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감옥 갈 놈 감옥 가고(2)
턱!
누군가가 양 쳰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깜짝 놀란 양 쳰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어머나, 많이도 숨겼네. 이게 다 얼마야?"
"그래봐야 1년도 못 버틸 액수로 보이지만요."
"?!"
양 쳰의 양옆에는 웬 여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한 명은 캣우먼이 떠오른다고 해야하나.
섹시한 올블랙 나시에 아찔한 핫팬츠 복장.
또 한 명은 하얀 원피스에 구두.
귀여운 빨간 모자.
심지어 둘은 숨이 막힐 정도로 예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양 쳰은 그 눈빛에 순간적으로 주저앉을 뻔했다. 물론 이 여자들의 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주헌의 여자들.'
그렇다.
눈앞에 있는 건 바로 아이린과 이설아.
보이는 걸로 속으면 절대 안 되는 괴물들이었다.
그 증거로 이 미인들의 뒤에 깔려 있는 흉흉한 군단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 자식 한 입 거리도 안 되겠는데?
잡아먹을까? 잡아먹을까?
민담에나 나올 것 같은 수백의 귀신들은 명령만 떨어지면 양 쳰을 물어뜯어 죽일 기세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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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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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멘탈이 탈탈 털릴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자, 이걸로 도주는 꿈도 못 꿀 거야. 뉴욕에 숨겨져 있던 TKBM 유물도, 비자금도 다 빼앗았으니까.]
주헌은 율리안의 상황정리에 쾌활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작전이 성공한 모양이었다.
놈들이 숨겨둔 유물과 비자금까지.
그야말로 숨겨둔 곳간을 탈탈 털어 낼 작전이.
애초에 놈들이 순순히 경찰서에 끌려갈 리 없다는 것도 알았고, 중간에 도주할 것이란 것도 알았다.
어떻게?
간단한 이야기다.
'TKBM 직원들은 모두 신체에 숨기고 다니는 유물이 있다.'
일명 위기탈출용으로, C급-B급 정도 된다고 보면 되나.
수색을 피할 수 있게끔 가공된 유물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자신들 역시 TKBM 단원이었을 때 치아(크라운형태)에 유물을 숨기고 다녔으니.
덕분에 놈들의 행동을 예측했다고 해야 하나.
'하려면 비자금에 유물까지 다 털어내야지.'
그래야 허튼 수를 쓰지 못할 것이었다.
어쨌거나 율리안은 경찰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며 협력하려 했지만 개무시 당했고(?) 그 말을 들은 주헌은 굳이 경찰과 협력할 이유는 없다고 해줬다.
주헌은 일부러 놈들이 도주하게끔 내버려뒀다.
그렇게 자기들의 곳간에 알아서 찾아가게끔.
뭐 결국 율리안의 충고를 무시한 경찰들은 혼이 났고, 주헌 일행 덕분에 도주범들을 잡았다며 FBI는 고마워하며 사과까지 했다.
[아무튼 서주헌. 다음부터는 좀 더 온화한 방법으로...]
또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려고 하자 주헌은 적당히 말을 잘랐다.
잔소리가 시작되면 한 시간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아, 됐고. 너 어디냐?"
[뭐? 범인들이 망가트린 시설물 복구!]
듣자하니 쭈그리고 앉아 망가진 우체통이니, 횡단보도니, 가로등이니 이것저것 고치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주헌은 실소를 흘렸다.
"니가 왜 그걸 해?"
[우리도 아주 관련이 없는 건 아니잖아. 눈에 보이는 것만 좀 손 보고 있어.]
'허, 이 바보 놈.'
이미 판도라가 도주범들을 잡아준 것에 고마워하며 뒤처리까지 책임져주기로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뭐 말해줄 의무는 없어서 주헌은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고생하는 건 자신이 아니니까.
그리고 주헌이 전화를 끊자 유재하가 눈을 반짝였다.
"진범들 다 잡혔대요? 다 깜빵에 쳐 넣었대?"
주헌이 킥 웃었다.
"그래. 양 쳰이랑 권 회장 장남 놈. 진범 스티븐까지 몽땅 집어넣었어."
유재하는 만세를 질렀다.
"키야, 참고인들 깜빵에서 아주 썩겠네, 썩겠어!"
그리고 그들의 말에 얼떨떨해 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단이다.
도대체 이건 다 무슨 소리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저, 저기... 일단 교도소로 돌아가 봐야."
아무래도 병원 밖에서 들려오는 경찰차 소리가 신경이 쓰였던 것이리라.
하지만 주헌이 웃음을 흘렸다.
뭐? 교도소로 돌아가?
"진짜 돌아갈 거야? 무죄로 판명났는데?"
"네, 네?"
주헌은 단에게 안겨 있는 다섯 살 수아를 보았다.
'흠, 예쁘게 생겼네.'
하얀 볼살, 똘망똘망하게 큰 눈, 영리하게 생긴 인상.
부리부리하게 생긴 아버지와는 다르게 상냥하고 붙임성 있어 보였다.
단지 병을 앓고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안쓰러울 정도로 삐쩍 마르긴 했지만.
그리고 사실 주헌이 수아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왜?
'우리가 단을 만났을 때쯤엔 이미 죽었었지.'
단은 특수작전을 시행하는 군이었다.
하지만 명예스럽지 못하게 군사재판을 받고 강제로 퇴역당했다.
상사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이유였다.
뭐, 충분히 난동을 부릴 만했을지도 몰랐다.
'하나뿐인 딸이 상사 때문에 희생 당했으니까.'
대치하던 중동 쪽 테러조직의 요구였다.
군부대 대장의 아이를 내놓으라는 요구였는데, 바로 왕급이던 상사의 명령으로 단의 딸이 보내진 것이다.
그것도 단 몰래.
그런데 주검으로 돌아온 딸을 보고 울부짖는 단에게 돌아온 말이 가관이었다.
'어차피 자네 딸은 시한부 목숨이었으니까 상관없었잖아! 그렇다고 내 아들을 보내? 어?'
단은 그 일을 못 본 척한 정부와 군 전체를 고소했지만 패소.
결국 딸을 데려갔던 중동 테러조직에 홀로 쳐들어가 박살을 내고 딸을 보냈던 관련자들도 모조리 처리했다.
그리고 투옥된 단 역시 스스로 죽으려고 했다.
그때 주헌이 막았다.
'오늘부터 네 목숨은 내가 산다.'
당시 군대 단위이던 중동 테러조직을 박살 내고 왔다는 괴인의 이야기에 권 회장이 흥미를 가진 것이다.
하지만 권 회장은 스카웃을 취소했다.
'됐으니까 포기하고 돌아와.'
단이 생각보다 다루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 탓이리라.
그러나 주헌은 무슨 생각인지 돌연 단을 사버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팀원으로 넣어버린 것이다.
'오늘부터 네 목숨은 내 거다. 그러니 못 죽어. 널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이제부터 내 맘이야.'
사형수를 사냥꾼으로서 고용했다고 해야 하나.
이유는 간단했다.
'살게 해서 딸의 원한은 풀게 해주고 싶었다.'
그대로 죽으면 억울하니까.
딸을 죽게 만든 놈들에게 최소환의 복수는 해주게 하고 싶었다. 단의 원수는 왕급 중에 있었으니까.
'뭐 결국 다 같이 죽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다르다.
'딸이 아직 살아 있다.'
수아는 주헌이 신기한 듯이 자꾸만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깜짝 놀라 아빠 뒤로 숨고.
물론 그걸 보고 유재하는 '어유, 이젠 어린 애까지 단장님만 좋아하냐!' 하고 가슴을 치며 억울해했지만.
그때였다.
"단장님."
병실에 클로에가 들어왔다.
주헌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수술은?"
"네. 임수아 양의 수술 날짜 잡혔습니다. 대금도 일시불로 다 처리했고요."
그 말에 단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네?"
그래서 그렇게 눈이 동그랗게 변해 주헌을 보는 것이리라.
"지금 뭐라고요?"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딸. 수술해야 산다며. 그래서 수술 날짜 잡았어. 왜?"
"...?!"
단은 깜짝 놀라 주저앉고 말았다.
"아빠?"
"당신 이제 감옥 안 가도 돼. 무죄인 것도 밝혀졌고, 딸도 살릴 수 있어."
"하, 하지만..."
"최고의 의사진을 모아 당신 딸을 적극 서포트하라고 지시했어. 왜, 안 돼?"
주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딸하고 행복하게 살아. 아무 걱정 없이."
너무 놀란 단은 당황해서 되물었다.
"저, 정말입니까? 정말 딸은 살 수 있는 겁니까?"
"못 믿겠으면 의사 만나고 오던가."
"수술 날짜는 일주일 뒤에요."
"왜 저한테 이런..."
"그냥. 네 딸 예뻐서."
"네, 네?"
주헌은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살 수 있는 목숨이면 사는 게 좋잖아."
"...!"
동시에 유재하가 핸드폰을 꺼내 여기저기에 뜬 기사들을 보여주었다.
"자자, 여기 여기. 아버님. 이거 보라니까."
도축당하기 싫었던(?) 유재하는 필사적으로 단장님의 행적을 자랑했다. 단은 무죄로 판명되었으며, 진범이 잡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단에 대한 기사 말미엔 딸의 수술에 들어가겠다는 병원장의 인터뷰도 있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고 또 확인하던 단의 눈에 물기가 고였다.
정말 딸이 수술을 받는 이야기가 있었다.
결국 무릎을 꿇은 그가 병원이 떠나가라 외쳤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땅에 박은 단은 울음을 터트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단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기쁜 날이었다.
자신이 일에만 몰두하고 무관심하다가 딸과 아내가 병에 걸린 줄도 몰랐었으니까.
병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남은 딸 하나.
그 뒤로 얼마나 괴로웠던가.
무죄가 되었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제 딸에게 미래가 생긴 게 더욱 기뻤다.
좀만 늦었어도 올해를 넘기지 못했을 텐데.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가진 것은 없지만 정말 이 은혜는... 죽어서라도 갚겠...!"
그 말에 주헌이 뭔 개소리냐는 듯 웃었다.
"뭐? 죽으면 곤란하지. 그리고 딸 수술비는 선금이라고 보면 되고."
"네, 네?"
주헌은 감동의 시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음흉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뭔가를 내밀었다.
쾅!
"?!"
척 봐도 수상해 보이는 서류.
주헌의 눈빛이 번득였다.
"됐으니까 지장부터 찍자?"
노예 계약서의 등장이었다.
***
"하 씨, 진짜 대단했다니까요? 훈련된 사냥꾼들을 그냥 다 때려잡았다니까? 유물 칼에 찔렸는데도 멀쩡했다니까? 나 무슨 인도코끼리인줄."
유재하의 호들갑에 단원들은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제 딴엔 믿을 수 없어서 침을 튀기고 있지만 글쎄.
'단이라면 당연하지.'
그도 그럴 법한 게 단은 아수라 유물을 다루는 능력자였으니까.
괜히 그 유물을 다룰 만큼의 적합력이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 율리안이 슬쩍 속삭였다.
파손된 기물을 살피다가 주헌의 신고로 졸지에 기물 파괴범으로 경찰에 끌려간 건 작은 해프닝이다.
"야. 그런데 단의 기억은 안 살릴 거야?"
자신들에게는 금방 유물을 썼으면서 어쩐 일이냐는 질문이었다.
"네가 바라는 건 그때 실력의 단 아니야?"
하지만 설아와 클로에는 주헌이 그 유물을 쓰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쓰기 싫으신 거겠지.'
유재하하고는 좀 다른 케이스일지도 몰랐다.
유재하는 기억을 되찾게 하면 골치 아프니까.
뭐 카피캣으로서 살던 때의 기억을 주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튼.
'자식을 잃은 슬픔을 다시 느끼게 하고 싶지 않으신 거겠지.'
자신들이 아는 주헌은 그러고도 남았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게 해야 그때의 아수라가 강림할 텐데.'
지금도 꽤나 실력이 있긴 하지만...
역시 전성기라는 게 있는 법이니.
실제로 주헌은 주머니 속에 있는 까마귀 유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
괜찮은 전용기를 구경하고 호텔에 돌아온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게 있어! 있어!
동아줄이 화장실에서 뭔가를 파내고 있었던 것이다.
"야, 너 거기서 뭐해!"
심지어 바닥 타일을 벗겨내고 바닥을 벅벅 파내고 있었다!
그래서 야단을 치려고 했는데, 뜻밖에 유재하가 끄아악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자, 잠깐 야!"
그도 그럴 법한 게...
이거 봐! 이거 봐!
동아줄은 신이 나서 방수봉지에 담긴(?) 박스를 들고 왔다.
예상 밖의 물건에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