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222화 (222/409)

222화. 감옥 갈 놈 감옥 가고(1)

"유물로 인하여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믿기 어려우나, 판도라가 보낸 감식 결과와 증언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피고인 임해진의 범죄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물에 의하여 범인은 참고인 스티븐 페터슨이 유력하다."

"하여, 참고인 스티븐 페터슨을 구속하고, 피고인 임해진을 석방."

...

"스티븐 페터슨은 피해자 리 뿐만 아니라 범죄행위를 은닉하기 위해 파티장에 있던 다수의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살해했다."

"또한, 스티븐 페터슨의 살인 행위를 목격하고도 범죄를 은폐하려고 한 참고인 권성우는 증거 인멸 및 도주할 우려가 있어 구속한다."

"더 나아가 공익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유물이 살인 누명을 씌우기 위해 사용된 점은 죄질이 몹시 나쁘다."

"이에 관련된 TKBM 전원을 수사하고, 판도라법에 의해 국제유물사법재판소의 수사를 받도록 한다."

아찔한 결과가 눈앞에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재판장에 울려 퍼지는 그 말에 방청석에 있던 TKBM 관련인들은 얼이 빠졌다.

아니, 그도 그럴 법한 게 자신들은 그냥 누명을 씌운 단의 확실한 처형을 구경하러 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뭐가 어째?

TKBM이 살인공모 혐의로 구속수사?!

심지어 참고인 신분으로 왔던 권성우와 스티븐이 난데없이 범인?

게다가 발굴단의 부단장인 양 쳰까지?

그들은 넋이 빠졌다.

아니, 이건 기가 막히다 못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까.

"이의 있습니다! 이 재판은 피고인 임해진의 재판이지, 저희와는 전혀 무관한 재판입니다!"

그 말에 판사는 가볍게 웃었다.

마치 이놈이 뭐라고 하느냐는 듯한 시선이었다.

"그러니 당신들은 다시 한 번 법정의 소환에 응해야죠? 이번엔 피고인 신분으로."

"그래야 제대로 된 형량을 내리지."

이런 미친.

그리고 그럴 때 도주를 염려했던 건지, 경찰들이 세 공범을 붙잡았다.

결국 저항하던 양 쳰이 충혈된 눈으로 단과 주헌을 쏘아보았다.

'혼자 죽을 것 같나.'

그는 서둘러 단을 가리켰다.

"판사님! 지금 저놈은 가짜입니다! 서주헌의 부하가 사형수를 빼돌렸다고요!"

그 말에 법정이 술렁거렸다.

사형수가 사라졌다는 건 탈옥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양 쳰이 비릿하게 웃었다.

"유물을 사용한 저희에게 죄가 있다면, 유물로 사형수를 빼돌린 저놈들에게도 죄가 있습니다!"

양 쳰은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저게 어딜 봐서 가짜입니까?"

"?"

"저토록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다니,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경찰들의 말에 양 쳰은 답답해졌다.

인간의 영역이 아니긴 뭐가 아냐!

저것들은 본 적이 없으니까 저러지!

"됐으니까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양 쳰은 포승줄에 묶인 채 앉아 있는 단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변호인 석의 율리안은 내심 당황했다. 양 쳰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이다.

유재하의 가짜 인간은 충격을 주면 탄로 나기 때문이다.

'이게 가짜란 게 밝혀지면 우리도 무사하진 못한다.'

율리안은 벌떡 일어섰다.

곧 경찰을 뿌리친 양 쳰이 단의 멱살을 붙잡았다.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봐! 뭐하는 거야!"

"어서 끌어내!"

그러나 양 쳰은 살벌하게 웃었다.

"딱 걸렸어!"

그가 단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때였다.

"?!"

얼굴을 쳤는데도 멀쩡했다. 심지어 피멍이 들다니?

왜 석고로 변하지 않지?

실제로 단은 크윽, 아픈 듯이 양 쳰을 쏘아보고 있었다.

'젠장, 이럴 리가 없는데.'

결국 양 쳰은 끼고 있던 장갑에 지배력을 실었다.

이걸로 안 되면 더 강한 충격을 주는 수밖에!

물론 법정은 난리가 났다.

"저놈이 무슨 짓을 하려고!"

"야, 잡아! 막으라고!"

이윽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쾅!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들은 기겁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단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얼굴뼈가 박살이 나서!

평상시라면 석고 잔해가 흩어져야 하건만, 외려 핏방울이 튀기자 양 쳰도 순간 적지 않게 당황했다. 법정은 난리가 났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피고인을 죽일 생각이에요?!"

"확실해요! 저놈이 범인입니다. 입막음을 하려는 거라고요!"

아오! 아니라고!

실제로 남들은 모르지만 주헌이 사람들 틈에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걸 확인한 양 쳰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으로 피를 토해냈다.

"판사님! 저건 가짜입니다! 가짜라고요!"

"웃기지마! 어딜 봐도 사람이잖아!"

"...!"

양 쳰은 억울해서 뭐라고 외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참조인들의 양팔에 무거운 수갑이 채워졌다.

***

"아, 어때요? 잘 넘어갔어요? 네네?"

한편 그 무렵.

다른 병원의 내부.

유재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주헌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재판장에 있는 가짜 단이 들키지 않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평소보다 더 공들였는데 안 들켰겠지?'

나름대로 극사실주의를 표방해 충격을 받아도 석고가 되는 게 아니라 피가 튀기게끔 연출했는데 말이다.

'그래봐야 눈속임이라 자세히 보면 확실히 들키니까 문제지만.'

그래서 똥줄을 태우고 있는데 주헌이 하하 웃었다.

[안 들켰어. 그건 그렇고. 단은?]

"어. 그 아저씨는..."

유재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단은 지금 다른 병원으로 옮긴 딸을 안고 펑펑 울고 있는 중이었다.

"다친 곳은 없어? 응? 괜찮니? 나쁜 아저씨들이 이상한 말 안했지?"

그러자 예쁜 딸은 유재하를 가리키며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저 아저씨가 자기랑 좋은 곳 가자고 했어! 뿅 갈 거라고 했쪄!"

그 순간, 유재하는 살의를 느꼈다.

그래서일까.

도축당하기 싫었던 그는 덜덜 떨면서 단을 보았다.

"저, 저, 저, 아버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좋은 곳이라 함은 상상하신 그런 곳이 아니라, 단순히 아버님이 계신 곳에 가자는 의미로... 결코 어린 아이에게 엄한 말을 한 기억은... 커헉!"

유재하는 뒷통수를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이젠 하다하다 애한테 수작을 걸었냐?"

"다, 단장님!"

뒤를 돌아보니 주헌이 있었다.

아무래도 법원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리라.

"재판 쪽은요?"

"문제없어."

곧 주헌을 본 단은 엉거주춤하게 일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대충 주헌이 율리안의 상관이라는 건 들었기 때문이다.

"저, 가... 감사합니다! 어디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죽기 전에라도 딸을 만나게 해주셔서..."

지금 단은 재판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유재하를 시켜서 빼돌렸으니까.

그에겐 그냥 주헌이 탈옥을 도와준 사람으로 보이겠지.

실제로 한밤중. 단이 투옥된 감옥에 쑤욱 들어온 주헌과 유재하가 제 분신을 남겨놓고 함께 빠져나온 것 뿐이니까.

자신이 무죄가 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사형당하기 전에 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부탁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동시에 그는 잘 알았다.

자신이 누명을 쓰고 처형당해야 TKBM이 딸의 수술비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이제 감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도와주신 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슬슬 감옥으로 돌아가 봐야..."

그 말에 유재하가 뭔 헛소리를 하느냐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주헌이 그런 그를 막으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

'젠장. 이대로는 안 돼.'

양 쳰. 권성우. 스티븐.

각각 다른 경찰차에 끌려가고 있는 세 명의 참고인. 아니 세 명의 용의자들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RI 건물 화장실에서 벌어졌던 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졌습니다.]

[진범은 충격적이게도 현재 윌가의 큰손 페터슨의 아들. 스티븐 페터슨으로...]

[그외에 범죄에 공모하고 유물로 증거를 위조한 TKBM 상무 권성우, TKBM 발굴단의 부단장 양 쳰 역시 구속 수사...]

[현재 이송중이며 TKBM에 대해서도 조사를...]

[판도라 조지 홀튼 의원은 유물로 사람의 기억을 조작한 행위는 인권을 유린하는 최악의 범죄행위로 판도라 법에 의거해...]

[이 일로 TKBM과 윌가를 향한 비난은 커질 것으로...]

여기저기에서 터져버린 이슈들.

그 소리에 그들은 이를 바르작 갈았다.

아니, 재판에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구경을 갔더니 이게 뭔 꼴이야!

하지만 그들은 입꼬리를 올렸다.

'등신들. 이대로 순순히 잡힐 것 같냐.'

결국 그들이 사고를 쳤다.

"씨팔!"

제일 먼저 사고를 친 것은 제일 앞 차에 타고 있던 진범 스티븐의 차였다!

쾅!

경찰차가 폭발하면서 도로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유물을 사용한 것이다.

비록 몸수색을 당해 유물 대부분을 빼앗겼지만, 비상용으로 숨겨둔 유물까지는 빼앗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TKBM 단원들이라면 모두 치아에 박아 넣은 폭발 유물이었다.

비록 1회용이더라도 도망치기엔 아주 충분했다.

쿠구궁!

"비상! 스, 스티븐 페터슨이 도망간다!"

졸지에 폭발에 휘말린 경찰들은 피를 흘리면서 찢어질 듯 소리를 질렀다.

"붙잡아! 붙잡으라고! 커헉...!"

"젠장, 무슨 일이야!"

하지만 사고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쾅! 쾅!

스티븐의 차에 이어 권성우와 양 쳰이 타고 있던 차 역시 똑같이 폭발한 것이다.

주변에 사람들은 없었지만 피투성이가 된 경찰들은 멀어져 가는 범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버, 범인이 도주했...!"

"참고인들이 도망갔다...! 어서 잡아! 어서...!"

"놈들이 유물을 써서 도망을...!"

도주에 성공한 그들은 하하 웃었다.

그래보여도 그들은 모두 유물을 가진 유물소지자들이다.

기껏해야 일반 경찰들의 추적에서 벗어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걸 눈치챈 건지 보고를 받은 경찰들도 다급해졌다.

"참고인들이 모두 도망쳤다!"

"긴급 수배를 내린다!"

"참고인들은 TKBM 발굴단 소속으로 모두 유물을 가지고 있다!"

"판도라 뉴욕지부에 지원 요청을 해라!"

결국 세 도주자들은 코웃음을 흘렸다.

왜?

"판도라 놈들이 오기 전에 이미 게임 끝이야!"

그리고 그들의 예상처럼 FBI들은 난처해했다.

"판도라에서 사람이 응원이 오기까지 최소 30분은 걸린다고 합니다!"

"뭐? 젠장, 30분이면 이미 늦어!"

곧 그들은 서주헌을 떠올렸다.

"참. 서주헌, 강탈왕이랑 책략왕이 있었잖아! 근처에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아, 이미 연락해서 부탁하긴 했는데 알아서 잡으라고 하던데요."

"뭐?!"

난데없는 말에 FBI는 황당해했지만, 뒤이어 나오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그러니까 자기들은 그딴 일이 관심 없다고 피의자... 아니, 임해진이 실려 간 병원에 갔어요! 볼일 끝났다고!"

"체포는 니들 몫이 아니냐며..."

"어유! 그럼 그렇지!"

그들은 뒷목을 잡았다.

기껏해야 강탈왕이라고 불리는 놈들한테 뭘 기대해!

"됐어! 우리도 그딴 놈 도움 필요없어!"

그리고 그 무렵.

빈 사무실로 들어온 양 쳰은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양 쳰의 핸드폰으로 부하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경찰 쪽을 도청해봤는데, 서주헌은 수사에 협조를 안 할 모양입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걔 목적은 임해진이거든."

그는 하하하 웃어댔다.

'그래, 서주헌. 계속 그러고 있어라.'

금방 되돌아가 복수해줄 테니까.

서주헌의 나머지 패들도 먼저 찾아서 없애버리리라.

'상무님과 스티븐도 숨겨진 유물들과 비자금을 찾으러 가셨겠지.'

사실 각 주요 도시에는 TKBM 발굴단이 숨겨둔 유물들과 비자금이 있었다.

언제 어디서 유물 뺏기가 벌어질지 모르니 예비 유물들을 대비 해둔 것이다.

'도주하려면 할 수 없이 가져가야지.'

그들은 법원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이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 상무님. 접니다. 유물과 돈은 챙기셨습니까? 네네, 저도 유물을 보충하러 왔습니다."

그는 타일 바닥을 툭툭 치다가, 뭔가 깨달은 듯 씨익 웃으며 타일 하나를 벗겨냈다.

그러자 안에 나온 것은 금고.

그 안에는 유물들과 현찰이 들었다.

'찾았다.'

이걸로 일단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은신을 하리라.

"네. 상무님. 그럼 항상 보던 곳에서 합류하는 걸로..."

그런데 이때였다.

[아악!]

통화 너머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 상무님?"

그뿐이 아니었다.

쾅!

스티븐이 도망쳤을 방향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곳에선 아주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쿠릉, 쿠르릉!

마른하늘에서 웬 날벼락이라고.

뉴욕 시내 한복판에 벼락이 사정없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쾅! 콰과광! 쾅!

"미, 미친."

저건 설마.

당황한 양 쳰이 서둘러 물건을 챙겨서 도망치려고 했다.

턱!

누군가가 양 쳰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