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5 모두 꿇어라, 내 밑에 =========================================================================
< 모두 꿇어라, 내 밑에 (2) >
[나보다 키가 큰 놈들은 다 죽어라.]
굉장히 유명한 놈이었다.
대충 교과서에서 프랑스 혁명 당시부터 뒤지면 나올 인물일까.
아마 세계사를 아는 사람 중 저 놈을 모르는 인물은 없을 것이었다.
그랬기에 율리안이 말했다.
“바, 방금 키라고 했어?”
“그, 그런 거 같은데요.”
“그럼 설마……….”
그렇다.
오만의 탑. 그 1층에서 나타난 것은 설마 하니……….
“나폴레옹?”
율리안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말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그건 당연했다.
‘기억이랑 다르다.’
과거 당시 오만의 무덤에서 나온 건 나폴레옹이 아니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황제로 즉위한 인물이었다.
군사적, 정치적 천재라는 말을 들은 정복자. 수많은 업적을 세우며 유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인물.
다만 눈앞에 있는 건 유물로 재탄생한 나폴레옹이었다.
그 탓에 유물일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추측할 뿐.
덕분에 주헌이 율리안에게 물었다.
“진짜 나폴레옹이냐?”
율리안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공명 유물의 덕도 있었지만, 굳이 분석을 하지 않아도….
‘사실 7대 무덤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면서도 키 작은 장군은 딱 하나 뿐이지.’
물론, 실제 나폴레옹은 그 당시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장신이라고 하지만.
단신이라고 알려진 건 현대의 기준으로 해석한 착오와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를 깎으려 한
영국인들의 폄하라는 설이 있었다.
‘하지만 유물이니 저런 모습이어도 이상하지 않지.’
유물이란 사람들의 인식에서 재탄생하는 것이니까.
‘그래도 하필이면 교만한 버전으로 태어난 것 같군.’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다.
나폴레옹은 그를 지지했던 베토벤조차도 <영웅 교향곡> 악보를 집어 던지며 ‘인민의 주권자도 역시 속물이다’ 라 한탄했다고 하지 않나.
하물며 스스로 황제가 된 나폴레옹이 교만과 자만의 상징으로 태어난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딴 게 아니었다.
[다시 말한다. 우매한 인간들아.]
위압적인 목소리.
동시에 찌를 듯한 매의 눈이 주헌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나보다 키가 큰 놈들은 다 뒈지라고 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살벌한 오라가 날아왔다.
“!”
마치 바람의 낫이라고 해야 할까. 대기를 가르는 무형의 칼날이 주헌 일행의 머리를 노렸다.
쉬이이이익!
“위험해!”
율리안이 외쳤고, 그와 동시에 주헌과 설아의 눈앞에 불꽃이 튀겼다.
파박!
그 불꽃과 함께 주헌과 설아의 앞에는 초록빛의 배리어가 나타났다.
그건 방패유물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
방패에 붙은 메두사의 머리와 함께 막강한 방어력이 특징이긴 하지만…!
콰직!
배리어가 박살이 나고 말았다.
“!!”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껏해야 S급. 신급 유물의 모조품이지.]
나폴레옹은 가소롭다는 듯이 주헌을 내려다보았다.
어디 그뿐이랴.
[짐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메시지 창이 경고했다.
[나폴레옹군의 사기와 힘이 증대됩니다.]
[나폴레옹의 법전이 발동됩니다.]
[나폴레옹의 어록이 힘을 발휘합니다.]
그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건지, 세 명이 동시에 유물을 발동했다.
거의 반사적이었다.
[#$**!]
[#$*&*!]
[#$*$*!]
각각 발동시킨 유물은 번개의 인드라, 귀신을 부리는 비형랑, 그리고 모래폭풍의 세트였다.
그리고 각자의 유물은 나폴레옹의 오라를 바로 견제했다.
[저 엿 같은 놈이!]
[기분 나쁘게!]
콰과과과곽!
콰르르릉!
그러나 나폴레옹의 군단은 알려진 것만 60만.
지금이야 그중 수천 명만 불러낸 것이지만, 셋 앞에서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숫자였다.
하지만 율리안은 딱히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저 정도 숫자면 둘로도 충분해.”
인드라의 유물이나 세트의 유물로 수비 가능한 범위였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짐이 말했을 텐데. 짐보다 키가 큰 놈들은 모두 죽으라고!]
다시 살벌한 오라가 들이닥쳤다.
[나폴레옹의 저주가 탑 전체에 퍼집니다.]
그걸 본 주헌은 칫, 이를 갈았다.
아이기스로 한 번 막고 난 후에 어떤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건 피할 방도가 없다.’
할 수 없지.
주헌은 유물 하나를 발동했다.
그건 바로 전에 얻었던 파라오의 유물!
유물을 발동하자마자 눈부신 빛이 몸을 감쌌다.
번쩍!
[파라오의 저주가 닥칩니다.]
[파라오의 저주를 받아 몸이 줄어듭니다.]
“큭!”
동시에 주헌의 시야가 바뀌었다.
탑 어디론가 강제로 워프당한 것이다. 다시 파악한 위치는 심지어 훨씬 위로 올라온 30층.
그와 함께 주헌과 율리안, 설아는 몸이 줄어들고 말았다.
“꺄아아악!”
“큭.”
파라오의 무덤에서 유재하와 아이린, 설아가 저주를 받아 늙거나 어려진 것처럼 나이가 변한 것이다.
즉, 나폴레옹보다 키가 작아지기 위한 임기응변!
그들은 순식간에 모두 150cm 이하. 그러니까 초등학생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때 몸이 변하자마자 또 다시 번쩍 빛이 탑 전체를 감쌌다.
[나폴레옹의 저주가 닥칩니다.]
번쩍!
“윽!”
그래도 타이밍 좋게 작아져서 저주받아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저주가 또 한 차례 지나가고, 설아가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단장님!”
작아진 설아가 헐렁해진 옷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주헌을 급하게 찾았다.
“단장님 괜찮……….”
그러나 설아는 제 옆에서 꿈틀거리는 주헌을 보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다, 다, 단장님?!”
“왜?”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어려진 주헌의 모습은 설아에게 미치도록 귀여웠기 때문이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아역모델 뺨치는 설아가 제일 예뻤지만,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 사진 찍고 싶어. 모, 못 찍나?’
처음 겪는 일에 하마터면 이성까지 잃을 뻔했다.
사실 주헌의 어릴 적 모습은 설아조차도 단 한 번도 못 봤다.
그런데 이 다시 볼 수 없을 귀한 장면을 아이린 말고 자신만 보게 되다니!
그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던 설아는 주헌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들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여긴 무덤이야.’
설아는 주헌을 지키기 위해 바로 눈을 부릅떴다.
아니나 다를까,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나폴레옹 군의 기척이 느껴졌다.
설아는 그 살벌한 기운에 바짝 날을 세웠다.
‘단장님은 내가 지킨다.’
그럴 때였다.
“몸이 다시 커진다! 설아! 옷 챙겨 입고!”
“어? 네, 네! 꺄아악!”
이때 모두의 몸이 다시 커졌다.
특히 설아는 흘러내리는 옷도 제대로 못 챙기고 몸집이 다시 커지고 말았다. 율리안은 설아의 굴곡을 그리는 살색이 너무 아찔했는지 슬쩍 눈을 가리면서 말했다.
“서둘러야 해. 또 같은 저주가 날아올 거야!”
율리안은 공격을 준비했고, 주헌은 슬쩍 아누비스의 앙크를 보았다.
자고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물량에는 물량으로 맞선다.
유물이 소환한 군단에는 아누비스의 사자군단으로 대항하는 게 맞는지도 몰랐다.
곧 율리안은 아누비스의 앙크에 시선을 주는 주헌을 의아하게 보았다.
“설마 지금 여기서 그걸 쓰게? 리스크 감당 되겠어?”
비록 지금은 깜장 멍멍이라고 무시를 당하고 있었지만….
아누비스의 유물은 명색이 신급.
그 리스크도 리스크지만 군단을 불러내는 일 자체가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그러나 그에 비해 자신들은 아직 이 탑의 꼭대기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그러니 벌써 체력을 소모하면 손해다.’
그러나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괜찮아. 아까 본 수준의 병력이면 무난……….”
무난할 것이라고 하려 했다.
놈들이 들이 닥치기 전까지는.
[우오오오오! 서주헌은 어딨냐!]
[서주헌을 잡아라!]
“……………?!”
나폴레옹 군단으로도 모자라 고대 중국의 병사들까지 들이닥친 것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여기냐! 우리 왕가의 계곡에서 깽판을 쳤다는 서주헌이 있다는 곳이!]
이번엔 이집트 군단까지!
갑자기 숫자가 늘어나자 주헌은 좀 빡친 모양이었다.
아니,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젠장. 도대체 뭐하는 무덤이야.’
유물이라는 것들은 그래도 같은 문화권끼리 무덤을 만들려고 하는 법. 그런데 왜 한 무덤에 다른 문화권의 유물들이 우글우글 몰려있는 건지 원.
그리고 실제로 유물들끼리 으르렁거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우리 장군님께서 먼저 서주헌을 발견했어!]
[닥쳐, 먼저 죽이는 게 임자야!]
[닥쳐라, 하등한 졸개들아!]
뭐, 아무래야 좋았다.
보나마나 총수의 명령. 그리고 유물세계에서 악명 높은 주헌을 잡으러 온 건 알겠는데…….
‘이건 많아도 너무 많잖아.’
몰려든 병력의 숫자만 수만, 아니 수십만이 넘으리라.
즉.
‘이놈들 숫자에 맞춰서 아누비스의 사자군단을 불러냈다간 백프로 뻗는다.’
그렇다고 이들 사이에 힘을 쓸 정도로 가치가 있는 보스 유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주헌은 짜증 섞인 얼굴로 탄식했다.
“그래도 할 수 없지.”
그 말에 율리안과 설아는 깜짝 놀랐다.
“너 그럼 설마…….”
“그래. 각오해둬.”
주헌이 무서운 눈빛으로 적들을 쏘아보았다.
그건 전투태세.
율리안과 설아도 긴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날 제일 먼저 잡는 놈한테는 내 목을 딸 기회를 주겠다!”
“…………?!”
그 외침에 몰려들었던 서로 다른 문화권의 군단들의 눈이 번득였다.
나폴레옹도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오오오! 기백이 마음에 드는 놈이로군!]
지금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대 진나라 시절의 무장.
초한지의 패왕 항우!
그리고 그 순간, 수만의 군단들이 주헌을 향해 달려들었다.
[#&$**!]
[#$*$*!]
척 보기에도 엄청난 수!
율리안과 설아는 주헌을 향해서 달려드는 군단을 보며 기겁했다.
“야 서주헌!”
도대체 무슨 패기로 도발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들은 주헌을 보고 더 깜짝 놀랐다.
“!”
주헌이 난데없이 창문 쪽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꺄아아악!”
이에 새하얗게 질린 설아와 율리안이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야! 미쳤어?! 여기 30층 높이라고!”
“단장님!”
그러나 주헌은 동아줄을 붙잡고 번지점프를 하듯이 지면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주헌이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입구 근처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TKBM과 다른 발굴단들!
갑작스러운 주헌의 등장에 다른 발굴단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저거 서주헌 아니야?!”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걸어오는 것이었다.
“나 찾고 다녔지?”
“허, 얘 등신 아냐? 제 발로 우리들한테 돌아오다니!”
“여기 숫자가 몇 명인데 혼자 어슬렁어슬렁!”
그들은 뻔뻔한 주헌의 멱살을 잡고 유물 총을 머리에 겨누었다.
“잘 걸렸어. 너 이 새끼, 머리를 뚫어버릴 줄 알아.”
“오, 날 죽이겠다고?”
“그래, 새끼야! 니가 우리 TKBM에 한 짓을 생각하면 …!”
그런데 그럴 때였다.
“저, 저, 팀장님.”
“뭐! 한창 바쁜데!”
“저기……뒤, 뒤.”
“뒤? 뒤가 뭐………어?”
곧 주헌의 뒤를 본 그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주헌의 뒤로 웬 시꺼먼 개미 떼가…………….
[저놈은 내가 먼저 잡는다!]
[잡아라! 서주헌!]
프랑스 군, 고대 중국 군, 이집트 군.
그 최강의 군단이 주헌을 쫓아 발굴단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본 발굴단들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미, 미친.”
도대체 이 새끼가 뭘 몰고 온 거야!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그럼 잘해봐.”
잘해보라니 뭘!
하지만 주헌은 대답도 없이 상대를 밀치며 사라지고 말았다.
그건 바로 은신스킬!
그리고 주헌을 쫓아온 군단들은 그대로 발굴단과 섞이고 말았다.
쿠구구궁!
그건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순식간에 들려오는 고함과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들.
“으아아악!”
“아악! 뭐냐 이놈들!”
“서주헌은 어딨냐!”
그러자 그건 오히려 군단이 묻고 싶은 듯이 소리를 쳤다.
[서주헌을 찾아라!]
[젠장, 보이지 않습니다!]
[니가 숨겼지?! 어?!]
[아니야, 니가 숨겼잖아!]
[아니다! 이 인간들이 숨긴 거야!]
그 말에 유물 군단의 타겟은 이들 TKBM과 다른 발굴단에게 쏠렸다.
그리고.
[서주헌을 내놔라!]
“자, 잠깐……!”
결국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꾸엑, 꾸에에엑!”
순식간에 군단에게 짓밟히는 발굴단들.
그리고 은신상태로 유유히 원래 있던 곳으로 향하는 주헌이 웃었다.
“잡몹처리 땡큐.”
그야말로 악마였다.
============================ 작품 후기 ============================
무서운 놈....