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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14화 (214/409)

214화. 왕관을 노리는 자 (1)

"저, 정말 회장님 괜찮으시겠죠?"

한편 그 무렵, TKBM 발굴단에는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회사로 귀환해 자랑스럽게 람세스의 유물을 바친 건 좋다 이거였다.

율리안의 제안도 꽤나 현명했었고.

'빈털터리로 돌아오는 것보다는 천만 배 나았으니까.'

이번 오만의 무덤에 투자한 금액만 발굴권까지 합쳐서 200억이 된다.

거기에 서주헌 때문에 생긴 손해만 수십억의 손해.

그러니 유물을 하나라도 들고 가지 않았으면 그 돈이 다 쌩으로 날아간다는 의미였다.

어디 그뿐이랴.

'서주헌에게 당하기만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진짜 모가지다.'

실제로 그 탓에 의견이 분분하긴 해지만, 결국 단장들은 물건을 받는 쪽으로 했다.

발군단에서 짤리기는 싫으니까.

게다가 유물을 받은 회장 아들들도 무척이나 좋아했고.

하지만.

"저, 정말 서주헌이 준 유물을 회장님께 바쳐도 좋았던 걸까요."

"유물의 기능도 검증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약한 소리를 하자 바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아냐. 회장님이 큰 병을 앓고 계신다고 했잖아!"

"큰 병이라면..."

"왜 그... 아드님이 사망하셔서."

그들은 숙연해졌다.

"람세스 유물 정도면 회장님도 기운을 차리실지도 모른다."

"하긴, 람세스는 130명이나 되는 자식을 뒀을 정도로 정력왕이었다는 말이 있으니까."

"회장님에게 도움이 될 거야."

정말로 그럴까.

"아, 아, 아버지?!"

병실에 들어간 자식들은 기겁하고 말았다.

특히 고등학생인 막내딸이 가장 기겁하고 말았다.

"꺄아아악!!"

뭘 본건지 막내딸은 눈을 가렸다.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듯한 기세였다.

"아버지 가리세요!!"

동시에 당황한 오빠들이 막내 동생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권 회장이 람세스 유물을 사용한 것은 좋다 이거였다.

감식가들도 권 회장에게 도움이 될 거라 했으니 밑져야 본전이고.

그런데.

"제, 젠장, 죽지 않아. 이놈이 죽지 않는다고!"

권 회장은 정말로 괴로워서 죽으려고 했다.

"김 의사, 제발 이것 좀. 이것 좀! 이것 좀 죽여줘어어!"

건강해지다 못해 우량아가 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것'의 모습에 권 회장의 아들들은 기겁했다.

아니, 죽여달라니!

"주, 죽이긴 왜 죽여요? 아깝게!"

"왜긴 왜야! 이놈이 죽지 않는다고!"

"...그, 그건 좋은 거 아닌 거 아닌가요?"

권 회장은 목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좋긴 뭐가 좋아! 이 망할 놈들아! 아파 죽겠다고!"

곧 권 회장을 진찰하던 의사가 심각하게 말했다.

"세상에, 혈관의 돌출이나 크기를 볼 때... 비아그라 남용 증상이랑 비슷하군요. 축하드립니다."

"뭐가 어째?!"

권 회장은 열 받아 미치려고 했다.

아니, 그건 됐다 이거였다.

오만의 무덤에서 람세스 2세의 유물을 가져왔다고 하더니!

"도대체 이것들은 무슨 유물을 가지고 온 거야!"

바로 그때였다.

"무슨 유물인지 궁금해?"

"?!"

권 회장을 진찰해주던 의사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 김 의사?"

"내 부하 놈이 댁 아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아서. 특별히 유물을 양보해준 거야."

"이 자식이 무슨...!"

권 회장의 아들이 의사의 멱살을 잡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파삭!

이상한 소리가 났다.

동시에 그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굴에서 석고 가루가!'

남자를 거칠게 다루자 김의사의 얼굴이 바스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석고상 가루.

유재하가 만들어낸 바로 가짜 인간!

그걸 본 순간 그들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서주헌, 서주헌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짜 의사가 말했다.

"파라오 유물들은 함부로 쓰면 안 돼. 놈들은 좀 특별한 제사를 치렀다고 하더라고."

"뭐가 어쩌고 저째?"

"파라오는 남성성, 나일강은 여성성. 범람하는 나일강을 달래기 위해서 대중 앞에서 자위를 했다나 뭐라나."

"대, 대중 앞에서?!"

가짜 의사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쯤 말하면 무슨 리스크인지 알겠지?"

저 미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권 회장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

아니, 리스크도 리스크지만.

"잠깐만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유물을 일부러 준 거라니!"

이에 아들들과 함께 들어왔던 발굴단 직원이 고개를 숙였다.

"저, 그, 그게 회장님!"

"설마 서주헌이 준 유물을 등신같이 받아가지고 온 거냐?! 감식가들의 검사는!"

"저, 그, 그게... 실은 감식가들을 거치면 서주헌이 준 게 들통나서..."

뭐가 어쩌고 저째?!

피를 토할 것 같은 권 회장이 뭐라고 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벌떡!

"아, 아버지?!"

권 회장이 팔팔한 상태로 병실 밖을 뛰쳐나가려는 것이었다.

리스크가 발동한 것이었다.

그는 번득이는 눈빛으로 외쳤다.

"당장 사람을 모으거라. 아니, 지금 당장 나일강에 가겠다!"

"뭐라고요?!"

부하들과 자식들은 기겁하고 말았다.

지금 그 꼴로 가긴 어딜 가겠다고?!

"아버지, 안돼요!"

그들은 필사적으로 권 회장을 잡으면서 막기 시작했다.

"아이고, 아버지! 안됩니다!"

"야! 뭐하고 있어! 사람을 불러 와!"

그들은 정말 필사적이었다. 이대로 아버지를 구경거리로 만들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쾅!

"꺄아아악!"

"으악!"

괜히 왕급이 아닌 건지, 권 회장은 제 능력으로 자식들과 부하들을 뿌리치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당장 비행기를 가지고 와라!"

지나치게 팔팔한 그것과 함께.

***

"내가 진짜 쪽팔려 죽겠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유물을 사용하는 운명왕 조슈아.

세계 거물들의 비선실세인 그는 신문을 던지면서 씩씩거렸다.

신문에는 권 회장에 대한 뉴스가 버젓하게 실려 있었다.

[반 미라 상태의 TKBM 총수, 인근 강가에서 추태.]

[인근 주민 낚시꾼들에게 몰매.]

[TKBM 이미지 손상, 직원들 패닉.]

운명왕은 소파에 누우면서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욕을 했다.

"이제 권 회장과 손잡고 있다는 것도 쪽팔려 죽겠거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TKBM 발굴단의 부단장 양 쳰은 피곤한 듯 이마를 짚고 있었다.

아니, 그는 이마를 짚다 못해 이를 갈고 있었다.

자신 모르게 발굴팀들이 짜고 서주헌에게서 유물을 받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얼마나 열 받았는지. 물론 그들은 억울한 모양이었다.

'서주헌이 아니라 율리안 밀러랑 거래를 한 것뿐입니다!'

'율리안 밀러가 그딴 사기를 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서주헌이라면 개수작을 부리고도 남았지만, 선량함의 대명사인 율리안 밀러가 그딴 짓을 할 거라곤 생각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것이다.

"아무튼, 회장님의 상태도 상태고, 도움 될만한 미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온 겁니다."

그 말에 운명왕은 쯧 혀를 찼다.

"일단 돈은 받았으니까 말해주긴 하겠는데."

"네."

"니들 서주헌한테 죽을 거야. 특히, 너."

양 쳰은 깜짝 놀랐다.

"제가요?"

"너 혹시 서주헌하고 원한이라도 산 적 있어? 무슨 걔 가족이라도 죽였냐고."

양 쳰은 어이가 없었다.

"최근 일 문제로 부딪치긴 했지만 그런 일은..."

운명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너 아마 끔살 당할걸?"

"뭐라고요?"

"아니, 꿈으로 봤거든. 그리고 서주헌이 말하더라. 배신자? 그리고 자기 가족들 7명을 죽인 값은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다고."

"허."

양 쳰은 기가 막혔다.

그 7명의 가족이라는 게 도굴단의 멤버라는 걸 양 쳰은 알 턱이 없다.

"전 모르겠네요."

"진짜 몰라?"

"그딴 일 알 리가 없잖습니까."

양 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서주헌을 보면 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마치 과거에 자신이 뭔가를 잘못한 것처럼.

결국 침을 삼키던 양 쳰이 물었다.

"그게 언제 일입니까?"

"몰라. 그거까진."

그러자 양 쳰은 재빨리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어디 그뿐인가.

쿵!

양 쳰은 자신의 넥타이에서 넥타이 핀을 빼서 내밀었다.

S급 유물이었다.

"더 필요한 거라도?"

그러자 운명왕이 픽 웃으며 말했다.

"두 가지 해결책을 말해주지."

"!"

"첫 번째.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어떤 무덤에서 까마귀 같은 유물이 나올 것 같더라고."

"까마귀?"

"그게 엄청난 마신급의 유물인 것 같단 말이야."

"마신급?"

"정체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능력이 엄청났어. 그러니 그걸 손에 넣으면 서주헌도 깝치지 못하지 않을까."

"..."

"그리고 두 번째. 서주헌이 꼭 찾으려는 사람들이 세 명 더 있는 거 같아. 단원이라도 되나? 어쨌든 그 사람들 생김새랑 이름을 대충 써줄 테니 잘 찾아봐."

그 말에 양 쳰은 침을 삼키면서도 씨익 웃었다.

서주헌에게 자신이 당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걱정 마세요. 서주헌 쪽은 잘 해결하겠습니다."

"으이구, 알았으면 제발 서주헌 그 눈엣가시 좀 어떻게 해보라고! <왕의 비보>가 나타나는 것도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남았거든? 서주헌, 율리안 밀러, 유재하. 그 새끼들한테 그걸 내줄 생각이야?!"

운명왕은 테이블을 걷어차면서 외쳤다.

"빨리 그놈들을 없애고, 그 자리에 우리 손님들을 왕급으로 올려야 한단 말이야!"

그의 히스테리에 양 쳰은 도망치듯이 나와버렸다.

***

"공주님, 많이 기다리셨죠!"

"재하 씨! 어서 오세요."

한편 그 무렵.

영궁 왕실에 들어선 유재하는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영국 왕실의 공주는 상당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성격도 좋아 보이고.'

게다가 실력 있는 유물 사용자고.

이번에 복원 일로 친해졌겠다, 어쩌면...

'솔로탈출 할 수 있을지도.'

그래서일까.

그가 음흉하게 웃으며 공주에게 다가갔다.

"저 공주님, 사실은 제가 손금을 좀 공부하고 있는데..."

그런데 그때였다.

"공주님, 서주헌 씨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부하직원의 말에 공주의 얼굴에 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서주헌 씨도 함께 오셨군요!"

곧 공주의 앞에 주헌이 나타났다.

"저희한테 의뢰할게 있으시다고요?"

"아, 네!"

공주는 주헌과 만나는 걸 학수고대했던 건지 굉장히 좋아했다.

심지어 공주의 눈은 유재하와 만났을 때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우상인 아이돌이라도 만난 것 같은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결국 손이 민망해진 유재하는 제 단장을 확 쏘아보았다.

"이씨, 단장님 진짜 미워요!"

주헌은 황당했다.

"내가 뭘?"

주헌을 보며 공주는 소녀팬마냥 몹시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바로 밖으로 뛰쳐나가더니 쭈그리고 앉아 꺄아 제 얼굴을 짚는 것이었다.

'세상에 실물로 봤어, 실물로 봤어.'

공주는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그룹 채팅방에다가 뭐라고 쓰기 시작했다.

[봤어요, 진짜 서주헌 씨랑 만났어요!]

그 그룹 채팅방의 이름은 <서주헌 님 팬클럽 - 임원 방 (7명)>.

무려 세계 곳곳의 공주들과 재벌 3세들, 유명한 셀럽들이 들어와 있는 채팅방이었다.

그리고 공주의 말에 채팅방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짜요? 진짜 주헌 님이랑 만났어요?]

[어때요? 진짜 아우라가 달라요?]

[사진, 사진! 사진!!!!]

[저 벌써 주헌 님 회사에 투자도 했어요.]

[동료분들한테도 협찬 해드릴까요?]

[유물도 드리면 안 돼요?]

[저 이미 발굴권도 삼. 직접 유물 캐러 갑니다. 그거 드리면서 주헌 님 만나볼 거임.]

[헐, 나도 할래.]

[나도!]

[사지이이인!!]

그러자 공주는 두근거리는 얼굴로 살짝 주헌을 찍어서 채팅방에 올렸다.

그러자 채팅방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꺄! 진짜야! 진짜야!]

[오빠 멋져요! 살짝 웃고 있는 거 봐!]

[나도 만나보고 싶음!]

[아, 경호원 때문에 몸이 가려졌잖아!]

[공주님, 이거 실시간 방송하면 안 돼요? 각지의 신도들에게 보여주죠!]

[안돼요! 저희 멋대로 그럴 수 없어요. 무례한 짓이에요.]

[하긴. 일단 사사키 대리인님께 이 일을 말씀드리죠.]

그렇다.

그들은 모두 사사키 유카.

그러니까 주헌이 아베스타 경전을 사용하기 위해 신도홍보를 맡겼던 갸루 여자아이가 모은 주헌의 신도들이었다.

아이돌 빠순이 팬클럽 회장답게 신도들을 모으는 법을 잘 아는 그녀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을 긁어 모았다.

왕족부터 재벌 3세, 배우부터 시작해서 교수, 평범한 학생까지.

그것도 일반인이 아니다.

모두 뛰어난 유물사용자들만 골라서.

주헌도 모르는 곳에서 주헌을 위한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여러분! 동아줄이에요! 주헌 님의 파트너!]

영국 공주가 재빨리 동아줄의 동영상을 찍어 올리자 채팅방은 또 폭주했다.

[꺄아아아, 귀여워!!!]

[아, 내가 저 동아줄이 되고 싶어라.]

[주헌 님을 알게 모르게 많이 도와줬다죠!]

[너무 허전한데 리본이라도 사서 달아드릴까요!]

[주헌 님 유물이라면 다른 유물들도 보고 싶어!]

[제가 다 조사해놨다니까요! 다 추려서 주헌 님께 드릴 거라니까요!]

그리고 그 무렵.

[동아줄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유물들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C,D급 유물들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됩니다.]

[진화 요건이 갖춰지기 시작합니다.]

[아베스타 경전의 위력이 올라갑니다.]

주헌은 갑자기 떠오르는 메시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이건?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유명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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