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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07화 (207/409)

00207 모두 꿇어라, 내 밑에  =========================================================================

< 모두 꿇어라, 내 밑에 (4) >

“너희 둘이 싸우면 누가 이겨?”

[뭐?]

“말해봐. 이기는 쪽에게 내 목을 줄 테니까.”

[뭐라고? 저딴 놈한테 내가 질 것 같으냐!]

주헌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주헌의 말을 들은 나폴레옹과 항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누가 이기냐고?]

주헌은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 무덤을 만든 유물들 정도면 다들 엄청난 놈들인 거잖아? 그런 놈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싶어서.”

그 말에 나폴레옹과 항우는 같잖다는 듯 비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그때 율리안이 다급하게 외쳤다.

“항우랑 눈이 마주치면 안 돼!”

동시에 주헌이 외쳤다.

“설아야!”

그 외침에 설아가 재빨리 유물을 사용했다.

번개 같은 속도였다.

팟!

이에 세 명의 몸이 멋대로 뒤로 날아갔다. 동시에 항우의 일격이 창공을 갈랐다.

쿠웅!

[항우의 힘이 작렬합니다.]

[그 눈에 포착되면 결코 도망칠 수 없게 됩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강했다. 그럼에도 평범한 인간일 자신들이 도망칠 수 있었던 건 바로 빙의.

싸움에 특출난 귀신이 세 명에게 빙의되어 가까스로 피한 것이었다.

물론 그걸 쓰게 되면…….

“크윽, 내 몸………!”

죽을 것 같은 근육통에 시달리게 되긴 하지만.

주헌은 멀쩡했지만, 율리안은 작은 비명을 호소했다. 그럴 때 항우와 나폴레옹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주헌을 보았다.

[이봐, 인간.]

[그런 어쭙잖은 도발로 우리를 싸움 붙이려는 모양인데…….]

전혀 안 통한다.

그렇게 둘은 말하려고 했다. 주헌이 이런 말을 하기 전까지.

“하긴 답이 너무 뻔하긴 하지. 항우는 듣보잡이잖아. 그에 비하면 역시 나폴레옹은 세계인 대부분이 다 알정도로 유명하지. 서방의 패왕이 이기지 않겠어?”

나폴레옹은 웃었다.

[그래. 그딴 짓을 안 해도 짐이 이기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러니 명군 앞에서 그딴 뻔한 이간질이 통할 것 같…….]

그런데 그럴 때였다.

[야. 지금 뭐라고 했냐?]

항우의 눈에서 번쩍 불꽃이 튀겼다.

[왜 네가 이기는 게 당연해?]

항우의 눈에서 불꽃이 튀기자 나폴레옹이 쯧, 혀를 차면서 말했다.

[멍청하긴. 도발당하지 마라. 저 인간의 같잖은 수법이야.]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그거랑은 또 별개지.]

[뭐?]

[왜 너 같은 똥사개가 이겨. 이기는 건 당연히 나지!]

[허, 넘어가지 말라니까? 그딴 도발에 넘어가는 거야 말로 네 놈이 바보라는 증거다. 알았나? 우린 미개한 인간들과 다른 위대한 신들…]

그러자 주헌이 탄식하며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었다.

“아, 맞다. 또 생각해보면 항우는 완전히 사나이지. 멋지지. 같은 땅에 있었으면 조세핀도 나폴레옹보단 항우한테 반하지 않을까?”

뭐가 어쩌고 저째?

나폴레옹의 몸에서 사나운 오라가 치솟아 올랐다.

쾅!

이윽고 치솟아 오른 오라는 탑을 무너트릴 기세였다.

우르릉, 우르릉.

그 난리통에 율리안과 설아는 다급하게 주헌을 보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자신들은 유물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유물들과 주헌이 뭐라고 하는 건 알겠지만……….

“#$*&$#*#*!”

[$*&$*#*?]

[$#**!]

“$#*$*!”

도대체 뭐라는 거야.

‘중국어도 불어도 아니다.’

묘하게 중국어와 프랑스어가 들리는 듯 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아마 인간들 중에서 유일하게 유물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건 주헌뿐.

고분화 지대에서는 그나마 저 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지만, 나가면 그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무덤에선 특별히 목소리를 들려주겠다만, 밖에서까지 미개한 니들한테 우리 목소리를 듣게 할 수 없다.

대충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늘 주헌이 신기한 것이었다. 인간들 중 유일하게 유물의 언어를 항상 듣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주헌의 말에 의하면 ‘유물의 말도 못 듣는 미개한 것들.’ 하며 인간을 우습게 보고 있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주헌이 유물이 주는 과제만 받아먹어야 하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다는 것은 안다.

주헌은 유물과 협상이 가능하다는 걸 잘 알긴 하지만…….

쿵! 쿠그르릉! 쿵쿵!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쟤들이 저래!’

결국 듣다 못한 율리안이 떨어지는 돌덩어리를 번개로 박살 내며 외쳤다.

“야! 너 대단한 건 알겠는데, 네 말도 하나도 못 알아듣겠거든?”

뭘 알아들어야지 대책을 세우든가 하지!

그러자 주헌이 아, 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가끔 유물에게 집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유물어를 쓰고는 했다.

“별건 아니고 좀 도발했어. 조세핀과 우희 이야기를 꺼내면서.”

“조, 조세핀? 우희? 나폴레옹과 항우의 연인 말하는 거야?”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첫 번째 부인이자 왕비.

비록 정치적인 이유로 이혼하긴 했지만, 나폴레옹이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것이라 말할 정도로 마음에 담았던 여자라 한다.

그리고 경국지색 우희는 항우의 연인으로 항우에 대한 절개를 지키며 자살한 인물.

뭐, 항우와 우희의 슬픈 이별을 그린 이야기가 많을 정도로 항우와 한 세트로 그려지곤 한다.

“그런데 왜 하필 두 여자들을….”

그러자 주헌이 히죽거렸다.

“쟤들도 남자면 안 빡치겠어?”

그리고 그 말대로 나폴레옹과 항우는 흉흉한 오라를 풍기고 있었다.

[뇌까지 근육으로 덮인 미개한 장수야. 너 글은 읽을 줄 아느냐?]

[허, 자고로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제 이름을 쓸 줄 알면 그만이지.]

[싸우는 재주 밖에 없는 짐승이랑 같은 취급을 당하니까 수치스럽기 짝이 없구나!]

[닥쳐라, 똥싸개!]

[난 황제라도 됐지, 네 놈은 되지도 못한 놈이 아니냐. 쌈박질밖에 못하는 짐승 놈.]

[닥치라고, 이 똥싸개야!]

둘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그들의 흉흉한 오라가 탑에 작렬하고, 쿠르릉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병사들은 자신들의 장군에게 그러지 말라며 당황했다.

[폐하, 잠시 고정을……!]

[그만두십시오!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이 대로면 저 인간이 바라는 대로….]

그러나.

쾅!

[닥쳐라!]

[으아아악!]

[저 인간 놈이고 자시고 눈앞에 있는 저 벌레부터 치워야겠다.]

[오냐, 당장 해보자. 네 병사들을 불러라.]

[오냐. 한 하늘 아래 두 패왕은 없다. 죽어라!]

동시에 두 오라가 부딪쳤다. 그걸 보며 부하들은 울었고, 주헌은 하하하 웃어 재꼈다.

그래, 어서 싸워라.

더 싸워! 더!

“그럼 이기는 놈한테 내 목을 주지!”

아니, 이기는 놈의 목을 따버릴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둘 다 쓸 만한 놈들이다.’

능력 하나는 확실한 놈들.

나폴레옹은 두말하지 않아도 유명하고, 항우는 세계사에서는 덜 유명하긴 하지만 유비의 선조격인 유방과 라이벌을 이루었다고 보면 되었다.

삼국지에 유비와 조조가 있다면, 초한지에는 유방과 항우가 있다고 보면 되나.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놈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기개가 남다른 항우의 눈이 번득였다.

[맹장의 패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그 전투력에 무덤이 파괴됩니다.]

[알아서 무덤을 파괴해줄 것 같습니다.]

[항우와 나폴레옹의 부하들이 다 죽어나갑니다.]

[다른 층에 있는 유물들도 피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헌은 그걸 보며 굉장히 좋아했다.

‘이대로 다른 층에 있는 놈들도 얻는다.’

분명 이집트 유물 하나랑 신급 유물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았으니까.

‘이집트 쪽 유물은 거의 쫙 꿰찼는데 도대체 어떤 놈이지.’

물론 이득만 있는 건 아니었다.

[주의. 맹장의 패기에 모든 유물들의 사기가 죽습니다.]

[가지고 있는 유물들의 위력도 줄어듭니다.]

[유물들의 능력과 효과가 줄어듭니다.]

그 모습에 율리안이 당황하며 외쳤다.

메시지를 본 건 아니었지만 제갈공명의 유물로 자신들 유물이 피해를 입는 건 보였기 때문이다.

“잠깐! 우리 유물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잖아!”

그러나 주헌이 악랄하게 웃으며 외쳤다.

“상관없어! 중요한 건 저놈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거야!”

“뭐? 우리 유물이 망가져도 상관없다는 거냐!”

“알게 뭐야! 고치는 건 우리 복원사 놈인데!”

“야!”

엄청난 충돌이 일어났다.

***

한편 그 무렵.

“서, 선생님. 지금 뭐라고요?”

“저 그것이……….”

권 회장의 병실.

그 안에서는 기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권 회장을 진찰하던 의사가 씁쓸하게 권 회장을 보았다.

“나중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권 회장은 충격을 받은 듯이 얼어붙었고, 주변에 있던 보좌관들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서, 선생님. 다, 다시….”

“네. 그러니까 안타깝지만 그것이……….”

의사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었어요. 그러니까….”

의사는 진심으로 유감을 표했다.

“회장님은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가 없으십니다. 다시 말해 성관계를 가지실 수 없다는 말이죠.”

“뭐라고요?! 아버지가요?!”

“회장님이 왜!”

“남편이 고자라니요!”

결국 권 회장은 이마를 짚고 쓰러지고 말았다.

“여보!”

아이고야, 도대체 이건 무슨 말이야.

“내가 고자라니!”

그러나 그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곧 의사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유물에 의한 저주 같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관련된 치료유물이나 S급 치료꾼의 도움을 받으면 금방…….”

그러나 권 회장은 다 듣지도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이에 당황한 보좌진들과 비서, 자식들이 비명을 질렀다.

“회, 회장님!”

“정신 차리세요! 아버지!”

“아니, 도대체 어떤 놈의 자식이야! 누가 아버지를 고자로……!”

누구긴 누구야.

“하,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경매소에 있는 유재하는 리모콘을 조작하며 제 할 일은 다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무덤에 들어간 동안 꾸준히 권 회장을 괴롭히라며 주헌이 던져주고 간 저주 리모콘이 아닌가.

뭐, 주헌이 아직 누르지 말라고 했던 버튼이 하나 있긴 했지만 글쎄.

‘누르지 말라고 하면 더 누르고 싶어지지.’

뭔지는 몰라도 유재하는 뿌듯해 했다.

그럴 때였다.

부르르.

“음?”

유재하는 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물론 그건 자신의 것이 아닌 주헌의 핸드폰이었다. 주헌이 무덤에 들어가 있는 동안 유재하가 맡아둔 것이었다.

주헌이 무덤에 가 있는 동안 연락이 끊기면 곤란하니까.

그래서 그 연장선으로 자신이 처리하고 있는 건 좋은데………….

[혹시 지금 바빠?]

[시간 나면 같이 놀자. 밤에 안 외로워?]

[좋은 유물 준비해뒀어.]

[10억짜리 일이야. 같이 할래?]

아 미친.

그렇다.

발신자의 이름은 전부 다르긴 하지만, 유재하는 그게 모두 한 사람이라는 걸 안다.

‘분명 진채원 그 여자 짓이라고 했나.’

유재하도 처음에는 몰랐지만, 하루는 주헌이 똥 씹은 표정으로 주헌이 메시지를 지우다 못해 수신차단을 해서 놀란 기억이 있었다.

‘단장님! 방금 유물 정보였잖아요! 왜 지워! 아이린 오빠한테서 온 꿀 정보 아님?’

‘아니. 조지한테서 온 거 아냐.’

‘에, 엥?!’

‘그 오라비는 굉장히 귀족스럽고 재수 없는 영어 써. 이런 단어 잘 안 쓰지.’

‘그럼 이건? 아이린이 보낸 거 아니에요?’

‘아이린은 이런 배열로 안 보내.’

그런 것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도 신기하긴 하다만, 어쨌든 주헌은 아무래도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스토킹이라기엔 주헌에게 너무 좋은 조건의 유물이나 무덤 관련 정보들을 다 넘겨주고 있었지만.

남들이라면 그 정보를 못 얻어서 안달이 났겠지만, 주헌은 본 척도 안 했다.

그냥 진채원이 싫으니까.

물론 정작 진채원은 무시 받을 때마다 더 관심을 끌려는 듯 했지만.

‘에잇, 단장님이 보기 전에 삭제하자. 삭제.’

유용한 정보들은 자신의 머리에 알아서 다 넣어둔 후였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샬롯 공주님이랑 폴 왕자님 아니야?”

경매소가 술렁거렸다.

유재하는 경매소의 귀빈으로 등장한 인물들을 보며 눈을 번득였다.

왜?

‘단장님이 말한 타겟이다.’

저들은 바로 영국의 왕자와 공주.

그리고 유재하의 타겟 역시 그들이었던 것이다.

‘접근하자.’

그런데 그렇게 유재하가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이게 누구야. 호구왕 아니셔?”

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오피셜 복원사들이랑 감식가들.’

그들은 유재하한테 딱 걸렸다면서 콧대를 세우고 있었다.

“딱 걸렸어, 호구왕.”

그러자 유재하는 같잖다는 듯 비웃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무명의 유재하가 유명해질 일이 벌어졌다.

***

[무덤의 3분의 2가 파괴 되었습니다.]

[항우와 나폴레옹 군이 전멸했습니다.]

주헌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크게 웃고 있었다.

유물을 괴롭히는 그는 몹시 즐거워보였다.

득템이다, 득템.

힘도 안 쓰고 득템!

물론 항우와 나폴레옹은 아직 잘 버티고 있었다.

[이 자식, 진짜 박살을 내주마.]

[누가 할 소리를!]

그럴 때였다.

[층간소음도 작작해라!]

참다못한 이집트 놈이 나타났다.

============================ 작품 후기 ============================

층간소음은 살인을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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