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211화 (211/409)

211화. 이 양아치들아! (2)

[오만의 무덤 클리어, 고분화 현상 해제.]

[서주헌. 또 7대 무덤 클리어하다?]

[발굴단들과 정치세력 분노.]

[하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의문의 탑.]

[공터에 세워진 마탑. 아직 무덤 공략이 덜 됐나?]

[판도라 "안에서 대량의 유물 발견."]

[판도라, 각 정부, 탑에 사람을 보내기로 해.]

율리안은 순식간에 도배되고 있는 기사에 이마부터 짚었다.

정말 소식 한번 빠르기도 참 빠르지!

아직 무덤이 클리어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 난리라니.

율리안은 골치 아프다는 듯 주헌을 보았다.

"임대업이라니, 너 진심이야?"

"왜 안 돼?"

"안 되는 걸 떠나서, 그 땅은 이미 진짜 땅주인이 있을 거라고."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뭐? 땅주인?

"그럼 당연히 연락해서 이 땅을 미리 사놓는 게 네 일이지?"

"... 그 땅은 사유지가 아닙니다. 프랑스의 공공재산입니다."

"그럼 판도라 무덤법 4조 32항, 공략되지 않은 무덤지대는 공략되기 전까지 원래주인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공략 했잖아?"

"그걸 다른 사람들이 알진 못하지."

이 양아치 새끼.

율리안은 피곤해진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그러니까 주헌의 말에 의하면 이랬다.

'유물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업이나 하자!'

안 그래도 호텔에 유물들이 쌓여가서 힘들지 않느냐고 했다.

그 놈들을 짱박아둘(?) 창고 혹은 집도 좋으니, 아파트 건물주나 하자는 의미였다.

뭐, 유물들을 상대로 삥 뜯기와 다름없는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했지만.

그래서일까.

[#*$&*!]

으, 은행에서 돈 털어왔다!

[#*&*!]

오스틴 록펠러의 돈을 뜯어왔다!

[#$&*!]

구청의 돈을 싹 쓸어왔다!

유물들은 무식한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주변에서 금품갈취(?)를 해왔다.

[#$*&*!]

자, 어서 받아줘! 받아줘!

물론 돈이 있다고 다 받아주는 건 아니었다.

'은행 돈은 안 돼. 되돌려주고 와. 쉬쉬.'

'오스틴 록펠러 돈은 오케이.'

'세금도 안 돼.'

'헐리웃 배우 크리스틴? 안 돼. 걘 예쁘니까.'

'존 허트슨? 걘 내가 좋아하는 개그맨이야. 쉬쉬.'

'아 권태준 회장의 돈은 다 괜찮아. 걔껀 현물도 받음.'

그냥 돈이면 다 받을 것이지, 건물주의 취향은 까다로웠다.

그래서 그런지 유물들은 자기 재산을 매각해서 인간 돈으로 바꾸거나, 혹은....

[#$^*#$*!]

내 친구 잡아왔다! 잡아 왔다!

[#*&*!]

자던 놈 끌고 왔다! 왔다!

[#*$*!]

이제 입주할 수 있는 거지?

놈들은 제 친구며 동족들도 잡아와 주헌에게 넘겼다.

물론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유물 쪽은 울부짖으며 이게 뭔가 싶어 했지만, 알게 뭐람.

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아닌 것을.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주헌의 임대업은 착착 부흥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궁금하긴 궁금하군.'

율리안은 꽤 신경이 쓰였다.

좋은 터를 제공해준 로키 유물에 대해서 말이다.

'로키는 <교란왕>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다.'

그리고 왕급 명단을 확인 했을 때 역시 그놈은 건재했고 말이다.

'분명 이사회 중 하나일 텐데.'

수수께끼에 싸여있는 판도라의 수장 <이사회>.

시스템 유물의 지배자라고 알고 있기는 하지만, 율리안조차도 그 이상은 잘 모르는 놈들이었다.

왜?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으니까.'

확실한 건 그들이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왕급들과 똑같이.

그리고 시스템적으로는 왕급들도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과거 사황이었던 권 회장도 이사회의 눈치는 많이 봤을 정도니까.'

아무튼 좀 신경이 쓰인다면 쓰였다.

'이번에도 로키가 오만의 탑을 관리하고 있었으니까.'

분명 로키 건으로 시비가 걸려오든 연락을 해오든 할 것이다.

결국 이런 뒤처리는 전부 자신의 몫이고.

그리고 지금 역시도.

"야! 니들 무슨 생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거냐! 어?"

율리안은 화난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갈아 마셔도 시원찮다는 표정의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TKBM 발굴단이다.

"이것들이 돌았나. 뭔 생각으로 니들이 여기에 기어왔대?"

율리안은 한숨부터 쉬었다.

그렇다.

자신들은 지금 TKBM과 조우한 상태였다.

심지어 자신들 때문에 빈털터리가 되어 전기톱을 들고 올 놈들의 앞에.

왜?

왜긴 왜 인가.

서주헌이 보내서 온 거지.

'젠장, 서주헌 무슨 생각이야.'

사실 율리안과 설아는 물건 배달 명령을 받았다.

오만의 탑에서 얻은 유물을 TKBM에게 주고 오라고 했던 것이다.

이유?

그딴 거 모른다.

단장이 언제 그런 걸 친절하게 설명해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으이구. 준다고 해봐야 이놈들이 받을 리도 없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유물을 가져가라니, 니들 돌았냐?"

"솔직히 말해, 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나타난 거야! 어?"

"니들 단장은 어디에 있어!"

그 말에 설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단장은 지금 바쁘셔서요. 빨리 용건이나 수락해주면 좋겠네요."

"윽..."

그들은 설아의 외모에 헤벌쭉하다가도 금세 정신을 차리고 욕을 했다.

보기엔 가냘파도 벌써 몇 명이나 되는 발굴단이 설아에게 카운터 당하고 짓밟혔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노했다.

"허, 됐으니까 꺼지라고! 우리가 한두 번 속냐!"

율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 이해는 한다만.'

자신조차도 단장이 주는 유물은 절대로 안 받을테니까.

'차라리 살인마한테 쿠키를 받을랜다.'

결국 피곤해진 율리안은 주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예상대로야. 안 받겠대. 못 주고 올 것 같아.]

그러자 돌아온 메시지.

[병신, 그것도 못하냐^^?]

이 새끼가.

울컥한 율리안은 파르르 떨었다.

평소 잘 쓰지도 않는 이모티콘으로 농락당하는 기분이었다.

결국 드물게 열 받은 그가 휴대폰을 넣으며 활짝 웃었다.

그러더니 웃는 건지, 협박하는 건지 모를 말솜씨로 말했다.

"닥치고 내 말 들어. 이건 너희에게도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막말로 니들은 우리 단장 때문에 빈털터리로 돌아가야 하지 않아? 권회장한테 된통 깨지지 않을까?"

"야, 뭐라고?! 저게!"

그럴 때 TKBM의 단장 중 하나가 부하직원을 막았다.

"율리안 밀러, 저 녀석은 일단은 하버드 다닐 때 동기다. 들어볼 가치는 있어."

그러더니 그는 부하들에게 속삭였다.

"사기를 치기는 개뿔, 저거 거짓말도 못 치는 등신이야."

아무래도 율리안과 똑같은 하버드 법학과 동문이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제법 큰 소리에 설아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율리안이 막았다.

"너희는 권 회장, 우리는 서주헌. 피차 단장 밑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잖아? 솔직히 이번엔 우리도 단장의 짓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그가 내민 건 뜻밖에도 람세스의 유물이었다.

"빈털터리로 권 회장한테 돌아가는 것 보단, 이거 하나라도 건졌다고 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대신 우리 단장의 일은 못 본 걸로 해주고."

율리안의 눈빛이 빛났다.

"현명한 선택하길 바란다."

누굴 닮아가는 건지, 부단장조차 약을 팔기 시작했다.

***

한편 그 무렵.

"다, 단장님?!"

호프집에 들어선 설아는 기겁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가게에는 웬 정체모를 사람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덜덜 떨고 있는 주인장과 혼자서 태연하게 맥주를 홀짝이는 주헌이 있었다.

"휴대폰도 박살나시고,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된 거긴.

"날 노리고 온 놈들 처리 좀 했지."

"어..."

왜 노렸냐고 물을 것도 없어보였다.

주헌의 주변엔 금괴랑 보석이 가득했는데, 틀림없이 유물들의 월세와 보증금들이리라.

저걸 저딴 식으로 쌓아놓고 술을 마시고 있는데, 시비가 안 털리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어디 그뿐인가.

쾅!

"주인장, 여기 손님들 내가 오늘 다 쏜다!"

"다, 단장님?!"

"나 때문에 술맛 다 깼을 것 아냐. 그런 건 가슴이 아파서."

"?!"

설아는 주헌의 말에 당황해서 어버버거렸다.

아니, 주헌이 얼마나 술이 센데 고작 저런 맥주를 마시고!

설아는 당황하며 주헌을 살폈다.

"다, 단장님. 마, 많이 드셨어요? 물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면 숙취약이라도..."

주헌은 설아의 손을 붙잡았다.

"설아야, 항상 말없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 그러니까 사탕 좀 사다줘."

"네?!"

"아, 공명아. 이거 내가 그린 그림. 잘 그렸지?"

율리안은 즉석에서 그린 누드화를 보여주는 주헌을 보며 뒷목을 붙잡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오너! 밖에 봤어요?! 나무들이 이상한 모습으로 잘려 있는 거!"

"1번가 상점들에 있는 물건을 누군가가 다 사겠대!"

"어떤 잘생긴 남자가 이 동네 처녀들을 다 홀려놨다던데?!"

"아이를 낳아달라고 했다던데?!"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율리안은 끄아아 머리를 붙잡았다.

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 자식.

'역시 리스크들이 펑펑 오기 시작했구만...!'

휴대폰도 리스크로 자기가 박살 낸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아, 돈은 역시 부질없다. 다 불태워버리자. 돈도 태우고 집도 태우고 전부 태우자."

주헌이 돈다발에 불을 붙이려고 하자 율리안과 설아가 그를 붙잡았다.

"단장님, 안돼요! 안돼에에!"

그러자 주헌은 평소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착한 눈빛으로 설아에게 옷을 벗어주었다.

"설아야. 그렇게 입고 다니면 감기 걸려. 내 마음이 너무 쓰리고 아프다. 이리와. 춥지?"

"네, 네?!"

주헌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눈빛과 어조!

결국 주헌에게 꼬옥 안긴 설아는 홍당무가 되었지만, 곧 좋아라 그의 큰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물론 그 틈을 타서 주헌이 돈을 불태우려고 하자 율리안이 바로 돈을 치워버렸다.

"야! 너 그만 안 해?!"

"칫."

주헌은 자신을 방해하는 율리안에게 칼을 뽑아 들었다.

이윽고 벌어진 난장판!

콰직, 콰직!

쨍그랑!

의자와 테이블이 넘어지고, 박살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심지어 주헌의 능력은 쓸데없이 강하고 뛰어나서 율리안 급이 아니면 막기도 힘들 것 같았다.

믿으니까 이러는 건 알지만, 결국 빡친 율리안이 외쳤다.

"아오, 그만해! 내가 진짜 이럴 줄 알았지!"

유물들의 리스크는 참으로 무서웠다.

이를테면 함부라비 법전의 리스크는 착한 사람, 정의로운 사람이 되는 것.

일명 정의 덕후다.

덕분에 주헌이 애꿎은 곳에 기부를 하고 착한 일을 한 곳이 도대체 몇 군데인지!

물론 그런 건 율리안이 참 반기는 리스크였지만, 정도껏이어야지.

막말로 재수 옴 붙으면 자신의 전재산 기부, 자신의 장기까지 기부!

모든 걸 아낌없이 기부!

그걸 막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으이구, 이제 난 몰라. 니 재산 니가 탕진하지, 내가 손해냐?"

그러나 그럴 때였다.

[현금 출금 완료되었습니다.]

"?!"

율리안은 갑자기 날아온 자신의 문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어서 계속 쏟아지는 출금 메시지.

[현금 출금 완료되었습니다.]

[제1 은행권 대출 승인 완료되었습니다.]

.

.

[XX 캐피탈 대출 승인 대기 중입니다.]

꽥, 사채!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때.

율리안은 보았다.

휴대폰을 조작해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뽑는 동아줄을!

그리고 주헌이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니 재산 내가 다 출금했다. 그럼 이거 다 기부한다."

"악! 잠깐만! 기다려, 잠깐!"

졸지에 사채까지 써서 기부하게 될 그때였다.

번쩍!

주헌을 감싸는 빛이 있었다.

그리고 빛으로 된 붕대 같은 것이 주헌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클로에의 나이팅게일 유물이었다.

"클로에!"

클로에는 쯧 혀를 차면서 주헌의 폭주(?)하는 리스크를 잠재우기 시작했다.

[유물의 힘에 리스크가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쓰러지는 주헌을 안아들면서 율리안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도대체 이번 무덤에서 유물을 얼마나 쓰신 거예요? 리스크가 이렇게 폭주하려 하다니."

율리안은 안도하며 자리에 앉았다.

"신급 유물을 4개나 동시에 풀 개방해서 쓰고, 다른 유물들도 동시에 썼지."

"뭐라고요?!"

클로에는 기겁했다.

남들은 신급 유물을 2개나 동시에 풀개방 하면 생명이 위험하고도 남았다.

진짜 주헌이라서 이 정도지, 다른 사람들 같으면 벌써 유물한테 지배당해 죽었다.

"진짜 무덤에서 콱 죽지 그랬냐."

클로에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주헌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 듯했다.

물론 그 사이에 주헌을 안았다며 설아의 부러운 시선을 받아야 했지만.

"그래서 얼마나 있어야 깨어나시는데?"

"한 이틀 정도는..."

그럴 때였다.

"일어났어, 이것들아."

"단장님?!"

리스크가 사라진 주헌은 끙끙거리면서도 미안하다며 물었다.

"TKBM에게 건네주라고 했던 유물은?"

"줬어. 왜 주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됐어."

"클로에, 시킨 일은?"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아참,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클로에는 이제 막 올라온 깜짝 속보를 주헌에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그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 말도 안 돼!"

호구왕 유재하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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