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화. 이의 있소! (4)
"어?"
"야, 이거 뭐야?"
뭔가 좀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야, 너 목에 있던 유물 어디갔어?"
"어? 진짜, 어디갔지?"
갑자기 그들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심지어 묘하게 주변에서 마늘향이 풍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병원인데도.
하지만 그들은 제 몸을 먼저 뒤지기 시작했다.
"야, 진짜 없어? 잘 찾아봐. 그게 어떤 건데!"
결국 제 몸을 살피던 놈이 다급하게 외쳤다.
"야! 이상해! 진짜 누가 훔쳐간 것 같아."
그 말에 동료들은 전부 비웃었다.
"등신아. 니가 바닥에 떨어트려놓고 뭔 지랄이야."
"아니, 진짜 안 떨어트렸다니까? 누가 가져갔다니까?"
"하씨, 시끄럽고! 찾아!"
"아씨 진짠데..."
그들은 당황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왜?
"너 행여나 그거 잃어버렸다는 소리 하지도 마라. 위에서 불호령 떨어지니까."
"하씨, 진짠데..."
"시끄럽고 잘 찾아봐. 바닥에 떨어트린 걸 수도 있어."
"알았..."
그러나 이때였다.
"어?"
또 사라졌다.
그들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가 쉬익하고 스쳐지나간 것 같더니, 또 다시 그들이 가진 유물이 사라진 것이다!
사내들은 눈이 돌아갔다.
"야, 미친. 너 유물 어디갔어!"
"몰라! 갑자기 사라졌어!"
그리고 그 말에 한 사내가 동료의 멱살을 잡았다.
"봐! 내 말이 맞잖아! 유물이 갑자기 사라졌잖아!"
"아, 아니...!"
젠장,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이 귀신이라도 찾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였다.
쉭쉭쉭!
또 다시 정체불명의 뭔가가 나타나 사내들의 몸을 들쑤시는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꺄악!"
사내들과 함께 있던 여자 발굴단원이 몸을 떨었다.
분명 뭔가가 자신의 치마에 쑤욱 손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자 단원은 제 뒤에 있던 동료를 보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꺄아아악!"
그러자 시선을 받은 동료가 억울한 듯 외쳤다.
"야, 아냐. 나 아니라고!"
"알아! 너 말고!"
"엥?"
여자단원은 동료의 뒤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단원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그들의 뒤에 있던 단의 딸이 문제였던 것이다!
"꺄아악! 저게 뭐야!"
비유하자면 처키 인형이라고 해야 하나.
흉터마냥 살이 쩍쩍 갈라지고 있는 5살 난 아이의 얼굴.
그뿐이 아니었다.
"흐, 흐어억!"
무의식중에 아이를 잡아 당겼던 사내는 기절초풍할 뻔했다.
순식간에 똑 하고 부러진 아이의 손!
어디 그뿐인가!
"꺄아아악!"
마치 에얼리언마냥 아이의 살을 뚫고 뭔가가 튀어나왔다!
"아아아악!"
"꺄아악! 저거, 저거 뭐냐고!"
"으아아아악! 의사 선생님! 선생니이임!"
눈앞에서 터져나온 피!
그리고 아이의 몸에서 기생충처럼 튀어나와 꿈틀거리고 있는 건...!
[$*&$%*!!]
내놔! 가진 거 다 내놓으라고!
동아줄은 사람들을 위협하듯이 크아앙 열심히 포효했다.
물론 그래봐야 눈을 반짝이는 밧줄에 불과했지만.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충격을 받은 단원들은 너무 놀라 울부짖었다.
뭐, 5살짜리 꼬마 아이의 몸이 쩍쩍 갈라지고 그 안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니 맨정신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그 그로테스크한 장면에 사람들은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흐악, 흐아아악!"
"미친, 저게 뭐냐고! 석고가 아니잖아!"
그리고 그 숨넘어가는 비명에 유재하가 캬캬캬 숨넘어갈 듯 웃어댔다.
"걸렸구나, 걸렸어! 하하하! 등신들!"
결국 동료들의 비명과 유재하의 비웃음에 사내들이 눈을 번득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유재하 저놈이 뭔 짓을 한 것이리라!
"뭐야, 야! 너 우리 동료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하지만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또 다시 들려오는 비명.
"크아아악!"
"엄마야, 살려줘!"
"으아아악! 나 죽어!"
아주 죽으려고 하는 목소리였다.
동아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옥에 떨어져도 저러지는 않으리라.
그래서일까.
유재하를 쫓던 동료들은 안절부절 못했고 유재하는 내심 찔린 듯 볼을 긁적였다.
밤새 클로에가 틀어놓은 그로테스크한 에일리언 영화가 떠올라 장난기가 돌긴 했는데...
"어... 극사실주의는 좀 심했나?"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사내들이 얼굴을 붉혔다.
"야! 우리 단원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너 크리스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병실에 있던 꼬마는!"
"하! 알게 뭐냐! 이 등신들아!"
유재하는 쥐새끼처럼 쪼르르 열심히 도망갔다.
물론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잡아! 잡으라고!"
"커헉!"
유재하의 만행에 열 받은 추격자들이 유물까지 써서 유재하를 덮친 것이다.
유재하는 순식간에 잡혀버렸다. 심지어 다리가 석화되어서!
"큭!"
"하! 잡았다 이놈!"
"이 미꾸라지 같은 자식! 오늘 네 인생 종 친 줄 알아라!"
"꼬마애는 어디에 있냐!"
"어디다가 숨겼어!"
그러자 사내놈들 다섯 명에게 깔린 유재하가 쌍욕을 날렸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유재하를 잡아끌었다.
다리가 석화된 유재하를 잡아끌고 가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놈을 당장 TKBM으로 끌고 가!"
그러나 그들은 아차 싶었는지 눈썹을 치켜떴다.
"그 전에 일단 이놈도 진짠지 아닌 지 확인해!"
"그래!"
사내들은 유재하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볼을 꼬집고 난리가 났다.
일단 유재하가 만들어낸 가짜라면 틀림없이 석고처럼 부서지는 게 정상!
강한 힘을 가하면 바로 들통나는 게 유재하의 가짜 인간이었다!
하지만 석고처럼 피부가 부서지기는 개뿔.
"아아악! 야! 아파! 이것들아! 아프다고!"
때리고 꼬집고 별짓을 다 해도 유재하의 모습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까지 확인한 사내들이 눈을 번득였다.
'아무런 변화도 없다.'
그렇다는 건...!
'진짜라는 이야기다.
그들은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이대로 끌고 가!"
제 아무리 왕급이라고 하더라도 유재하는 아이린이나 서주헌과는 다르다.
파산왕은 걸어 다니는 재앙, 서주헌은 현대의 사탄... 아니, 걸어 다니는 강탈꾼이지만 유재하는 그냥 도망치는 재주 밖에 없는 호구왕일뿐!
무서울 건 없었다.
"일단 석화 풀리기 전에 다리 하나라도 부러트려!"
그들이 유재하를 잡아 누르며 망치 형태의 유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리를 향해 떨어지는 망치 유물!
그런데 그때였다.
뻐억!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그들이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그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뭐라고?! 딸이 사라졌다고? 에일리언처럼 폭발했어?"
한편 양 쳰은 병원에서 날아온 소식에 쌍욕을 날렸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재판.
다만 10분간의 휴정을 틈타서 부하들에게 행동을 지시하고 있던 양 쳰이었다.
조용히, 은밀하게 부하들을 시켜 단의 딸을 빼돌리도록!
바로 인질로 잡아 우위를 잡기 위해!
'딸을 잡아서 저주 유물이라도 쓴다.'
그걸로 서주헌과 딜이라도 해볼 생각이었다.
일단 TKBM의 VIP가 살인자가 되어도 곤란했고, 더욱이 TKBM이 살인을 덮으려고 했다는 것이 들키면 엄청나게 곤란했으니까.
그런데 뭐가 어째?
그 개 같은 호구왕이 나타났다고?
통화죽인 양 쳰은 파르르 손을 떨었다.
그러더니 그는 입구에서 생수를 마시고 있는 주헌을 쏘아보았다.
기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꼴이 같잖았다.
'서주헌. 그새 병원의 위치까지 파악한 거냐.'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서주헌 발굴단의 전력은 다 여기에 있다.'
가장 유물을 잘 다루는 서주헌도, 번개발전소 율리안도, 귀신 다루는 설아도.
모두 이곳에 있었다.
그 외의 멤버는 사실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
그래봐야 전투원도 아니니까.
'병원에 있는 호구 하나 쯤이야.'
양 쳰은 같잖다는 듯 웃었다.
듣기론 치유 유물을 쓰는 여자도 영입한 것 같지만, 역시나 범위 외.
'지금 병원에 가 있는 놈들은 전부 훈련받은 놈들이다.'
죄다 사람을 잡고 죽이는데 특화된 전문 사냥꾼들이라고 보면 되었다.
보아하니 자신들을 얕봤던가, 다른 쪽이 더 급해서 호구왕만 슬쩍 병원에 보낸 것 같은데.
'병신. 그게 네놈의 실수다.'
그래서일까.
양 쳰은 전화 속 부하에게 지시했다.
"됐으니까 그딴 별 볼일 없는 새끼 빨리 처리하고 딸 쪽을...!"
그런데 이때였다.
[아악!]
통화중이던 부하가 끔찍한 비명을 지른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에 얻어맞고 핸드폰을 떨어트린 것 같았다.
양 쳰은 당황스러웠다.
"이봐, 왜 그래! 야! 무슨 일이야!"
그러나 핸드폰이 끊겼다.
양 쳰은 당황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아예 꺼져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방금 전만 해도 유재하를 잡았다는 놈이!
그는 아직 재판장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단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빨리 딸을 찾아서 처리해야 하는데!'
그리고 같은 시각.
"커, 커허억!"
유재하를 잡으려고 했던 사내들은 피를 토하며 고꾸라져 있었다.
"이, 이자식이...!"
그리고 주저앉아 있는 유재하는 입을 떡 벌렸다.
"와, 대박."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 때문이었다.
제 눈앞에는 쫓아오던 추격자들은 이를 갈면서 괴로워했다.
순식간에 뼈가 나가고, 관절이 돌아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빌어먹을, 저놈이!"
심지어 전부 무덤에서 날아다니는 전문 사냥꾼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에 나가떨어지다니!
'유물을 쓴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적들은 쌍욕을 했다.
그건 당연했다.
"이 자식이 어떻게 여기에...!"
"재판장에 있어야 할 놈이 왜!"
동시에 유재하는 존경스럽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렇다.
유재하의 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단이었던 것이다.
지금 재판장에 있어야 할 바로 그놈이!
그리고 그 사실에 핏대가 선 놈들이 피를 토하듯이 윽박을 질렀다.
"그러니까 니가 왜 여기에 있냐고!"
"사형수가 왜 여깄냐고!"
"누가 저놈을 꺼내온 거야!"
꺼내오긴 누가 꺼내와.
"나다 왜! 불만 있냐!"
"유재하, 저 자식이!"
사내들이 이를 갈자 단은 이쪽에 집중하라며 놈들의 멱살을 잡았다.
"아직 내 말 끝나지 않았다."
"?!"
정육점 주인답게 놈들을 하나하나 부위별로 도축할 것 같은 시선.
그걸 보며 유재하는 내심 겁에 질려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니 자신은 '이놈들이 딸을 납치하려고 해요!' 라고 말해줬을 뿐인데...
"내 딸은 어디에 있어!"
딸바보 아버지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이쯤 되자 적들은 미치고 팔짝 뛸 판이었다.
이 녀석이 여기 있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젠장, 왜 유물이 안 먹혀?!'
유물이 안 먹혔다.
무슨 무쇠로 만든 몸뚱이인 건지, 분명 저주가 담긴 칼을 몸에 때려 박았는데도 전혀 들어먹지를 않았던 것이다! 보통이라면 공룡이라도 단 몇 초 안에 정신을 잃고 쓰러질 무기인데!
'이거 인간이야, 짐승이야?!'
결국 참다못한 그들이 유재하를 협박했다.
"야! 호구왕! 이 사실이 알려지면 사형수를 풀어줬다고 너도 끌려가! 병신아!"
"알았으면 빨리 이놈 설득 좀... 아아악!"
"내 딸 어딨냐고! 새끼들아! 사람 말이 말 같지가 않냐?!"
그 상황에 유재하만 캬캬캬 웃어댔다.
딸을 어디에 숨겼는지는 이놈들을 처리할 때까진 당분간 말하지 말자. 그리고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같은 시간.
'뭐야, 이게 다...!'
사형수가 지금 병원에 있다고?
'그럼 저건 뭔데!'
율리안이 지금 변호하고 있는 저놈은?
양 쳰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렇다는 건 이미 딸을 빼돌렸다는 거다.'
그쯤 되자 양 쳰은 화를 내면서 벽을 뻑 걷어찼다.
쾅!
하물며 조작 증거를 가져온 판도라 감식부도 이딴 말이나 지껄이고.
[네? 왜 감식을 했냐고요?!]
[무슨 소리세요! 치프께서 양 쳰씨가 직접 오셔서 의뢰를 하셨다고 했는데!]
[뒤처리를 꼼꼼하게 하고 싶으니 조작된 흔적을 달라고! 그걸 보고 티끌 하나 흘리는 것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겠다고!]
[당일에 다 처리했습니다.]
그걸 보고 양 쳰은 뒷목을 붙잡았다.
누가 자신의 얼굴로 판도라를 찾아 갔는지는 물을 것도 없었다.
'젠장, 호구와아아앙!'
이 루팡 같은 새끼!
그리고 무엇보다 더 열 받는 건 이 일을 총괄했을 주모자.
'서주헌, 저 개새끼이이!'
열 받은 양 쳰이 주헌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휴식시간이 끝났습니다. 재판을 다시 시작합니다."
"배심원의 결과도 나왔습니다!"
벼락 같은 소환명령.
양 쳰은 새하얗게 질렸고, 주헌은 그런 그를 보며 얄밉게 웃었다.
"어이쿠, 이제 재판 결과 나오시겠네?"
양 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저 자식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