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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18화 (218/409)

218화. 이의 있소! (1)

"단장님?"

설아는 의아하게 주헌을 보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주헌의 사소한 표정 변화를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주헌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단을 찾았다는 메시지에 설아도 깜짝 놀랐다.

"단? 정말요?! 정말 찾았대요?"

"그런가보지."

뭐든 확실한 율리안이 가져온 정보이니 거짓일 가능성은 적었다.

'용케도 찾았네.'

주헌도 사람을 시켜 조사했지만 상당히 찾기 어려웠는데 말이다.

어떻게 찾아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헌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율리안은 곧장 받았다.

[어, 단장.]

"어디에 있는데?"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내는 주헌의 태도에 율리안이 허탈하게 웃었다.

[내가 어떻게 찾았는지는 안 궁금해?]

"니 방식은 관심 없고."

[허, 아무튼 교도소야.]

"교도소?"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한편, 유재하가 설아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야야, 단이 누군데? 변호사...는 있고, 이번엔 뭐, 회계사? 아니면 쭉빵 미녀?"

그 말에 설아가 황당하게 보다가 한마디 했다.

"사냥꾼."

"아! 그래! 사냥꾼이 있었... 엥?! 설마 권 회장이 데리고 있던 그런 엿 같은 놈들?!"

발굴단에 하나씩은 꼭 있는 전투원 포지션.

하지만 정작 노인의 모습으로 떨어졌다가 그 빌어먹을 놈들에게 뒤질 뻔했던 유재하는 파르르 떨었다.

"도대체 왜, 왜 그런 무서운 사람을?"

"왜긴 왜야! 앞으로 무덤에서 뺏기 경쟁이 더 치열해질 텐데!"

그는 굉장히 강했다.

당시 전투 유물들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도 전설 같은 존재.

온갖 전투 전문 유물들을 천재적으로 다루었던 그는 역시나 왕급이 되기 충분했다.

주헌이 발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간병기 급이라고 해야 하나.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아수라 같은 놈이라며 다들 공포에 떨었다.

"발굴단에 사냥꾼은 사실 필수야!"

하지만 유재하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사냥꾼도 사냥꾼이지만 교도소라며! 그럼 범죄자잖아! 이제 하다하다 단장님, 교도소에서 찍신이 내리셨어?!"

"뭐? 찍신?"

"그래!"

그로서는 참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왜?

주헌이 단원들을 찾는 걸 보면 참 희한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사람들. 심지어 주헌이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

그럼에도 척척 데리고 오는 애들마다 기겁할 정도로 능력들이 좋으니 원.

"찍신이 아니면 어떻게 사람이 그래!"

그뿐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렇게 데려온 사람들, 나만 빼고 다들 완전 소울메이트고! 뭐 소꿉친구라기라도 했어? 어? 나만 소외당하는 거 몰라?!"

소외는 무슨.

맨날 회식하면 무슨 십년지기 친구마냥 잘 어울리고 있으면서.

그러나 유재하는 빼액 화를 냈다.

"나도 비밀이야기 듣고 싶다고! 니들끼리 무슨 공통된 기억 가진 거 맞지!"

설아는 다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하면 알려줄게. 기억인가 뭔가."

유재하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땡큐! 단장님은 아무리 해도 안 알려주려 하던데!"

뭐, 그건 그럴 것이다. 자신들한테도 귀찮으니까 말해주지 말라고 했으니.

"설아 넌 천사야!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 제일 예쁜 거 같아. 아니, 이건 진짜 예쁘긴 하지만 아무튼 복 받을 거야!"

그러나 설아는 재하의 어깨를 탁 붙잡았다.

"그 전에 먼저 말해둘 게 있는데."

"응?"

설아는 사기꾼 도인 마냥 웃었다.

"전생을 믿으십니까?"

"..."

유재하의 썩어가는 얼굴이 가관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냐?"

통화를 하던 주헌이 목소리를 높였다.

***

한편 그 무렵.

아이린은 심각한 표정의 율리안과 클로에를 빤히 보았다.

아니, 양 쳰을 따라서 수상한 교도소에 온 건 좋았다.

그런데...

"저, 양 쳰 씨랑 예전에 무슨 일이라도...?"

양 쳰을 뒤쫓아 온 둘의 표정이 너무나도 무서웠던 것이다.

율리안이나 클로에나 꽤나 이성적인 타입인 만큼 이 정도로 살의를 얼굴에 드러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곧 아이린의 말에 클로에가 드물게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예우를 갖춰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놈한테는."

아이린은 움찔했다.

사실 율리안과 클로에는 양 쳰을 뒤쫓아 오면서 몇 번이나 참을 인을 삼켰는지 모른다.

'권 회장의 졸개 같으니.'

양 쳰.

그는 도굴단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놈이었다.

총 10개의 팀으로 이루어져 있던 TKBM 공식 발굴단.

그중 1팀이자 TKBM 발굴단 전체의 부단장이었던 그는 공식 발굴단으로 쳐주지도 않는 11팀, 그러니까 자신들의 도굴단에 들어왔다.

뭐, 좌천으로 보는 시선도 많았지만.

아폴론 유물을 손에 넣고 왕급까지 올라갔던 그가 아니었나.

하지만 그는 유물을 남용하다가 리스크 탓에 C급 이상의 유물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몸이 망가진 것이다.

'순식간에 왕급에서 견습급(하급)인 삼류 유물사용자로 몰락했었지.'

그리고 그런 그가 새롭게 발령 받은 곳이 자신의 도굴단.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무덤에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양 쳰은 그저 서포터.

단원들의 교신을 맡는 연락꾼 겸 물자보급 담당자.

그러니 그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비유하자면 손이 망가진 수석 음악가나 수석 외과의사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주헌도 꽤나 신경 써서 양 쳰을 치료해주려 했고.

'그리고 단장님 덕분에 다시 A급 유물까지 쓸 수 있게 되었으면서...!'

클로에는 교도소 쪽으로 들어가며 쯧, 혀를 찼다.

어쨌든 그는 도굴단 멤버들하고도 3년 동안 가족처럼 서로 도우며 잘 지냈다.

무엇보다 괴짜 주헌하고도 형 동생처럼 꽤 말이 잘 통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놈은 자신들을 배신했다.

최강의 발굴꾼 단장 서주헌.

최강의 분석가 율리안.

최강의 복원사 유재하.

최강의 길잡이 이설아.

최강의 사냥꾼 단.

최고의 힐러 클로에.

최고의 사후처리반 한 명.

이렇게 무덤 메인 멤버 7명.

게다가 최고의 능력을 가진 두 명의 서포터들.

양 쳰을 뺀 서포터 두 명까지 모두 사라졌다.

뭐 유재하야 양 쳰, 아니 정확히는 권 회장이 빼돌렸지만, 어쨌든 그날 도굴단의 존재는 세상에서 강제로 지워졌다.

그러니 이가 갈릴 수밖에.

'단장의 눈에서 피눈물을 쏟게 하다니.'

'그러면서 또 뭘 하려고.'

"저, 클로에 씨?"

"아, 걱정 마세요. 아무 일도 아니니까."

주헌의 마음과 계획은 대충 알 것도 같았다.

아마 모든 단원들을 찾고 가장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이 지금 그의 목표.

'그 일을 돕는다.'

'지금의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그래서일까.

양 쳰이 왜 이곳에 왔는지, 그들은 귀신 같은 눈으로 파악하려 했다.

그리고 아이린이 매수한 교도관과 만난 순간.

"단?!"

그들은 교도관이 내미는 죄수의 사진을 보며 까무러치고 말았다.

30대 중반으로 탄력 있는 근육질 몸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부리부리하게 생긴 동양인.

거기에 자신의 동료가 있었던 것이다.

'양 쳰이 단을 어떻게 알았지.'

어쨌거나 그렇게 율리안은 주헌에게 연락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단이 사형수라고?"

주헌은 율리안이 전한 이야기에 미간을 좁혔다.

'그러니까 못 찾았지.'

아무리 그래도 교도소까지 정보력이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왜?

'아직은 딱히 그럴 시기가...'

그때 주헌이 뭔가를 깨달은 듯 재빨리 물었다.

"딸은?"

[뭐?]

"그 녀석 딸. 수아."

[!]

뭔가 깨달은 율리안이 기다리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

"잘 지냈어? 살인마."

그를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나 다름 없는 양 쳰이 가늘게 웃었다.

눈앞에는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평범한 정육점 주인일 터였다. 다섯 살 딸을 키우는 평범한 아빠.

그러나.

'이놈이 서주헌의 동료가 된다는 거지.'

지금의 양 쳰에겐 눈엣가시일 뿐.

그래서일까.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모르진 않겠지?"

그는 단을 처리하러 온 것이었다.

운명왕의 말에 따르면 단은 서주헌의 큰 힘이 될 테니까.

그럼 하나씩 패들을 없애버리면 자신에겐 득이겠지.

'이놈은 살인 누명을 쓴 것뿐이다.'

TKBM 발굴단 단원 중 하나가 권 회장의 장남과 함께 사고를 쳤다던가.

'술 먹고 싸우다가 민간인을 죽인 것 같은데...'

심지어 여러 사람이 휘말려 사상자수가 꽤 나왔다.

그리고 때마침 잠깐 잃어버린 딸을 찾으러 단이 왔고.

물론, 단이 진짜 살인마가 아니란 건 양 쳰이 제일 잘 알았다.

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본인이었으니까.

유물로 사람들의 기억과 CCTV를 조작했다.

단은 무죄라고 주장했지만, 변호사를 고용하지도 못한 그는 너무 불리했다.

판사도 증거가 없는 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범인을 뒤바꾸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

진범인 단원은 해외로 도주시켰다.

목격자들도 확실히 입막음했다.

죽은 사람은 말을 못 한다지.

덕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경찰조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불안해서 원.'

냄새를 맡은 FBI가 눈에 불을 켜고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

하루라도 편해지기 위해선 단을 진범으로 확정시키는 일뿐.

"그러니까 전 아닙니다."

단은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진범을 똑똑히 목격한 자신이 아닌가.

하지만 양 쳰과 함께 온 거래처 파트너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아, 이 사람이 세상사는 법을 모르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당신이 죽인 우리 회장님. 결국 어제 돌아가셨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국선 변호사니, 항소니 뭐니 드립치지 말고 적당히 자백해라."

"전 죽인 적 없습니다. 정말로요!"

"증거가 있잖아. 증거가. 네가 우리 VIP를 죽였다는 증거가 CCTV에 남아 있잖아!"

단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딴 거 자신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그 날은 고기를 납품하러 들어갔을 뿐.

그리고 함께 데리고 온 딸을 찾으러 갔다가 살인현장을 목격했을 뿐.

그럴 때였다.

양 쳰이 영리하게 눈을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당신. 딸이 있었지."

"!"

딸의 이야기에 단의 눈빛이 변했다.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 병을 가졌다며? 그런데 듣자 하니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고 있다며."

그 말에 단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걸 보며 양 쳰은 기다렸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네가 죄를 인정하면 딸은 살려줄게. TKBM이 수술비를 주도록 하지."

"!"

그의 눈이 번득였다.

처음에는 워낙 감춰져 있어서 몰랐는데, 역시 단을 보면 볼수록 확실해졌다.

'이 자식, 상당한 지배력과 적합력을 가졌다.'

본인은 전혀 유물에 대해 모르고 관심도 없는 삶을 사는 듯 했지만.

그러나 분명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되면 골치 아플 수준.

더더욱 서주헌의 손에 넘어간다면...

'서주헌에게 이 이상 힘을 키워줄 수 없다.'

그렇다면 서주헌과 만나기 전에 일찌감치 싹을 잘라버리는 수밖에.

양 쳰은 비릿하게 웃었다.

옆방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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