑!"

그건 더 싫다는 듯 클로에는 유재하의 목을 졸랐다.

설아 역시 분노를 담아 유재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유재하는 알겠다는 듯이 진정하라고 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나도 아무 생각없이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오 그래? 그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셨는데?"

"단원들이 전원 퇴직하면 단장님도 깨닫는 게 있으시... 커헉!"

유재하는 결국 설아와 클로에에게 얻어 터졌다.

"농담, 농담이야. 내가 단장님한테 싹싹 빌어볼게... 잘못했어."

아무튼 자신들은 전원 퇴직.

주헌은 4명의 사직서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주헌의 속을 모를 단원들은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속이 터지는 건...

[서주헌 도굴단 멤버들 퇴직 소문?]

[서주헌 도굴단에게 몰려드는 쟁쟁한 입단 후보자들.]

[강탈왕의 도굴단에 새바람 부나?]

그 사이에 벌써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주헌의 옆자리가 텅텅 비었다는 사실이!

심지어 주헌의 도굴단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인재들이 넘쳐났다.

주헌이 구인광고를 낸 게 아닌데도 세계각지의 쟁쟁한 꾼급들, 심지어 왕급들도 은근슬쩍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 물론 주헌에게만 러브콜이 쏟아진 건 아니었다.

[호구왕 씨, 그냥 대충 하루 16시간씩만 일해주시면 되니 꼭 저희와 인연을...]

[설아야, 스파이 임무는 쫑난 것 같으니 중국으로 복귀하래. 너 설마 서주헌한테 스파이인 거 들키지는 않았지?]

[책략왕께. "부디 저희 팀과 함께하시죠."]

결국 그 뒤로 단원들은 입사서류를 써서 주헌에게 보냈지만 글쎄.

[당분간 채용계획 없으니 다음에.]

주헌은 단원들의 전화까지 끊었다.

그러니 미치지!

그리고 사고를 친 장본인, 유재하는 엉엉 울었다.

"단장님 제발 우리 좀 다시 받아줘요. 잘못했어어어."

율리안은 해탈한 듯했다.

"하하하. 이중에 적당히 골라서 들어갈까? 연봉도 조건도 서주헌보다 훨씬 좋네. 어차피 신참 변호사라 일거리도 없는데."

"그랬다가 아이린한테 저주 받으면?"

"..."

"기껏 번 돈 순식간에 사라질 텐데?"

그들은 진심으로 오싹해졌다.

까먹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지금 자신들은 주헌의 동료라서 파산왕의 저주를 피하고 있었던 거 아닌가?

하지만 주헌을 배신하는 순간...

"젠장, 또 그 악몽이...!"

설아도 절망했지만 그 날 저녁, 그녀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왜?

"밥은 먹고 다니냐?"

"!"

꼭두새벽.

주헌이 설아를 몰래 찾아온 것이다.

***

설아는 기겁했다.

갈 곳도 없어 단원들 전부 유재하의 작업실에서 머물고 있었건만.

거기에 있을 거라는 걸 아는 듯이 주헌이 훌쩍 찾아온 것이다.

심지어 레이더라 할 수 있는 자신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그는 반성문을 쓰다가 방에서 곯아떨어진 동료들을 힐끗 보고 있었다.

'지, 진짜 단장님인가?'

혹시 적의 습격은 아닌가?

부엌에 있던 그녀는 재빨리 동료들을 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너희들한테 스카웃 요청 많이 들어오지?"

당황하는 그녀에게 모자를 푹 눌러 쓴 그는 설아에게 다가왔다.

"잠... 정말 다, 단장....으읍!"

설아는 바로 입이 틀어 막혔다. 주헌이 설아에게 입을 맞춘 것이다.

곧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 주헌이 진정시키듯 말했다.

"쉬잇, 나 맞으니까 소란피우지 말고."

주헌은 평소와 같이 그녀를 대했지만, 곧 이렇게 물었다.

"혹시 주변에 수상한 놈은 없었어?"

"네?"

"이를테면 일리야 같은 새끼."

낯익은 이름이 들려오자 설아는 깜짝 놀랐다.

"일리야라니, 단장님 그럼 설마...!"

"그 새끼, 자기 부하들이 당하니까 또 숨어버려서."

이미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던 주헌이었다.

하지만 괜히 공작원이 아닌지 주헌조차도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곧 그가 귀찮게 되었다는 듯 말했다.

"일리야 놈이면 너희들 기억까지 진짜 조작할 수 있을지 몰라."

평소엔 유물 리스크 탓인지 기억에 손대는 일만큼은 부하들을 시켰지만, 부하들 급으로는 왕급 둘과 설아의 기억을 조작할 수 없었다.

"그러면 반드시 놈이 직접 너희들의 기억에 손댈 거야. 놈의 목적은 아마 도굴단 해체일 거니까."

보나마나 다른 독식자들의 입김이겠지만.

어쨌거나 기껏 까마귀의 유물로 동료들을 되찾았는데 뭐? 멤버 해체?

"니들을 또 잃을 것 같냐."

"단장님...!"

그래서 일부러 도굴단이 해체된 것처럼 꾸민 건가!

자신들이 해체된 것 같으면 일리야도 접근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저희를 좀 더 믿어주셔도..."

"아니, 일리야 놈의 배후에 까다로운 놈이 붙은 거 같아서. 아마도 사황급?"

"네? 사황급이요?!"

"어쨌든 다른 놈들한테는 비밀."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게다가 일리야 놈은 기억을 찾아줘도 날 따를지는 모르겠거든."

워낙 속이 배배 꼬여서.

그리고 아마 기억을 찾으면 자신 말고 다른 사황급에게 달라붙을 가능성이 컸고.

어쩌면 적으로 처리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무튼 놈들만 처리하면 클로에랑 다시 복직시켜줄 테니까 기다려."

설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재하랑 부단장님도 한시름 놓겠네요. 재하는 아주 엉엉 울던데."

그 말에 주헌은 코웃음을 쳤다.

"뭔 개소리야. 걔네는 복직 안 시켜줄 건데?"

"......네, 네?!"

"제 발로 나갔잖아? 그놈들은 입사 면접부터 다시 보라해."

그들이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

작업실에 달린 감시카메라를 확인하던 주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누굴 발견한 건지 박차고 튀어나갔다.

"다, 단장님?!"

그 큰소리에 자고 있던 단원들도 깨어났다.

"뭐...? 단장님이라고?"

밖으로 나온 주헌은 찾았다는 듯 웃었다.

"딱 걸렸어. 일리야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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