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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15화 (215/409)

215화. 왕관을 노리는 자 (2)

한편 왕자와 공주를 기다리는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물의 인지도가 올라갑니다.]

[유물의 인지도가 올라갑니다.]

[아베스타 경전이 힘을 얻습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올라가는 메시지.

'이상하다. 아베스타 경전이 발동하다니.'

주헌은 그 메시지를 보면서 드물게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보다 못한 유재하가 옆에서 괜한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왜요, 또 뭔데? 왜 여자들이 자기를 좋아할까, 그딴 고민을 하고 있는 거면 콱 죽여버린다."

공주에게 차인(?) 유재하가 입을 삐죽이자 주헌은 뭔 개소리냐는 시선을 보냈다.

"콱 죽여버린다?"

시선을 받은 유재하는 슥 움츠러들었다.

주헌은 메시지에 대해서 말하려다가 말았다.

현재 이 시스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믿을 수 있는 단원들일지라도 그들에게 말한 정보는 최후의 무덤에서 까마귀 같은 유물을 봤다는 것 정도.

그 이상 말하는 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 탓이다.

그래서일까.

"너 그 일본 여자애하고 요즘도 연락해?"

"일본여자애? 아, 유카요?"

유재하는 뭘 당연한 걸 묻냐면서 말했다.

"며칠 전에도 마침 연락했던 것 같은데요. 단장님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잘 입으시냐고."

"......?"

왜 그딴 걸 묻느냐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가 심술궂게 말했다.

"뭐, 선물 보내려는 거 아니겠어요? 열심히 팬들을 모은 모양이니까."

"선물? 팬들을 모으고 있다고?"

그러자 유재하가 낄낄 비웃었다.

"그래봐야 얼마나 모으겠어요. 그래봐야 지 친구들 한두 명이겠지."

한두 명은커녕 수천 명으로 늘어나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그 안에 소속된 사람들의 급이 살이 떨릴 지경인데 말이다.

"어쨌든 신경 쓸 일 아니에요. 뭐 선물을 하고 싶다길래 그럼 구찌 수석 디자이너가 만든 백수 츄리닝이나 내놓으라고 했거든요."

"백수 츄리닝?"

"왜 그 줄무늬 있는 파란색 츄리닝. 아하하, 그딴 걸 구찌 수석 디자이너가 어떻게 만들어."

그런데 그때였다.

"야, 재하야. 이거 뭐야?"

함께 있던 설아가 다급히 뭔가를 몰래 보여줬다.

"뭐냐니?"

"단장님한테 이상한 물건이 배달 온 모양인데?"

"엥?"

설아가 놀라 내민 것은 농부들이 보낸 긴급 영상 메시지였다.

하지만 유재하는 그걸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꽥, 사사키한테 보냈던 그 옷 디자인이잖아!'

배달 온 물건은 촌스러운 파랑색 츄리닝.

딱 봐도 백수들이 입을 거 같은 그 파랑색이다!

심지어 그게 다가 아니었다.

'뭐야, 이 사람! 구찌 수석 디자이너잖아!'

유재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아니, 제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영상에는 언론에서도 유명한 수석 디자이너가 농부들과 함계 있었다.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옷을 들고 배달을 온 것이리라.

그럴 때 당황한 설아가 유재하에게 물었다.

"혹시 단장님 몰래 네가 뭘 주문한 거야?"

유재하는 황당해졌다.

"야! 내가 구찌 수석 디자이너를 어떻게 부려먹어! 지금 걔가 얼마나 콧대가 높은데!"

"그렇다고 파산왕이 이런 디자인을 보낼 리가 없잖아!"

그리고 유재하는 멍해졌다.

확실히 이런 디자인을 사사키에게 보내긴 했지만...

'그 여자애가 어떻게!'

그 순간이었다.

띠링.

유재하는 자신에게 온 문자를 보고 기겁했다.

[주헌 님한테 선물 보냈어요! 신도 협찬♡]

[더 좋은 디자인으로 보내고 싶었는데, 재하오빠가 이런 거 아니면 주헌 님이 안 입는다고 하셔서.]

유재하는 끄아아 경악했다.

도대체 어떤 신도인데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를 막 부려먹어?!

심지어 이 디자인을 보낸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무슨 신도를 끌어들인 거야?!'

아니, 그 전에.

'이거 유물이잖아!'

실제로 영상에서 츄리닝은 자기 스스로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농부들도 거기에 대해 덧붙임 메시지를 보내왔다.

[S급에 방어형 유물이라는데...]

[이거 재질이 유물 같아요.]

[이거 유물 가공품 같은데요.]

유물 가공품.

쉽게 말해 면, 섬유, 직물, 실 형태의 유물이 있다고 치면 그걸로 옷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주헌이 현재 에드워드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유물 관련 사업도 그런 쪽이고.

[잘됐네요. 형님 오만의 탑에서 아이기스 유물 깨져서 새로운 방어유물 찾고 계셨잖아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젠장, 유물에 구찌 디자이너, S급 방어 유물, 이거 도대체 얼마짜리야?!'

그럴 때 메시지를 보던 설아가 뭔가 눈치챈 듯이 말했다.

"신도 협찬이라니, 설마 사사키야? 진짜 그 팬클럽 만든 거야? 유물 진화용으로 쓴다 했던 그...?"

설아는 입을 떡 벌렸다.

"어쨌든 진짜 이 수석 디자이너가 만든 거면 엄청 비쌀..."

그럴 때였다.

"부러워어어!"

"?!"

"나도 입고 싶어어어!"

유재하는 절규했다.

"내 연봉보다 많을 거 아냐아아! 부러워어어어! 나도 소녀팬한테 이런 거 받고 싶어어어!"

동시에 절규하던 유재하가 설아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그리고 재빨리 농부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숨겨. 숨기라고!]

그걸 본 이설아가 눈을 부릅떴다.

"야! 뭐하는 거야!"

"내가 입을 거야! 단장님 아직 팬클럽 존재 모르니까!"

"뭐래! 입고 사진 보내달라고 하면 어쩌려고!"

"내 핏 보내줄 거야!"

그러자 설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비웃었다.

"니가 입는 핏하고 단장님 핏하고 똑같냐! 기럭지부터 다른데!"

그리고 그럴 때였다.

"뭐야, 니들 뭘 보고 있어?"

"네? 아, 그게 실은..."

그러자 유재하가 와악하고 뛰쳐나와 둘의 대화를 방해했다.

"쉬쉬! 단장님, 저기 공주님 오세요! 맞이해야죠!"

"?"

주헌은 유재하에게 끌려가 강제로 앉혀졌다.

***

한편 그 무렵이었다.

"뭐?! 나더러 아버지의 복수를 하라고?"

권 회장의 막내딸은 오빠들의 제안에 식겁했다.

하지만 곧 권 상무의 옆에 앉아 있는 미남을 보고 어흠, 조신한 척을 했다.

"꼭 그런 이야기를 타오 오빠가 있는 곳에서 해야겠어?"

TKBM에 불려온 것은 왕급 중 하나, <인기왕> 타오.

그는 빌보드 차트 순위권, 최근 세계적인 팬들을 거느리기 시작한 유명 뮤지션이었다.

특히 왕급 중 가장 팬이 많은 유물 사용자였다.

바로 얼마 전까지.

'서주헌 망할 놈.'

자신을 후원해주던 왕족의 왕녀, 재벌3세 팬들이 돌연 팬카페 임원을 탈퇴해버린 것이다.

'중요한 유물 돈줄들이 다 사라졌어.'

그간 꼬박꼬박 유물을 바쳐와서 아주 유용했는데 말이다.

'젠장, 인건비 안 드는 내 발굴단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심지어 듣자 하니 그 사람들이 최근 둥지를 튼 곳이 서주헌의 팬클럽이니 뭐니랜다.

그러니 미치고 환장할 판이었다.

'그딴 범죄자를 왜!'

어디 그뿐인가!

얼마 전 서주헌의 파파라치 사진이 뜬 적 있었는데, 그 후에 뜬 기사를 보고 뒷목을 잡을 뻔했다.

왜?

[타오 외모, 서주헌의 하위호환?]

그걸 보고 타오는 열 받아 미치는 줄 알았다.

자신이 성형유물을 쓴 것까진 좋은데, 어째서인지 성형 유물은 주헌과 묘하게 닮은 얼굴로 만들어버렸다.

이유는 몰랐다.

그냥 잘생겼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서주헌 하위호환이라니.

'진짜 서주헌, 콱 그 새끼를 없애버려야지.'

어쨌거나 권 회장의 막내딸을 불러서 앉힌 장남 권 상무는 진지했다.

"지금 아버지가 저 모양이시다. 당연히 네가 아버지를 도와드려야지. 오늘도 병실에서 네 이름만 부르시더라."

그 말에 막내딸은 한숨부터 쉬었다.

아니, 강가에서 추태를 부린 아버지를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 거지.

게다가 원래부터 아버지의 일방적인 사랑이기도 했고.

그리고 그 생각을 읽은 듯이 장남이 말했다.

"아버지의 재산. 받고 싶은 거 아니었어?"

"흥. 서주헌한테 다 빼앗겼으면서."

그 말에 오빠의 눈이 번득였다.

"서주헌이 가져간 건 아직 극히 일부야."

"윽."

눈을 부라리던 권 상무는 부하들이 가지고 온 자료를 들춰보면서 말을 이었다.

"방법은 간단해. 너하고 타오하고 손을 잡아라."

"뭐? 나하고 타오 오빠랑?"

"넌 유물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

"하지만...'

그러자 오빠가 말했다.

"여기 타오도 서주헌 때문에 일정을 다 취소했었다."

"뭐야?! 설마 얼마 전에 오빠가 팬미팅 펑크낸 게 서주헌 때문이었어요?!"

그 말에 타오와 장남은 황당한 듯 픽 웃었다.

'사실은 팬들이 역겨워서 펑크낸 것뿐이지만.'

어쨌거나 <인기왕> 타오를 후원해 주고 있는 TKBM으로서 이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왜?

"네 유물 능력이면 타오랑 시너지를 내서 서주헌을 골로 보낼 수 있을 거다."

"...!"

"그리고 분명 타오 팬클럽에도 유물 사용자가 있었지? 네가 거기 회장이니 뭐니 하는 거니까 걔네도 좀 동원해보고. 팬들을 이용해서 서주헌의 회사 이미지도 박살 내면 더 좋고."

"정말 그래도 돼?"

"그래. 이게 아버지와 타오를 돕는 일이야."

그들은 비릿하게 웃었다.

자고로 팬들의 화력은 무섭다.

아마 이번 일은 서주헌도 대항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왜?

보아하니 서주헌은 유물사용자에게만 적극대응을 하는 모양이었으니까.

'지가 일반 팬들까지 공격할거야 뭐야.'

일반인들에게까지 손을 대면 사회적으로 서주헌은 매장당할 것이다.

'판도라에서도 서주헌을 왕급에서 내리지 않고서는 못 버티겠지.'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주헌 님... 아니 주헌 씨."

영국 공주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주헌의 앞에 앉았다.

"제게 의뢰할게 있으시다고요."

"사실 의뢰라기보다는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뭐죠?"

"사실 저희 영국에서 발굴권은 사놓았는데, 클리어하지 못한 무덤이 있어서요. 그걸 주헌 씨께서 맡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어떤 무덤이죠?"

영국 공주는 지도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걸 본 주헌과 설아는 깜짝 놀랐다.

'여긴 귀한 유물이 묻혀 있는 곳이다.'

다만 왕실의 사유지라서 과거에도 현재도 들어갈 생각을 못했던 곳.

공주가 말했다.

"이 무덤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요. 클리어만 해주시면 큰 사례를 할게요. 그리고 안에서 나오는 유물에 대한 소유권도 일체 주장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주헌 일행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이거 말이 의뢰지...

'그냥 유물 가져가세요... 잖아?'

쉽게 말해 이게 웬 떡이냐였다.

"영국 자체 발굴단도 있을 텐데요. 왜 굳이 저한테."

공주는 수줍게 웃었다.

"서주헌 씨한테 도움이..."

바로 그때였다.

영국 공주는 갑자기 날아온 메시지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주헌 때문에 확인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문득 심각한 단어를 본 것 같아 공주는 양해를 구했다.

"저기, 정말 죄송해요. 중요한 연락이 와서요!"

"네?"

공주는 후다닥 밖에 나갔다.

그리고 밖에 나온 그녀가 확인한 것은 터질 것 같은 그룹 채팅방.

[긴급 속보. 타오가 주헌 님을 노리고 있대요.]

[아무래도 감히 주헌 님을 왕급에서 끌어내릴 생각인가 봐요.]

[뭐라고요?!]

[하위호환 주제에 뭔 소리야!]

[그리고 이일에 TKBM도 관여되어 있다고...]

그 말에 영국 공주의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애들 모아요.]

[공주들의 힘을 보여주죠.]

[국방부 장관이랑 상담 좀 할까요?]

주헌도 모르는 사이, 엄청난 군대가 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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