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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25화 (225/409)

225화. 기억에 우는 자 (2)

"허, 날 찍어봐야 특별한 게 나오지도 않을... 아아악!"

그는 진채원이 내민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충격적인 것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게 뭐야!"

찍혀 있는 건 자신이 난도질당해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

바로 시체의 모습. 어디 형사1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처참한 주검.

하지만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사진 속 인물은 자신의 얼굴이었다.

비록 약간 나이가 있어 보였지만 말이다.

결국 파르르 손을 떨던 양 쳰이 진채원을 쏘아보았다.

"이게 뭐야. 이게 무슨 사진이냐고!"

나름대로 차분한 척하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뭐, 제 주검을 보고도 멀쩡할 놈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느냐마는.

진채원은 깔깔 웃었다.

"뭐긴, 네 운명."

"?!"

폴라로이드 카메라에서는 줄줄줄 다른 사진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운명왕이 빌려준 거야. 미래를 시각화해서 고객들에게 보여줄 때 쓰는 유물이라고 하더라고?"

보통은 자기가 꾼 꿈의 내용만 말해주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아예 미래를 찍어 보여주기도 했다.

왜?

'미래 체험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사주팔자 듣듯이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보단 본인이 직접 미래를 경험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즉 본인의 사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사진에 찍힌 상황을 직접 본인이 경험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이 꿈을 해독하는 것보다도 더 확실히 미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보여주는 건 큰돈을 지불했을 때나 해주는 서비스인데.'

의아해서 바라보니 진채원이 대수롭지 않게 말해줬다.

"아무래도 자기로서는 도저히 해독하지 못하는 꿈이 있다나 뭐라나."

"...?"

"서주헌하고 연관된 미래는 늘 해독하기가 힘들대. 자꾸 빗나가는 경우도 많고."

자꾸 빗나간다고?

"그러니 무료특별서비스. 돈 안 받을테니 직접 미래를 체험해보라는 거지. 대신 잘 좀 경험해보고 자신한테도 말해달래. 본인의 미래가 아니면 체험할 수 없으니까."

진채원은 웃었지만 양 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녀가 제시하는 게 뭔지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봐. 그러니까 설마 지금 나더러 내가 죽는 걸 체험해보라는 거야?!"

그는 자신이 분해된 사진을 보면서 거품을 물었다.

척 봐도 저 사진에 들어가면 살해당하는 미래를 체험하게 될 텐데.

내가 미쳤어!?

그러나 진채원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끔찍하겠지. 하지만 왜 죽는지는 알게 될 거 아냐."

이 여자가 진짜 미쳤나.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진채원은 뽑혀 나온 다른 사진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고 양 쳰은 깜짝 놀랐다.

"...저놈들은."

단체 사진이었다.

마치 한 팀이 된 걸 기념해서 찍은 듯한 사진.

배경은 낯익었다.

'TKBM의 사무실.'

지저분하게 쌓여 있는 서류들과 발굴 자료들, 그리고 유물들.

사람들도 TKBM 사원증을 차고 있었고.

하지만...

'지금의 단원들이 아니야.'

양 쳰은 정말 소름이 돋았다.

총 10명이 찍혀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거기엔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다정하게 찍혀 있었다.

서주헌을 비롯한 유재하, 이설아, 클로에, 율리안, 단 등등.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더 찍혀 있었고.

아마 운명왕은 이걸 보고 3명에 대해서 말해준 것이겠지.

인상착의와 사원증의 이름을 토대로.

'그런데 왜 내가 여기에.'

자신 역시 그들과 어울려 웃고 있었다.

그게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내놔봐."

양 쳰은 재빨리 그녀가 내민 사진들을 빼앗아갔다.

자신이 죽는 것을 체험하기는 싫지만, 이쯤 되니 너무 궁금했다.

'내가 돌지 않고서 이놈들이랑 한 팀이 될 리가 없잖아.'

그 사진이 미래임과 동시에 과거라는 걸 알 턱이 없는 양 쳰은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사진에 지배력을 실었다.

***

"단장님. 임수아 양의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

클로에의 말에 주헌은 기특하다는 듯 웃었다.

"잘 됐네. 유물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수술이 힘들 줄 알았는데."

그렇다.

클로에가 수아를 검진했을 때,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유물 증후군.

그게 수아에게도 퍼져있었다. 그래서 수술을 하려고 하면 그 유물증후군이 방해를 해 수술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수술대에만 올라가면 아이가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마치 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유물 암세포가 아이의 치료를 거부하듯이.

물론 주헌이 기꺼이 불로초를 준 덕분에 수술도 무사히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서 단이 꼭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던데요."

"잘 됐네. 나도 볼일이 있었는데."

그 말에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 유물을 쓰실 생각이시죠?"

"쓰긴 쓸거야. 하지만 시기는 제일 좋을 때를 고려해보고."

그가 물었다.

"나머지 단원들은?"

"꼬리는 얼핏 잡은 것 같습니다."

"그래?"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걸로 전원 모일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시각.

"꺄! 꺄! 여러분! 주헌 님의 사진이 날아왔대요!"

"정말요?"

"어머, 기대도 안했는데!"

한편 그 무렵, 공주들은 유재하에게서 주헌의 사진이 도착했다는 말에 순수하게 좋아했다.

딱히 주헌에게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었기에 더욱 좋아했다.

하지만 이때 한 공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런데 사사키 님이 뭔가 이상하다고 하네요."

"네? 왜요?"

"주헌 님 인증샷이라고 보내준 사진이..."

머리를 모은 그녀들은 사사키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어머나, 이거 재하 씨 아니에요?"

"주헌 님이 아니라 재하 씨가 입고 찍은 거 같은데?"

주헌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는 그녀들은 당연히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빠삭했다.

유재하나 이설아, 심지어 동아줄의 신체 사이즈에 대해서도 전혀 모를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왜 이걸 유재하 씨가 입었을까요?"

왜긴 왜야.

'유재하가 빼돌렸지.'

경호원들은 끙, 미간을 짚었다.

그들은 사건의 전말을 알기 때문이었다.

행여 공주님들이 위험한 상대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잠시 주헌의 호텔을 감시하던 그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똑똑히 보았다.

유재하가 비밀 공간을 만들어서 선물을 숨기는 모습을.

애초에 유재하는 주헌에게 팬클럽의 존재를 말할 생각도 없는 것이리라.

뭐 그건 자신들로서도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공주님들의 선물을.

그래서 그들은 이 괘씸한(?) 일에 대해 말해주려고 했다.

"저 공주님...!"

그리고 그 무렵.

유재하는 충격에 빠져 있었다.

바로 자신에게 날아와 있는 사사키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사실 그는 인증샷을 보내고 나서도 주헌의 팬들에게 금방 들킬 건 알았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단장님과 자신의 몸이 다른 건 아니까.

들킬 걸 알면서 일부러 보냈다고 해야 하나.

'니들이 준 유물은 내가 빼앗았다! 캬캬캬캬!'하고 약 올릴 생각이었다.

단장님들의 팬이 부러우니까.

약간의 못된 심술이리라.

그러니 팬들의 질투 섞인 항의를 기다리며 답변을 준비하고 있던 참인데...

[주헌 님의 넓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역시 주헌 님이에요!]

[죄송해요! 저희의 생각이 짧았어요! 당장 팀원 전체에게 S급 유니폼이라도 맞춰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디자인이나 옷 형태는 각자의 취향에 맞춰드릴게요!]

유재하는 사사키의 메시지를 받고 털썩 주저앉았다.

아, 아니 이건 또 뭔 소리래.

나 니들 선물 뺏었다니까?

근데 유니폼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돼!

아니, 사실 좋긴 좋은 것이었다.

다른 발굴단들은 아주 유용한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전부 무덤에서 목숨을 지키기 위한 귀한 방어형 유물들.

안 그래도 무덤에 들어갈 때 전원 튼튼한 유물 옷이 있으면 좋겠다고 주헌이 말하던 참이었지만...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얘들이 왜 이러냐고!'

나중에 앞뒤 사정을 묻긴 해야겠지만, 괜히 찔렸던 유재하는 주헌에게 가서 넙죽 엎드렸다.

"단장님!"

"?"

츄리닝을 자진 납세한 유재하는 고이 접어 드라이크리닝이라도 맡기고 오겠다고 했다.

아니, 어디 가서 유물이라도 구해오겠다고 했다.

"단자아아이니님! 제가, 제가 다 잘못했어요! 사실 단장님이 부러워서, 그래서."

얜 또 왜 이래.

***

'젠장, 이건 뭐냐.'

사진 속에 들어온 양 쳰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단체 사진을 찍은 그 사진 안이었다.

'역시 TKBM의 사무실이다.'

거기에 서주헌의 발굴단이 있었다.

하지만 달력을 보니 현재는 아니다.

그만큼 다들 묘하게 더 나이가 들어 보였고, 조금씩 피폐해 보였다.

"단장님, 단장님! 사진 찍어요. 우리!"

설아가 신이 나서 카메라를 들고 왔다.

"사진은 뭔 사진."

"왜요. 오늘 단장님 생일이시잖아요. 양 쳰이 특별히 케이크도 사왔는데!"

양 쳰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부장의 직함을 달고 있는 서주헌은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시력이 나쁜 건지 근시용 안경과 두꺼운 책을 들고 있었다.

심지어 무슨 책덕후인가 싶을 정도로 책상에 가득 쌓여 있는 백과사전들.

물론 생긴 건 지금과 다르게 웃음기가 하나도 없고 핏기가 하나도 없는 뱀파이어 같았다.

'무슨 마약이라도 했나.'

지금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심각한 다크서클에 볼도 움푹 파여 광대뼈가 도드라지고 몸도 전체적으로 말랐다.

그리고 고통을 참고 있는 건지 단체 사진을 찍을 때조차도 미간을 찌푸려 좀 신경질적인 인상.

워낙 폐인같이 망가져 기껏 잘생긴 외모가 다 죽는다고 해야 하나.

곧 설아가 주헌의 손을 살짝 잡아 끌었다.

여전히 예쁘긴 하지만, 역시나 어딘가 아파 보이는 인상이었다.

립스틱으로 어떻게든 혈색을 잡아 보려고 하지만, 그걸로도 창백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나머지 인물들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굉장히 즐겁고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런데 왜 내가 여기에.'

곧 화면은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에 나온 것은 권 회장과 대화하는 광경.

"죽여라. 왕급이던 네가 서주헌의 밑에서 지내는 것도 자존심 상하지 않느냐?"

"...그건!"

"서주헌을 내버려두면 너무 위험하다. 저놈은 보통 놈이 아니야. 지금은 충성하는 척하지만 날 죽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건 자신이 주헌을 배신했던 때의 일.

하지만 그 광경을 보면서 양 쳰은 공포에 떨었다.

이상했다. 틀림없이 이 광경은 앞으로 일어날 미래이건만.

어쩐지 이게 과거에 겪었던 일 같았다.

그렇게 몸이 반응했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이 살해당한 사진을 발동했을 때 그는 미치는 줄 알았다.

"이 배신자."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서주헌.

자신이 도살당하는 미래!

그건 유일하게 전생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 앞으로 그가 겪게 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였다.

결국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 유물 사용을 그만뒀다.

"헉... 허억. 허억!"

그런 양 쳰을 보며 진채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본 거 있어?"

"서주헌, 서주헌, 서주허어언...!"

쾅!

양 쳰은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공포에 질린 그는 충혈된 눈으로 손을 떨었다.

아주 약간 생각이 난 것 같았다.

서주헌, 단장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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