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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29화 (229/409)

229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냐. (1)

"야! 유재하!"

저 자식.

설마 기억이 돌아왔는데 속인 거였어?!

클로에는 황당했다.

틀림없었다.

방금 그 염세적인 눈빛하며, 깐죽거리는 말투.

'사기왕이다.'

원래도 유재하의 말투가 깐죽거리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사기왕 시절에는 좀 더 사람을 비꼬는 듯한 말투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도 좀 더 사기꾼답게 여유롭고 자신감에 차 있는.

결정적으로 유재하는 방금 클로에가 아니라 건어물이라고 했다.

'그건 놈이 쓰던 별칭.'

아무래도 단원들의 성격도 제각각이니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났다.

대부분은 그냥 서로 이름을 불렀지만 단원들 중 두 명은 곧 죽어도 이름을 안 불렀다.

그중 하나가 유재하.

그리고 자신한테는 건어물, 설아한테는 빠순이, 주헌한테는 병신 단장님, 율리안한테는 호구 뭐 대충 그런 식이었다.

'게다가 방금 느낀 지배력.'

조금 달랐다.

전보다 훨씬 지배력이 올라갔다.

틀림없는 사기왕 시절의 지배력이다.

하지만 클로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방금 전까지 새하얗게 질려서 골골거리던 놈이...!'

설마 지금까지 계속 아닌 척하고 있던 거야?!

"도대체 언제...!"

유재하가 기억을 찾았다면 아마도 아까 전 교도소에서 단장님이 까마귀 유물을 썼을 때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가짜 아니었나?

그러나 클로에는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는 유재하의 품 안에 있지 않았나.

그리고 사기왕의 기억을 되찾은 유재하라면 충분히...

클로에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금 전 일이 사실이라면.

'단장님, 단장님께 빨리 알려야 한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하지만.

"어? 어어?"

제 주머니에 손을 넣은 클로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에도 핸드폰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방과 주변을 살폈지만 역시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유재하가 막아놓고 도망간 문을 노려보았다.

"이자식이."

그 사이에 핸드폰을 훔쳤나!

이게 단장님한테 못 된 것만 배워 쳐먹어서는!

***

한편 그 무렵.

인적이 전혀 없는 시내의 골목길.

"헉, 허억."

병원을 뛰쳐나간 유재하는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클로에 앞에서는 그렇게 뺀지르르한 얼굴로 도망친 주제에, 동료가 사라지자마자 그는 바로 얼굴색이 바뀌었다.

"우웩."

다른 멤버들이 기억을 되찾았을 때와 같았다.

그들 모두 죽음의 순간을 경험하고 극심한 괴로움을 느끼지 않았나.

유재하 역시 비슷한 괴로움을 느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젠장..."

진짜 거지 같은 기분이었다.

다른 녀석들이 까마귀의 눈물을 쓴 걸 부러워하던 게 한탄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이걸로 궁금증은 풀렸다.

"하씨, 다들 날 빼고 무슨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이런 거였나.

유재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를 흘렸다.

사실 그는 정말 호기심에 주헌이 가지고 있는 까마귀 눈물을 바꿔치기 했었다.

뭐 진짜를 사용한 건 주헌이 가짜 까마귀 유물을 사용하는 그 타이밍에 맞춘 거지만.

어쨌거나 기억은 돌아왔다.

사기왕 시절의 기억이.

"빌어먹을."

그리고 깨달은 것이다.

카피캣 시절의 자신도, 사기왕으로서 동료들과 국가를 등쳐먹고 다니던 것도.

더욱이 자신이 동료들이 죽고 난 이후의 일도.

그리고 그 무렵을 떠올리자 유재하는 또 다시 울컥 토를 했다.

까마귀의 유물이 미친 듯이 괴롭히는 건지 그는 괴로움에 죽으려고 했다.

그렇게 한 번 다시 토를 게워낸 그가 눈을 부릅떴다.

"양 쳰 그 개새끼가 어디서 혼자서 쏙 빠져나가려고..."

그리고는 미친 듯이 낄낄 웃었다.

"죽으려면 배신자들끼리 다 같이 죽어야지."

그날.

확실히 자신은 무덤에 들어가지 않았다.

동료들의 유물도 제대로 복원 해놓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결정적으로 그는 권 회장과 양 쳰의 술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요? 전원 죽었다고?'

들려온 충격적인 부고 소식.

그리고 TKBM의 사람들은 말했다.

'아주 잘 했다. 유재하. 네가 빼돌려준 정보 덕에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승진을 시켜주지.'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권 회장의 요구.

'이제 세상에 복원사는 너 하나뿐이다. 너도 네 단장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열심히 일해라.'

그때 유재하는 보았다.

TKBM을 비롯한 그 당시 왕급들이 가지고 있던 비밀을.

뭐 그 직후엔...

'유재하 놈이 배신했습니다! 다른 왕급이랑 공모를 해서!'

'그 새끼가!'

그때의 일을 떠올린 유재하는 또다시 우웩 구역질을 했다.

그리고 그는 쓰레기 더미에서 울부짖었다.

죽었던 동료들의 얼굴들이 스쳐지나갔다.

"...젠장, 젠장. 단장님. 단장님."

그는 괴롭지만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서주헌한테 가야 한다.'

병실 밖에서 율리안과 클로에, 설아가 대화를 나누던 걸 엿들었기 때문이다.

'난 유재하가 배신자라고 생각해.'

'단장님 홀로 운명왕에게 가셨는데 괜찮을까요?'

가야만 했다.

꼭 해야 할 게 있었다.

***

그런 사이, 미국 플로리다 팜피치 일대.

운명왕의 사저는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젠장, 서주헌놈이 쳐들어오고 있다!"

"아씨, 왜 그 자식은 또 여기로 온다는 거야!"

운명왕의 부하들은 늘 왕급들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다.

물론 매번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도 주헌이 운명왕의 사저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뿐이니까.

어쨌거나 주헌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벌써 저택 입구까지 도착한 것 같습니다!"

"입구 뚫렸습니다!"

이런 미친!

아니 애초에 그 자식이 왜 나한테 찾아오는 건데?

무슨 볼일이 있어서!

하지만 곧 운명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저놈이 그냥 와도 그냥 올 리가 없지.'

"방어체계는!"

"유물 발동 해놨습니다! 들어오기는 힘들 겁니다!"

"좋아. 놈이라면 분명 구멍이라도 파서 몰래 들어올 거다. 땅 밑이랑 다른 사각지대 잘 살피고!"

하지만 사각지대는 개뿔.

띵동.

"?!"

정정당당하게 초인종이 울려 퍼졌다.

운명왕은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싶었다.

"어떤 개놈이 벨을 눌러! 이럴 때!"

그러자 부하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서, 서주헌입니다!"

"뭐?"

"서, 서주헌이 입구 쪽의 벨을 눌렀는데요!"

"뭐야?!"

진짜로 주헌이었다.

인터폰 카메라로 태연하게 '뭐야, 왜 답이 없어?' 하고 기웃거리는 놈은 틀림없는 서주헌이었다.

그리고 몇 번을 눌러도 답이 없자 짜증이 난 건지, 딩동 딩동 딩동 딩동 거친 초인종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있는 거 다 알아, 빨리 안 나와?!]

심지어 현관문에서 깽판(?)을 쳤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어, 어쩌죠?"

운명왕은 뒷목을 잡았다.

"젠장, 쟨 또 왜 현관문으로 오고 난리야!"

원래 서주헌은 문으로는 안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

결국 운명왕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 연결해봐. 무슨 개소리를 하려는 지 보자고."

"네, 네."

부하들은 침을 삼키며 연결했다.

"저, 무슨 볼일로 오셨습니까?"

그러자 주헌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운명왕 여기로 내보내.]

"내보내라고요?"

[그래. 니들 집 너무너무 멀어. 가기 귀찮아. 그러니까 걔만 내보내. 할 말 있으니까.]

도대체 단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건지도 의문이지만...

'내보내라고 해서 내보낼 것 같냐.'

'애초에 대화를 하려고 온 게 아니잖아.'

실제로 운명왕은 코웃음을 쳤다.

"꺼지라해. 끊어버려."

어차피 방어전선을 펼쳤기 때문에 저놈이 여기까지 온다는 건 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부하들은 그 말에 따랐다.

"죄송하지만, 조슈아 씨는 할 말이 없다고 하십니다."

뚝.

곧 인터폰이 끊기자 운명왕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저놈도 상식이 있으면 무덤도 아닌데 깽판은 못 치겠지. 그럼 난 다시 잠이나 자볼..."

쾅!

"?!"

엄청난 폭발 소리가 저택 부지에서 터졌다.

깜짝 놀라 커튼을 젖히니 사나운 모래폭풍이 갈갈갈갈 저택 부지를 부수고 있었다.

축구장 수십 개를 합쳐놓은 것보다 큰 정원. 3개나 되는 풀장, 수십 개의 저택들.

거의 리조트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저택이 전부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운명왕은 거품을 물었다.

"저 미친 새끼가!"

무덤도 아닌데 진짜 부수고 있냐!

그는 바로 방어 유물을 발동하라고 했다.

"저놈의 신급 유물은 분석 해놨지!"

"네. 전부 이집트 계열로 세트 유물은 자연재해 계열이고, 오시리스와 아누비스 유물은 명계 관련 유물입니다."

"유물에도 대항 관계가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되지."

그들이 유물을 발동시키자 남의 집을 부수고 있는 주헌은 비웃음을 흘렸다.

[모래폭풍이 사그라듭니다.]

[망자의 힘이 약해집니다.]

역시 바보는 아닌 듯 나름대로 철저하게 방어체계를 짜고 있는 듯 했다.

그 증거로 세트가 일으키던 칼날의 바람은 사그라들었고, 아누비스의 병사나 오시리스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약점 유물이 있는 모양이군.'

그럴 때 주헌의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 건지, 안쪽에서 우르르르 병사들이 몰려 나왔다.

얼핏 보기엔 역사책에서 본 적 있는 듯한 거대한 십자가.

십자군들이었다.

[사탄이다! 죽여라!]

[이교도다! 죽여라!]

[우리의 거룩한 땅을 보호하라!]

유물의 정확한 정체는 몰라도 저렇게 병사들이 우르르 진을 치고 달려오는 걸 보면 필시 S급 계열 유물이겠지.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왜?

"내가 왜 혼자서 왔는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의 뒤에서 튀어나온 동아줄이 슬쩍 주헌의 자켓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벨트에 걸린 체인 형태의 줄을 톡 뽑아 주헌에게 건네주었다.

마침내 주헌을 박살 내려는 병사들이 몰려드는 그 순간!

번쩍!

주헌이 유물을 발동 시켰다.

유물을 발동 시키자 나타난 건 거대한 창과 검!

그 유물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그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세상을 덮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다는 영웅호걸 중 하나.

맹장 항우의 유물이다.

다른 건 몰라도 대인전에서는 기가막히게 유용할 유물이었다.

그리고 뽑혀 나온 검과 창에 지배력을 싣자 형태는 주헌이 쓰기 좋게 변했다.

변한 형태는 팔뚝만 한 길이의 쌍단검.

"일단 니들부터 다 쓸어주마."

곧 주헌이 눈을 번득이자 전장의 악귀가 강림했다.

***

"이, 미친."

운명왕은 눈앞의 무식한 광경을 보고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배짱으로 혼자서, 또 당당하게 초인종을 눌렀나 싶었더니.

띵똥.

[택배 왔다. 물건 받아가라.]

"저 자식."

아무래도 오만의 탑에서 맹장의 유물이라도 얻은 모양이었다.

결국 주헌이 정말 들이닥칠 기세이자 운명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가 비밀장소로 연결된 통로를 열려고 하자 부하들이 깜짝 놀랐다.

"설마 판도라 이사들이 준 그 유물을 쓰시려고요?!"

"여기서요?"

"너무 위험합니다. 아직 시험과정도 안 거친 건데...!"

"닥쳐! 내 집 망가지는 것 보다 더 위험한 건 없어!"

그리고 그가 수상쩍은 통로로 들어가려는 찰나.

[부르르]

연락이 왔다.

유재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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