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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24화 (224/409)

224화. 기억에 우는 자 (1)

이거 봐! 이거 봐!

동아줄은 신이 나서 방수봉지에 담긴(?) 박스를 들고 왔다.

예상 밖의 물건에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구찌?"

방수봉지에 든 박스는 다름 아닌 구찌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선물이었던 것이다.

바로 주헌의 팬클럽(?)에서 보내준 예의 츄리닝이다.

물론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주헌은 희한하다는 얼굴로 박스를 살폈다.

크기를 보면 딱 셔츠 같은 의류품 정도의 크기인데.

'그런데 왜 이딴 박스가 화장실에서...'

이상해도 이상했다.

그리고 박스를 들고 씰룩이는 동아줄에게 손을 내미는 그 순간!

"아아아악! 왜 이게 저런데 있지!?"

유재하가 필사적인 몸놀림으로 박스를 강탈해갔다!

"!"

단원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빛의 속도로 박스를 낚아채간 유재하가 하하하 웃었다.

"어, 어어 신기해라! 이게 왜 화장실에 있을까!"

시선을 피하는 그 웃음이 참으로 어색했다.

물론 졸지에 박스를 빼앗긴 동아줄은 분노했다.

왜 빼앗아가! 왜 빼앗아가!

그리고 유재하에게 닥친 동아줄의 응징!

동아줄은 무서운 얼굴(?)로 두두두 유재하를 쫓아갔다.

온 몸에서 마늘과 쑥 냄새를 풍기고 달려오는 동아줄은 평소보다 공격력과 살상력이 치솟아 있었다.

내놔! 내놓으라고!

유재하는 졸지에 귀갑묶기를 당해버렸다.

결국 그 모습을 보며 사건의 정황을 알고 있는 설아가 이마를 짚었다.

'저 바보.'

안 그래도 그 츄리닝 박스를 어디에 숨겼나 했더니.

화장실을 개조(?)까지 해서 비밀창고를 만들어 놨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아는 기가 막힌다는 듯, 졸지에 호텔 화장실에 생긴 비밀금고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스파이 영화 뺨치는 기술력이었다.

나름대로 특정한 타일을 눌러야지만(?) 땅이 갈라지면서 자동으로 박스가 나오는 개념이라고 해야 하나.

음악까지 뾰로롱 나오고, 심지어 단장님 방어책인지(?) 오라 감지가 안 되는 방어벽까지 쳤다.

얼마나 잘 만들었으면 천하의 제갈공명 율리안 마저도 감탄을 할까.

"세상에 믿을 수 없어...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니...!"

물론 클로에는 관심이 없는지 패션 잡지책을 읽었고, 설아는 한숨을 쉬었다.

'거참 재능 낭비야, 재능 낭비.'

나중에는 루팡처럼 비밀통로까지 만들겠다 아주?

뭐 아무리 객기를 부려봐야 동아줄에게 딱 걸렸지만.

주헌은 동아줄에게 콱콱 졸리고 있는 유재하를 한심하게 보았다.

"그래서 이 츄리닝 뭔데?"

"제... 제 팬이 사준 거예요!"

"팬?"

미간을 찌푸린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한테도 팬 같은 게 있었냐?"

그 말에 움찔한 그가 외쳤다.

"시, 실례네요! 단장님은 몰라도 저한테는 팬이 생겼거든요?! 자, 작업실에서 입으라고 준거거든?! 완전 부럽죠?!"

동시에 유재하와 주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주헌의 맹수 같은 눈을 본 유재하는 지레 찔려 눈을 질끈 감았다.

주헌을 속이기엔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저, 사실은 단장님 그게..."

동시에 주헌이 비웃었다.

"안 뺏어."

"어, 네, 네?"

유재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나마나 유물이니 내가 가져갈까봐 그딴 재능 낭비까지 해가며 숨겨둔 모양인데."

"...?!"

"아무리 나라도 부하 유물까지는 안 뺏어."

유재하는 충격을 받았다.

거짓말.

지금까지 다 뺏어갔으면서!

그리고 이에 당황한 설아가 주헌에게 속삭였다.

"아니, 저기 단장님. 실은 저거...!"

"알아. 나한테 온 거 아냐?"

"?!"

설아는 놀랐다.

아니, 팬에 대해선 말도 안 했는데...

"설마 다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지. 아이린이 저런 촌스러운 디자인을 보낼 리가 없고. 가능성이 있다면 조지나 뭐 그런 쪽이겠지. 아니면 왕급한테 잘 보이려는 기업의 뇌물."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단장님. 그게 아니라...!"

"부러워서 저런 거 같은데 당분간 내버려 둬. 저러다 알아서 바칠 놈이야."

어쨌든 아무리 주헌이라고 해도 백수 츄리닝은 입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츄리닝 자체는 좋아하니 단지 색상이 마음에 안 드는 걸지도 모르지만.

"얼마나 가지고 싶으면 없는 팬까지 팔겠어."

단장은 측은한 시선으로 제 부하를 보았다.

"오히려 잘 됐지 뭐. 작업복이라고 했으니 계속 저거 입고 짱박혀서 일이나 하라고 해."

부려먹을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냐?

그 말에 설아는 감탄했다.

'역시 단장님.'

물론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유재하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단장님이 전혀 눈치 못 챘다.'

그러더니 심각한 얼굴로 츄리닝을 보았다.

'정말 내 팬이 보낸 거라고 생각 하셨다.'

그럼 자신이 입어도 되는 거 아닌가?!

합법적으로 입어도 된다는 소리잖아!

그 생각에 미친 순간 유재하는 팔짝 팔짝 뛰었다.

"만세! 내 거다! 내거라고!"

유재하는 눈을 반짝이며 얼른 츄리닝 져지를 먼저 집었다.

"단장님한테 이겼...!"

그런데 그럴 때였다.

띠링.

[재하오빠. 괜찮으시면 주헌 님께 전에 보내드린 츄리닝. 주헌 님이 입으신 거 몰래 인증사진 좀 부탁드려요♡]

유재하는 얼어붙었다.

동시에 그 메시지를 본 설아가 한심하게 유재하를 보았다.

"인증샷 보내달라는데?"

어쩔 거냐는 시선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주헌의 팬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그럴 때였다.

"?!"

유재하는 타이머를 맞추고 재빨리 뒤로 물러서 자신의 모습을 찍었다!

찰칵!

"?!"

그러더니 얼굴을 싹둑 잘라서 사사키에게 보내버렸다!

그리고...

[단장님 인증샷1.JPG]

[단장님 인증샷2.JPG]

[단장님 인증샷3.JPG]

[단장님 인증샷4.JPG]

[단장님 인증샷5.JPG]

...

[단장님 인증샷21.JPG]

엄청난 사진들을 사사키에게 투척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걸 본 설아는 기겁했다.

뭐지 이 패기는?!

당황한 설아가 재하를 붙잡았다.

"야! 너 단장님하고 핏이 전혀 다르잖아! 덩치랑 키도 다르고!"

흔히 말하는 쇼핑몰 모델 핏과 그걸 내가 입었을 때의 차이만큼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

그러나 유재하는 큭큭큭 사기꾼처럼 웃었다.

"괜찮아. 안 들킬 거야."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

한편 그 무렵.

[TKBM의 권태준 회장의 장남. 권성우. 살인사건 방조, 증거 은닉으로 체포. 징역 15년 선고.]

[TKBM 발굴단 스티븐 페터슨. 10명 살인, 유물을 사용한 특수범죄로 징역 150년 선고.]

[TKBM 부단장 양 쳰. 증거 은닉, 공갈 협박, 유물특수범죄, 아동유괴미수 혐의로 징역 10년 선고.]

"이건 도대체 뭐냐."

권 회장은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며 손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식의 일이다.

TKBM의 주주 아들이 살인죄로 들어간 건 둘째 치더라도 자신의 장남이!

"도대체 일처리를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거... 커헉!"

"회, 회장님!"

권 회장은 결국 뒷목을 잡고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 유물의 리스크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

그런 와중에 재산은 서주헌에게 넘어가지 않나, 아들이 형사처분을 받고 감방에 들어가지를 않나.

그뿐이 아니었다.

[TKBM 권태준 회장의 차남, 권성재. 루이14세 유물 남용으로 재산 탕진. 도박 혐의로 체포.]

[권태준 회장의 막내딸, 권주희. 인기왕의 스폰? 연인관계?]

[악질범죄에 공모, 체포.]

첫째뿐만 아니라 둘째와 셋째도 난리가 났던 것이다. 덕분에 권 회장은 휘청거렸다.

"아이고, 내 자식들이 내 자식들이 전부...!"

"회장님!"

"어,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변호사 시켜서 해결해!"

그 말에 부하들은 끙 땀을 흘렸다.

하필이면 전원 유물하고 관련 있는 죄를 지어서 쉽게 빼기는 힘들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래도 유물의 존재가 다수의 인간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보통의 범죄보다도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권 회장이지만, 권 회장은 지금 이성을 잃고 있었다.

사실 아들놈들이야 알 바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은 다르다.

'주희야.'

그럴 때 권 회장의 앞으로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그리고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 권 회장은 벌떡 일어났다.

[발신자 : 사랑하는 딸]

"주희, 주희야!"

권 회장은 황급히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도대체 뭘 본 건지 권 회장은 떡 입을 벌리고 말았다.

아니, 입을 벌리다 못해 아예 턱이 빠지고 말았다.

"회장님?"

"아으어아어."

"회, 회장님...?"

결국 파르르 떨던 권 회장이 입에서 불을 뿜어댔다.

"악! 당장 내 유물 가져와!"

"네?!"

"전쟁이다!"

까무러친 부하들이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회장님?!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전쟁이라니요!"

도대체 뭘 보고 이러나 싶어 직원들은 황급히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헉!"

부하들마저도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주헌 님 건들지 마! 나 주헌 님이랑 결혼할 거야!]

아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아니나 다를까, 권 회장의 지배력이 폭발했다.

"주희야아아!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쿵!

병실 안의 물건이 깨지고 제멋대로 날아다니고, 말도 아니었다.

"회장니임!"

결국 참다 못한 권 회장은 미친 듯이 침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에 부하들이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회, 회장님! 진정하세요!"

"따님이 보내신 게 아닐 겁니다! 수사를 받고 계실 텐데 이런 걸 어떻게..."

"그래요! 사칭입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딸바보 권 회장은 병실을 맨발로 뛰쳐나갔다.

***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 일이지?"

양 쳰은 자신을 만나러 온 여자를 쏘아보았다.

교도소를 찾아온 것은 뜻 밖에도 처음 보는 여자였다.

뭐, 그녀가 누구인지는 알지만.

'탐식왕.'

중국 정부를 품고 있는 교수 진채원이다.

총수의 유물을 사용하고 있는 전직 사황 진채원은 너무 그러지 말라며 웃었다.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온 거니까."

"나 말고 회장님을 만나는 게 훨씬 이득이 아닌가?"

"그건 그런데. 지금은 네 쪽이 서주헌하고 더 친밀할 것 같아서."

"?"

그게 뭔 개소리냐는 시선이었다.

진채원은 웃었다.

"운명왕한테서 들었지? 서주헌의 동료라는 거."

"!"

"그런데 운명왕이 너한테는 말하지 않은 모양이네. 사실 꿈에서 너도 봤었다네."

"!"

"즉, 너도 서주헌의 동료라는 거지."

"?!"

양 쳰은 황당하다는 듯이 보았다.

자신이 들은 건 분명 단을 포함해 세 명이었는데.

'한 명이 더 있었단 말인가.'

아니, 그것도 왜 자신이.

자신이 미쳐 돌아도 서주헌의 동료가 될 일은 없을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정확히는 미래의 일이라기보다는 과거 동료였던 걸 본 것뿐이겠지만.

그럴 때 진채원이 눈을 반짝였다.

"난 서주헌의 동료라는 게 굉장히 궁금하거든.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그러니까 너한테 관심이 생길 수밖에."

그건 주헌에게 굉장한 관심을 가지는 눈빛이었다.

마치 주헌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알고 싶어 하는 그런 시선이었다.

그리고 이놈이라면 서주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양 쳰은 미간을 좁혔다.

"...목적이 뭐지?"

진채원은 대답대신 뭔가를 보였다.

[멀린이 만들어낸 수상한 키메라] (A급 - 보물급/ 소모성 유물)]

그녀가 보인 물건은 단순한 폴라로이드 카메라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으면 즉석에서 사진이 뽑혀져 나오는 그런 종류.

하지만 양 쳰은 단번에 그게 유물이라는 걸 알았다.

'무슨 유물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양 쳰을 찰칵 찍었다.

"?!"

무슨 짓이냐고 따지려는 데, 진채원이 뽑아져 나오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양 쳰에게 보여주었다.

양 쳰은 황당했다.

"허, 날 찍어봐야 특별한 게 나오지도 않을... 아아악!"

그는 진채원이 내민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충격적인 것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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