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왕관을 노리는 자(4)
"꺄아아아! 타오 오빠!"
엄청난 함성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수많은 팬들이 모인 그곳은 세계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꿈의 구장, 웸블리 스타디움.
영국 축구의 성지이자 유명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엠블리에서는 인기왕을 찾는 소리로 가득했다.
"오빠아아아! 날 가져요!"
"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무대 뒤에서 그 함정 소리를 듣던 타오는 히죽거렸다.
'만석이군.'
그렇다.
인기왕답게 8만 석을 가볍게 매진시킨 그는 서주헌을 박살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어떻게?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최면을 건다.'
바로 서주헌에 대한 악감정을 싣고, 그를 괴롭히라는 최면을.
물론 괴롭힌다고 해서 단순한 괴롭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블랙컨슈머 짓부터 시작해서 몰래 카메라, 시위, 더 나아가 황산테러에 살인까지.
일종의 사생팬의 짓을 시키는 것이다.
'서주헌도 일반인들은 공격하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8만이나 되는 숫자를 어떻게 감당할 건데?
그렇게 타오가 최면 유물을 발동시키며 무대에 오르려는 때였다.
"타오 씨!"
타오와 친한 스탭이 급하게 그를 찾았다.
평범한 스탭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유물과 관련된 타오의 측근이었다.
하물며 그 표정이 꽤나 심상치 않아 타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저기, 실은 공연장에서 로열패밀리를 봤다는 정보를...!"
"그래? 근데 왜? 좋은 거잖아."
"아니... 그게 잠시만요! 무대장치 세워요!"
"?"
그리고 음악이 나갔는데 타오가 나오지 않자 관객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우리 오빠 내놔아아!"
그 함성에 타오도 화를 냈다.
"갑자기 뭔데 이래! 공연 시작했잖아! 그리고 내 유물은 집중력이 생명인 거 몰라?!"
"아니, 로열패밀리가 왔을지도 모른다니까요?!"
"그게 왜!"
"왜라니요! 아무리 그래도 댁 공연에 로열패밀리가 7명이나 오는 건 이상하잖아요!"
타오는 거품을 물었다.
"뭐가 어째? 야! 내 공연에는 공주가 오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냐! 니들 죽을래!"
"아니, 그게 아니라!"
스탭이 답답한 듯 외쳤다.
"오늘 온 공주 중에는 서주헌 팬도 있습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정보가 새나갔을지도!"
"뭐야?!"
"혹시 모르니 서주헌 관련 계획은 없던 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대표님의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판도라의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고요."
그 말에 타오가 버럭 화를 냈다.
"돌았어?! 이런 공연을 또 언제 할 수 있다고! 8만 명이 모이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무엇보다 권주희를 이용해 자신의 유물을 성장 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타오가 거칠게 항의했다.
"난 이미 예정되었던 콘서트를 하는 것뿐이고, 바로 오늘 아침 서주헌 말살 계획을 추가했을 뿐이야. 그런데 정보가 새어나가긴 어떻게 새어나간다고 그래!"
"혹시 모르잖아요! 공주 중 몇 명은 왕급 후보였습니다! 당연히 주의해야죠!"
"너 바보야? 걔들은 후보로만 올라갔지, 왕급은 못 됐잖아! 판도라 잘 보이려고 후보에 올려준 것뿐이라고!"
"...!"
하여간 왕급에도 못 오른 왕실 기집애들 왔다고 덜덜 떠는 꼴이라니.
그래서 일까.
"계획은 계속 진행한다!"
"타오 씨!"
"꺼져! 그리고 진짜 걔네 오긴 온 거야? 확실해?"
"아, 아니 그건..."
"확실한 거 아니면 꺼져! 그리고 차라리 그 로열패밀리가 서주헌을 버리고 타오를 응원하러 왔다고 생각하면 안 돼?"
"잠...!"
"그래봐야 팬들은 먹이 좀 던져주면 다 헬렐레하는 것들이야. 가수 좋다고 따라다니는 것들은 질 떨어진다고. 그러니까 유물을 가진 로열패밀리도 딱히 두려워할 거 없다는 거지."
그 말에 스탭은 혀를 찼다.
"어유, 괜찮겠지 머. 진짜 로열패밀리가 오면 이미 경호원들로 난리가 났을 테니까."
곧 타오가 무대 위에 나타나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꺄아아아! 오빠아아!"
그 반응에 타오는 입꼬리를 올렸다.
'계획을 시작한다. 로열패밀리가 알게 뭐냐.'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우리 귀염둥이들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는데! 들어줄 거지!"
"네에에에에!"
곧 타오가 유물을 발동했다. 그리고 VIP석에 앉은 권 회장의 막내딸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증폭의 유물을 쓸 차례다.'
그러면 이 수많은 사람들을 치밀하게 세뇌하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발동된 증폭의 유물.
그게 발동하는 걸 확인한 타오가 세뇌의 목소리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사실 얼마 전에 내가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는데. 그 상대방이 서주헌..."
그런데 그 순간!
"으읍!"
유물을 발동하던 권 회장의 막내딸이 갑자기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하고 말았다.
권주희는 뒤에서 자신을 낚아채는 사태에 당황했다.
"꺄악! 니들 뭐야! 으, 으읍!"
권 회장의 딸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정체모를 남자들.
그뿐이 아니었다.
그들은 무대에 난입하는 영국 군인들을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마치 특수작전을 방불케 하는 몸놀림!
"유물 테러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위험하니 물러서 주세요."
"꺄악, 뭐야! 뭐야!"
"구, 군인?! 왜!"
권 회장의 딸과 타오는 영문도 모르고 잡혀야만 했다.
군인들이 왜 여기에 있어!
설마 진짜로 로열패밀리인가 뭐시기가 왔나!
실제로 곳곳에 공주들이 앉아 있었다.
물론 그걸 보고 가만히 있을 이들도 아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모인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타오와 권 회장의 딸이 유물을 발동하려는 그 순간.
'!'
어디서 그딴 걸 들이대냐는 듯, 어딘가에서 강력한 유물의 힘이 발동되었다.
번쩍!
발동된 유물은 각종 여자 영웅전설급 유물들!
잔다르크, 논개, 서태후 같은 상당히 막강한 유물들이 눈을 번득였다.
[#$**]
자! 나를 따르라!
잔다르크 유물이 힘을 발휘하자 군중들이 술렁거리면서 빠져들기 시작했다.
잔다르크 유물은 대표적인 군중 지배 능력을 보유한 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꺄아아아 언니!"
팬들이 순식간에 타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타오는 이를 갈았다.
'젠장, 이러면 내 유물의 효력이!'
저 망할 공주들이!
어디 그뿐인가.
서태후 유물은 보디가드들을 제압했고, 여왕의 기사단들이 나타나 공주들을 호위했다.
심지어 한 명도 아니고 무려 S급 유물을 가진 7명이 힘을 합치니, 왕급이라도 당해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그 중에는 왕급에 비견되는 강력한 지배력도 있어서 타오와 권주희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뭐, 뭐야! 왜 공주들이 이런 힘을! 쟤들 왕급도 못 된 애들이라며!"
그 말에 그녀를 붙잡고 있던 평범한 중년 남성이 커흠, 기침을 했다.
'왕급도 못 된 애들은 무슨.'
공주들 중 몇몇은 확실히 왕급 초청을 받았으나 되지 못했다.
왜?
'꺄아, 부끄러워서 감히 주헌 님과 같은 곳에 설 수 없어요!'
'맞아요! 어찌 감히 주헌 님과 같은 자리에!'
'게다가 다른 팬들을 버리고 저희들만 주헌 님과 함께 할 수는 없답니다! 꺄아아아!'
분명 그딴 말을 했던가.
하지만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었던 그는 닥치고 따라오는 듯 권주희를 끌고 갔다.
"광역 유물테러용의자로 체포한다."
그 말에 권주희가 자신을 붙잡은 터틀넥의 남자를 보고 화를 냈다.
"뭐가 유물테러용의자야! 애초에 아저씨 누군데 이래요!"
누구긴 누구야.
'영국 육군 대장이다.'
젠장, 오늘은 휴가인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공주님, 확보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연락을 받은 관객석의 영국공주가 눈을 반짝였다.
"확보했다네요."
그 말에 옆에 있던 다른 공주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어머! 다행이네요."
"세뇌 유물이 발동 안 해서 다행이에요."
"세상에 주헌 님을 팔아서 이 많은 사람들을 이용하려고 하다니."
그리고 한편, 그녀들을 보면서 휴가인데도 끌려 나온 해군 대장에 공군 대장들이 땀을 뻘뻘 흘렸다.
"저, 공주님. 이렇게 사적으로 군을 푸시면..."
"무슨 소리입니까. 수상께서도 분명 아시는 일입니다. 유물테러가 얼마나 위험한 건데."
"확실히 조사를 받으면 탈탈 털릴 것 같지만... 근데 이러셔도 됩니까? 전에는 타오를 좋아하신다고..."
"그 입 다물어요. 주헌 님이 최고예요."
대장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그토록 순진하고 사랑스러우셨던 공주님들이 어찌...!'
"어쨌든 타오의 일에 대해서는 공공연하게 알리도록 하세요. 다시는 이런 일 없게."
그들의 파워는 막강했다.
"감히 가증스러운 수법으로 주헌 님의 왕관을 노리려고 하다니."
"엄벌에 처하죠."
"아, 저 재미있는 생각이 났어요."
"어떤?"
그러자 한 명이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아, 에디 기자님? 저예요. 특종거리가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네네, 사실은 인기 뮤지션 타오와 TKBM의 권주희. 둘이 스폰 관계에 열애 관계일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아 그리고 제가 스탭에게서 녹음 파일도 입수했어요. 타오가 팬들을 무시한 발언."
그녀들은 눈을 번득이며 웃었다.
"기자님, 어떤 기사 써주시면 되는지, 잘 아시죠?"
그녀들은 이 바닥의 생리를 아주 잘 알았다.
그리고 인기왕도 잘 알 것이다.
편하게 팬들을 이용하려 했지만, 팬들이 돌아서면 어떻게 되는지.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아베스타 경전이 성장합니다.]
[아베스타가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아베스타의 새로운 조건을 만족해 유물에게 새로운 스킬이 생겼습니다.]
[<권속>에 대해 알게 됩니다.]
주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메시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도대체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뿐이 아니었다.
[인기 아티스트 타오, 유물테러 의혹]
[TKBM 권주희, 사건 범인과 연루.]
[TKBM 권회장 회장의 딸 권주희. 타오와 연인 관계? 타오와 공동범행.]
[팬들 분노]
[육해공 총출동.]
[제보자, 익명의 팬클럽 회원.]
주헌은 그 기사에 헛웃음을 흘렸다.
"타오? 처음 듣는 가수 놈인데. 뭔진 몰라도 얘네 안됐다. 제 딴엔 왕급이라고 뭘 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시도도 못하고 개박살이 났어."
주헌은 다른 의미로 측은(?)해 했지만, 함께 뉴스기사를 보던 유재하는 덜덜 떨었다.
눈치 빠른 그는 이 사건의 뒷면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왜?
[저희 신도들이 한 건 했어요♡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겨요! - 사사키]
사사키가 내막을 말해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임원들 중 누가누가 있는지 명단까지 말해줬다.
그래서일까, 유재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영국 공주가 갑자기 나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미친 공주라니!
심지어 그게 7명이라니!
유재하는 주헌을 괴물 보듯이 했다.
'무섭다. 나 이제 저 인간 무서워지려고 그래!'
육해공군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공주가 팬이라니!
그럴 때 주헌이 말했다.
"흠, 근데 익명의 팬클럽이라니, 누구의 팬클럽이지? 이만한 유물사용자들이라니 부러운데."
누구긴 누구야! 당신이지!
유재하가 파르르 떨 때 설아가 사실을 말해주려고 했다.
"실은 단장님... 으읍!"
그러나 설아는 유재하에게 입이 틀어막혀 버렸다.
설아는 이게 무슨 짓이냐고 했지만 유재하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말하면 안 돼. 절대로!"
"으읍, 으으읍? (갑자기 왜이래, 왜)!"
유재하는 심각해졌다.
"미쳤어?! 저 인간이 이 팬클럽 존재를 알아봐! 가만히 있겠어?"
"?"
"이런 합법적인 괴물 무기를 어찌 써먹을 줄 알고!"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위치도 위치인지라 크게 날뛰지 못하는 것뿐.
하지만 전 세계 곳곳의 공주들이라니.
절대로 이런 좋은 수단을 안 이용해 먹을 놈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랬다간 진짜 3차 세계대전은 그냥 벌어질지도 몰랐다!
"아, 아무튼 안 돼. 알았지? 그리고 츄리닝, 그것도 단장님 몰라야 해."
그 말에 설아는 도끼눈으로 유재하를 보았다.
"너 솔직히 말해. 그 츄리닝 가지고 싶어서 그런 거지!"
"아, 아니거든! 난 단장님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거든!"
"뭐래!"
주헌은 옥신각신 싸우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들 왜 저래?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띠링.
"음?"
부단장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단을 찾았어!]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