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6 모두 꿇어라, 내 밑에 =========================================================================
< 모두 꿇어라, 내 밑에 (3) >
신나게 어그로를 끌어 잡몹들을 처리한 주헌은 바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주헌이 부하가 있는 곳으로 왔을 때 그는 악담부터 들어야 했다.
“야 이 악마왕아!”
율리안은 질린다는 얼굴로 주헌을 보고 있었다.
“됐으니까 넌 이제 악마왕으로 호칭 바꿔라!”
율리안의 잔소리에 주헌은 입을 삐죽였다.
“내가 뭘? 너도 껴줄 걸 그랬나?”
껴주긴 뭘 껴줘!
뒷목을 잡은 율리안은 가슴만 퍽퍽 쳤다.
“야! 아무리 동아줄이 있다고 해도 그 높이에서… 아 됐어! 잠깐 그…… 다시 사라져봐.”
“음?”
“사라져보라고! 확인할 게 있으니까!”
“?”
주헌은 바로 은신 스킬을 썼다. 그러자 그는 유물 없이도 바로 부하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율리안은 그걸 보고 경악했다.
투명 유물을 쓰지도 않았는데 사라져서 신기하다, 신기하다 싶었거늘.
‘이게 전에 말한 까마귀의 능력인가.’
주헌을 휘감고 있는 까마귀 형태의 검보랏빛 오라.
신급.
아니, 마신급으로 봐도 무방했다.
그 정도로 위험했다. 왕급들도 함부로 다루지 못할 엄청난 놈.
그래서 율리안은 침을 삼켰다.
‘어떻게 저런 걸 몸에 붙이고도 멀쩡할 수 있지.’
혹시 주헌에게 위험한 건 아닐까 싶어 능력을 쓰게 한 후, 제갈공명 유물로 확인한 율리안이었다.
그는 미간을 좁혔다.
‘혹시 유물에 집착하는 건 저 까마귀 유물의 리스크일 수도 있어.’
그 탓인지 율리안은 심각하게 주헌을 보았다.
하지만.
“하하, 이것 봐라. 은신스킬 완전 개꿀. 가는 김에 유물 몇 개 더 쌔벼왔다.”
…………아냐. 그냥 저 새끼가 손쓸 도리 없는 유물성애자인 거야.
‘뭐 괜찮겠지.’
흉흉하기 짝이 없는 까마귀 오라지만, 자세히 보면 주헌을 건들지 말라고 날을 세우는 듯했으니까.
그렇게 율리안의 확인이 끝났을 때였다.
“그건 그렇고 나폴레옹 놈은?”
“그놈은 네가 몹 몰이하고 난 후에 사라졌어.”
그 말에 주헌이 경계했다.
“멀리 가진 않았을 거다. 제갈이 유물 계속 발동하고 있어.”
“알고 있어.”
세 명은 바짝 날을 세웠다.
온갖 위험한 무덤을 함께 돌아다녔던 이들이었다.
심지어 혼자서도 어지간한 무덤을 클리어할 실력인 만큼, 딱히 주헌이 커버하지 않아도 각자 위기관리 능력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여긴 7대 무덤이다.’
방심하면 한 번에 훅 간다.
하물며 느낌상 이곳에 있는 유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오만한 놈들이 다 몰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1차가 나폴레옹 놈이라는 거지.’
예전에 나왔던 놈은 태양왕 루이14세였는데.
그런데 그때보다도 훨씬 난이도가 올라갔다.
‘어째 꼭대기에선 신급의 기운도 느껴지는 것 같고.’
그리고 그럴 때였다.
쿵!
[천장에서 나폴레옹의 기운이 닥칩니다.]
[천장에서 나폴레옹의 기운이 닥칩니다.]
주헌은 곧바로 천장을 보았다.
동시에 나타난 것은 말을 탄 교만한 황제 나폴레옹!
[꿇어라. 미개한 도둑.]
그 말과 함께 엄청난 오라가 작렬했다.
[장군을 따르는 병사들이 소환됩니다.]
[장군을 따르는 병사들이 소환됩니다.]
그뿐이 아니었다.
[주의. 5분 뒤 나폴레옹의 저주가 또 다시 몰려옵니다.]
칫, 또 키 크면 받는 그 저주냐.
아까 전엔 파라오의 유물로 저주를 피했다지만, 또 리스크를 받아가며 매번 작아질 수도 없고.
그렇게 고민할 때 나폴레옹이 눈을 가늘게 뜨며 주헌을 응시했다.
[네 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이미 네 목에는 엄청난 현상금이 걸렸지.]
그 말에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하다 하다 유물 놈들한테까지 현상금이 걸렸냐.
나폴레옹은 주헌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사실 네놈의 현상금에는 관심 없지만, 네놈이 신급들도 굴복 시켰다고 해서 말이야. 그런 네놈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래봐야 허접한 신급들이 전부 무능해서 그런 거지만.]
그 말에 듣는 신급들이 빡친 듯, 주헌이 가지고 있는 신급 유물들이 파르르 몸을 떨었다.
하지만 놈의 교만한 태도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왜?
‘신급에서도 서열이 나뉘듯, S급에서도 급이 나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우상화, 영웅화, 초인, 인간의 범위를 넘어선 천재로 그려졌던 유물은 결국 신격화 되어 신급에 맞먹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폴레옹 급의 유물이면 스스로 신급을 칭할 정도로 강력한 법.
그래서일까.
나폴레옹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네놈의 잔재주는 짐 앞에서는 안 통한다.]
실제로 그건 사실일지도 몰랐다.
‘과거에도 나폴레옹 유물은 꽤 골치 아팠다.’
놈이 사용하는 능력은 자신이 가진 함무라비 법전과 함께 세계 3대 법전이라고 불리는 <나폴레옹 법전>.
그게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건 신급 유물들도 잠시 먹통으로 만들 수 있는 특수기능이 있다.’
그리고.
[주의. 나폴레옹의 저주가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4분 뒤 저주가 닥칩니다.]
그렇다, 이 저주.
‘이 저주부터 어떻게 해야 해.’
그러려면 일단 힘부터 약하게 해야 한다.
주헌은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약하게 한다.
[2분 뒤, 나폴레옹의 저주가 다가옵니다.]
주헌은 다급해졌다.
그리고 이때 주헌이 뭔가 떠올린 듯, 입꼬리를 올렸다.
“한 가지 묻지, 유물.”
그 당돌한 태도에 나폴레옹의 옆에 있던 신하들이 눈을 부릅떴다.
[말버릇이 없다! 어디서 폐하께!]
“닥쳐. 묻는 말에나 답해라.”
[저놈이!]
부하들이 주헌을 죽이려 하자 나폴레옹이 잠시 멈추라고 했다.
[말해봐라 인간. 죽이기 전에 특별히 들어주지.]
나폴레옹은 주헌에게 꽤나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흔쾌히 수락하자, 주헌은 이 괴이한 탑을 가리키며 확인차 물었다.
“이 무덤. 문화권이 최소 3개 이상은 섞인 것 같은데. 뭐 하는 무덤이냐?”
[뭐긴. 이 무덤의 주권을 두고 좀 싸움이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아서 말이야.]
나폴레옹은 패왕다운 미소를 지었다.
[결국 네 목을 먼저 따는 놈이 주권을 가지기로 했지.]
주헌은 납득했다.
쉽게 말해 한 구역에 대무덤을 만들 만큼 강력한 유물이 몰려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워낙 쟁쟁한 놈들이니 결판이 안 났겠지.
“뭐 좋아. 잘 들었다.”
[그럼 이제 목이 따일 테냐?]
“돌았냐?”
주헌은 유물을 꺼내며 재빨리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너희 둘은 도망가라.”
그 말에 율리안과 설아가 가볍게 웃었다.
“헛소리 하지 마, 서주헌.”
“단장님을 두고 어딜 가요.”
부하들의 말에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망 안가면 진짜 후회할 텐데?”
“뭐? 그게 무슨…….”
곧 율리안은 주헌이 꺼낸 유물을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야, 너, 그거!”
주헌이 히죽였다.
“후회 한다고 했다.”
“아오!”
동시에 발동된 유물!
설아를 붙든 율리안은 뒤도 보지 않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도망치지 않으면 끔찍한 꼴을 보게 될 걸 알았기 때문이리라.
***
“서주헌, 이 자식.”
진짜 미친 놈.
주헌한테는 뭐라고 하더니, 자신이야말로 30층 높이에서 뛰어 내렸던 율리안는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길달의 유물이 있으니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도 멀쩡했지만, 글쎄.
“아, 진짜 이건 아니잖아!”
코를 막은 율리안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면서 탄식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
나폴레옹이 정말로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아고오오오.]
[아이고오오오.]
안에서는 괴로워 죽으려고 하는 병사들로 가득했다. 동시에 엄청난 냄새가 한층 전체에 가득했다.
‘아오, 밀폐공간에서 뭘 하는 거야.’
그렇다.
주헌은 이들에게 똥 같은 유물을 사용한 것이다.
바로 자신이 강제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된 그 무덤의 유물. 그 중동 무덤에 들어갔을 때 나왔던 유물.
[역병의 신 남타가 버린 병균 시약 - (A급-보물급 /소모유물)]
바로 그 질병의 유물이었다.
왜 이딴 걸 썼나 싶었지만, 율리안과 설아는 깨달았다.
‘저 독한 놈.’
모든 유물에게는 약점이 있다고, 유물의 힘을 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특히 총수에게 경계를 산 주헌에게는 유물들이 과제를 내리지 않는다.
무덤을 클리어하지 못하도록.
즉, 과제가 내려지지 않아 강제로 유물을 무덤에서 끌고 나가야 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유물의 힘을 약화 시키는 건 필수적인 일.
‘그래도 그렇다고 역병 유물을 쓰냐.’
그렇다.
나폴레옹은 사실 엄청난 치질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폴레옹이 몰락하게 된 원인이 된 마지막 전투라고도 불리는 워털루 전투.
패인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병인 치질이 가장 극에 달했던 순간이 그 워털루 전투 때였다나.
쉽게 말해 치질 때문에 워털루 전투에서 패했다는 설화가 있다.
그런 이유로 주헌은 역병 유물을 사용한 것이다.
설사를 일으키는 역병 병균은 가득하니까.
‘무엇보다 설사는 치질을 악화시키지.’
즉, 나폴레옹을 약하게 만드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질병유물.
실제로 나폴레옹의 집중력이 끊기자 주헌에게 가장 거슬렸던 것이 사라졌다.
[나폴레옹의 집중력이 끊겨 저주가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역병과 추위 탓에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나폴레옹의 병사들에게도 효과 만점이었던 것 같고.
‘뭐 이것만으론 굴복시키기 어렵겠지만.’
나폴레옹을 완전히 굴복시키려면 다음 단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까. 주헌은 창문 쪽을 보며 시간을 셌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등신 같으니.]
갑자기 나타난 놈이 더 있었다.
[잘난 듯이 떠들더니, 꼴이 이게 뭐야?]
그는 초한지의 맹장 항우.
척 보기에도 기개가 넘치고 마물조차도 손으로 때려잡을 것 같은 청년이었다.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실제 무협을 찍었다고 불릴 정도로 강한 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고작 3만의 병력으로 60만 대군을 짓밟아 버리는 압도적인 실력.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주변의 말은 지지리도 안 듣는 독불장군이지.’
오만의 무덤에서 충분히 나올 만하다.
그리고 그 순간.
쿵쿵쿵!
여기저기에서 오만의 탑에 있던 유물들이 우르르 전부 이쪽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나폴레옹과 항우가 싸워댔다.
[됐으니까 넌 꺼져. 서주헌은 내가 잡는다.]
[너나 썩 꺼져라! 그 흙 묻은 발로 지금 어디에 들이닥친 것이냐!]
[닥쳐라. 치질로 고생하는 서양 오랑캐야.]
동시에 나폴레옹이 강한 오라를 뿜어댔다.
쿵!
역병유물에 당했다 하나 이 무덤의 유물들은 신급조차 넘보는 매우 교만하고 강력한 유물들.
[주의. 오라가 폭발 합니다.]
[매우 강력한 오라가 목숨을 위협합니다.]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둘. 그 위협적인 오라에 항우와 나폴레옹의 병사들이 도리어 거품을 물며 죽어갔다.
그리고 그럴 때, 주헌이 그러지 말라며 천연덕스럽게 그 둘을 말렸다.
“자자, 니들 싸우지들 말고. 내 목은 줄 테니까 한 가지만 묻자.”
[음?]
“너희 둘이 싸우면 누가 이겨?”
[뭐?]
“말해봐. 이기는 쪽에게 내 목을 줄 테니까.”
[뭐라고? 저딴 놈한테 내가 질 것 같으냐!]
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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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놈.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